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번째 생일을 맞은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이 집은 당신 생일선물이야"라는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아내에게는 우스갯소리인 줄 알면서도 오랜 주말부부 생활로 고단했을 자신에게 "그동안 수고 했어"라는 말 같아 남편의 지나가는 한 마디가 왠지 모를 위안이 됐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공사가 시작됐다. 더러는 집 지으면 10년이 늙는다는데, 건축주 부부는 집 덕분에 대화가 늘었고 아이들은 동화책에서만 보던 궁궐 같은 집이라며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하고 이젠 가족처럼 지내는 시공사 직원들, 사람도 얻었다.
글 사진 전원주택라이프 편집부
경기 의왕시 청계지구는 용적률 최대 100% 활용 가능 지역으로 택지 개발 지구 특성상 협소한 부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구획할 수 있도록 규제를 느슨히 했다. 고도 제한도 엄격하지 않아 제법 규모가 큰 각양각색의 주택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때문에 건축주 부부 집도 설계하는 데만 2개월가량 소요됐다. 처음 가설계한 집의 외관이 완공된 옆집에 비해 너무 왜소해 조화롭지 못해 보였던 것이다. 결국 집 짓는 계획을 전부 백지상태로 돌렸고 부부가 설계에 적극 참여해 지금 집이 완성됐다.
"복잡한 과정이었지만 저는 이 모든 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설계할 때 골치는 아팠어도 그 나름대로 재미있더라고요. 그리고 아마 결혼한 이래 이렇게 남편과 많은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을 거예요. 사소한 의견 차이로 티격태격하면서도 대화로 풀어나가니 집 지으면서 오히려 부부 사이가 너무 돈독해졌답니다."
아내는 지난 5개월간 집 공사가 해치워버려야 하는 짐스러운 일이 아닌 일상에 활기를 북돋아 준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견고한 자재 입히고 창문으로 꾸민 외관
건물은 미니멀리즘이 무엇인지 한눈에 보여준다. 외관은 직선적이고 단순하게 꾸며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했고 기다란 장방형 창과 작은 정방형 창으로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외벽에 간결한 포인트를 줬다.
지붕선 또한 입체감을 살리기보다 단순하게 평지붕 위 경사가 한쪽 아래로 흐르도록 해 모던한 외형미를 부각시켰다.
외벽은 일본 브랜드인 KMEW 자재로 마감했는데 이 씨는 경기 용인시 동백지구 한 집에서 이를 시공한 것을 보고 별다른 고민 없이 우리 집도 KMEW로 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경기 용인시 동백지구를 많이 둘러봤는데 KMEW 마감한 집이 제일 마음에 들더라고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자재라 흔하지 않아 좋고요. 이 단지 내에서도 KMEW 외벽 마감은 우리 집이 유일해요. 또 외부와 바로 닿는 곳이라 사후관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30년 내구성과 지속성이 보증돼 변색되거나 오염되지 않는다니 비용은 조금 더 들었어도 아주 만족스러워요."
벽을 활용한 실용적 인테리어
내부에서 가장 포인트가 되는 부분은 거실. 이 집은 특이하게 거실에서 2층으로 오르는 계단실 앞에 칸막이벽을 시공했다. 이는 아내가 요구한 사항으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모습이 거실에서 훤히 보여 산만함을 차단하는 용도다.
"이렇게 멋진 벽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시공사에서 아트월로 꾸미고 양 끝엔 인테리어 소품을 놓을 수 있도록 빌트인 선반을 만들어 주셨어요. 벽이 없었더라면 거실이 조금 더 넓어질 수 있었겠지만 특색 없는 집이 됐을 것 같아요. 이 벽이 포인트 역할도 하고 아트월 덕분에 화사해 보이기도 하니 남편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밀어붙이길 잘했다 싶어요."
칸막이벽 외에도 이 집에는 곳곳에 벽을 활용해 갖가지 소품을 놓을 수 있는 선반과 빌트인 책장을 만들었다. 이로써 가구를 최소화하고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방은 총 4개를 드렸는데 1층에 안방을, 2층에 자녀 방과 서재를 둬 부부와 자녀 사이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도록 했다. 2층은 복도를 따라 세 개의 방을 나란히 배치했다. 그리고 3층에 다락방을 만들었는데 건축 면적을 고려해 지붕선을 한쪽 아래로 흐르게 만들어 외부에서 보면 집 전체적인 모양이 사다리꼴을 형성한다.
"이 잔디는 먼 훗날 너희 자녀가 뛰어놀 때 넘어지지 말라고 입히는 거야." 25년 전 아내가 처음 부모님 손에 이끌려 전원생활을 시작할 때 아버지가 일손 거들기를 설득하며 한 말이다. 그리고 한참 과거가 된 이 일은 이 씨에게 애틋한 가족애를 일으키는 한 장면으로 깊이 각인됐다. 이 씨는 이런 진한 가족애를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전해 줄 생각이다. 조그마한 정원이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에 의해 풍성해지기를 고대하는 아내는 한 뼘씩 자라는 수목처럼 아이들도 자연과 함께하는 경험을 자양분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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