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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집 안에 연못을 두지 않았다. 다만 양반집 고풍스러운 정자 아래 연못이 있거나 풍수를 고려해 연못을 두는 경우는 있었다. 화재를 막기 위해 연못을 만들었던 사례도 종종 보인다.
 
이에 반해 일반 서민들은 풍류를 즐길 만한 여유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집에 물이 나거나 습한 곳이 있는 것을 경계해 연못을 두지 않았다. 특히 어른들이 모두 농사 일이나 업에 종사해야 했기에 어린아이들의 안전사고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진 전원주택라이프DB

심에서 벗어나 전원을 찾는 이들은 주변 조건을 이용해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한편에 작은 연못을 마련한다. 옛 어른들의 생활이나 정취가 농사를 중심으로 한 공동 저수지나 우물터 등 자연과 이웃으로 열려 있었다면, 현대인들은 자신의 집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개별화가 심화된 결과로도 볼 수 있지만 다른 의미에서 자연과 친화하고픈 갈망이 담겨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내 집에 손수 자그마한 연못을 만들어 꽃과 어울리고 고기가 노니는 풍경, 그 추억을 아이들에게 남기고픈 부모 된 마음으로 봄날 가족과 함께 만드는 연못은 분명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건수가 많은 곳의 연못 만들기
기존 마을이 있거나 조성된 단지가 아니라면 산자락 끝이나 산자락 아래의 논, 밭을 택지로 전용하게 되는데 지반이 암반인 땅이면 빗물이 땅속으로 스미지 않고 겉흙으로 돌게 된다. 이를 건수라 한다. 산자락 아래일 경우 산에서 흐르는 물줄기, 주변 논이나 계곡, 자연 연못(논에 물을 대는 곳) 등에서 마당 어느 한쪽으로 물이 배어 나오기도 한다. 이러할 때 물이 나는 곳을 파 주변 물을 한곳으로 모은 후 배출 장치를 설치하면 연못을 만들 수 있다.

호수로 연결된 물이 낙차를 두고 떨어지도록 단을 만들면 훌륭한 연못이 탄생한다.

(1) 산자락에서 물이 흐르는 경우
물이 나는 자리를 파고 작은 돌을 층층이 쌓아 올린 후 20㎜ 정도 엑셀 파이프나 호수로 배출관을 고정한다. 두꺼운 비닐이나 방수포로 덮고 돌무더기로 모양을 내고 그 위에 흙을 채운 후 꽃나무나 잔디로 마감한다.
 
호수로 연결된 물을 햇빛 잘 드는 마당 한 편을 연못 자리로 연결해 낙차를 두고 물이 떨어지도록 단을 만든다. 지형에 따라 단을 2단, 3단으로 하면 작은 폭포처럼 운치를 낼 수 있다.
 
굵은 자연목을 반으로 잘라 가운데 홈을 파 길게 물이 흐르도록 하는 것도 연못 멋을 내는 한 방법이다. 물 받는 연못은 공간 크기에 따라 다르고 가꾸기 나름이다. 너무 깊지 않게 2자(60㎝) 정도 땅을 파고 잔돌로 다진 후 모래와 흙을 섞어 다진다.
 
그리고 연못물이 마당이나 주택으로 스미지 않도록 굵은 비닐이나 방수포로 연못 바닥과 벽 전체를 두른다. 그 안으로 시멘트를 약간 섞은 황토 반죽을 바르고 막돌이나 호박돌(강돌), 적벽돌 등으로 모양을 내 연못 형태를 만든 후 물이 일정 높이에서 배출되도록 100㎜ PVC 파이프를 배수관으로 연결하고 텃밭 도랑이나 우수 맨홀로 배수관을 뺀다. 물을 울타리 주변으로 돌려 자연배수 시키는 것도 한방법이다. 중간에 작은 연못을 만들어 연결할 수도 있다.

잔돌과 모래 등으로 땅을 다진 후 방수포로 연못 전체를 감싸는 모습.

(2) 바닥에서 물이 나는 경우
물이 나오는 터라면 구덩이를 깊게 파 주변 물을 모은다. 건수가 충분히 모이도록 깊이 1m, 폭 1m 정도로 구덩이를 만든다. 이때 안정성을 고려해 직각이 아닌 2~3층의 작은 단을 준다.
 
연못으로 사용할 공간은 크기에 따라 규모를 정하되 깊이는 2자(60㎝) 정도로 하고 깊은 구덩이 쪽은 큰 돌, 작은 돌로 메워 연못 높이보다 약간 깊게 맞춘다. 건수를 모아 위로 올리기 위함이다. 연못을 깊게 만들고 싶다 해도 1m 이상 넘지 말아야 한다. 이때도 물을 가두는 높이는 2자 정도로 해야 어린이 안전사고를 대비할 수 있다. 연못 바닥은 꼭 수평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 한두 곳은 깊게 해 고기가 수면을 취할 수 있는 공간(큰 돌로 높이 조절)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건수가 나는 곳은 방수를 하지 않고 구덩이로 물이 모이는 자연법칙을 활용해 정원석(자연석)으로 연못 모양을 만드는 것이 좋다.
 
장비 없이 가족이 힘을 모아 연못을 만든다면 중간 크기 돌(사람이 들 수 있는 정도)로 귀를 맞춰 쌓으면 된다. 이때 돌과 돌 사이는 잔돌로 채우고 연못 바깥쪽은 된 흙 반죽으로 채워 돌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한다. 물이 차 배출되는 배수 파이프를 설치하고 고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가는 망으로 막는다. 배수 파이프는 'ㅡ'자가 아닌 'ㄱ' 자로 한 번 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연못에는 자연과 친화하고픈 현대인들의 갈망이 담겨 있다.

조경(정원)을 위한 작은 연못 만들기
조경(정원)을 위한 연못이라면 우선 물을 공급하는 수도 라인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햇빛 잘 들고 가족 공간으로 삼기 좋은 곳이어야 한다. 외부 수도가 있다면 그 주변에 연못을 만드는 것이 수월하다. 이때 연못 모양을 집, 마당과 어울리도록 디자인한다. 코너인가, 마당 한가운데인가, 원두막이나 정자 근처인가에 따라 모양을 달리한다. 대지 경계 한쪽 구석이라면 모퉁이가 각지지 않은 삼각형 형태가, 마당 한가운데라면 원형이나 타원형이 좋다. 정자나 원두막 주변이라면 정자나 원두막 크기 두 배 정도로 하고 기둥 한편을 감싸는 형태로 모양을 낸다.

물고기를 키울 때는 배수 파이프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가는 망을 설치한다.

붕어나 금붕어 등 고기를 키우는 연못이기보다는 연꽃이나 수초, 작은 물고기(민물고기)를 키우는 깊지 않은 연못이 알맞다(물이 깊지 않으면 겨울에 연못 전체가 얼어 물고기가 살 수 없다. 따라서 겨울에는 물을 빼는 것이 좋다). 2자 정도 땅을 파고 잔돌과 모래 등으로 땅을 다진 후 굵은 비닐이나 방수포로 연못 전체를 감싼다. 막돌이나 호박돌, 강돌 등을 시멘트를 섞은 황토 모르타르 반죽과 함께 쌓은 후 뒤에서 비닐을 감아 뒤채움을 잘해 준다. 연못 바닥은 굵은 모래와 황토를 섞어 5~10㎝ 채우고 그 위로 작은 자갈(콩자갈)을 다시 5㎝ 정도 덮는다. 물을 가두는 높이는 30~45㎝로 하고 중간에 큰 돌로 모양을 내거나 나무뿌리, 굵은 참나무 토막 등으로 포인트를 주면 그럴싸한 연못이 탄생한다.

깊게 만들고 싶다 해도 1m 이상을 넘지 말아야 어린이 안전사고를 대비할 수 있다.

주변은 폭 2자 정도로 자갈을 깔거나 나무토막 등으로 화단을 만들어 꽃밭과 어울리도록 하는 방식도 있다. 중간중간에 나무 의자를 두면 쉼터가 된다. 인입하는 수도는 돌탑 형태로 모양을 내거나 굵은 나무에 홈을 내어 수도 파이프를 숨기면 운치를 높일 수 있다. 배수는 65㎜ PVC 파이프로 'ㄱ'자 형태 배수관을 만들어 텃밭 고랑이나 맨홀로 연결하면 된다. 보다 간단히 연못을 만드는 방법은 큰 플라스틱 함지박을 땅에 묻어 연못 형태를 갖추는 것이다. 큰 것, 작은 것, 중간 것을 연결해 작은 연못들이 올망졸망 어울리는 형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글 이동일   
글쓴이 이동일 님은  (주)행인흙건축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사)전원생활협회 이사, 수필가로 활동 중입니다. 저서로 <새집 줄게 흙 집 다오> <황토집 바로 짓기>등이 있습니다. 집은 모름지기 건축주와 시공사, 현장 일꾼이 함께 짓는 공동 작품임을 강조하며 40여 동의 현대 한옥 현대 흙집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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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친화하고픈 갈망을 담은 내 손으로 연못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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