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기운이 감도는 청도의 한 시골 마을에서 겉과 속이 다른 집을 만났다. 단단하고 모던한 외형에 부드럽고 따듯함을 품은 주택이다. 건축주 부부가 아토피로 고생하는 자녀를 위해 지은 건강한 주택이다.
글 사진 백홍기 기자
취재협조 ㈜채세움
HOUSE NOTE
DATA
위치 경남 청도군 화양읍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건축구조 중량 목구조, 숯단열벽체
대지면적 215.00㎡(65.04평)
건축면적 69.10㎡(20.90평)
건폐율 32.14%
연면적
111.34㎡(33.68평)
1층 69.10㎡(20.90평)
2층 42.24㎡(12.78평)
용적률 51.78%
설계기간 2020년 2월~5월
공사기간 2020년 6월~10월
설계 및 시공 ㈜채세움 033-733-0353 www.chaeseum.com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리얼징크
벽 - 벽돌
데크 - 석재
내부마감
천장 - 서까래 노출
벽 - 황토미장, 한지
바닥 - 강마루
단열재
지붕 - 숯단열지붕판
외벽 - 숯단열벽체
내벽 - 숯단열벽체
창호 LG하우시스
주방가구 한샘
아토피 발병의 가장 큰 이유는 환경과 정신적 요소라고 한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대기오염도 문제지만, 하루에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집 안이다 보니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에겐 새집증후군이 가장 큰 적이라 할 수 있다.
건축주 부부의 작은 아이도 어려서부터 심한 아토피에 시달렸다. 아토피 치료에 좋다는 식이요법과 치료도 다 해봤다. 잠시 더뎌지긴 해도 나아지진 않았다. 가려움증에 밤잠 이루지 못하고 이부자리는 늘 피로 얼룩졌다.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긁지 못하게 막을 수도 없고, 긁게 놔둘 수도 없고. 좋다는 건 다 해봤는데, 나아지지 않았어요. 그러다 혼자 사시는 장인어른을 모셔야 하는 상황이 돼서 청도에 내려오게 됐어요. 시골 환경이 깨끗해서 그런지 아이 몸이 조금 나아지는 거 같았어요.”
처음부터 집 지을 계획은 없었다. 작은 시골집에 다섯 가족이 살다 보니 공간이 부족하고 살림도 불편했다. 집이 낡아 한두 해 지내다 보니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것도 지내기 어렵게 했다. 결국 부부는 가족 모두가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함께 살 수 있는 새 집을 짓기로 했다.
아이 건강을 위한 선택
건축주는 어떤 집을 지어야 할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처음엔 현대식으로 모던한 주택을 생각했어요. 막연하게 목조주택이면 몸에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그러다 일하면서 우연히 청도에 채세움이 지은 집을 방문하게 됐죠. 그 집을 둘러보고 주인과 얘기하면서 집 선택에 따라 몸도 좋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거다 싶었죠.”
건축주는 다른 구조로 지은 주택과 비교해보고 최종으로 시공사를 선택했다. 오로지 건강한 주거 환경 때문이다. 수면시간을 포함해 집에서 가장 긴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실내 환경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지는 낡은 주택을 허물고 그 자리에 신축하기로 했다. 기존 주거 환경은 좁은 대지에 본채와 별채, 창고가 각각 나뉘어 있었고, 마당도 농촌 일상이 배여 있던 터라 좁고 어수선한 상태였다. 하지만, 모든 건물을 철거하고 나자 제법 넓은 동서로 긴 사각형 대지가 드러났다.
대지는 서쪽이 넓고 동쪽이 좁은 사다리꼴 모양에 삼면이 이웃과 면하고 북쪽에 마을 도로가 지나는 환경이다. 대지 형태와 주변 환경을 고려해 주택은 자연스럽게 기존 본체가 있던 동쪽에 배치하고 서쪽에 넓은 앞마당을 확보했다. 입면 디자인은 시골 마을 정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무난한 형태로 설계했다. 외벽과 마당은 관리하기 쉽도록 벽돌과 석재로 마감해 편리한 시골 생활을 도모했다.
단순한 구성, 쾌적한 환경
평면은 다섯 가족이 머물 공간을 폭이 좁은 대지에 구성하기 위해 효율적인 사각형으로 단순하게 구성했다. 1층은 공유 공간을 중심으로 왼쪽에 노부와 부부의 방, 도로와 면한 오른쪽에 부속실을 배치했다. 공유 공간은 다섯 가족이 다 모여도 넉넉하도록 주방 영역을 다소 작게 하고, 거실을 넓혀 일체형으로 구성했다. 주방이 좁아진 만큼 가사에 편리하도록 식탁과 조리대, 개수대를 하나로 연결한 ‘ㄷ’ 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밝고 깔끔하게 모던 스타일로 연출해 아내 요구를 만족시켰다. 부부와 노부의 방 사이에는 욕실을 배치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주방과 가까운 곳에 부부의 방을, 거실과 편히 오가며 쉴 수 있는 곳에 노부의 방을 배치했다.
두 딸이 생활하는 2층은 중앙에 작은 거실을 두고 양쪽에 침 실을 배치했다. 2층 난간은 천장을 높인 거실 상부와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 공간감을 주면서 두 공간의 소통이 끊어지지 않게 했다. 2층 거실에선 기둥과 보, 서까래를 드러낸 인테리어가 한눈에 들어와 주택의 특징을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나무의 온화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주택은 모든 벽을 얇은 한지로 마감해 황톳빛이 은은하게 번지면서 더욱 포근한 느낌을 전한다. 단열재로 사용한 숯단열벽체는 단열성능을 높여주면서 공기 정화 기능까지 더해 늘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이처럼 흙과 나무 등 천연재료만 사용해 건강한 기운이 감돌아 작은 아이의 아토피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 사실이 부부에겐 가장 좋은 소식이라고 한다. 작은 아이가 좋아진 만큼 이 주택이 가족 모두의 건강을 지켜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