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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웠던 어느 여름 날, 도심에서 벗어나 제주 올레길에서 마주친 젊은 남녀. 그 하루는 둘을 인연의 끈으로 엮어 한 가정을 이루게 했다. 그리고 몇 년 뒤 둘은 인연이 시작됐던 제주로 귀농해 살 집 ‘의귀하루’를 지었다.
 
진행&구성 이수민 기자
김창균(유타건축사사무소 소장)
사진 김용순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용도 단독주택, 게스트하우스
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426.20㎡(117.67평)
건축면적 389㎡(62.79평, 게스트하우스 포함)
건폐율 26.94%
연면적
140.85㎡(42.61평)
1층 101.85㎡(30.81평)
2층 39.00㎡(11.80평)
다락 10.89㎡(3.29평)
용적률 36.21%
건축비 2억 8800만 원(3.3㎡당 630만 원/토목비용, 부가세 포함)
설계 유타건축사사무소 02-556-6903 www.utaa.co.kr
시공 레아하우징 010-2908-8101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알루미늄 징크
벽 - 그래뉼 + 청고벽돌
바닥 - 제주 디딤석
내부마감
천장 - 합지도배 + 도장
벽 - 합지도배
바닥 - 구정강마루(오크뉴클래식)
계단실
디딤판 - 38T 라디에타파인
난간 - 원형파이프 + 백색도장
단열재
지붕 - R32 글라스울
외단열 - T70 비드법 보온판 2종 1호
내단열 - R21 + R11 글라스울
창호 로이3중 시스템창(레하우)
현관 기밀도어(살라만더)
조명 이케아 + 루미조명
주방기구 맞춤가구
위생기구 대림바스, 아메리칸 스탠다드
난방기구 콘덴싱 가스보일러(귀뚜라미)

귀농과 게스트하우스
두 남녀가 제주도 여행길에서 만나 가정을 이뤘다. 서울의 삶이 팍팍해질 무렵, 부부는 서울을 뒤로한 채 제주에서의 새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서울살이에 지친 까닭에 귀농하여 자연 속에서 삶을 꾸리길 바랐고, 귤 농장과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계획했다. 그리고 집 이름은 돌아와 몸을 의지할 곳이란 뜻으로 ‘의귀하루’라고 지었다.
 
설계 전 고민은 ‘제주도에서 귤 농장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한 가정에 어울리는 집은 어떤 것일까’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큰 틀이 될 세 가지를 정했다. 첫째, 귤 밭과 잘 어우러지는 건물일 것. 둘째, 게스트하우스와 주인집 각각의 사생활이 독립된 공간일 것. 마지막으로 주인집과 게스트하우스가 적절한 관계를 유지할 것. 우리는 이 세 가지를 바탕으로 설계를 시작했다.

건축주 부부가 사용하는 주택의 주방과 거실. 실내로 들어오는 귤 밭 풍경이 싱그럽기까지 하다.
주방과 거실.

귤 밭과 조화를 이루는 건물
귤 밭을 따라 걷다 보면, 귤 밭 위로 떠있는 듯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귤 밭을 향해 열려 있으면서 뒤로는 마당을 품은 집이 보인다. 수평적으로 펼쳐진 집은 최대한 귤 밭과 소통하며 위압감을 주지 않고 녹아들어 귤 밭과 잘 어우러진다.
 
집은 멀리서 보면 마치 하나의 건물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개의 공간으로 분리돼 있다. 귤 밭을 경작하는 건축주 가족의 주거공간과 게스트하우스는 사이 마당을 두고 배치했다. 게스트하우스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사이 마당으로 자유로이 오갈 수 있도록 동선을 계획했다.
 
사이 마당에 이르면 건물 사이로 귤 밭이 시야 가득 펼쳐진다. 사이 마당은 주인집과 게스트하우스 손님이 함께 공유하는 장소다. 위계 없이 주어진 이 사이 마당은 소음을 차단하고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적절한 유대감이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주인집 부부와 이 집에 머무는 손님은 사이 마당을 통해 우연히 마주칠 수 있지만, 사이 마당으로 적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 머무는 동안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의 거실 창으로 보이는 귤 밭 풍경.
게스트하우스의 ‘-’자형 주방.
툇마루처럼 만든 윈도우 시트. 단을 높여 계획한 것이 특징이다.
게스트하우스 1층_침실과 거실
게스트하우스 욕실.

대지와의 관계
건물은 도로보다 낮은 대지에 위치한다. 보통 이런 경우 건물을 대지 경계에서 이격해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곳은 건물이 주변과 동떨어진 느낌을 줄 수 있었다. 우리는 대지 경계를 따라 길게 위치한 ‘옹벽’으로 이 부분을 해결했다. ‘옹벽’은 건물의 일부처럼 보이며, 대지와 연계성을 주고 옹벽과 건물 사이에 포근한 위요감을 조성한다. 그리고 건축물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창고와 사이 마당을 만든다.

주택의 2층으로 오르는 계단.
계단 가벽에도 작은 선반을 만들어 쓰임새를 높였다.
부부 침실. 가로로 긴 창이 귤 밭 풍경을 담아낸다.
게스트하우스의 거실 창에서 바라본 모습. 2층에는 오픈된 공간과 옥상 테라스로 통하는 입구가 있다

귤 밭과의 소통
건물의 주 입면인 남쪽은 귤 밭을 향해 열려 있다. 큼지막한 창을 통해 들어오는 귤 밭은 주인의 삶의 터전이자, 평화로움이다. 실내는 아이보리빛 속살에 밝은 갈색의 나이테가 멋스러운 나무와 화이트의 조화로 차분한 느낌을 주고, 창 안으로 들어오는 초록 이파리와 싱그러운 귤색은 싱싱하고 맑은 향기가 나는 기분까지 들게 한다. 떠 있는 듯한 2층은 가족의 침실이다. 2층은 1층 공간과 다른 축으로 계획한 덕분에 다른 풍경을 창에 담는다. 그 덕에 자연스럽게 주인집으로 향하는 시선을 차폐하고, 가운데에 배치한 테라스는 게스트하우스로 향하는 시선을 차단한다.

건축주 가족이 사용하는 주택과 게스트하우스 사이 마당의 데크.
게스트하우스 옥상 데크.

한 달 살고 싶은 곳
늦잠을 자고 일어나 침실 문을 연다. 침실 문은 여닫이라 두 쪽을 모두 양 끝으로 활짝 열면 확장된 거실로 변신한다. 거실과 침실에는 단차가 있어 그곳에 앉아 어제 읽다 덮어놓은 책 하나 집어 읽는다. 거실의 큰 창문 앞에 앉아 책을 읽으면 귤 밭의 싱그러움을 느낀다. 다락에 올라 테라스로 나가면 눈앞에 귤 밭이 펼쳐진다. 이렇게 한 달, 귤 밭 옆에 살어리랏다.

돌담에 둘러싸여 있는 의귀하루의 모습.
의귀하루 건축주 부부는 귤 농장도 함께 운영한다.

김창균(유타UTAA 건축사사무소 소장)
유타 UTAA는 Urban Tablet of Actualized Architecture라는 뜻으로, 일상의 도시라는 배경 안에서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며, 대중이 직접 경험하고 만지며 좋은 기억으로 남을 건축을 지향한다. 건축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용자에게 즐거운 경험을 주고자 설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최병용 건축사와 함께 유타를 이끌어 가고 있는 김창균 소장은 “건축물이라는 인공의 물질은 변하고 없어지기도, 새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건축 공간 안에서의 기억과 경험 그리고 인연은 영원히 살아있다”고 말한다.
 
02-556-6903 utaa_archi@naver.com www.uta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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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귤 밭에 살어리랏다 서귀포 농가 의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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