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으로 이주하려는 많은 사람이 배산임수(背山臨水)와 전저후고(前低後高), 전착후관(前搾後寬) 등의 전통 풍수를 바탕으로 터를 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전원주택을 짓기에 적당한 200∼300평 정도의 자투리땅을 구하기 힘든 게 현실이고 보면, 그 모든 조건을 충족한 터는 호락호락 눈에 띄지 않는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 문산리에서 2003년 8월, 60×30×15센티미터 ALC(Autoclaved Lightweight Concrete) 블록으로 53평 복층 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하는 서영진(60세)·이옥희(58세) 씨 부부.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단독주택에서만 20여 년을 살았다.
4년 전 정년퇴직을 한 서영진 씨는, 부인의 건강이 나빠지자 요양을 겸해 노년을 쾌적한 전원에서 보내기로 결심했다. 입지는 서울 서북부지역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그러하듯 강화지역으로 정했다. 정년퇴직을 했다지만, 출가하여 가정을 꾸린 자식들과의 왕래를 염두에 둘 때, 1시간 거리인 강화지역이 적지(適地)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섬지역이라 산을 배경으로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배산임수의 터를 쉽게 찾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발품을 팔면 팔수록 맘속으로 그렸던 터는 희미해져만 갔다.
‘여기다’ 싶어 수소문을 하면, 수천에서 수만 평 단위로 나온 매물로 그곳만 떼어 내 팔지는 않았다. 결국 배산임수는 커녕 전원주택을 지을 자투리땅조차 찾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차선책을 택했다.
그렇게 해서 논과 밭이 넓게 펼쳐진 평야지역의 터 306평을 평당 23만 원에 구입했다. 현재는 김포신도시 개발 여파가 이곳까지 미쳐 땅 값이 평당 40만 원을 호가해, 뜻하지 않게 5000만 원 정도의 재테크도 했다.
평야형은 임수나 임산형에 비해 전원의 신비감이 떨어진다지만, 이곳은 멀리나마 앞으로는 마니산을, 뒤로는 진강산을 바라볼 수 있다. 또한 길 하나 사이에 취락지가 형성돼 있어 접근성이 양호하고, 방범문제에 대한 염려도 없다.
※ 현대식 건물에 재래식 구들을 접목
드넓게 펼쳐진 논밭 사이에 자리한 볼륨 있는 이 집은 황토집처럼 보이지만, ALC 블록으로 벽체를 구성한 뒤 외벽을 점토벽돌로 마감한 집이다. 건축주는 일산시 일대의 자재상을 뒤진 끝에 고즈넉한 전원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점돌벽돌을 구했다. 울타리는 키 작은 측백나무를 둘러 심었고 대문은 통나무를 사용해 문 없이 틀만 수수하게 엮은 게 전부이다.
그 까닭을 묻자, “활짝 열린 전원에 와서까지 굳이 담을 높이 쌓거나, 문을 낼 필요가 있겠냐”고 반문한다. 그리곤 “우리 부부는 시골살이 경험이라야 이곳으로 이주해 1년을 보낸 게 전부인데, 그렇게 지내다 보니 원주민들하고 격의 없이 지내게 됐다”고 한다. 이 집의 설계·시공은 땅을 소개한 부동산중개업소의 소개로, 현지 업체인 ‘일하는 사람들’이 맡아서 했다.
“첫 만남에서, ‘업체라기보다는 나무와 흙일을 좋아하는 젊은 목수들의 모임으로 ‘대표’니 ‘사장’이니 하는 직함보다는 ‘목수’라고 불러달라’는 말에 좋은 인상을 받았어요. 이들이 시공한 강화도 일대의 집을 여러 채 둘러보았는데, 건축주들마다 긍정적으로 대답하더군요. 한편으론 현지인에게 시공을 맡기면 하자가 발생했을 때 보수가 쉽겠다 싶었죠. 아닌 게 아니라 집을 짓고 억수 같이 비가 퍼부었을 때에 비 새는 곳은 없는지, 어디 불편한 데는 없는지 안부를 물어오더군요. 요즘 보기 드문 믿음직스런 젊은이들이에요.”
건축주가 ALC 블록구조를 선택한 이유는, 중량은 콘크리트의 1/4로 정도로 가벼워 구조 비용 절감과 함께 단열성과 내화성, 차음성, 내구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목재와 같이 필요한 크기로 절단 가능하고, 구멍 뚫기나 못 박기 등의 작업이 쉽기에 실내 분위기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 집의 실내는 더글라스 퍼(Douglas Fir) 목재와 황토 모르타르를 사용해 꾸밈으로써 마치 목구조 황토집에 들어 온 듯한 느낌이 든다.연면적 53평 건물로 1층(41평)에는 거실을 중심으로 좌측에 안방과 주방 겸 식당, 다용도실을, 우측에는 방과 욕실, 보일러실을 배치했다.
그리고 독립세대가 살도록 설계한 2층(12평)에는 방과 거실, 다용도실, 다락방(건축면적에 불포함)을 배치했다. 안방에서 주방, 다용도실, 텃밭으로 그리고 거실과 욕실, 2층으로 이어지는 주부의 동선을 고려한 평면 배치를 쉽게 읽을 수 있다.
이 집에서 가장 멋들어진 곳이 현대주택에다 전통 구들을 접목시킨 안방이다. 설계도면이 나오고 먹줄을 칠 때, 욕실이 딸린 안방이 너무 작은 게 아닌가 내심 걱정했으나, 막상 집이 지어지자 오히려 너무 크다는 곳이기도 하다.
“안방에 황토 구들을 들인 게 맘에 듭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일하는 사람들’이 집사람이 몸이 편찮으니까 안방을 보일러 겸용 재래식 구들방으로 만들자고 권하더군요. 지난 겨울 내내 군불을 때고 지냈는데, 초저녁에 불을 지피면 이튿날 오후 늦게까지 방안에 훈기가 돌더군요. 자고 일어나면 그렇게 몸이 개운할 수가 없어요. 집사람도 얼굴에 핏기가 도는 것을 보면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건축주들에게 재래식 구들방을 권하기 시작한 것은 4년 전 목구조 황토집을 짓고서부터다. 당시 비염을 달고 살던 건축주가 구들방에서 6개월 정도 지내자 지병(持病)이 말끔하게 낫는 것을 보았다.
그후로 옛집을 허는 곳을 수소문해 두꺼운 재래식 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아(亞)자 형태로 재래식 구들을 깔고 황토를 발라 자갈을 채운 뒤, 다시 그 위에 황토로 마감하는데, 그 두께가 20센티미터여서 오랫동안 훈기를 간직한다.
※ 믿음으로 지은 전원 속 보금자리
돌출 된 거실 전면창 좌우에는 작은 창을 내 커튼 대신 블라인더를 달았다. 천장고가 5.6미터로 시원스럽게 튼 거실에서 전면의 마니산뿐만 아니라 좌·우측으로 펼쳐진 전원 풍경까지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시야가 한층 넓어졌음은 물론, 거실에 앉아서도 누가 찾아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내장재는 ALC 블록에 더글라스 퍼 목재로 포인트를 주고, 황토 모르타르를 칠한 후 은은한 종이벽지로 마감했다. 박공 천장에는 서까래를 노출시키고 원목 루바로 마감했다.
목재는 전통 한옥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투박스럽게 다듬고 칠을 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붉은색을 띠어 앤틱풍의 가구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수공예품인 문과 전등갓, 계단의 손스침이나 소봉과 대봉 등에서는 목수들의 장인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
2층은 방문객을 위한 작은방과 서영진 씨가 서재로 사용하는 아늑한 다락방이 있다. 작은방과 다락방은 시공이 거의 끝날 때까지만 해도 서로 떨어져 있었는데, 목재다리를 설치함으로써 하나의 동선으로 일체화했다.
그 때문에 1층 욕실 윗부분까지만 보일러가 깔려 있고 나머지 부분은 원목 마루이다. 서로 다른 두 부분이 만나는 곳에 생긴 단 차는 보행시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지압대 기능을 가미한 목재로 연결했다.
2층은 독립세대가 생활하도록 설계했음에도 욕실이 없는데, 리모델링을 염두에 두고 수도관과 오폐수관을 설치해 놓았다. 두 부부만 생활하는 지금은 발코니의 화초를 가꾸기 편하도록 싱크대만 설치했을 뿐이다.
거실 전면에서 현관을 지나 우측의 보일러실로 이어지는 부분에는 넓은 덱이 깔려 있다. 덱 밑에는 겨우내 구들을 지필 땔감이 수북하게 쌓여 있고, 그 위에는 어깨너머로 농사일을 배워 수확한 탐스러운 고추가 널려 있다.
텃밭이라고 하기에는 넓은 250평의 밭에는 고추를 비롯하여 고구마, 참외, 토마토 등 갖가지 채소와 과일들이 햇살을 받아 싱그러움을 더하고 있다. 소나무와 마로니에, 보리수 사이에는 텃밭에 줄 쇠똥이 쌓여 있다. 논밭을 대지로 조성하다보니 성토를 두 번 했는데, 그로 인해 땅에 영양분이 없어 거름으로 주려는 것이다.
텃밭과 정원을 가꾸는 재미에 심취한 건축주 부부는 처음 지은 집치고는 잘 지었다고 자평한다. 거실에 드러누워 있으면 뿌듯할 정도로 맘에 든다고. 田
■ 글 윤홍로 기자 / 사진 김혜영 기자
■ 건축정보
·위 치 :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 문산리
·건축구조 : 경량 ALC 블록
·부지면적 : 306평
·건축면적 : 43평(1층-41평, 2층-12평)
·실내구조 : 1층-안방, 작은방, 파우더 겸 욕실, 주방 겸 식당, 다용도실
2층-작은방, 거실, 서재
·외벽마감 : 점토벽돌
·내벽마감 : 황토 미장 후 도배
·지붕마감 : 이중 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천장마감 : 노출형 서까래, 원목 루바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난방형태 : 기름보일러+재래식구들(안방)
·바닥마감 : 강화마루
·식수공급 : 지하수
·건 축 비 : 평당 278만 원
■ 설계·시공 : 일하는 사람들(032)937-7393 www.mogsoo.co.kr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 문산리에서 2003년 8월, 60×30×15센티미터 ALC(Autoclaved Lightweight Concrete) 블록으로 53평 복층 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하는 서영진(60세)·이옥희(58세) 씨 부부.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단독주택에서만 20여 년을 살았다.
4년 전 정년퇴직을 한 서영진 씨는, 부인의 건강이 나빠지자 요양을 겸해 노년을 쾌적한 전원에서 보내기로 결심했다. 입지는 서울 서북부지역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그러하듯 강화지역으로 정했다. 정년퇴직을 했다지만, 출가하여 가정을 꾸린 자식들과의 왕래를 염두에 둘 때, 1시간 거리인 강화지역이 적지(適地)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섬지역이라 산을 배경으로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배산임수의 터를 쉽게 찾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발품을 팔면 팔수록 맘속으로 그렸던 터는 희미해져만 갔다.
‘여기다’ 싶어 수소문을 하면, 수천에서 수만 평 단위로 나온 매물로 그곳만 떼어 내 팔지는 않았다. 결국 배산임수는 커녕 전원주택을 지을 자투리땅조차 찾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차선책을 택했다.
그렇게 해서 논과 밭이 넓게 펼쳐진 평야지역의 터 306평을 평당 23만 원에 구입했다. 현재는 김포신도시 개발 여파가 이곳까지 미쳐 땅 값이 평당 40만 원을 호가해, 뜻하지 않게 5000만 원 정도의 재테크도 했다.
평야형은 임수나 임산형에 비해 전원의 신비감이 떨어진다지만, 이곳은 멀리나마 앞으로는 마니산을, 뒤로는 진강산을 바라볼 수 있다. 또한 길 하나 사이에 취락지가 형성돼 있어 접근성이 양호하고, 방범문제에 대한 염려도 없다.
※ 현대식 건물에 재래식 구들을 접목
드넓게 펼쳐진 논밭 사이에 자리한 볼륨 있는 이 집은 황토집처럼 보이지만, ALC 블록으로 벽체를 구성한 뒤 외벽을 점토벽돌로 마감한 집이다. 건축주는 일산시 일대의 자재상을 뒤진 끝에 고즈넉한 전원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점돌벽돌을 구했다. 울타리는 키 작은 측백나무를 둘러 심었고 대문은 통나무를 사용해 문 없이 틀만 수수하게 엮은 게 전부이다.
그 까닭을 묻자, “활짝 열린 전원에 와서까지 굳이 담을 높이 쌓거나, 문을 낼 필요가 있겠냐”고 반문한다. 그리곤 “우리 부부는 시골살이 경험이라야 이곳으로 이주해 1년을 보낸 게 전부인데, 그렇게 지내다 보니 원주민들하고 격의 없이 지내게 됐다”고 한다. 이 집의 설계·시공은 땅을 소개한 부동산중개업소의 소개로, 현지 업체인 ‘일하는 사람들’이 맡아서 했다.
“첫 만남에서, ‘업체라기보다는 나무와 흙일을 좋아하는 젊은 목수들의 모임으로 ‘대표’니 ‘사장’이니 하는 직함보다는 ‘목수’라고 불러달라’는 말에 좋은 인상을 받았어요. 이들이 시공한 강화도 일대의 집을 여러 채 둘러보았는데, 건축주들마다 긍정적으로 대답하더군요. 한편으론 현지인에게 시공을 맡기면 하자가 발생했을 때 보수가 쉽겠다 싶었죠. 아닌 게 아니라 집을 짓고 억수 같이 비가 퍼부었을 때에 비 새는 곳은 없는지, 어디 불편한 데는 없는지 안부를 물어오더군요. 요즘 보기 드문 믿음직스런 젊은이들이에요.”
건축주가 ALC 블록구조를 선택한 이유는, 중량은 콘크리트의 1/4로 정도로 가벼워 구조 비용 절감과 함께 단열성과 내화성, 차음성, 내구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목재와 같이 필요한 크기로 절단 가능하고, 구멍 뚫기나 못 박기 등의 작업이 쉽기에 실내 분위기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 집의 실내는 더글라스 퍼(Douglas Fir) 목재와 황토 모르타르를 사용해 꾸밈으로써 마치 목구조 황토집에 들어 온 듯한 느낌이 든다.연면적 53평 건물로 1층(41평)에는 거실을 중심으로 좌측에 안방과 주방 겸 식당, 다용도실을, 우측에는 방과 욕실, 보일러실을 배치했다.
그리고 독립세대가 살도록 설계한 2층(12평)에는 방과 거실, 다용도실, 다락방(건축면적에 불포함)을 배치했다. 안방에서 주방, 다용도실, 텃밭으로 그리고 거실과 욕실, 2층으로 이어지는 주부의 동선을 고려한 평면 배치를 쉽게 읽을 수 있다.
이 집에서 가장 멋들어진 곳이 현대주택에다 전통 구들을 접목시킨 안방이다. 설계도면이 나오고 먹줄을 칠 때, 욕실이 딸린 안방이 너무 작은 게 아닌가 내심 걱정했으나, 막상 집이 지어지자 오히려 너무 크다는 곳이기도 하다.
“안방에 황토 구들을 들인 게 맘에 듭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일하는 사람들’이 집사람이 몸이 편찮으니까 안방을 보일러 겸용 재래식 구들방으로 만들자고 권하더군요. 지난 겨울 내내 군불을 때고 지냈는데, 초저녁에 불을 지피면 이튿날 오후 늦게까지 방안에 훈기가 돌더군요. 자고 일어나면 그렇게 몸이 개운할 수가 없어요. 집사람도 얼굴에 핏기가 도는 것을 보면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건축주들에게 재래식 구들방을 권하기 시작한 것은 4년 전 목구조 황토집을 짓고서부터다. 당시 비염을 달고 살던 건축주가 구들방에서 6개월 정도 지내자 지병(持病)이 말끔하게 낫는 것을 보았다.
그후로 옛집을 허는 곳을 수소문해 두꺼운 재래식 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아(亞)자 형태로 재래식 구들을 깔고 황토를 발라 자갈을 채운 뒤, 다시 그 위에 황토로 마감하는데, 그 두께가 20센티미터여서 오랫동안 훈기를 간직한다.
※ 믿음으로 지은 전원 속 보금자리
돌출 된 거실 전면창 좌우에는 작은 창을 내 커튼 대신 블라인더를 달았다. 천장고가 5.6미터로 시원스럽게 튼 거실에서 전면의 마니산뿐만 아니라 좌·우측으로 펼쳐진 전원 풍경까지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시야가 한층 넓어졌음은 물론, 거실에 앉아서도 누가 찾아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내장재는 ALC 블록에 더글라스 퍼 목재로 포인트를 주고, 황토 모르타르를 칠한 후 은은한 종이벽지로 마감했다. 박공 천장에는 서까래를 노출시키고 원목 루바로 마감했다.
목재는 전통 한옥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투박스럽게 다듬고 칠을 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붉은색을 띠어 앤틱풍의 가구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수공예품인 문과 전등갓, 계단의 손스침이나 소봉과 대봉 등에서는 목수들의 장인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
2층은 방문객을 위한 작은방과 서영진 씨가 서재로 사용하는 아늑한 다락방이 있다. 작은방과 다락방은 시공이 거의 끝날 때까지만 해도 서로 떨어져 있었는데, 목재다리를 설치함으로써 하나의 동선으로 일체화했다.
그 때문에 1층 욕실 윗부분까지만 보일러가 깔려 있고 나머지 부분은 원목 마루이다. 서로 다른 두 부분이 만나는 곳에 생긴 단 차는 보행시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지압대 기능을 가미한 목재로 연결했다.
2층은 독립세대가 생활하도록 설계했음에도 욕실이 없는데, 리모델링을 염두에 두고 수도관과 오폐수관을 설치해 놓았다. 두 부부만 생활하는 지금은 발코니의 화초를 가꾸기 편하도록 싱크대만 설치했을 뿐이다.
거실 전면에서 현관을 지나 우측의 보일러실로 이어지는 부분에는 넓은 덱이 깔려 있다. 덱 밑에는 겨우내 구들을 지필 땔감이 수북하게 쌓여 있고, 그 위에는 어깨너머로 농사일을 배워 수확한 탐스러운 고추가 널려 있다.
텃밭이라고 하기에는 넓은 250평의 밭에는 고추를 비롯하여 고구마, 참외, 토마토 등 갖가지 채소와 과일들이 햇살을 받아 싱그러움을 더하고 있다. 소나무와 마로니에, 보리수 사이에는 텃밭에 줄 쇠똥이 쌓여 있다. 논밭을 대지로 조성하다보니 성토를 두 번 했는데, 그로 인해 땅에 영양분이 없어 거름으로 주려는 것이다.
텃밭과 정원을 가꾸는 재미에 심취한 건축주 부부는 처음 지은 집치고는 잘 지었다고 자평한다. 거실에 드러누워 있으면 뿌듯할 정도로 맘에 든다고. 田
■ 글 윤홍로 기자 / 사진 김혜영 기자
■ 건축정보
·위 치 :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 문산리
·건축구조 : 경량 ALC 블록
·부지면적 : 306평
·건축면적 : 43평(1층-41평, 2층-12평)
·실내구조 : 1층-안방, 작은방, 파우더 겸 욕실, 주방 겸 식당, 다용도실
2층-작은방, 거실, 서재
·외벽마감 : 점토벽돌
·내벽마감 : 황토 미장 후 도배
·지붕마감 : 이중 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천장마감 : 노출형 서까래, 원목 루바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난방형태 : 기름보일러+재래식구들(안방)
·바닥마감 : 강화마루
·식수공급 : 지하수
·건 축 비 : 평당 278만 원
■ 설계·시공 : 일하는 사람들(032)937-7393 www.mogs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