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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형적인 핀란드 북부의 작은 시골마을 통나무주택을 탐방하고 내린 결론은 핀란드 사람들은 나무와 매우 친근한 민족이라는 점이었다. 이는 단순히 그들의 주택 주재료가 나무라는 점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고, 그들은 나무에 대해 잘 알고, 늘 곁에 두며 줄곧 다뤄왔다는 점을 의미한다. ‘집’에 대한 인식의 차이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경우, 오랜 고민 속에 많은 애정을 갖고 지은 집을 이후, 관리를 소홀히 해 망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반면, 핀란드 사람들은 집을 ‘오랫동안 함께 할 친구’쯤으로 여기듯, 이를 고치고 가꾸고 관리하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삼는 느낌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집은 그들과 함께 하는 일종의 ‘동반자’인 셈이다.

글. 사진  전원주택라이프 편집부

미(Kemi)로부터 시모(Simo)까지는 승용차로 20~30분 거리. 전형적인 핀란드 북부의 작은 시골마을이지만 시모의 겨울은 오후 2시를 넘기면서 어두워져 약속된 키르시(Kirsi) 부인 댁을 찾아가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동행했던 메르야 씨는 왔던 길을 몇 번이나 헤매었고, 여러 번의 통화 끝에 큰길까지 나와 기다리던 키르시 부인을 만나면서 그의 집을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키르시 부인을 따라 큰길에서 조금 들어서자 멋진 그의 집이 한눈에 들어왔다. 오후 3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지만 사방은 이미 어둠이 짙게 내려 한밤중을 연상케 했고, 그녀의 집에서 흘러나오는 조명은 눈밭에 반사되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내었다.

현관 쪽에서 본 거실
안방과 작은방. 비교적 방의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었다
안방 쪽에서 본 주방과 다이닝룸의 모습

안에 들어서자 바깥의 찬 기온과는 완전히 차단된 채 따뜻한 기운이 전해져 왔고, 전구 불빛과 홍송의 붉은 분위기까지 더해져 마음으로 느껴지는 실내 온도는 더욱더 온화했다. 크리스마스를 한 달 가까이 남겨둔 시점이었지만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창가와 집안 곳곳엔 이미 크리스마스 장식과 촛불이 눈에 띄었고, 키르시 부인은 멀리 한국에서 온 손님을 반갑게 맞아주며 손수 파이를 만들고 커피를 내었다.
  
키르시 부인 댁은 40평 규모의 단층 ‘테르모 팀버 하우스(Thermo timber house)’로 통나무 주택 회사인  ‘라포니아하우스’로부터 모델을 선택, 자재를 사서 남편 유카(Jukka) 씨와 그의 가족들이 직접 지은 집이다. 유카 씨가 건축과 유관한 직종에 종사하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대개의 핀란드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유카 씨 역시 그와 그의 가족이 주축이 되어 일부 기초와 설비에서만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이 집을 지었다고 한다. 유카 씨는 ‘라포니아하우스’의 노르디아(Nordia) 시리즈 기본 모델에 제한적이지만 자신의 생각을 조금 가미해 약간의 변형을 주어 나름대로의 독창성을 추구했다.

싱크대를 디귿 자형으로 꾸며 주방과 다이닝룸이 자연스럽게 분리되도록 했다

핀란드산 홍송으로 꾸며진 내부 벽체와 문
거실

렇게 손수 진행해 집을 짓는데 걸린 기간은 약 8주였으며 이 기간 내내 이를 즐기는 마음으로 즐겁게 집을 지었다는 게 키르시 부인의 설명이었다.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닌, 우리의 상황과 비교해 ‘즐거운 마음으로 지었다’는 표현이 구체적으로 이해되진 않았지만 결국, 이는 우리와 다른 인식이나 성향의 차이쯤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보다 놀라운 것은 아마추어 솜씨치고는 매우 깔끔하게 맞아떨어진 최종 마무리였다.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벽체 자체는 물론, 마루와 벽체가 맞닿는 부분이나 벽체와 천장이 맞닿은 부분 그리고 문틀까지, 그동안 여느 주택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던 틈새를 이곳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다. 적잖은 규모의 주택을, 그것도 가족의 힘이 주축이 되어 이만큼 완성도 높게 지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러나 이런 이방인의 적잖은 놀라움에 비해 해답은 비교적 간단했다. 이는 키르시 부인 댁의 주택 유형이 ‘테르모 팀버 하우스’라는 점 때문이었다. 메르야 씨에 따르면 사람의 손으로 현장에서 짓는 과거의 시스템보다 지금의 시스템이 더 정확하다며 이는 단순히 주택의 질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재단의 ‘부적확성’에서 오는 자재의 낭비를 줄이고, 현장에서의 공사 기간도 훨씬 단축시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작업이 공장에서 시스템화되어 있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스스로의 주택을 손수 지을 수 있고 이 같은 인식은 이미 핀란드 사람들 속에 널리 자리 잡고 있고, 실제 이를 즐긴다고 덧붙였다.

주방
욕실과 사우나실
이웃과 함께 거실에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 왼쪽이 키르시 부인이고 가운데가 그의 이웃, 그리고 오른쪽이 메르야 씨

르시 부인 댁은 현관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주방과 식탁, 그리고 그 앞으로 거실 배치되어 있었으며 그 사이엔 벽난로가 놓여 있다. 싱크대를 ‘디귿자’ 형으로 배치해 한쪽 면이 다이닝룸과 경계를 이루도록 해 자연스럽게 분리되는 효과를 거두었다. 또 주방과 거실 사이에 벽난로를 설치했는데 이 역시 거실과 주방을 자연스럽게 분리하는 효과를 거두기 위한 것으로 이해되었다. 키르시 부인 댁뿐만이 아니라 몇몇 핀란드의 일반 가정집을 방문해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은 우리나라의 벽난로가 대부분 거실의 벽체 코너 쪽에설치되는데 비해 핀란드의 벽난로는 대체로 실내 중앙쯤, 특히 거실과 주방 사이에 많이 설치되었다는 점이었다. 
  
오른쪽에 거실과 주방이 배치되어 있다면 왼쪽엔 방 3개와 욕실 사우나실, 세탁실을 겸한 다용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사우나실은 욕실의 일부에 포함돼 사우나와 샤워가 같은 장소에서 함께 진행될 수 있도록 고려됐다. 대체로 침실이 작은 반면, 거실과 주방은 비교적 넓었고 특히, 우리나라에선 ‘제3의 공간’쯤으로 취급되는 세탁실이 무척 넓고 실용적으로 꾸며져 있었으며 욕실 또한 넓은 편이었다.
  
기타 벽체 내외부와 바닥은 모두 핀란드산 홍송으로 마무리되었고, 각 방마다 천장이나 문, 창문들도 모두 홍송으로 제작되어 온통 내부는 나무색 그대로였다. 은은한 나무 향도 인상적이었다.

넓고 실용적으로 꾸며진 세탁실
주방 쪽에서 본 거실 모습으로 가운데 벽난로를 설치해 자연스럽게 분리되도록 했다

부분의 창문은 크고 시원시원하게 나 있었으며 특히, 거실 창은 더욱 그랬다. 춥고 긴 겨울을 가진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커다랗게 창문을 내었다는 점은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대해 메르야 씨는 ‘테르모 팀버 하우스’ 자체가 벽체와 창틀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열 손실을 최대한 자체적으로 커버하고 있고, 벽체의 단열성이 우수한데다 전기를 이용한 축열식 라디에이터 시스템이 매우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 테르모 팀버 하우스의 벽체 단면
기계식 통나무 주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테르 팀버 하우스’다. 모서리 부분은 통나무주택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일종의 장식으로 이 밖에도 라운드형 등 크게 4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내외장재 사이에 단열재를 충진 되고 양쪽으로 바람막이 층과 결로 및 부식 방지를 위한 통기층이 형성된다.

■ 레디 하우스의 시공 모습
테르모 팀버 하우스레디 하우스는 구조적으로 같지만, 현장에서의 시공 모습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사진은 레디 하우스의 시공 모습으로 이미 공장에서 벽체 및 공간 구성이 완료된 채 운반돼 크레인에 의해 조립, 시공된다. 다소 운반 상의 불편이 따르지만 현장에서의 시공 기간이 2주 정도로 매우 짧다는 장점이 있다.

평면도
전체적으로 방의 규모가 작은 대신 거실과 주방이 넓은 편이고, 욕실과 세탁실도 넓고 실용적으로 설계됐다.
 
단면도
일반적인 ‘라포니아하우스’의 주택 구조를 설명해주는 그림. 통나무주택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인 구조재와 벽체의 구성을 보면 일반적인 목구조 시스템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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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주택 탐방기, ‘주택은 삶의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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