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보기
 

원에 어울리는 소품을 고르는 일이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무턱대고 비싼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 전원생활 9년째에 접어든 이현주 주부는 "가격을 떠나 정원의 분위기와 생활자들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소품을 고르라"라고 조언한다. 물론 좋은 소품 선택 요령이 하루아침에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이현주 주부처럼 경험을 통해 체득하는 길밖에 없다. 갖가지 꽃들이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꽃과 정원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소품들이 아기자기한 경기도 광주 목동 이현주 주부의 정원을 경험담과 함께 소개한다.
 
·사진 이현주

해가 좋은 날이면 벤치에, 굳은 날에는 덕이나 파라솔로, 정원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오리 가족.

키우고 강아지 키우고 싶어 전원생활을 시작했지요. 아이들을 숲속에서 그리고 작은 시골 동네에서 키우고 싶어 시작한 전원생활이 올해로 벌써 9년째로 접어듭니다.
 
처음 부푼 꿈을 가득 안고 이사 와 그해 봄 정원 한번 예쁘게 가꿔보겠다고 호미도 안 들어가는 땅을 파며 속상해 울기도 많이 했었지요. 옆집 잔디는 왜 그리 푸르고 예쁘던지 허허벌판 같은 우리 마당이 언제나 저렇게 예뻐질지. 마음만 급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되도록 우리 꽃 그리고 월동이 되는 여러 해 살이로 해마다 씨 뿌리고 옮겨 심고 분가시키는 동안 이제 작은 마당엔 봄이면 깽깽이, 수선화, 앵초, 은방울꽃을 시작으로 깊은 가을 구절초까지 80여 가지의 꽃들이 피고 집니다.

주변으로 울창한 숲이 있어 마당에 키 큰 나무는 심지 않았는데 번듯한 나무 한 그루 없는 게 후회스러워 '그래도 소나무 한 그루는 심을 걸 그랬다'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그 대신 이름도 다 외울 수 없는 갖가지 꽃들이 사랑스럽게 그리고 화사하게 피고 지는 정원을 갖게 되어 그리 후회는 되지 않습니다.
  
주변의 낙엽송 숲 때문에 따로 조경을 하지 않았고 갖가지 꽃을 심고 보니 우리 마당은 '평화로운 꽃동산' 같습니다. 우리 땅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야생화를 주로 심었는데 겨울이 길고 추운 이곳에서 걱정 없이 잘 자라주니 해마다 봄이면 그 모습 다시 보며 더욱 정겹고 늘어나는 꽃을 이웃과 나누다 보면 꽃 덕분에 이웃과도 더욱 정겹습니다.

화사한 날 정원 가에 놓인 벤치에 앉아 마시는 커피 맛은 어느 커피 전문점 못이 않다.
대문 앞에서 반가운 인사 'Welcome'를 건네는 흰 철제 화분.
무성한 담쟁이 잎에 가린 나무 이정표로 철제 새집이 포인트.
현관문 앞에 달아 놓은 딸랑딸랑 오리 종.

품은 정원에 대한 저의 또 다른 애정의 표현입니다. 잘 갖추어 입고 나설 때 작은 스카프 한 장 때로 액세서리라도 달고 나면 비로소 마무리되는 것처럼. 꽃과 어울리는 소품들을 미리 구상하기도 하지만 꽃 시장이나 소품가게에 들렀다가 아 요것 가져다 놓으면 잘 어울리겠다 싶어 들여놓은 애들도 있답니다.

활용품을 이용해 아이디어를 낸 것도 있고 작은 손재주지만 직접 만들어 본 것도 있지요. 소품만 놓고 보자면 이것저것 예쁜 것이 많지만 '우리 정원에 어울리는 녀석은 어떤 것일까' 고르는 안목은 결국 시행착오로 길러지는 것 같아요. 보기에는 참 근사했는데 막상 가져다 놓으면 영~ 시원찮은 경우도 있었어요.

덱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화분들.
자갈 위에 앉혀두니 잘 어울리는 샤스타데이지 앞의 나무 도요새 한 쌍.
꽃 그림 한 줄 나무 모빌 바람에 흔들리면 가벼운 달그락 소리가 난다.
비를 맞은 윈드차임은 촉촉하다.

9년차 전원 생활자로서 한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굳이 '싼 게 비지떡'이 아니라 비싼 게 값어치를 못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겪어 왔고 보아왔다는 것입니다. 비를 맞고 눈이 쌓이고 바람이 불고 어쩔 때는 우박이 떨어지기도 하는데 이를 고스란히 받아 들어야 하는 곳이 바로 정원이랍니다. 날이 궂으면 안으로 들여놓으면 된다고요? 연차가 늘어 제법 소품이 모이면 엄두도 못 낼 일이지요.

아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시작한 정원 가꾸기. 
그간의 시행착오나 고생이 좋았고 하나하나 책 뒤져가며 아는 분께 물어가며 그렇게 느리게 배워가는 동안 늘 즐거웠습니다. 올봄 수선화가 먼저 필지 복수초가 먼저 고개를 내밀지 기다리는 마음은 처음 꽃을 심을 때처럼 설렙니다.

지난겨울에 촬영한 새집. 나무에 매달려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한겨울 온실의 꽃들이 얼지나 않을까 걱정되어 달아놓은 온도계.
비바람에 녹슬어 앤티크 느낌 나는 등불. 반드시 새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전원주택라이프 더 보기
www.countryhome.co.kr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아이들을 위해 전원생활 시작한 주부의 정원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