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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가 사는 주택은 건물 입구 야생화 분재원이 압권이다.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옮긴 것도 야생화 때문이라니 주인의 야생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은 분명하다. 72일간의 시공 과정을 거쳐 입주 후 만든 암석원에는 제주돌과 오색기린초가 앳된 얼굴로 객을 반기고 23여 년 전 세촉으로 시작해 이제 여러 뿌리 번식한 둥글레는 터줏대감처럼 온실 한자리를 차지한다. 야생화 덕분에 건강을 되찾았다는 건축주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원예치료사로도 활동 중이고 이곳에서 야생화 분재 교육도 진행한다. 야생화가 집 앞을 장식해 아름다운 암사동 목조주택을 구경해보자.
 
글 사진 전원주택라이프 편집부

건축정보
위치 서울 강동구 암사동
대지면적 356.4㎡(108.0평)
연면적 273.9㎡(83.0평)
건축형태 복층 경량 목구조
외벽재 CRC보드, 적삼목 사이딩
내벽재 친환경 페인트
바닥재 강화마루
난방형태 도시가스 보일러
식수공급 상수도
설계 및 시공 사람과 집

맏언니와 막내 여동생이 다정하게 분재를 돌보고 있다. 자라면서 한 번도 다툰 적이 없고 가정을 이루고 나서도 가정 내 다툼이 없다는 보기 드문 화목한 집안이다.

원주택의 사전적 의미는 농경지나 녹지가 있어 시골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교외에 지은 주택이다. 사실 서울은 어느 한 곳 붐비지 않은 곳이 없어 전원주택지와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이 곳은 서울시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 시범사업에서 휴먼타운(Human Town)으로 선정되어 저층 주거지 정비 활성화 모델이 된 곳이다. 

서울휴먼타운은 녹지가 보장되고 골목에는 높은 담장이 사라지며 주차된 자동차가 없어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한다. 휴먼타운은 아파트 위주의 주택 공급으로 저층 주택이 사라지는 양상에 서울시가 제동을 걸어 저층 주택으로 이뤄진 기존 마을을 쾌적한 주거환경으로 개선하고 보존하자는 취지에서 생겨났다.
 
"서울 시내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 줄 몰랐어요. 전원주택지를 물색하다 여기 처음 오게 됐는데 첫눈에 반해 이곳으로 정했어요"

자매는 점(서원)마을 외에 애초 종로 부암동과 양평을 고려했다. 부암동은 시내 접근성에서 만족스러웠으나 마을이 경사가 심한 것이 꺼려졌고 양평은 자연환경이 전원주택지로 좋으나 막냇동생 아들이 아직 고등학생이라 당장 교육 문제로 선뜻 나설 수 없었다.
  
단독주택 160여 동이 모여있는 점(서원)마을의 입지 특징은 교통이 편리하고 코앞으로 일자산 자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도심의 소음과 공해를 완벽하게 차단한다. 주변 꽤 넓은 면적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임야나 전답 형태로 녹지가 보존돼 있고 건축물도 저층이다. 불과 1.5㎞ 떨어진 위치에 조성된 6000년 전 생활상을 재현한 선사유적지와 공원도 있다. 

주택 실내의 하이라이트 공간이다. 두 가구가 함께 사용하는 주방/식당으로 2층보다 단을 낮추어 1층에서도 접근이 편리하도록 했다. 두 가족의 주방/식당을 하나로 압축함으로써 1, 2층 공간 절약도 됐다.
1층 거실. 천장에 마이너스 디자인을 적용한 조명 설치로 심플함을 연출한다.
주방/식당과 2층 거실 사이 전이 공간. 동생은 곳에서 바깥을 내다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고.
2층 안방. 수면 위주의 침실이므로 채광 확보보다 아늑함 연출에 무게를 두었다. 창의 위치가 눈에 띄는데 코너 쪽으로 몰아 두 면에 창을 설치하고 외부로 바로 드나들 수 있도록 유리 분합문을 설치했다.

야생화 자리 찾아 전원주택으로 온 두 자매
두 자매의 전원주택 마련은 언니의 야생화 사랑에서 출발한다. 서울 광장동 아파트에서 이웃하며 살던 언니네 4식구와 동생네 3식구는 야생화 분재로 인해 전원주택에서 한 가족을 이뤘다. 건축주는 20여 년째 취미로 가꿔온 야생화 분재가 베란다를 가득 넘쳐나 둘 데를 걱정하자 이를 본 동생이 "우리 아파트 팔고 전원주택에 합쳐서 살까?"하고 제안한 것이다. 건축 설계부터 시공까지 두 자매 주도로 착착 진행됐고 다른 식구들은 가족회의를 통해 의견을 나누고 모든 건축 과정을 두 사람에게 맡겼다.
 
고등학교 상업 교사였던 건축주는 건강 악화로 40대 중반 교단을 내려와 몸을 돌봐야 했다.
 
"어릴 적부터 워낙 꽃을 좋아해서 그전에도 야생화 취미가 있었지만 예상보다 이른 은퇴 후 본격적으로 했어요. 꽃을 심으면서 자연히 흙을 만지고 일광욕을 자주 하게 되고, 한곳에 심취하다 보니 자연 치유가 된 것 같아요. 3~4년 전부터 서서히 건강이 좋아지기 시작해 지금은 95% 회복됐답니다."
 
백경 야생화 갤러리라고 이름 붙인 분재원도 건축면적에 포함해 건물 1층 전면을 온실로 꾸몄다. 언니 가족은 1층 동생 가족은 2층을 사용한다. 한 집 식구가 많아지다 보니 모두 출근하고 나면 혼자 덩그러니 남아 적적해하던 언니는 돌봐줄 조카가 있어 생활에 활력이 생겼단다. 동생은 출근해서도 언니 덕분에 집과 아이 걱정을 덜게 됐다.

주택 입구에는 다채로운 야생화 분재가 손님을 반긴다. 이 주택의 볼거리이자 마을의 볼거리다. 온실에도 바닥 난방 시스템을 설치해 추후 용도변경을 대비했다.
현관에서 대문 쪽을 바라본 모습으로 길게 덱이 놓여 드나들기 편리하다.
덱에서 바로 온실 문과 현관문이 연결된다. 온실 위에 배치된 주방/식당 외부 발코니 바닥은 온실 채광을 위해 강화유리로 깔았다.

니는 가족이 집을 빠져나가고 나면 온실에서 살다시피 한다. 앞으로 나지막한 산이 눈을 즐겁게 하고 곁에는 가장 오랜 23년 된 벗부터 이제 막 심은 새로운 벗까지 야생화가 친구처럼 말을 걸어와 심심치 않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울 땐 멀찌감치 관조하는 일이 더 많았다면 전원주택에선 야생화 틈을 휘젓고 다니니 손도 마음도 더 분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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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속 시골에 야생화 둥지 튼 암사동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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