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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처럼 아름답다는 말에 건축주 정찬석 씨는 '나무의 탈색 방지를 위해서 오일스테인을 주기적으로 바른 게 중요했다'며 말문을 연다.

"오일스테인은 물과 반응하면 간혹 검은 점으로 나타납니다. 쌓인 먼지를 잘 털어 내고 칠하는 게 중요하죠. 그리고 뭉치지 않게 잘 펴서 발라야 합니다. 그 일련의 과정이 집에 대한 관심도라고나 할까요. 오일스테인은 색상이 투명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진한 광택을 냅니다."

그의 통나무집 사랑은 남다르다. 10여 년 전, 젊은 기상 하나만 믿고 전원에 통나무집을 짓겠다고 덤벼든 정찬석·도영미 부부. 1층과 지하가 각각 22평, 2층이 14평인 올-나취 방식의 통나무집이다.

젊은 시절의 추억과 열정 그리고 사랑이 담긴 보금자리에서 노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자신들을 '괴짜'라고 하는 이들 부부의 집 짓는 얘기를 들어보자.

통나무집의 마력

몸의 반은 세상에 내 놓고, 반은 숨고 싶다는 생각이 전원생활을 결심한 동기란다. 1995년 집 지을 땅을 알아보던 차에 부인의 언니를 통해 122평의 자투리땅을 구입했다.

"그때가 겨울철인데, 파밭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너무나 아름답고 포근했어요. 건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작정 내 집을 짓겠다고 결심했죠. 지금 생각하면 몰랐으니까 용감했던 것 같아요."

정 씨는 고등학교에서 화학교사로 재직하다가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 매료돼 고고학을 배우려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리고 다시 영국 캠브리지대학에서 공부하고 귀국해서는 부산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는 학자의 길을 뒤로한 채 통나무집 시공사인 '티톤픽스코리아'(www.tpklog.co.kr)의 대표로 있다. 집을 짓겠다고 결심한 후에는 미국으로 향했다.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공부하면서 보낸 그곳엔 통나무주택사업을 하는 학교 동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교수님 부부에게 좋은 곳을 구해 드리려고 선댄스(Sundance, 로버트 레드포드가 지은 통나무집이 많이 있는 곳)에 갔어요. 그런데 하루저녁 숙박비가 700불 상당이지 뭐예요. 결국 들어가 보지도 못했죠. 통나무집이 멋있다는 환영(幻影)을 갖고 집착한 것, 여기에 엉뚱한 생각이 잘 맞아 집을 짓게 됐죠."

건축주는 잠시 눈을 감은 채 10년 전, 집 지을 당시를 회상한다. 전세금을 빼 시작한 집 짓기는, 차곡차곡 일기장을 채워 나갔다. 당시 전원에서 살고 싶은데 예산이 부족해, 일단 땅부터 구입했다.

그리고 땅에 애착을 갖고, 예산에 맞춰 하나 하나씩 집 짓기를 실천했다. 준비 기간 만 6개월 정도 걸렸다. 집을 지을 땐, 당시 통나무집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주민들의 의아한 시선을 많이 받았다.

통나무집 시공 경력 40년인 밥 존슨(60) 외 목수 한 명의 노력으로 30일 만에 벽체가 올라갔다. 직경 30센티미터로 수분 함량이 18퍼센트인 건조목을 사용했다. 집터는 경사지라서 지면으로부터 1미터∼1.7미터 정도 띄웠다.

22평인 1층은 천장이 높은 거실과 주방, 욕실, 방으로, 14평인 2층은 부부침실과 자그마한 거실, 발코니 등으로 꾸몄다. 진동을 줄이려고 I-Joist(Engineered Wood)를 이용해 30센티미터 간격으로 시공했다.

욕실 방수를 위해 특히 배관에 신경을 썼다. 벽면 전체를 감싸는 욕조를 사용해 바닥에는 배수시설을 하지 않았다. 내부 전기 배선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쉽게 찾도록 한 곳에 모았다.

수종의 선택과 기능

정통 미국식 통나무주택 시공법을 고수했기에 돌출형 벽난로를 주 난방으로 이용했을 뿐 보일러시스템이 없다. 벽난로는 습기를 상당량 빨아들여 통나무집의 결로 현상을 해결하고, 열효율이 높아 장작도 많이 들지 않는다.

대신 모든 창호에는 이중창보다 단가가 낮고 효율성이 높은 기능성 창호 유리를 사용했다. 반면 애초 창고로 계획했던 지하공간을 좌식문화에 맞게끔 바닥난방을 하고 새 보금자리로 꾸몄다.

통나무집의 단열은 수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더글라스-퍼는 단열 효과가 인치당 약 0.99 R-facter(열의 흐름에 저항하는 정도)다. 흰 나무 계통은 1.41R-facter까지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두께가 50퍼센트 더 두꺼워도 수종에 따라서 단열 효과가 같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집의 90퍼센트는 더글라스-퍼를 사용했다. 보통 나무의 색깔 때문에 더글라스-퍼를 사용하는데, 흰 나무도 시간이 지날수록 송진이 밖으로 나와 붉은 색을 띄기에 굳이 붉은 색의 비싼 나무를 고집하지 않았다.

지붕의 나무기와는 밥 존슨의 엄격한 관리 속에 부부가 엮은 것이다. 나무기와는 주로 적삼목을 사용하는데, 단열성이 좋고 수명이 긴 편이다. 부부는 처음부터 모든 공정에 참여해서인지 집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초저녁 달이 뜨면 그 빛이 거실 창을 통해 온화한 미소를 집안 가득 뿌린다. 정 씨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그를 표현할 능력이 부족해 안타깝단다. 한편으론 전원생활을 하며 삶의 의미를 증폭시키려면 자그마한 소나무를 한 그루씩 심고 가꾸라는 말을 건넨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틀에 박힌 생각은 전원주택 시공에 적이 될 수 있다. 능력이 되는 만큼 집을 짓고, 또 짓기를 반복하더라도 끈기가 중요하다고.

"집 짓는 일은 끈기를 갖고 시작해야 합니다. 또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서 어느 정도 책임져야 합니다. 돈만으로는 좋은 집을 못 짓습니다. 가슴으로 지어야죠. 좋은 집은 매 공정마다 어떤 정성이 들어갔느냐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건축주도 협조를 많이 해야 합니다. 그래야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관리 요령도 터득할 수 있습니다."

건축주는 통나무집에 대한 불평불만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나무가 마르면서 생긴 틈으로 거미가 들어와 거미줄을 치고, 바람이 숭숭 들어온다는 것, 통나무집이 새카맣게 변했다는 것 등이다. 그 원인은 덜 마른 자재를 사용해 수축하면서 가라앉고, 코킹(Calking)을 제대로 하지 않은 데서 찾는다.

간혹 코킹제를 대신해서 실리콘을 사용하는데, 그러면 1년도 안 돼 목재와 분리되고 만다. 코킹제는 아크릴 소재의 수성제품이기에 나무의 수축과 팽창 때 같이 움직인다. 때문에 오일스테인을 칠하기 전, 코킹으로 바람을 막아야 방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통나무주택의 외부는 주기적으로 오일스테인을 칠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에는 1년에 2번씩 칠하되, 해가 지남에 따라 1번 정도로 횟수를 줄인다. 오일스테인은 잘 흔들어서 뭉치지 않도록 골고루 칠해야 한다. 이때 분무하는 것은 좋지 않다. 집의 내부는 폴리우레탄(고분자 우레탄)을 칠했는데, 이것은 시공 때 한번만 칠하면 된다.

정 씨는 집 지을 자재를 계약할 때, 건축주가 반드시 참석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시행착오가 적다고 충고한다.

글·사진 김혜영 기자

■건축정보
·주 소 : 경기도 여주군 여주읍 단현2리
·부지면적 : 122평 + 80평
·건축면적 : 58평(지하층-22평, 1층-22평, 2층-14평)
·건축구조 : 올 나취(All-Notch)방식 통나무집
·내벽마감 : 통나무
·외벽마감 : 통나무
·지붕마감 : 나무기와
·창 호 재 : 알파인 노우-이(Low-Energy)유리 창
·난방시설 : 벽난로
·건 축 비 : 당시 평당 550만 원

■설계 : 시애틀 통나무주택 모델명 '캐스캐이드
■시공 : 밥 존슨 외 1명(전문 로그빌더)

# Tip 좋은 통나무 고르는 법

통나무주택 시공은 거의 모든 자재를 수입에 의존한다. 좋은 통나무를 고르는 방법은 꼭 '하트 우드'인지 확인하는 데 있다. 심장이 있는 나무, 즉 한쪽 면에 나이테 중심이 있으면 반대편에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건조되면서 크랙이 발생해, 바람이 들어온다. 또 어떤 수종이든 나이테가 촘촘해야 한다. 벽체에 사용하는 목재는, 최소한 50∼80년은 넘는 것을 사용한다. 즉, 나이테가 촘촘한 나무는 수축이나 팽창이 적어 통나무집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하자를 줄이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100퍼센트 같은 수종만으로 집을 짓지는 않는다. 흰 나무는 물에 약해 부패할 가능성이 크기에 가능하면 송진이 많은 더글라스-퍼 등을 지면과 가까운 부분(밑)에 쌓아야 한다. 송진을 많은 나무는 붉은 색을 띄는데, 색이 붉을수록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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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통 시공법 그대로 여주 58평 통나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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