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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는 나무를 살리기 위해 집을 지었다. 건물은 나무 중심으로 양쪽에 늘어서는 모양으로 앉히고, 내부는 어디서나 나무를 향하도록 구성했다. 그가 지키려는 건 100년을 훌쩍 넘긴 나무의 시간과 자신의 어린 시절이 기록된 이야기다.

글 사진 백홍기 기자
취재협조 JYA 건축사사무소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 하남시 감이동
지역/지구 제1종 일반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407.00㎡(123.12평)
건축면적 119.82㎡(36.24평)
건폐율 29.44%
연면적
197.46㎡(59.73평)
1층 131.49㎡(39.77평)
2층 67.56㎡(20.44평)
용적률 48.52%
설계기간 2018년 8월~2019년 3월
공사기간 2019년 4월~10월
설계 JYA 건축사사무소 02-391-9910 www.jyarchitects.com
시공 건축주 직영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T0.5 갈바륨 C형 골강판
벽 - T0.5 갈바륨 C형 골강판
내부마감
천장 - 지정 합판 마감
벽 - 지정 합판 마감
바닥 - 콘크리트 폴리싱
단열재
지붕 - T225 샌드위치 패널(동원판넬)
외벽 - T150 샌드위치 패널(동원판넬)
계단실
디딤판 - T9 구로철판
창호 ㈜피엔에스커튼월
위생기구 대림B&CO

마당에서 올려다본 참나무.
근린생활시설 1층에 폴딩도어를 설치해 마당과 연결했다. 실내외 공간을 연결함으로써 다양한 행위가 일어날 수 있게 만들었다.

5호선 종착역인 마천역에서 10여 분 걸어가면 ‘만남의 광장’이 나온다. 남한산성 서문과 이어지는 등산로 시작점이라 주말이면 이곳에 등산객이 삼삼오오 모여 학암마을을 지나 입산한다. 학암마을은 세월의 더께가 쌓여 사람들의 체취가 곳곳에 깃든 곳이다. 인근에 들어선 위례신도시의 아파트가 마을 스카이라인을 만들어내 대조적인 풍경이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신도시 개발과 더불어 오랜 세월 마을 발전을 더디게 했던 그린벨트가 풀리면서 이곳도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서서히 밀려드는 건물은 건축주에게 또 다른 위기감을 느끼게 했다.
 
“예전에 비해 참 많이 변했어요. 언젠간 이곳도 지금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겠지만, 적어도 어린 시절 추억이 서린 참나무만큼은 잃고 싶지 않았어요. 이 마을의 정겨운 모습도 지키고 싶었어요. 그러면 마을이 활성화돼야 해요. 참나무와 마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이 마을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 랜드마크 건물을 짓기로 계획한 거죠.”

참나무를 향해 열린 거실은 건축주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주방은 벽돌을 드러내고 배관을 노출해 창고 느낌을 냈다. 여럿이 모였을 땐 문틈으로 보이는 식당에 서 자연을 감상하며 식사를 한다.
건축주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쾌적한 주거 환경은 단열성능이 아니라 계절 옷을 갈아입는 참나무를 잘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 우선
건축주는 평생 아파트에서 살 줄 알았다고 한다. 흙 밟는 게 싫었고 풀 뽑는 생활을 싫어했다. 집 지을 생각은 더더욱 없었고, 전원생활은 그저 남의 일이었다. 나무 한 그루가 그의 삶을 바꾸었다. 건축주는 모든 일을 직접 부딪혀보는 성격 탓에 집을 짓기로 마음먹고 건축에 관한 공부부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는지 수많은 책과 정보를 뒤져 지식을 쌓았다. 그러다 안도 다다오 다큐멘터리에 소개된 ‘스미요시 나가야’ 주택을 보고 좋은 집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다.
 
“집은 편안하게 살려고 짓는 게 아니라 결국, 내가 좋아하는 삶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는 거죠. 그러면서 내 안을 들여다보고 내가 좋아하는 삶이 무엇인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봤어요. 그러다 보니 삭막하게 맨살을 드러낸 땅이 보기 싫었던 거고, 내가 좋아하는 들꽃이 풀에 가려져 있는 환경이 싫었던 거예요.”
 
설계는 JYA 건축사사무소에 의뢰했다. 건축주가 원하던 삶을 가장 깊이 공감해서다. 건축사는 현장을 둘러보고 자연과 사람 사이에서 이곳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의미를 읽어냈다. 대지의 의미와 역할을 구체화하고, 건물을 형상화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이곳의 주인인 참나무와 주변 환경이 방향을 명확히 제시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린생활시설은 도로를 향해 외부와 관계를 설정한다.
근린생활시설 2층은 거친 느낌에 은은한 조명을 설치해 독특한 분위기를 냈다.
근린생활시설 2층 홀도 정면과 천장을 모두 유리로 설치해 참나무 풍경과 하늘을 담아냈다.
2층 화장실과 수납공간은 실을 나누기 위해 쌓은 벽돌 벽을 그대로 노출했다. 건축주는 꾸미지 않은 날것에서 색다른 편안함을 발견한다.

다차원적인 공간 형성
참나무 주택의 가치는 관계다. 거주자, 나무, 자연, 계절, 행인 등 주변을 맴도는 모든 것들과 연결되고 소통하는 공간 창출에 있다. 그래서 기능과 성능, 편리와 효율성, 경제적 관점 등에서 보는 건물은 중요하지 않았다. 기존 주택과 다르게 나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자연을 어떻게 끌어들이며,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 것인지에 초점 맞췄다. 이러한 건축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지적 탐구 영역을 넓히는데 관심 많은 건축주의 새로운 도전 과제이기도 했다. 따라서 건축사는 건물을 비워내는 것에서 설계를 시작했다. 비움은 사람이 오가는 도로와 참나무, 자연 사이에 관계를 이어주고 연결을 더욱 견고하게 하는 장치다.
 
건물은 참나무를 중심으로 양쪽에 도미노처럼 여러 겹의 공간적 켜(Layer)를 세워 주택과 근린생활시설로 나눴다. 켜는 방향에 따라 공간을 외부에 드러내거나 감추는 역할을 한다. 주거 건물은 참나무를 향해, 근린생활시설 건물은 도로를 향해 열린다. 이러한 켜는 마당과 연결되어 다양한 행위가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는 환경을 제공한다. 또, 도로(사람)와 자연(참나무) 사이에 수많은 관계를 형성하면서 더욱 다차원적인 공간을 형성한다.  

설계와 시공할 때 가장 중요했던 건 나무를 건들지 않아야 했던 것이다. 현장에서 벽체를 세울 때 나뭇가지가 걸려 목수가 자르려고 했던 것을 막고 벽체를 살짝 틀어 완성했다.

참나무 주택은 콘크리트 벽과 유리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공간은 콘크리트 벽과 벽 사이를 간단한 벽으로 막았다. 벽은 쉽게 철거할 수 있어 필요에 따라 야외 공간으로 변경할 수 있다. 벽과 천장에 설치한 넓은 창은 건축의 목적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다. 각각 위치와 크기를 계획해서 설치한 창은 건물 내부에 빛과 그림자를 그려내고 계절을 담아낸다. 인테리어는 가장 원초적인 재료만 사용했다. 콘크리트와 철, 합판, 유리 등을 일차원적인 가공만 거쳐 가장 날것에 가까운 상태로 마감했다. 참나무 주택의 건축 의미를 소재가 지닌 물성을 통해 극대화한 것이다.
 
참나무 주택의 정원관리사는 자연이다. 건축주는 자신이 좋아한다고 마구잡이로 식물을 심지 않는다. 필요 없는 것들을 뽑기만 하고 나머지는 자연이 길러내게 놔둔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좋아 낙엽도 치우지 않는다. 건물에 귀속되지 않고 자연의 시간에 삶을 기대어 사는 것. 건축주가 그렇게 이곳에서 자기만의 삶을 디자인하고 있다.

설계는 비움에서 시작했다. 비움은 나무와 사람, 건물과의 관계 설정에 중요한 요소다.
건축주는 좋아하는 식물을 심지 않고 필요 없는 것만 뽑은 뒤 나머지는 자연에 맡긴다. 마당에 흩뿌린 듯 듬성듬성 자란 민들레는 자연이 길러낸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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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살리기 위해 지은 하남 참나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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