도로확장, 전철 신설 미끼… 쓸모없는 땅 부풀려 팔아
부산에 사는 L씨는 지난 3월 ‘○○컨설팅’이란 상호를 내건 기획부동산으로부터 충남 당진의 논 200평을 평당 25만 원에 샀다. 땅을 판 업체의 임원은 “이웃한 3000여 평을 묶어 아파트단지로 개발, 1년 안에 두 배의 이익을 남겨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계약 후 연락이 없어 알아보니 평당 5만 원에도 팔기 힘든 맹지(도로를 낼 수 없는 쓸모없는 땅)였다. 뒤늦게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1년 새 주인이 두 번이나 바뀐 땅이었다. 단기매매의 표적이 된 땅이었던 것이다.
현재 L씨를 포함해 3명 소유로 지분등기돼 있다. 하지만 별다른 개발자료가 없어 투자금을 회수하기는 어렵게 됐다. 해당 토지의 지번도 ‘○○번지’에서 ‘산 ○○번지’로 바뀐 상태다. L씨는 원금보장 이행각서를 들고 업체를 찾아갔지만 자취를 감춘 뒤였다.
땅 사기가 판을 치고 있다. 개발재료가 쏟아지고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 땅으로 돈이 몰리자 기획부동산 등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획부동산은 개발지역 주변의 싼 땅을 사들인 뒤 이를 쪼개 파는 업체로 주로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영업을 한다.
이들은 고속철도 개통 지역,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 신도시 예정지, 충남 아산ㆍ당진 등 서해안, 경북 김천, 인천 강화 등을 훑고 다니며 도로 확장ㆍ전철 신설ㆍ도청 이전ㆍ택지지구 지정ㆍ온천 개발 등의 근거 없는 개발재료를 총 동원해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일반인들의 대박 심리를 노려 그럴듯한 가짜 도면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감쪽같은 가짜 도면 나돌아
충청권에선 충남도청 이전을 둘러싸고 가짜 개발도면ㆍ지적도가 나돌고 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닌 충남 홍성ㆍ예산을 비롯해 도청 유치전을 벌이고 있는 충남 9개 시에서 땅 사기 피해가 늘고 있다.
은행원 P씨는 지난달 한 컨설팅업체로부터 “홍성에 도청이 유치될 것이니 땅을 사두라”는 말을 듣고 가계약금 300만 원을 줬다가 떼었다. 충남도청 관계자는 “1989년부터 도청 이전 문제를 논의해 왔으나 결정된 게 없다”며 “구체적인 개발계획도를 보여주며 땅을 파는 것은 명백한 사기”라고 말했다.
확정되지 않은 개발계획 부풀리기
초안만 마련됐다가 폐기된 개발계획이나 검토 수준에 머문 정보를 제시해 투자를 유도하는 사례도 많다.
최근 성남∼여주 경전철사업이 발표된 경기도 여주ㆍ이천에서도 땅 사기가 늘었다. 이천시 S부동산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닌 데다 각종 개발재료가 쏟아지는 틈을 타 외지에서 온 기획부동산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마치 내년 초에 경전철이 착공이 확정된 것처럼 속여 땅값을 2∼3배 부풀려 팔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에 사는 K씨는 여기에 현혹돼 경기도 이천 부발읍 관리지역 땅을 평당 40만 원에 샀다. 이는 주변 시세의 두 배나 비싼 값이다. 게다가 철도청과 건설비의 25∼30퍼센트를 부담할 지자체의 예산 부족으로 경전철 공사가 언제 시작될지 불투명하다.
허위공문서 제시
최근에는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녹지를 주거지역으 형질 변경시켜 주겠다며 사업추진비 등으로 71억 원을 받아내려 한 토지사기단이 구속됐다. 이들은 천안 안서동 일대 임야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천안시장의 직인을 위조한 허위공문서를 제시하는 대담한 사기 행각을 벌였다.
동문건설 용지담당 공재국 이사는 “요즘 건설업체에도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이라며 가짜 도면을 갖고 오는 사기꾼들이 있다”며 ”전문가도 속을 정도로 교묘하고 치밀하다”고 말했다.
헐값 내세워 투자 유혹
가격을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싸게 내놓아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전통적인 수법도 활개를 치고 있다. 공기업에서 퇴직한 변모씨는 지난달 무허가 중개업자로부터 충주호 상류지역의 땅 600평을 샀다.
언뜻 보기에 중앙고속도로 인근에다가 충주호가 내려다보이는 등 최적의 펜션 입지를 갖추고 있었다. 특히 주변 시세보다 40퍼센트 싸다는 말에 넘어갔다. 매입 후 행정기관에 전용허가를 신청했으나 ‘허가 불가’통보를 받았다. 지자체 내규에 따라 각종 개발행위가 금지된 땅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변씨는 곧바로 땅을 판 업자에게 항의했으나 그는 “땅만 중개했을뿐 용도는 모른다”라고 잡아뗐다. 결국 변씨는 값만 보고 쓸모 없는 땅을 샀다가 소중한 재산을 날린 셈이 됐다.
쓸모없는 땅 속여 판다
개발이 어려운 땅을 헐값에 사들여 비싸게 되파는 사례도 많다. 회사원 강 모씨는 지난 2월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경기도 파주시의 녹지 300평을 평당 40만 원에 샀다. 그러나 알고 보니 무주택 농민이 농가주택만 지을 수 있는 보전녹지지역이었다. 주변 시세도 평당 8만 원으로, 강씨가 구입한 가격보다 5배나 쌌다.
지난달에는 충남 태안군 폐염전 5만여 평을 평당 4만5000원에 산 뒤 펜션허가를 받은 땅이라고 속여 평당 25만 원에 되 팔은 무허가 컨설팅업체가 적발됐다. 이들은 ‘○○부동산신탁’이란 상호를 내걸고 텔레마케터를 대거 고용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폐염전을 택지라고 속여 40억 원대 사기 행각을 벌였다.
위의 경우와 같이 땅사기는 지난 총선을 전후해 각종 개발공약이 쏟아진 곳에서 성행하고 있는데, 개발 여부ㆍ일정 등을 알 수 없고 땅값이 부풀려진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田
■ 글 진명기 / JMK PLANNING 대표(02-2040-6781, www.jmkland.com)
글쓴이 진명기는 전원주택 전문 부동산중개업소인 JMK PLANNING의 대표로 풍부한 현장 경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전원주택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로 통합니다. 수도권 주변과 지방의 땅을 대상으로 단순 중개는 물론, 전문적인 컨설팅에 이르기까지 폭 넓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부산에 사는 L씨는 지난 3월 ‘○○컨설팅’이란 상호를 내건 기획부동산으로부터 충남 당진의 논 200평을 평당 25만 원에 샀다. 땅을 판 업체의 임원은 “이웃한 3000여 평을 묶어 아파트단지로 개발, 1년 안에 두 배의 이익을 남겨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계약 후 연락이 없어 알아보니 평당 5만 원에도 팔기 힘든 맹지(도로를 낼 수 없는 쓸모없는 땅)였다. 뒤늦게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1년 새 주인이 두 번이나 바뀐 땅이었다. 단기매매의 표적이 된 땅이었던 것이다.
현재 L씨를 포함해 3명 소유로 지분등기돼 있다. 하지만 별다른 개발자료가 없어 투자금을 회수하기는 어렵게 됐다. 해당 토지의 지번도 ‘○○번지’에서 ‘산 ○○번지’로 바뀐 상태다. L씨는 원금보장 이행각서를 들고 업체를 찾아갔지만 자취를 감춘 뒤였다.
땅 사기가 판을 치고 있다. 개발재료가 쏟아지고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 땅으로 돈이 몰리자 기획부동산 등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획부동산은 개발지역 주변의 싼 땅을 사들인 뒤 이를 쪼개 파는 업체로 주로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영업을 한다.
이들은 고속철도 개통 지역,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 신도시 예정지, 충남 아산ㆍ당진 등 서해안, 경북 김천, 인천 강화 등을 훑고 다니며 도로 확장ㆍ전철 신설ㆍ도청 이전ㆍ택지지구 지정ㆍ온천 개발 등의 근거 없는 개발재료를 총 동원해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일반인들의 대박 심리를 노려 그럴듯한 가짜 도면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감쪽같은 가짜 도면 나돌아
충청권에선 충남도청 이전을 둘러싸고 가짜 개발도면ㆍ지적도가 나돌고 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닌 충남 홍성ㆍ예산을 비롯해 도청 유치전을 벌이고 있는 충남 9개 시에서 땅 사기 피해가 늘고 있다.
은행원 P씨는 지난달 한 컨설팅업체로부터 “홍성에 도청이 유치될 것이니 땅을 사두라”는 말을 듣고 가계약금 300만 원을 줬다가 떼었다. 충남도청 관계자는 “1989년부터 도청 이전 문제를 논의해 왔으나 결정된 게 없다”며 “구체적인 개발계획도를 보여주며 땅을 파는 것은 명백한 사기”라고 말했다.
확정되지 않은 개발계획 부풀리기
초안만 마련됐다가 폐기된 개발계획이나 검토 수준에 머문 정보를 제시해 투자를 유도하는 사례도 많다.
최근 성남∼여주 경전철사업이 발표된 경기도 여주ㆍ이천에서도 땅 사기가 늘었다. 이천시 S부동산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닌 데다 각종 개발재료가 쏟아지는 틈을 타 외지에서 온 기획부동산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마치 내년 초에 경전철이 착공이 확정된 것처럼 속여 땅값을 2∼3배 부풀려 팔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에 사는 K씨는 여기에 현혹돼 경기도 이천 부발읍 관리지역 땅을 평당 40만 원에 샀다. 이는 주변 시세의 두 배나 비싼 값이다. 게다가 철도청과 건설비의 25∼30퍼센트를 부담할 지자체의 예산 부족으로 경전철 공사가 언제 시작될지 불투명하다.
허위공문서 제시
최근에는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녹지를 주거지역으 형질 변경시켜 주겠다며 사업추진비 등으로 71억 원을 받아내려 한 토지사기단이 구속됐다. 이들은 천안 안서동 일대 임야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천안시장의 직인을 위조한 허위공문서를 제시하는 대담한 사기 행각을 벌였다.
동문건설 용지담당 공재국 이사는 “요즘 건설업체에도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이라며 가짜 도면을 갖고 오는 사기꾼들이 있다”며 ”전문가도 속을 정도로 교묘하고 치밀하다”고 말했다.
헐값 내세워 투자 유혹
가격을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싸게 내놓아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전통적인 수법도 활개를 치고 있다. 공기업에서 퇴직한 변모씨는 지난달 무허가 중개업자로부터 충주호 상류지역의 땅 600평을 샀다.
언뜻 보기에 중앙고속도로 인근에다가 충주호가 내려다보이는 등 최적의 펜션 입지를 갖추고 있었다. 특히 주변 시세보다 40퍼센트 싸다는 말에 넘어갔다. 매입 후 행정기관에 전용허가를 신청했으나 ‘허가 불가’통보를 받았다. 지자체 내규에 따라 각종 개발행위가 금지된 땅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변씨는 곧바로 땅을 판 업자에게 항의했으나 그는 “땅만 중개했을뿐 용도는 모른다”라고 잡아뗐다. 결국 변씨는 값만 보고 쓸모 없는 땅을 샀다가 소중한 재산을 날린 셈이 됐다.
쓸모없는 땅 속여 판다
개발이 어려운 땅을 헐값에 사들여 비싸게 되파는 사례도 많다. 회사원 강 모씨는 지난 2월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경기도 파주시의 녹지 300평을 평당 40만 원에 샀다. 그러나 알고 보니 무주택 농민이 농가주택만 지을 수 있는 보전녹지지역이었다. 주변 시세도 평당 8만 원으로, 강씨가 구입한 가격보다 5배나 쌌다.
지난달에는 충남 태안군 폐염전 5만여 평을 평당 4만5000원에 산 뒤 펜션허가를 받은 땅이라고 속여 평당 25만 원에 되 팔은 무허가 컨설팅업체가 적발됐다. 이들은 ‘○○부동산신탁’이란 상호를 내걸고 텔레마케터를 대거 고용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폐염전을 택지라고 속여 40억 원대 사기 행각을 벌였다.
위의 경우와 같이 땅사기는 지난 총선을 전후해 각종 개발공약이 쏟아진 곳에서 성행하고 있는데, 개발 여부ㆍ일정 등을 알 수 없고 땅값이 부풀려진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田
■ 글 진명기 / JMK PLANNING 대표(02-2040-6781, www.jmkland.com)
글쓴이 진명기는 전원주택 전문 부동산중개업소인 JMK PLANNING의 대표로 풍부한 현장 경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전원주택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로 통합니다. 수도권 주변과 지방의 땅을 대상으로 단순 중개는 물론, 전문적인 컨설팅에 이르기까지 폭 넓게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