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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에 ‘산마루마을’이라는 전원마을이 있다. 박태원(43세) 씨 가족이 이곳에 자리 잡은 지 올해로 3년째 접어들었다. 건축주는 오래 전부터 전원생활을 꿈꿔왔다고 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그냥 시골에서 살고 싶었다는 것. 특히 그의 자녀들 만큼은 서울에 있는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았다고. 그래서 96년부터 전원생활을 시작할 마땅한 터를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99년 직원 소개로 이곳을 알게 됐는데, 건축주가 생각하고 있었던 땅과 딱 맞아떨어졌다는 것. 남향이고 조망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으면서 시원스러운 곳 그리고 출퇴근 거리가 용이한 곳.

이곳이 바로 그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곧바로 평당 54만 원에 350평의 땅을 구입하고, 본격적으로 전원주택을 지을 준비에 들어갔다.

유지보수 걱정 없는 구조로 선택

이곳은 원래 몇몇 지인(知人)이 모여 동호인 단지로 조성하기 위해 부지를 구입했던 곳이다. 그 중 일부 사람들이 빠져나오면서 생긴 필지 중 일부를 건축주가 구입한 것인데, 부지를 구입할 당시 건축 시공사나 구조도 계약에 포함돼 있었단다.

하지만 건축주는 주변에서 집을 짓고 있는 것을 보니 스틸하우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또 지어 놓은 집도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이곳은 원래 평당 250만 원의 스틸하우스로 계약이 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옵션이 붙으면서 단가는 계속 올라갔고, 또 이 지역과 스틸구조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차라리 계약금 3000만 원을 포기하더라도 집은 주변 환경에 어울리도록 제대로 지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설계와 감리는 설계사에 맡기고, 시공은 직접 하기로 한 것입니다.”

건축주 가족은 집 짓기 전에 인근 강변에서 1년 동안 전세로 생활했다. 미리 전원생활도 경험해 보고 집 지을 준비도 하기 위해서였다.

집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결정했다. 요즘 황토나 나무집을 많이 짓고 있는 추세지만 추후 유지보수 등을 염려해서 튼튼한 구조로 선택했다고.

하지만 마감할 때는 나무와 흙을 최대한 많이 사용하고, 가급적 화학처리 된 자재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공사는 2001년 8월 시작하여 2002년 1월 완공과 동시에 입주했다.

주변 환경과 특성을 고려해 설계

매곡산 자락에 위치한 이 집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앞으로는 마을 전체와 논, 도로, 내(川)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형적인 배산임수형의 지형을 가지고 있다. 정원은 뒷산과 이어지는 능선과 맞닿아 있어 집에서 곧바로 산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이 집은 여느 집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집의 모양새가 ‘T’자 형의 특이한 형태로 돼 있고, 또 정원을 공용정원과 가족정원으로 분리시켜 놓았다는 점이다.

도로와 연결되는 출입구 쪽 정원은 마을 주민과 공유하는 공간이고, 외부인의 시선을 전혀 받지 않는 집 뒤 쪽의 정원은 가족들을 위한 공간, 즉 프라이빗 가든(Private Garden)으로 활용하도록 한 것이다.

집 외관은 도로와 만나는 서쪽과 북쪽 부분에 노출콘크리트 벽체를 구성하여 거칠면서도 강해 보인다. 이에 대해 이 집을 설계한 신영건축사 설계사무소 최길찬 소장은 “비닐 사이딩 위주의 스틸하우스 단지에 거친 맛을 주면서도 자칫 산의 가파른 기세에 눌릴 수 있음을 감안해 집의 기운을 강하게 하였다”고 설명한다.

외부 마감은 부드러운 살색톤의 파벽돌을 사용하여 노출콘크리트의 거침에 조화를 이루도록 했고, 산의 능선과 거의 같은 각도로 내려오는 거실의 곡선 지붕에는 동판각재 심기를 하여 벽돌과 노출콘크리트 그리고 동판의 어우러짐을 보고자 하였다.

가족 구성원에 맞도록 공간 배치

이 집에는 건축주 내외와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준영(8세)과 성민(6세) 막내 딸 경민(3세) 그리고 건축주의 어머니 이렇게 3세대 6인 가족이 생활하고 있다.

실내구조는 1층은 주방과 거실, 공용욕실 그리고 건축주의 어머니 방을 두었고, 2층은 부부침실과 아이들 방, 서재로 구성돼 있다. 주인침실(Master Zone)이 2개인 셈인데 하나는 건축주의 노모를 위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주인세대를 위한 공간이다.

노모방의 위치는 거실이나 식당과 가능하면 떨어져 있으되 반 독립적 공간을 주고자 하여 ‘T’자형 평면의 중정 그리고 가족정원 모퉁이에 설치된 정자 쪽을 바라보는 남향으로 배치를 하였다.

1층에는 화장실을 1개만 두되 노모 전용으로도 사용하고 때론 가족이나 손님을 위한 공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모 방 바로 옆에 설치했다. 1층 계단 밑의 창고는 복도의 답답함을 줄이기 위해 벽 쪽으로 붙여 놓았다.

거실은 ‘T’형 평면 중 가장 앞으로 돌출되어 있는데 좌우로 큰 정원을 두고 있다. 여름철 뜨거운 햇볕이 내리쫴도 오른쪽 거실 창에는 커튼을 치지 않아도 된다. 또 거실 오른 쪽 창을 통해서는 가족정원과 만나고, 앞으로는 마을과 건너편 산의 조망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2층 부부침실은 1층 노모방과 수직적으로 같은 위치에 배치하였고, 아이들 방과 서재는 조금 긴 형태로 만들어 가구나 책상 배치가 용이하도록 하였다. 집의 가운데에 위치한 서재는 채광성을 높이기 위하여 천창을 두었다.

이 집은 6식구 3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전원주택으로 각각의 독립성 보장과 서로의 간섭(관심)이 적절한 곳에서 일어나도록 배치를 한 점이 돋보인다.

전원생활을 하면서…
가족 모두가 이곳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 이곳에 오기 전 건축주의 어머니는 반대했다고 한다. 교통이 불편하고, 친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금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지만 정원과 텃밭가꾸기 등 이리 저리 할 일이 많다 보니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서 그럴 겨를이 없다고. 또 초창기에는 지역 원주민과 마찰도 많았다는 것. 하지만 이제는 이주민이 54퍼센트나 될 정도이다 보니 그러한 일은 없고, 2000명 정도 되는 문호리 주민간에는 서로를 다 알고 지낼 정도로 커뮤니티가 잘 되고 있단다.

한편으로 건축주는 창고나 다용도실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고 한다. 이에 앞으로 전원생활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한다.

우선 그 지역에서 살아보라는 것. 그리고 돈이 들더라도 집 설계는 제대로 할 것, 또 설계사가 반드시 시공과정을 감독하도록 할 것. 조경은 단기간에 한번에 다 처리하지 말고 중장기 계획으로 세울 것. 땅은 좀 넓게 구입할 것. 그리고 반드시 창고를 설치할 것 등이다. 田

■ 글 박창배 기자 / 사진 조영옥 기자

■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건축구조 : 철근콘크리트
·건축평수 : 62평 (1층 38평, 2층 24평)
·실내구조 : 1층(거실 + 주방 + 방 + 욕실 + 다용도실)
2층(거실+방 3 + 욕실)
·대지면적 : 350평
·외벽마감 : 파벽돌 + 노출 콘크리트
·지붕마감 : 동판각재 심기 + 슁글
·내벽마감 : 황토미장 + 한지벽지
·천장마감 : 한지벽지
·창 호 재 : 시스템창호(LG 하이새시 + 이건)
·단 열 재 : EPS(압축스티로폼)
·난방형태 : 심야전기 온수파이프 난방
·바닥마감 : 온돌마루(메이폴) + 방(한지장판)
·건 축 비 : 약 2억5000만 원 (평당 400만 원)
·시공기간 : 2001년 8월~2003년 1월

■ 설계·감리 : 신영건축사사무소 02)592-0494 Daum카페 “최길찬의 전원주택따라잡기”
■ 시공 : 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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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환경의 특성을 고려해 지은, 양평 62평 2층 철근콘크리트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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