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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학은 초목으로 덮인 자연 속에서 생기가 응집된 혈처(穴處)를 찾는 방법과 과정을 체계화시킨 학문이다. 땅속의 적당한 물〔水〕과 땅 밖의 최적의 공기〔風〕를 선택해 '풍수학'이란 이름을 지었고, 이는 바람과 물이 사람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쳐 운명까지도 바뀔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만큼 사람이 살아가는 터의 기운을 중요시 여김을 알 수 있다. 내가 살 집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곳에 짓느냐에 따라 길흉이 달라진다고 하니 보통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어떤 조건을 갖춘 땅을 골라야 하는지, 조상들의 경험을 살펴보기로 한다.

풍수 책자인 《설심부(雪心賦)》는, "인걸은 산천의 기운을 받아 태어나는데, 산천이 생기롭고 모양이 좋으면 훌륭한 인재가 배출된다. 산이 수려하면 귀인이 나고, 물이 좋으면 부자가 난다."라고 했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조선 선비의 반은 영남에서 나고, 영남 인재 가운데 반은 선산에 있다."라고 했다. 이는 선산에서 구미에 있는 금오산을 보면 마치 붓을 세워 놓은 것 같다고 해서 사람들은 문필봉이라고 불렀고, 이 산을 보고 자란 선산 사람들 중에는 문장가가 많이 나왔다고 한 데서 연유되었다.
 
전남 여천군 소라면 현천리 중촌 부락에는 쌍둥이 마을이 있는데, 전체 75가구 중 36가구가 38쌍의 쌍둥이를 낳아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쌍둥이 다출산' 기록을 가진 마을이다. 이 마을은 장수촌으로도 유명한데 마을 뒤쪽에 유명한 약수터가 하나 있다고 한다. 이 약수가 쌍둥이는 물론 장수에 효험이 있다고 믿는 많은 사람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그 원인을 마을 동쪽에 있는 쌍태산(雙胎山) 또는 쌍봉산(雙峯山)의 정기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가운데 태극무늬 자리가 명당이다. 비바람이 거세지 않고 기운이 끊어지지 않고, 유유히 흘러 사람이 살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높게 솟은 주산의 형세가 좋아야
이처럼 풍수에서는 주산(主山)의 형세로 지기(地氣)의 좋고 나쁨과 어떤 인물이 나올 것인가를 판단한다. 주산이란 명당을 생기게 해주는 명당 뒤쪽에 높게 솟은 산을 일컫는다. 주산의 형세가 좋아야 생기도 크고 장하며, 주산이 흉하면 생기도 응집되지 못한다고 본다. 또 주산의 형세가 뚜렷이 형성되지 못한 채 기복이나 좌우의 변화 없이 밋밋하다면 좋지 못하고, 주산의 한 쪽 면이 인위적으로 단절되거나 움푹 패어 절단된 것은 나쁘게 봤다.
 
이러한 주산은 별의 분신체로 인물의 배출을 유도하니, 그 형체를 오성(五星)으로 살펴 인물과 땅의 쓰임새의 부합 여부를 판단한다. 반면 산세가 붕괴되거나 험악하고, 살기(殺氣)를 품은 곳은 주산으로 삼지 않았다. 흙이 건조하여 초목이 자라지 못한 산〔童山〕은 생기가 없는 산이고, 생기는 용맥(龍脈)을 따라 흐르기 때문에 내룡이 붕괴되거나 끊어진 산〔斷山〕은 기의 흐름도 끊어진 산이기 때문이다. 또한 흙 없이 암석으로만 이루어진 산〔石山〕은 생기를 품지 못했고, 용맥의 기세가 멈추지 못하고 흐르는 산〔過山〕은 기도 머물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풍수에서는 주산과 관계되는 인물을 오성(五星)으로 판단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 <표>와 같다.
이처럼 풍수에서 땅은 개성이 강한 생명체로 그 성격에 맞춰 땅을 이용할 때만 지기가 발동해 복을 가져다준다고 본다.

명당은 흙이 두텁고 풍부해야 하는데, 암석이 기계적 화학적 풍화작용을 거쳐 흙으로 변하는 과정을 풍수학에서는 박환이라 부른다.

물의 흐름에 순응해야
명당은 흙이 두텁고 풍부해야 하는데, 암석이 기계적·화학적 풍화작용을 거쳐 흙으로 변하는 과정을 풍수학에서는 박환(剝換)이라 부른다. 박환은 산천의 모든 살기를 탈피하는 것으로 박환이 없으면 음양의 조화도 없는데, 박환이 우수하면 대지에 흙이 두터워 초목이 무성하고 나무는 곧게 잘 자란다.
 
땅의 이용은 지맥의 흐름에 순응해야 한다. 지기는 주산에서 출맥한 산을 따라 들과 내 쪽으로 흘러가되, 물을 만나면 전진을 멈추고 기를 응집한다. 또한 산은 물을 좌우로 갈라놓는 분수령이니 물 역시 산을 따라가며, 바람을 안고 가니 산은 결국 물길이며 바람길이다. 따라서 지맥의 흐름에 순응해 땅을 이용할 때만 지기와 양기를 제대로 받을 수 있다.
 
일례로 서울 강남은 대체로 한남정맥에서 분기한 관악산, 수리산, 청량산에서 출맥한 지맥 위에 자리하며 대체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지맥이 흘러 뻗었다. 따라서 강남에서 주택이나 빌딩을 건설할 때면 북진하는 지맥에 순응해 건물의 좌향인 북향을 놓아야 지덕을 강하게 받는다. 양호한 일조량을 얻기 위해 억지로 남향을 놓거나, 또는 도로와 면접한 경우 지맥의 흐름과 관계없이 도로를 향해 건물의 좌향을 앉히는 것은 모두 지맥의 흐름에 역행한 행위이다.

자연이 삶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믿었기에 사람들은 길지를 찾아 집을 짓고 살려고 한다.

동물들의 생기가 모인 곳
다음으로 부지 내의 토색(土色)은 밝고 토심(土深)이 깊어야 좋다. 명당 부지가 갖춘 조건은 주위에 큰 바위나 돌들이 없어야 하고, 땅을 약간 파 보아 흙이 밝고 여러 색깔이 섞여 있으면 좋다. 아카시아·잣나무·억새풀이 없고, 소나무·참나무(떡갈나무)가 있으면 좋다. 겉흙을 긁어내고 생토가 나오면 사방 40센티미터, 깊이 40센티미터 정도로 흙을 파낸 후 다시 그 흙을 잘게 부숴 편편하게 메워둔다. 다음날 메운 흙이 오목이 꺼져 있으면 흉지이고, 볼록 도드라져 있으면 길지이다.
 
예부터 동물이 명당을 찾는다는 이야기가 무수히 전해진다. 꿩이 알을 낳거나 짐승이 새끼를 낳은 곳, 새들이 모여 노는 곳은 좋다고 한다. 이러한 동물들은 풍수에 밝아서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생기가 모인 명당을 정확히 찾아낸다는 것이다. 꿩이 낳은 알이 부화되려면 수맥(水脈)이 솟는 찬 땅이 아니라 생기가 뭉쳐 따뜻한 기운이 올라와야 하고, 바람이 잠자는 양지바른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꿩은 지진이 발생할 기미가 보이면 날개 소리와 울음을 대단히 크게 질러 지진까지 예고해 준다고 한다. 꿩에 얽힌 명당 이야기가 많이 전해지지만, 그중 한 가지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땅의 이용은 지맥의 흐름에 순응해야 한다. 지기는 주산에서 출맥한 산을 따라 들과 내 쪽으로 흘러가되, 물을 만나면 전진을 멈추고 기를 응집한다.

한 여인이 밭에서 일을 하는데, 꿩이 황급히 날아들었다.
 
"제발, 저를 좀 숨겨 주세요."
 
여인은 깜짝 놀랐다. 꿩이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하자, 이를 불쌍하게 여긴 여인이 얼른 치마 속에 감추어 주었다. 조금 지나자 활에 화살을 고인 사냥꾼이 나타나 다그치며 물었다.
 
"이쪽으로 꿩이 날아갔는데 혹시 보지 못했소?"
 
"꿩은 본래 사람을 싫어하는 짐승인데 내가 어찌 알겠소."
 
사냥꾼이 사라지자, 꿩이 치마를 부리로 물어 여인을 잡아끌었다. 꿩은 한 장소에 이르러 발로 땅을 파헤치며 배를 비벼 댔다. 신기하다고 생각한 여인은 죽은 남편을 그곳에 장사 지냈다. 그러자 그 집안에선 고관대작이 줄줄이 나왔다. 그 후부터 그 집안사람들은 꿩을 잡지도 먹지도 않았다고 한다.
 
꿩뿐만 아니라 산속을 가다가 산짐승이 새끼를 낳은 장소를 발견하면 그곳도 틀림없이 명당이다. 몇 달 전 용인의 수지로 산을 보러 갔었다. 그곳은 수원의 광교산(光敎山)에서 뻗어 내린 산자락이 풍덕천(豊德川)을 만나며 생기를 응결시킨 곳이었다. 한눈에 예사롭지 않은 터라고 생각하고, 땅에 시선을 집중하는 순간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나무 아래로 짐승의 털이 수북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급히 한 걸음 물러나 조심스레 털 속을 살피니 다행히 새끼들은 없었다. 흙은 누런 윤기가 감돌고, 안산은 차상처럼 편안하고, 좌우의 청룡·백호도 생기 발랄한 모습으로 혈을 병풍처럼 감싸 안고 있었다. 함께 산을 오른 사람들도 희귀한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옛날부터 꿩이 알을 낳거나 짐승이 새끼를 난 장소가 명당이라 했는데, 그것을 확인한 셈이다.

박환이 없으면 음양의 조화도 없는데, 박환이 우수하면 대지에 흙이 두터워 초목이 무성하고 나무는 곧게 잘 자란다.

자연이 암시하는 안내가 중요
종종 뉴스를 통해 조상의 묘를 벌초하다 땅벌에 쏘여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실수로 벌집을 건드려, 성난 벌떼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 그만 의식을 잃어버린 것이다. 어떤 터에 땅벌이 산다면 그곳은 분명히 습한 곳이니 좋은 터는 아니다.
 
이처럼 동물의 서식 환경을 보고 명당을 찾는 비법은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왔다. 뱀, 지렁이, 땅벌, 개미들이 사는 땅속이나 벌레가 꼬이는 장소는 흙이 푸석하여 생기가 없는 곳이며 또 습기가 많다. 이런 곳에 집을 짓거나, 묘를 정하면 매우 흉하다고 본다. 고양이는 수맥을 좋아하니 고양이가 좋아하는 장소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또 개는 수맥을 싫어하는 동물이므로 개가 피해 다니는 장소는 그 밑으로 수맥이 흐른다고 보면 틀림없다.

개미들이 사는 땅속이나 벌레가 꼬이는 장소는 흙이 푸석하여 생기가 없는 곳이며 또 습기가 많다.

《한비자(韓非子)》 〈설림편(說林篇) - 상〉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제나라의 명재상인 관중(管仲)과 습붕(濕朋) 두 사람이 제환공(齊桓公)을 따라 고죽국(孤竹國)이라는 작은 나라를 정벌했다. 그런데 갈 때는 봄이었는데, 돌아올 때는 겨울이 되어 길을 잃고 말았다. 그때 관중은 '이럴 때에는 늙은 말의 지혜가 도움이 된다'라고 말하고, 늙은 말을 풀어놓고 그 뒤를 따라갔다.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또 산중을 전진하고 있을 때, 물이 없어 목이 말랐다. 그러자 습붕이, '개미는 겨울이면 산 남쪽에 살고, 여름이면 산 북쪽에서 사는 것이므로, 개미집의 높이가 한 치라면, 그 지하 여덟 자를 파면 물이 있다'고 말하여, 개미집을 찾아 그 아래를 팠더니, 과연 물을 구할 수가 있었다.
 
한비자는 이 이야기를 인용한 뒤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관중과 같은 현인이나 습붕과 같은 지혜 있는 사람도, 모르는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서, 늙은 말이나 개미의 지혜를 배우고 있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그 어리석은 마음을 반성하고 성현의 지혜를 배울 줄 모르고 있으니, 잘못된 것이 아닌가!" '늙은 말의 지혜(老馬之智)'는 이 고사에서 나온 것이다.
 
마지막으로 흉지를 판단하는 간단한 방법은 표면에 바위가 드러나 있거나 곳곳에 깊이 박혀 있으면, 지기가 매우 약하다. 표면에 자갈과 돌들이 박혀 있거나 흩어져 있으면, 땅속으로 바람이 들어가 지기가 흩어져 쇠약한 터이다. 지표면에 물기가 많거나 가까이에 우물이나 샘이 있으며, 겨울에 땅속이 얼면서 기가 끊어지는 풍수적 흉지로 꼽힌다. 주위의 묘에 쥐·뱀·개미·벌의 구멍이 있으면 땅속이 습한 곳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바위가 깊이 박혀 있거나, 표면에 자갈과 돌들이 박혀 있는 지면은 쇠약한 터로 구분한다.

또한 매장지의 나무가 기울어져 있으면 지층이 움직이는 곳이며, 나무의 줄기가 구불구불하면 땅속에서 바위가 나온다. 주위에 억새풀과 쇠뜨기풀이 많으면 습한 곳이고, 산비탈이 가파르고, 또 산등성이 뾰족하면 땅 속은 바위로 흉지이다. 이처럼 풍수는 자연 속에서 순응하며 살아온 우리 조상들의 지혜이므로 한 번쯤 귀 기울여 보는 겸손함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글쓴이 고제희 님은
고려대학교 생명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과 생태환경공학부 박사과정을 마치고, 2003년 대통령정책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에서 풍수지리 자문 위원을 역임했습니다. 매일경제 및 한국경제 TV, SBS, EBS 등의 방송사를 통해 생활 속의 풍수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며, 풍수전문포털사이트 www.21fengshui.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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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 풍수 인테리어 - 내 손으로 찾아보는 명당, 전원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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