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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앞 작은 뜰, 큰 용기에 일 년 내내 고운 꽃을 피우는 마타피아라는 나무가 있습니다. 작은 뜰에 두기에는 너무 큰 나무이지만 사계절 아름다운 매력에 반해 다른 곳으로 보낼 수가 없습니다. 겨울에는 거실에서, 봄과 늦가을 사이엔 거실 유리창 밖 바로 앞에서 항상 맑고 고운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거실의 탁한 공기와 유리창을 통과한 햇빛에 의지해 겨울을 난 마타피아는 봄을 맞아 밖으로 나오면 신선한 공기와 따사로운 햇살 가득 받고 제 세상을 만난 듯 생기를 찾습니다. 가느다란 가지마다 물이 오르고 붉고 푸르스름한 싱그러운 빛이 감돕니다. 새로운 가지와 잎이 조그만 꽃망울들을 달고 나옵니다. 가지와 새순과 꽃망울이 함께 자라며 틈틈이 한 송이 두 송이 피어나는 꽃을 보는 일은 다른 아이들에게서 접할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반짝이는 무성한 녹색 잎들과 붉고 가느다란 긴 꽃줄기에서 피어나는 진한 홍색 빛 고운 꽃들이 옹기종기 계속 피는 모습은 정겹기까지 합니다. 늦가을이 되면 무성한 검푸른 잎들이 붉은빛, 노르스름한 빛으로 물들다가 이내 한 잎 두 잎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추위가 오는 11월 중순쯤 거실로 데려옵니다. 며칠 동안 잎들을 주르륵 벗어버린 나목의 가냘픈 곡선의 가지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가슴이 찡합니다. 특히 해 질 무렵 거실 소파에 앉아 멍하니 밖을 내다보면 마타피아의 멋스러운 수형과 거실 밖 정원 속 가을빛이 어우러진 풍경이 참으로 황홀합니다. 차츰 거실 환경에 적응해 가냘픈 가지 끝에 조그만 꽃망울 한 아름 달고서 한 송이 한 송이 고운 꽃피워 가는 모습에는 묘한 아름다움과 정겨움이 있습니다.
 
마타피아와의 인연은 아주 오래됐습니다. 경기도 하남의 구석진 허름한 화원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연약하고 긴 가지에 조그맣게 핀 몇 송이 진홍빛 꽃이 너무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워낙 고가여서 살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이후로는 다른 곳에서 볼 수가 없었습니다.
2006년 초여름, 우연히 다시 만났습니다. 곁에 두고 볼 수 있는 거실 앞 작은 뜰에 심고는 재배법을 제대로 알고 싶어 두꺼운 식물 사전을 샅샅이 살폈으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땐 마음이 급했던지 훗날 그 사전에 조그맣게 설명된 마타피아를 찾을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몇 번이나 차근차근 보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지식과 다른 식물을 키우면서 쌓은 경험을 동원해 건강하게 예쁜 모습으로 고운 꽃을 피우고자 무던히 노력했습니다.
 
여름을 나면서 잎들이 무성히 자라 전혀 다른 모습이 됐습니다. 독특한 수형과 반짝이는 무성한 잎들, 진홍색으로 곱게 물든 꽃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정원을 가꾸다 보면 신비로운 일을 접하곤 합니다. 마타피아가 온 다음 해였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추위에 나무가 얼어버렸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지를 모두 자른 후 밑둥치만 남겨 두고 거실에 뒀습니다. 늦봄까지 꼼짝 않고 애를 태우더니 어느 날 밑둥치에서 조그만 순이 나왔습니다. 그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하루 이틀 조금씩 자란 새순은 분명 지금까지 보지 못한 손바닥 모양의 큰 잎을 데리고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얼마 후 또 다른 순들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자라면서 가느다란 가지에서 이전의 손바닥 모양의 큰 잎이 아닌 긴 타원형의 끝이 뾰족한 잎이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가지마다 예쁜 꽃을 피웠습니다.
 
그런데 먼저 태어난, 손바닥 모양의 잎을 데리고 나온 가지는 꽃은 피우지 못하고 잎만 무성한 채 뚱뚱하게 자랐습니다. 나무 한 그루에 전혀 다른 개체가 나와 함께 자라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고 흥미롭고 흥분됐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신비스러운 두 모습의 비밀을 알았습니다. 우리 집과 똑같은 모습의 마타피아를 어느 화원에서 보고 두 종류의 잎이 나온 이유를 주인에게 물었더니 다른 나무에 마타피아를 접목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올봄에 분갈이를 한 덕분인지 마타피아는 거실 뜰이 답답해 보일 만큼 풍성하게 자랐습니다. 아름다운 정원을 위해 불필요한 식재는 과감히 제거하고 무성한 가지는 자를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새로운 가지가 나올 때마다 예쁜 꽃망울을 한 아름 달고 나오는 이 예쁜 녀석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며칠 곰곰이 생각하다 거실 탁자 뒤 벽면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짧은 거리의 자리바꿈을 통해 거실, 현관, 대문 밖에서 이 아이를 보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지금도 마타피아는 가지마다 반짝이는 무성한 녹색 잎들 사이에 가느다란 꽃대를 달고서 무럭무럭 자라며 고운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학명이 야트로파 인터게리마 Jatropha Integerrima인 마파티아는 세계적으로 170여 종이 있으며 수분이 많은 다년생 상록관목으로 남아프리카의 건조하거나 약간 습한 지역에서부터 남아메리카, 중앙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열대지역, 서인도 지역까지 널리 분포돼있습니다. 거름이 풍부한 부엽토와 굵은 모래가 섞여 배수가 잘되고 햇볕이 충분한 곳에 심고 더운 여름에는 적당한 그늘이 있는 곳으로 옮겨야 합니다. 생육이 왕성한 봄과 여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영양분을 줘 성장을 돕고 잎이 떨어진 가을과 겨울에는 건조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온도가 10℃ 이하인 지역에서는 온실에서 키우거나 용기에 심어 안으로 데려옵니다.
 
마타피아는 우윳빛 혹은 물과 같은 색을 내는 라텍스(유액)를 함유하고 있는데 유액이 피부에 닿으면 염증을 일으킬 수 있기에 식용으로는 쓸 수 없고 식물성 지방을 추출해 비누, 화장품, 의약품, 살충제 등의 원료로 씁니다.
 
참고:  Encyclopedia of Garden Plants

글. 사진 이명희
숙명여자대학교 가정 대학 졸업 후 평소 관심 분야인 정원 공부를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에 입학. 졸업논문'서민주택 정원 활성화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 취득. 평생 꽃을 가까이하여 얻은 경험과 대학원에서 연구한 이론적 체계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담장 허물기 등)에 참여하고 있으며, 버려진 공간 속에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라도 심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데 노력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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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이야기, 멋스러운 수형과 화려한 색을 지닌 마타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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