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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 전원주택

3대가 모여 사는 80평 2층 스틸하우스


거실은 높은 천장고와 지붕선을 따라 이색적인 서까래 처리로 단조로움에서 벗어났으며, 특히 스틸하우스의 장점인 단열효과를 잘 살려 계절별로 따뜻하고 시원하도록 했다. 주방은 거실과 현관에서 잘 보이지 않도록 설계해 음식냄새를 차단하고 지저분한 것이 보이지 않도록 했으며 주부의 편리함을 위해 ㄷ자형의 주방가구를 택했다. 2층에도 아들 내외와 손자가 거주할 것을 감안해 별도의 가족실을 꾸몄다.


고양골은 내가 태어난 마을이다. 우리 조상님들은 오백년 전 이 곳에 터를 잡았고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이 땅에서 살다 저 세상에 가셨다.
1년이 멀다하고 철새처럼 이사를 다니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50여년을 이 땅에서 살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마을은 30여 가구가 모두 초가집으로 오기종기 모여 살았다. 더욱 특이한 것은 서너 집만이 타성이고 모두가 동래 정씨로 그야말로 집성촌이었다. 옆집에 가도 아주머니 집이요. 이웃에 가도 할아버지 아저씨 집이었다. 때가 되면 아무 집에서나 밥도 먹을 수 있었고 꽤나 커서는 몇 녀석이 여가 시간을 이용하여 아저씨 집 할아버지 집에 우물을 가셔 주면 술과 밥을 생일 못지 않게 얻어먹곤 하였다.


일제 강점기 때는 우리나라 산이 모두 까까중 머리 같았지만 우리 뒷동산엔 아름드리 참나무며 소나무가 가득 차 지금껏 보존되어 있다. 어릴 때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름드리 참나무 가지에 매달린 다람쥐처럼 가지에 매달려 도토리를 무수히 털어 내곤 하였다.<중략>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더니 우리 '고양골'도 많이 변했다.
이제는 낙엽 한 삼태기를 땔 만한 아궁이도 없어졌고 뒷동산의 도토리는 누가 다 주워 가는지 구경한 지가 오래다. 아늑하던 초가집은 온데간데없고 옛날 집이 헐리고 새 집이 마구 들어선다.


땅 한 치에도 눈에 불을 켜고 이해 다툼이 생기는가하면 한 겨울이 다 되어도 고사 떡 구경을 못해 본지가 꽤나 오래다. 우리 어머니는 지금도 고사를 언제 하냐고 성화가 대단하시다.
우리 아이들은 고사떡을 돌리지 않아도 되리만큼 인심이 많이 달라졌다. 동네 사람이 누구인지 조차 모르고 사니 말이다.
어느 할아버지가 "지금 젊은 사람들은 옛날 우리네 마음 같잖여"하시던 말씀이 두고두고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저 삶에 찌들고 삭막해진 마음들에 아늑하고 단란했던 어린 시절 '고양골'의 훈훈한 봄바람을 되찾게 할 수는 없을까.

<정규호 수필집 ‘추억은 잠들지 않는다’ 중에서>

정규호씨는 누대째 이 곳 고양골에서 살고 있다. 이제는 도로가 뚫리고 주변으로 아파트 단지와 상가가 들어서 좀처럼 옛 정취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화서동에 속한다. 이 터에도 초가의 흔적 대신 이제는 현대식 예쁜 주택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정규호씨는 얼마전 슬라브집을 헐고 새 집을 지었다. 아이들이 장성해 출가를 하고 손자 손녀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니 50여평에 이르던 슬라브집이 비좁게 느껴졌다. 원체 튼튼히 지어 좀 더 쓸만했으나 가족들이 모두 모이면 불편할 정도여서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건축은 포스홈에 의뢰해 지난해 8월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연 건평 80평으로 1층이 45평, 2층이 32평, 지하가 3평이다. 1층 구조는 방 2개, 거실, 주방, 식당, 다용도실, 드레스룸 등으로 정규호씨 내외가 생활한다. 아들 내외가 거주하는 2층은 방 3개, 거실, 드레스룸, 화장실 등으로 구성됐다.

시공사인 포스홈측은 이 집에 대해 건축주의 소박한 심성과 취미 생활, 그리고 3대가 함께 생활하는 점을 감안, 유기적인 공간이 창출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건물을 남향으로 배치해 전면에는 정원과 연못을 조성하고 후면에는 텃밭을 조성해 아파트와 상가가 밀집된 공간에서 전원 속의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 구성원의 사생활 및 채광을 보장하고 각각의 공용 공간에는 예술품을 전시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거실은 높은 천장고와 지붕선을 따라 이색적인 서까래 처리로 단조로움에서 벗어났으며, 특히 스틸하우스의 장점인 단열효과를 잘 살려 계절별로 따뜻하고 시원하도록 했다. 주방은 거실과 현관에서 잘 보이지 않도록 설계해 음식냄새를 차단하고 지저분한 것이 보이지 않도록 했으며 주부의 편리함을 위해 ㄷ자형의 주방가구를 택했다. 2층에도 아들 내외와 손자가 거주할 것을 감안해 별도의 가족실을 꾸몄다.

넓은 대지 위에 건물을 가운데에 배치하고 정면에는 연못과 함께 정서적으로도 안정이 될 만큼 조경에도 힘썼다. 대문에서 주택의 현관까지 걸어가는 길도 아기자기하다. 4개월간 진행된 공사는 12월이 되서야 완공됐다. 지난 주말에는 온 가족이 모였다. 새집을 짓고 처음으로 모인 날이었다. 집이 넓어졌으니 모두들 좋아했다. 특히 손자손녀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마당 이 곳 저 곳을 뛰어 다니며 즐거워했다.

정규호씨의 마음이 흐뭇할 따름이다. 새로 짓기를 잘했다는 생각이다. 봄이 오면 정원을 손실하고 집 뒤쪽으로는 텃밭도 가꿀 참이다. 부지런히 가꾼다면 유월쯤엔 개구리와 메뚜기가 뛰어 놀고 새도 날아들 것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손자손녀에게 선물할 수 있으리란 기대도 해 본다. 봄내 할아버지의 손끝이 더욱 바빠질 것 같다.

글·사진 류재청

인테리어 포인트/김영근(포스홈 고문)
품위 있고 단아한 내부공간 되도록 디자인

살아가면서 싫증이 나지 않고, 보면 볼수록 은근히 다가오는 친밀감 있는 내부 공간을 추구했다. 세대를 이어 뿌리를 지키며 살고 있는 건축주의 이미지를 살려 요란하거나 천박스럽지 않은 단아한 내부공간이 되도록 디자인했다. 화려하고 장식적인 요소들을 배제하고 천장고를 최대한 확보하여 주택이 지니는 중후함이 나타나도록 했다. 몰딩이나 문선들도 체리 원목에 붉은 기운이 도는 채색으로 품위 있게 장식했다. 다만 계단의 난간이나 문선들의 디테일은 흔치 않은 형태로 디자인하여 단조롭고 심플한 전체적인 분위기를 탈피하고자 했다. 대체로 중후함, 편안함, 안정감이란 기본 컨셉에 충실하였고,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컬러나 모양으로 이를 피해 나갔다.

건축정보
위치: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화서동(고양골)
부지면적: 대지 3백40평
지역지구 및 용도: 일반거주지역내 단독주택
건축공사기간: 99년 8월~ 12월
건평: 80.56평(1층 45.26평, 2층 31.89평, 지하 3.41평)
실내구조: 1층 방 2개, 거실, 주방, 식당, 다용도실, 드레스룸, 화장실
2층 방 3개, 거실, 드레스룸, 화장실
지하층 보일러실
방위: 남향
건축비: 평당 5백50만원(조경 및 담장 포함)
건물형태: 2층 스틸하우스
구조체: 경량철골조
벽체구조: OSB 합판
내벽마감: 핸디코트 및 실크벽지
외벽마감: 드라이비트 및 하디사이딩
단열재: 아크실(글라스울을 고압으로 충진)
지붕마감: 천연슬레이트
바닥재: 온돌마루(체리목)
난방형태: 기름보일러
식수공급:상수도
주변 환경: 아파트 및 상가 밀집한 일반주거지역.

■ 설계 및 시공: 포스홈(02-596-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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