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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는 자연 그대로의 바위를 정원에 적절히 배치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살펴보았다. 여기에서는 왜 바위나 돌을 정원으로 들여오게 됐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예로부터 한국의 정원은 자연을 존중하며, 인위적인 기교를 많이 쓰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자연미를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자연을 집 안으로 들여오는 것 자체가 인위적이긴 하지만 그 이상의 가공은 하지 않는 한국 정원의 특성을 살펴본다.

둔덕 중심부에는 소나무들이 있고, 그 주변에는 불로초들이 자라며 사슴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 둔덕 너머에는 여러 산봉우리들이 짙은 오색구름 사이로 드러나 있다.

구름 사이에는 붉은 해가 빛나고 있으며, 그 구름 사이로 학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오른편에는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과 주변의 기암괴석들 사이에 복숭아나무가 보이고, 왼편에는 거북이를 비롯한 수중생물들이 보인다.

이 풍경의 전체적인 느낌은 화려한 색채와 소재들로 신비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이상은 십장생도(十長生圖)에 대한 설명이다.

십장생도는 상상의 선계(仙界)를 형상화한 것으로, 생명이 장구하다는 해·산·물·돌·구름·소나무·불로초·거북·학·사슴 등 열 가지의 장생물(長生物)을 소재로 한 그림이다. 주로 상류계층의 세화(歲畵)와 오래 살기를 기원하는 축수용(祝壽用) 그림으로 제작됐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림만으로 이러한 것들을 기원하는데 부족함을 느끼고, 직접 자연을 집안으로 들여놓기 시작했다.

※ 자연 그대로를 옮겨와

그림 속의 장생물이 모두 소중한 뜻을 담고 있다고는 해도, 그 모든 것을 집안으로 들이지는 못했다. 해, 달, 구름, 학 등은 그 누구도 손을 써 옮길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소나무, 돌, 물 등을 들여오기 시작했고, 지금의 현대식 정원에서도 그 모양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는 수목을 심어 그늘을 만들고, 돌과 함께 다양한 식물을 조화시켰으며 앞개울의 물을 끌어와 연못을 만들고, 뒷산의 새소리 등을 벗삼아 자연을 가까이 즐겼다. 하지만 이를 즐기는 데에도 기본 원칙이 있었다.

자연 그대로의 형상을 헤치지 않고, 최대한 인공적인 것을 포함하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을 감상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기본 원칙들이 한국 정원의 특성으로 자리잡게 됐다.

※ 바위의 굳은 의지를 닮고자

다양한 장생물 중에 특히 바위(돌)는 물과 함께 수석(壽石)으로 일컬어지면서 자연 풍치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변함 없이 흐르는 물도 그렇겠지만, 사람들은 그 중에 바위의 굳은 견고함과 불변의 의지를 닮고 싶어했다. 우리나라의 고궁이나 전통 가옥의 정원에서도 산석이나 수석, 괴석 등을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자연 속에 놓여진 바위를 그대로 마당이나 정원에 들여와 매일 바라보며 굳은 절개를 배우고자 한 것은 현대에까지 이어져 '바위처럼'이란 노래에서도 바위의 변함 없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바위처럼 살아가 보자 모진 비바람이 몰아친대도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살자꾸나…"
-바위처럼 노랫말 중

※ 정원석에 잘 어울리는 식물

굳은 의지의 바위를 들여놓고 그 뜻을 새기는 것도 좋지만, 바위 하나로 정원을 가득 채울 수는 없는 일이다. 바위의 자연스러운 모양을 살리고, 초록의 잎이 조화를 잘 이룬다면 굳이 먼 산을 찾지 않아도 숲속의 자연을 더욱 가까이서 느낄 수 있을 텐데…

바위의 웅장함을 가리지 않고, 낮은 키로 잘 조화를 이루는 식물에는 크게 다육식물과 고산식물이 있다. 이들 식물의 큰 특징은 장기간 수분이 적은 지역에서 자생하면서, 오랜 건조에 강하고 줄기나 잎에 다량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다육식물에는 선인장과, 초롱꽃과, 석류풀과, 돌나물과 등이 있으며, 우리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선인장도 대부분 이들 식물에 속한다.

고산식물은 해발 2500미터 이상 되는 곳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이 같은 고지대는 1년에 절반 이상이 빙설과 매서운 추위가 계속된다.

짧은 여름철에는 자외선이 강해 이들 식물 내에 있는 수분의 증발이 빨리 되는 편이어서 대부분의 식물은 그 크기가 왜소하며, 생장이 느린 것이 특징이다.

고산식물의 종류로는 바람꽃, 돌매화나무, 월귤나무, 애기금매화 등이 있으며 생장이 느려 바위의 멋진 자태를 방해하지 않고 조화를 잘 이루게 된다.田

■ 글 조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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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Garden②] 자연을 끌어들여 심성을 다듬는, 바위정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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