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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는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취미나 기호 단계에 머물렀다. 그 후 우리 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비가 크게 늘어나 하나의 화훼 및 조경 식물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야생화는 전체 생산량의 80퍼센트 정도를 조경용으로 쓰인다. 그만큼 화종이나 화색, 생육 시기 등이 다양하여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이 영년생(永年生)이라 한번 조성하면 반영구적으로 별도의 관리 없이 관상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야생화는 도입 종(種)에 비해 우리의 기후와 풍토에 적합해 잘 적응하며 성장이 양호하고 안정적 식생 구조를 재생할 수 있다. 환경 생태계 교란이 없고 조성 후 관리도 용이하다. 또한 지역에 따라 종류와 품종이 다양하므로 특색 있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자생지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식물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해 장소와 시기를 결정해야 하고, 식재지의 환경을 분석한 후 생육 가능한 야생화를 선정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야생화를 정원에 도입할 때에는, 우선 야생화의 식재 방법과 생육 환경을 구분해 각각에 알맞은 환경을 조성한 후 식재해야 한다.

 사진 유병열<삼육대학교 환경그린디자인학과 교수>

다양한 품종의 야생화 정원
야생화를 이용한 정원을 멋지게 연출하고 싶다면 꽃과 어울리는 나무와 돌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연못은 청각적 효과뿐 아니라 자칫 건조해 보이기 쉬운 정원에 촉촉한 기운을 더해 준다. 강가나 개천 등에 위치한 집이 아니라면 작은 야생화 연못을 만들어 정원에 운치를 담아 보자. 야생화는 눈을 연못은 귀를 즐겁게 해 자연의 어울림을 유도할 것이다.

지난번에 소개한 단일 품목의 야생화 식재 방법에 이어 이번에는 다양한 품목의 야생화 식재 방법을 살펴보자. 즉 개화기가 다르거나 화색이 다른 여러 종류의 야생화를 혼식하는 방법이다.
 
다양한 품목의 야생화를 이용해 정원을 꾸미면, 연중 다양한 볼거리를 정원에서 연출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개화기가 다른 종을 혼합해 식재함으로써 한 종류의 야생화만으로 정원을 꾸밀 때보다 관상 기간이 길어진다는 장점도 갖는다. 그러나 야생화는 종에 따라 생육 환경 및 특색이 다르므로 관리 면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 종간 경쟁 관계에서 우점종에 밀려나는 종들이 생기기도 하고, 정원 조성 초기에는 관상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다.
 
특히 개화기가 다른 야생화를 식재할 경우, 한편에서는 개화가 이뤄지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그렇지 않기에 시각적인 효과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야생화를 이용해 정원을 꾸미면 특유의 자연스러운 멋과 함께 야생화 본연의 생명력과 신비감을 가까이에서 엿볼 수 있어 전원생활에 걸맞은 멋진 정원 연출이 가능하다.

야생화를 이용한 연못 만들기
정원에 연못을 만들 때 야생화를 이용하면 특별함을 더할 수 있다.
연못 속이나 주변에 심는 식물은 뭍에 심는 일반 식물들과는 다르다. 그 대부분은 물속에서 자라도록 줄기나 잎의 통기조직이 잘 발달돼 있다. 뿌리는 수중 바닥으로 뻗으며, 잎은 수면 위에서 자라거나 물 위를 떠돌아다니기도 한다. 이런 종류의 식물들을 ‘수생식물’이라고 한다.
 
수생식물은 육상식물에 비하여 생장 속도가 빠르다. 하나의 개체가 수면 밑의 지하, 수중, 지상(대기) 모두에 걸쳐 있으며, 다양한 생물에게 서식 공간을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한다. 수생식물이 자라는 환경은 육상식물에 비하여 온도나 수분의 변동은 작지만 물과 지반의 물리화학적 특성과 함께 용해 염류, 영양분, 색깔, 투명도의 변화 등 수중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수생식물의 생장과 번식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수심이다. 침수식물이 생육하는 수심은 2미터까지고 갈대, 줄, 부들 류의 분포 한계는 수심 60~90센티미터다. 따라서 연못을 조성할 때는 수생식물의 서식 환경을 고려해 깊이를 조절한다. 일반적으로 60센티미터 이내로 조성하는 것이 보통이다.

연못 단면도.

수생식물의 분류 및 특징
수생식물은 생육 환경에 따라 크게 추수식물, 부엽식물, 침수식물, 부유식물로 구분한다.

추수식물(抽水植物추수식물은 토양에 근경이 자라고 줄기와 잎자루가 수면보다 위에서 생장한다. 대기 중에 잎이 생장하는 종류로는 갈대, 줄, 부들 류, 큰고랭이, 송이고랭이, 올방개, 세모고랭이, 올챙이고랭이, 물옥잠, 물냉이, 물수세미 등이 있다.
 
부엽식물(植物부엽식물은 수면 중에 근경을 내리고 줄기와 잎자루까지 신장시켜 잎을 수면 위에 뜨게 하는 식물로, 어류의 산란 및 치어의 생육 장소를 형성해 준다. 종류로는 마름 류(마름, 애기마름, 큰잎마름), 노랑어리연꽃, 어리연꽃, 수련, 순채 등이 있다.

수생식물을 응용해 만든 다양한 종류의 수재 화단. 놓는 곳에 따라 분위기 있는 연출이 가능하다.

침수식물(沈水植物침수식물은 수중 토양에 근경을 내리고 줄기, 잎 모두 수중에서 생활하는 종류로, 꽃은 수면 위로 나와서 개화하는 것이 많다. 종류로는 말즙, 넓은잎말, 대가래, 말솔잎가래, 이삭물수세미, 검정말, 나사말 등이 있다.
 
부유식물(浮遊植物부유식물의 잎은 물 위에 뜨고 뿌리는 물속에서 영양을 섭취하는 식물로, 바람에 따라 움직이면서 여러 형태의 그늘을 만들어 낸다. 종류로는 개구리밥, 물옥잠, 자라풀, 생이가래 등이 있다.

야생화 정원이 아름다운 집
경기 남양주시에 자리한 천마산 입구에는 산등성이를 담아낸 듯 시원시원한 통나무 집과 야생화 가득한 정원 뒤로 천마산의 진풍경이 펼쳐진다.

야생화의 보고(寶庫)라 불리는 천마산 밑자락에 자연과 어우러진 통나무 집.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쉼과 볼거리를 제공한다.

   
건축주는 “뭐든지 내 손으로 직접 해야 맛이 나지요.”라며 집도 나무도 야생화도 직접 가꾸고 있다. 
야생화의 보고 천마산(812m) 밑에 자리한 때문일까. 산 타기를 좋아하는 건축주에게 산과 더불어 야생화도 볼 수 있는 곳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으니 무릉도원(武겓桃源)이 따로 없다고. 배낭 하나 짊어지고 천연 군락을 이룬 곳을 찾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그는 천마산을 하루 3회 오른 적도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야생화를 구입해 가는데 집에 갔더니 꽃이 안 핀다고 와서 항의하는 손님이 종종 있어요. 꽃을 피울 수 있는 좋은 환경과 사람이 느끼는 편안한 환경에는 차이가 있는데, 그걸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곤 하지요.”

자신보다 타인의 입장에서 배려할 줄 아는 건축주는 봄이 오는 것이 아름다운 이유는 흰 꽃에 푸른 잎이 있고, 바람소리와 물소리 등이 서로 어우러지기 때문이라며 혼자면 외로우니 어울려 살아가는 삶을 강조한다.

수풀을 헤치고 보물을 찾는 모양으로 자연의 변화무쌍함을 느낄 수 있는 길

건축주가 제안하는 야생화 즐기기
역지사지(易地思之)라 했던가. 야생화에 관심이 있다면 야생화의 생활 패턴을 이해하라고 강조하는 건축주는 야생화 정원을 만들었다면 야생화 즐기는 방법에도 단계가 있다고. 우선 야생화에 관심을 가진다면 자연에서 피는 꽃을 그냥 놔둔다. 방해하지 말고 바라보기가 그 첫 번째. 그다음에는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듯 정원 속 야생화와 어울려 감상하게 된다. 야생화에 푹 빠져 지내는 경지에 이르면 꽃보다 새싹에 관심을 두게 되는 것이 마지막이라고. 봄이 되면 땅이 꾸물꾸물 대며‘뿅’하고 올라오는 새싹이 그렇게 기다려질 수가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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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품종의 야생화 정원 - 야생화를 이용한 정원 만들기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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