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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평 농가 30평 전원주택으로

아파트 처분하고 1천만원 들여 농가개조해 전원생활

우선 툇마루가 놓인 곳을 앞으로 내어 거실로 꾸몄고 거실 문도 내 달았다. 외양간으로 사용되던 공간을 주방으로 꾸미고, 밖으로 나 있던 화장실도 주방 뒤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3개의 방중에 2개를 헐어 거실로 할애하고 뒤쪽으로 블록을 쌓아 방을 하나 새로 들였다. 개보수 공사는 약 10여일이 소요됐다. 15평 정도에 불과했던 건평이 약 30여평 정도로 늘었다.


조금 손을 보았지만 군데군데 옛 흔적이 아직 그대로다. 궁색하거나 초라하다는 느낌보다는 친근한 멋스러움이 풍긴다. 이러한 느낌은 실내로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야트막한 천장과 거실을 가로지르는 기둥들. 거실 보다 움푹 내려앉은 주방. 그리고 올망졸망한 창문들. 영락없는 우리의 시골집 분위기다.

이 곳은 윤상진 김정애씨 부부의 새 보금자리. 95년 부인 김정애씨가 우연히 지나다 눈도장을 찍어 두었던 집이다. 야트막한 산밑에 위치해 따뜻한 햇살을 듬뿍 받고 있는 모습이 매우 포근하고 인상적이었다. 마침 팔려고 내놓은 집이라는 얘기를 동네사람으로 부터 듣고 이내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며칠 뒤 남편 윤상진씨와 함께 방문해 계약을 마쳤다. 모든게 순식간에 이뤄졌다. 그만큼 집에 대한 느낌이 김정애씨에겐 강렬하게 다가왔다.

서울서 나고 자랐지만 시골생활에 대한 호기심이 매우 강했다. 시골생활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그러한 욕구가 더 열병처럼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편하기로 따지면 아파트 만한 것이 있으랴. 그럼에도 서울생활,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에 내려가 살아보는 것이 김정애씨에겐 꿈이었다.

처음 이 집을 접했을 때의 모습은 지은지 몇십년은 됐을 법한 아주 낡고 작은 집이었다. 한동안 사람이 거주하지 않아 더욱 초라한 모습이었다. 일자형의 싱거운 모양에 방만 3개 달랑 있었다. 건평이라고 해야 15평 남짓한 규모였으니 각각의 방 크기도 대충 짐작이 간다. 처마는 낮았고 건물 앞쪽으로는 툇마루가 있었다. 화장실은 밖에 위치했고 한 쪽엔 소를 기르던 외양간이 있었다. 벽체는 흙벽돌을 쌓아 겉만 시멘트로 미장한 구조였다.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갔다. 헐고 새로 지을 것이냐, 아니면 개보수를 할 것이냐 하는 문제였다. 결론은 개보수쪽으로 내려졌다. 어차피 시골 생활이 처음인데다가 당분간 주말주택으로 사용할 생각이었으니 큰 집을 지을 이유가 없었다. 일종의 시골 생활 맛보기인 셈이었다. 개보수는 동네 어른에게 부탁했다. 개보수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나 전문가라기 보다는 그냥 동네에서 이런 일에 경험이 있는 분들이다. 설계도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건축주와 구두로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하면서 작업이 이뤄졌다.

우선 툇마루가 놓인 곳을 앞으로 내어 거실로 꾸몄고 거실문도 내 달았다. 외양간으로 사용되던 공간을 주방으로 꾸미고, 밖으로 나 있던 화장실도 주방 뒤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3개의 방중에 2개를 헐어 거실로 할애하고 뒤쪽으로 블록을 쌓아 방을 하나 새로 들였다.

개보수 공사는 약 10여일이 소요됐다. 15평에 불과했던 건평이 약 30여평 정도로 늘었다. 총 소요 비용은 1천만원 정도. 공사비의 절반은 인건비가 차지했고 나머지는 자재비와 식사비용 기타 부대비용이었다.

96년 5월. 드디어 김정애씨의 꿈의 이루어졌다.당초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남편 윤상진씨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하루 이틀 지내보니 참 좋은 곳이었다. 높지 않은 야트막한 산임에도 온갖 산채와 약초들이 계절별로 지천이다. 앞마당을 가꾸는 재미도 그만이었고 공기에도 ‘맛’이 있다는 얘기를 새삼 이 곳에 와서 실감했다. 서먹서먹하던 동네사람들과도 허물없이 지낸다. 동네사람들과 어울려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재미도 알게됐고, 밥이 모자라면 옆집에 가 밥을 얻어올 만큼의 친분도 쌓였다.

그렇게 두 해 정도를 보내고 나니 또다른 고민이 생겼다. 매번 이렇게 오가야 할 이유가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결론은 아니었다. 아이들도 다 컸으니 더 이상 서울에 적을 두고 불편하게 오갈 이유가 없었다. 서울 생활을 청산하기로 했다. 결국 지난해 초 서울 오금동 아파트를 처분하고 아예 이사를 했다. 조그만 사업체를 운영하는 남편 윤상진씨도 이 곳과 가까운 하남쪽으로 공장을 이전했다.

지난 여름엔 김정애씨의 친구 김명순씨도 아랫동네에 거처를 마련해 현재 주말주택으로 이용하고 있다. 김정애씨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친구 김명순씨는 김정애씨보다 좀더 대대적인 개보수 작업을 거쳤다. 농가의 뼈대만 남긴 채 한옥으로 말끔히 개조했다. 이젠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보니 수시로 오가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올 봄엔 함께 봄나물도 캐고 진달래 꽃잎으로 전도 지져볼 참이다. 봄볕 따사로운 날을 택해 서울에 있는 친구들도 부르자고 입도 맞추었다. 봄 볕 화사한 4월의 시골 내음을 고스란히 전해주기로 했다.

글·사진 류재청

건축정보

위치: 경기도 광주군 퇴촌면 우산리
부지면적: 대지 1백1평
부지구입년도: 95년
부지구입금액: 대지 평당 1백만원
현재 주변 대지시세: 70만~1백20만
개조기간: 96년 5월(10일간)
개조비용: 1천만원쪾건평: 30평
실내구조: 방2, 화장실, 주방, 거실
방위: 정남향
벽체구조: 흙벽돌(새로 들인 안방은 블록)
외장마감: 시멘트 미장
지붕마감: 시멘트 기와
난방형태: 기름보일러
식수공급: 마을 공동 상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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