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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즈음, 쉼 없이 나무숲을 흔드는 산바람과 흰 포말을 일으키는 바닷바람이 그리워진다. 녹음이 짙게 드리운 산과 넓고 푸른 바다는 가히 여름철 청량제라 할 만하다.

이 모두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휴양지를 찾는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대답은 ‘NO’이다. 제주도 남원읍 의귀리에 산과 바다를 함께 조망할 수 있는 펜션,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통해 영원한 스타로 떠오른 배우 오드리 헵번이 세계 10대 자연미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제주도에 금년 5월 모습을 드러낸 펜션,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그러하다.

제주 특유의 풍치를 감상하며 찾아가는 길 역시 즐거움 중 하나이다. 제주공항에서 동부관광도로로 따라가다가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라 불리는 1118번 남조로로 들어서 계속 직진하면 나오는 의귀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진물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300여 미터 들어서면 오름 중턱에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나온다.

두 채의 펜션동과 한 채의 관리동을 처음 본 순간 “한라산 토끼 모양”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연면적 130평(바닥면적 45평)의 3층 통나무집 두 채도 그러려니와 지면에서 2.5미터 떠서 좌우대칭을 이룬 모습에 그만 놀란 토끼처럼 눈이 동그래진다.

스위스 정통 통나무집의 진수를 한눈에
제주에는 주산(主山)인 한라산과 자그마한 기생화산인 오름이 모두 368개 있다. 멀찍이 한라산이 보이는 곳에 웅장하고 아름다운 두 채의 건물이 앉혀졌으니 오름이 두 개 더 늘어났다고 하면 과장일까?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설계·시공한 세계적인 통나무주택 공급사인 스위스 VALMIS SA와 핀란드의 STEUEROY의 ‘한국발미스’ 정인화 사장은 한라산과 오름에서 컨셉을 잡았다고 한다.

“집의 배치는 지형과 어울리도록 하는 게 기본인데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그렇습니다. 먼저 오름 중턱에 물고기처럼 생긴 지형을 살려 한라산과 바다를 함께 조망하도록 서남향으로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오름의 연장으로 보고 지붕 선을 살렸는데 3층이지만 실제 높이는 5층 건물에 해당합니다. 한라산이 주산이라면 두 채의 펜션이 큰 오름, 관리동이 작은 오름이라고 할까요.”

펜션지기 이정애 씨는 한국발미스 정인화 사장의 부인이다. 그러니 각종 인·허가에서 설계와 시공, 오픈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은 당연지사이다.

현 부지는 1년 전에 지목(地目)이 전(田)인 땅을 900여 평 매입하여 그 가운데 330평을 대지(垈地)로 전용했다. 많은 사람이 제주 하면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과 푸른 바다를 떠올린다.

하지만 제주에서도 ‘티파니에서 아침을’처럼 한라산과 바다를 모두 바라볼 수 있는 곳을 찾기란 드물다. 여기에 오름을 사이에 두고 펜션이 들어선 이곳은 귤밭만 있을 뿐 집이라곤 한 채도 없어 한적한 휴식처 그 자체다.

더욱이 오름의 녹음을 배경으로 앞에는 방품림이 둘러쳐 있어 숲에 들어 온 느낌마저 든다. 펜션지기가 현 부지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밤바다를 환하게 밝히는 고깃배의 물결, 산새 우짖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발코니로 나서면 한눈에 들어오는 한라산의 비경은 환상 그 자체입니다. 봄에는 밀감꽃과 가을에는 노랗게 익은 밀감 냄새가 코끝을 기분 좋게 간지럽힙니다.”

부지는 오름의 경사면을 살려 2단으로 조성했는데 전면 570평에는 제주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이국풍의 정원이, 후면 330평에는 펜션동과 관리동이 자리한다.

구조재에서 마감재,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자연친화적인 소재만을 선별하여 사용했다. 펜션이 자연에 자리하는 만큼 당연히 자연과 동화돼야 한다며 정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자연에서 살려면 건축주 자신이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심성을 갖춰야 합니다. 건물도 예외는 아니어서 자연과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자연 속의 테마하우스라 불리는 펜션은 더욱 그러합니다.

이 집은 건물이 웅장하기에 아름답고 자연스러우며 너그러운 맛을 풍기도록 설계·시공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의 일부인 원주민들까지도 거부감 없이 좋아들 합니다.”

한라산과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펜션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국내에선 보기 드물게 두 채 통나무집 바닥 전면이 지면에서 2.5미터 띄워져 있다. 오름 중턱이라 자연 경사면을 살려 뒷길하고의 높이를 맞췄기 때문이다.

또한 눈비가 많은 지역이라 습기로부터 보호하고 벌레가 꾀지 않도록 하는 효과까지도 염두에 둔 것이다. 그 하중을 100×200밀리미터 핑거조인트 구조재가 이중으로 45도 빗장걸이를 하여 떠받치고 있다.

단일 구조재만을 사용해 3층으로 쌓아올린 통나무집이라는 사실도 놀랄 만하다. 2층 이상의 통나무집은 대개 적재하중과 고정하중이 보를 통해 모여져서 기둥으로 전달되는 방식을 혼용한다.

그런데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지붕 경사면이 서로 맞닿는 3층 천장까지 100밀리미터 핀란드산 홍송만을 사용해 쌓아올렸다. 나무는 살아서 숨을 쉬기에 맞닿은 면의 사이가 벌어지기 마련인데 자재에 대한 믿음과 치밀한 구조계산으로 이를 극복한 것이다.

정 사장은 “스위스 발미스의 통나무 구조재의 평균 함수율은 16퍼센트로 건축 후 시간이 흘러도 남쪽 벽체는 11퍼센트, 북쪽 벽체는 15퍼센트를 유지하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생면부지인 사람이 머무는 펜션 건축에서는 무엇보다 방음 문제가 중요하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평면 설계 단계에서 방과 방 사이에 부엌과 욕실을 배치함으로써 일차적으로 극복했다. 다음으로 벽체와 층간에 나무하고 양모를 혼합하여 40밀리미터로 압축한 차음·흡음제를 이중으로 시공함으로써 극소화했다.

한편 전면에 1층 출입구를, 후면에 2·3층 출입구를 냄으로써 자연스럽게 프라이버시를 확보했다. 1층의 경우 바닥에서 2.5미터 떠 있어 정원이나 진입로에서 내부가 전혀 들여다보이지 않을뿐더러 조망권까지 갖췄다.

화산 불출암을 깔아 밟을 때 묘한 쿠션감을 주는 진입로와 한라산과 오름을 바라보면서 오르는 아기자기한 계단도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곳까지도 여행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려는 세심한 배려가 담겨 있다.

티파니 하면,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과 함께 미국 최고의 보석점인 티파니를 떠올린다. 펜션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는 보석처럼 귀중한 대우를 받으면서 영화처럼 값진 추억을 만드는 곳이다. 그래서 펜션의 보석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상큼한 목향(木香)이 풍기는 객실로 들어서면 앤틱(Antique)풍의 가구와 화려한 인테리어에 마음을 뺏기고 만다. 신혼부부들이라면 로맨틱한 분위기 속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새록새록 쌓을 것이다.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경사면 천장의 묘미는 통나무집에서 즐길 수 있는 매력 가운데 하나다. 천장은 루바로, 통나무벽면 일부는 핸디코트로 심플하게 마감하여 안정감을 더한다.

방에는 주방과 욕실이 딸려 있으며 침대와 화장대, 테이블, 냉장고, 각종 주방기구와 욕실용품이 갖춰져 있어 편안하다. 또한 안전을 고려해 고급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키텍을 설치했다.

우아하게 깔린 카펫을 밟으며 발코니에 이르면 밀감밭을 지나 더위를 날려버릴 한라산과 바다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발 밑으로는 잔디정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왼쪽에는 이국적인 야자수 100여 그루가 숲을 이루고, 전면에는 140여 그루의 소철과 철쭉, 장미, 구상나무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특히 정원 한가운데 자리한 구상나무는 제주 토종으로 마을에서 기증한 것이기에 펜션지기는 더욱 값지게 생각한다.

B&B를 추구하는 정통 유럽식 펜션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식품영영사이자 한식·양식 조리사인 펜션지기가 카페 문리버에서 무료로 내놓는 아침식사다.

메뉴는 전복죽, 조개죽과 한라산 물영아리 표고죽, 한방 영양닭죽 그리고 제주의 명물 보리빵, 맥반석 계란구이, 시리얼 등이다. 제주의 토속미 물씬한 메뉴와 함께 하는 향 그윽한 모닝커피를 곁들이면 스스로 선택받은 귀중한 존재임을 느끼게 된다. 田

■ 티파니에서 아침을 : 064-764-9669, 064-764-9779. www.jejutiffany.com
■ 글·사진 윤홍로 기자

■ 건축정보
·위 치 : 제주도 남제주군 남원읍 의귀리
·건축구조 : 3층 통나무주택(핀란드산 100㎜ 홍송)
·부지면적 : 900(330평 대지 전용)
·건축면적 : 45평(연면적 130평)-펜션 1동당
·실내구조 : 원룸형(침실, 욕실, 주방)
·외벽마감 : 통나무
·내벽마감 : 통나무(일부 핸디코트)
·천장마감 : 원목 루바
·지붕마감 : 이중 그림자싱글
·바 닥 재 : 원목마루
·창 호 재 : 프랑스 BIEBER사 원목 시스템창호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식수공급 : 상수도
·건 축 비 : 평당 500만 원

■ 설계·시공 : 한국발미스(054-975-1240, www.valmi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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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펜션의 보석 ‘티파니에서 아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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