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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마당에서 축구를 하며 뛰노는 막내아들도 이제는 시내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답답하게 느끼고 있다며, 건축주 부인은 전원생활의 여유로움을 예찬한다.

“학교 교육도 중요하지만, 인성 교육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면서 “지금은 성장한 아이들을 키울 때하고는 또 다른 지금의 자연환경은, 막내아들이 성장하는 데 있어 보다 자유롭고 감성을 풍부하게 하는 데 충분하다”는 말에는 전원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배어 있다.

많은 사람이 널찍한 마당에 잔디를 심고, 그 앞으로 시원스럽게 펼쳐진 전경을 즐기며 맑은 공기를 맘껏 마시는 전원생활을 원하지만, 그것을 현실로 옮기기란 그리 쉽지 않다.

건축주 권희창 씨도 30대 후반부터 전원생활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청도 등지에 땅을 알아봤다. 하지만 마음에 딱 드는 땅을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 기다림이 필요했다.

대구에서 20년 넘게 아파트생활을 한 그는 더 늦기 전에 전원생활을 하려고, 2001년 팔공산 주변에 600여 평의 부지를 구입하여 2004년 6월에 집을 짓고 입주했다.

시내 한복판의 자동차 소음을 뒤로하고, 이름 모를 새의 지저귐을 들으며 지내는 것은 좋았지만, 중학교 1학년인 막내아들의 등하교가 걱정이 됐다. 하지만 건축주가 출근길에 등교를 돕고, 대학을 졸업한 다른 형제들의 도움으로 하교를 하는 등 생각만큼 불편하지는 않다고.

부인도 장을 보거나 생필품을 구입하는 데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가까운 곳에 대형 마트가 있고, 대구시까지 자동차로 30분이 채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건축미는 편리함에서 나온다
건축면적 58평의 복층 목조주택인 이 집은, 2004년 2월 말에 공사를 시작해 약 4개월 만에 완공했다. 무엇보다 개방감을 살린 팔각지붕의 천장이 높은 거실이 눈에 띄는데, 소나무 질감의 서까래를 노출시켜 목조주택의 분위기를 살렸다.

(주)21세기주택산업 대구사업소 이성호 소장은 영남지방에서 많은 목조주택을 지었지만 팔각지붕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팔각지붕 시공은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본사에서 숙련된 골조팀이 내려와 함께 일하면서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서까래를 자르고 맞춰 잇는 과정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결과도 아주 흡족했지만 저 자신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현관에 들어서면 전면 계단실을 사이에 두고 왼편에는 거실과 주방이, 오른편에는 마스터존이 있다. 현관에서 거실로 통하는 곳에 미닫이문을 설치했으며, 현관 입구 수납장 윗면에는 파유리를 사용해 거실 내부가 잘 보이지 않도록 함으로써 독립성을 강조했다.

거실과 나란히 자리한 넓은 주방에는 ‘ㄷ’자 모양으로 가구를 배치해 움직임을 최대한 줄였으며, 여유공간을 십분 활용해 식탁을 배치했다. 거실과 연결된 주방에서도 거실창을 통해 전원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현관 오른편에는 안방과 욕실, 서재가 나란히 자리한다. 건축주가 주로 사용하는 공간을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해 편리성을 강조한 것이다. 안방에는 파우더룸과 드레스룸이 복도식으로 이어져 있어 편리함을 더한다.

정원을 바라보는 안방 창문은 부부의 프라이버시를 살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 한지를 바른 창으로 햇살이 은은하게 들어와 부드러운 채광으로 인해 고풍스러운 느낌이 든다.

마스터존의 욕실은 파우더룸과 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다. 좁은 공간의 파우더룸이 자칫 답답해 보일 수 있어, 한쪽 벽면 일부분에 유리블록을 사용했다.

이 유리블록은 파우더룸의 조명을 욕실로 끌어들여 간접 조명 효과를 보고 있다. 욕실에서 문을 열 때 유리블록의 은은한 조명으로 인해 어두운 공간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안방과 욕실로 이어지는 코너에는 개수대를 설치해 간단히 손을 씻도록 했다. 물을 쓰는 공간이므로 벽지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석을 다듬어 만든 백각스톤을 사용했다. 자연석의 거친 질감과 부분조명이 어울려 고급스러운 갤러리 분위기가 나는 이곳은 건축주의 주문으로 시공한 부분이다.

2층에는 3자녀들을 위한 방과 욕실이 있다. 1층 마스터존 위에 자리한 2층 거실에는 벽난로와 앤틱 풍의 수납장을 두어 따뜻한 느낌을 연출했다. 거실 중앙에는 피아노와 흔들의자를 같이 배치해 편안한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평소에 인테리어 잡지를 보며 집안을 꾸민 부인의 손길이 예사롭지 않다. 1층 거실의 천장등은 물론, 집안 구석구석에 사용된 장식등은 서울의 인사동과 여러 조명업체 등을 직접 둘러보며 고른 제품이다.

특히 외부에서 라운드형의 거실창을 통해 2층의 천장등을 보면, 마치 실내에 달이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부지런히 발품 판 보람 느껴
이 집의 실내 분위기는 세련된 고급주택을 연상케 한다. 건축주 부부가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틈나는 대로 인테리어 관련 잡지를 보고, 모델하우스와 건축 관련 박람회 등을 많이 다니면서 모은 정보들을 적용했다.

“현관의 파유리도 시내의 한 모델하우스에 설치된 것을 보고, 특별히 주문한 겁니다. 수납장도 특이한데 거실에서 열면 오디오가 보이고, 현관 쪽에서 열면 복잡한 오디오의 전선들이 보이거든요.”

이 수납장 역시, 건축주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것이다. 오디오를 설치할 때 복잡한 전선들은 미관뿐만 아니라 작업하는데 불편하다는 점에서 착안해, 벽면에 설치한 수납장의 문을 양쪽에서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공간별로 서로 다른 모양의 벽지 또한 눈에 띈다. 이 역시 부인의 인테리어 감각이 빛난다. 지사(紙絲)벽지로, 마를 가공해 만든 천연 벽지이다.

실내의 앤틱가구와 잘 어울려 한층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손으로 한땀 한땀 정성을 들여 만든 퀼트이불과 거실의 테이블-보 등이 차가워지는 계절에 더욱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건축주 부부는 의자 하나, 테이블 하나를 사더라도 10군데 정도의 업체를 둘러보고, 또 한 업체에서 여러 가구를 한꺼번에 사지 않았다.

업체별로 특색 있는 제품을 하나씩만 골라서 산 덕분에, 전체적인 가구 분위기는 비슷한 느낌이 들면서도 각각 특색을 갖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하나씩 직접 발품을 팔며 골라온 것들로 집안을 꾸미고 나니, 더 큰 보람이 느껴진다고.

건축주 부인은 이제 막 전원생활을 시작한 만큼, 손 댈 곳이 많다고 바쁜 마음을 표현했다. 공사진행 시 망가진 잔디밭도 손질해야 하고, 집 뒤편에 있는 연못도 아직 다 못 꾸민 상태고, 마당에 심어놓은 꽃들도 자리잡으려면 관리가 더 필요한데…….

겨울이 지나면, 텃밭을 조금 늘려 먹거리를 직접 가꿔야 한다며, 앞으로의 전원생활에 대한 또 다른 기대를 나타냈다. 田

■ 글·사진 조영옥 기자

■ 건축정보
·위 치 : 경북 칠곡군 동명면
·건축구조 : 경량 목구조
·부지면적 : 600평
·건축면적 : 58평(1층 34평, 2층 24평)
·지 붕 재 : 이중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외 벽 재 : 시멘트사이딩
·내 벽 재 : 지사벽지
·난 방 : 기름보일러
·식 수 : 지하수
·건 축 비 : 평당 400만 원
·시공기간 : 2004년 2월~6월

■ 설계·시공 : (주)21세기주택산업 대구사업소 053-817-0322 / 016-624-0322
www.21c-hous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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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의 맑은 공기를 안은, 칠곡 58평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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