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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정원을 만든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이오도 집을 짓고 정원을 꾸미고 자연을 느끼며 살면서 생활에 많은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 집을 짓기로 계획하고서는 고민이 가득한 얼굴로 찾아오는 이들이 종종 있다. 집과 함께 ‘쉼’을 위한 멋진 정원을 만들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얼굴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렇다면 건축물과 함께 어떤 정원을 고려하면 ‘참 쉼’을 경험할 수 있을까. 이번 호부터는 우리 집에 치유정원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글 사진 이오(푸르네 대표정원사)

우리나라에서 이미 600년이라는 시간의 간격을 두고 정원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긴 분이 있다.《양화소록》을 쓴 강희안 선비다. 우리에게 전해져 오고 있는 전문 원예 도서 중에 가장 오래된 기록물이다. 자연의 이치를 받아들이고 눈으로 보고 경험하는 것을 삶의 지혜로 녹여낸 그의 기록에서 정원 생활은 고요한 자연과의 연애와 같은 시간임이 담겨있다.《양화소록》에 기록된 ‘꽃을 기르는 마음을 안다’는 것이 진정한 치유정원의 시작일지 모른다.
 
진정한 치유정원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연의 이치를 정원에 적용하면서 관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연과 사람에 대한 상호적인 관계를 살펴보면서 사람 내면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너무 넓은 영역이기는 하지만 관심을 갖다보면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정원 생활에 자연스럽게 적용하게 된다. 이는 곧 치유정원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정원을 치유의 공간으로 활용
정원을 치유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다는 것은 우리 몸과 마음을 늘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고 싶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 우리는 왜 건강하지 못할까? 그 요인은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고 그 문제를 왜 조정하지 못하는지 일일이 알 수는 없다. 그만큼 우리의 몸과 마음은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갖다보니 치유정원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시대가 언제 어떻게 마침표를 찍을지 모르는 요즘이기에 막연하게 정원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정원 활동을 준비해 봐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치유의 정원에서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전체론적인 사고에서 바라봐야 한다. 사람의 정신부터 마음, 그리고 영적인 부분까지 정원과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 사람의 생각에서 마음까지 이어지는 거리는 멀지 않은 찰나의 순간이지만 그 사이에는 수없이 많은 장애물이 있다. 이는 영적인 상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원을 바라보고 식물을 가꾸는 과정을 통해 우리 몸을 정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정원의 세계가 내 몸에 스며들고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정원 가꾸기는 나를 가꾸는 것
사람의 몸은 간단하지 않다. 그리고 사고와 감정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원이라는 공간에서 무엇을 보고 만지고 느끼게 할지 또한 어떤 행동이 일어나게 될지 예측해 보면서 치유정원을 계획해야 한다.
 
정원에서 꽃을 가꾸고 그 안에서 경험하며 즐기는 것은 지금의 나를 가꾸는 것이다. 나에게 물을 주듯 새로운 생명과 기운을 부여하는 시간인 셈이다. 조용한 시간에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에게는 자주 경험하게 되는 정원에서의 일상인데, 아주 작은 공간에서 작은 행동으로도 이러한 일상으로 초대받을 수 있다. 이것은 정원이라는 공간이 가진 특성이다. 그래서 이오는 정원을 큰 보물창고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정원과 함께 느끼고 즐기는 가운데 우리 몸은 변화를 가져온다. 사람에 따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호르몬, 생식 주기, 수면패턴, 기분, 신진대사가 정신 상태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원이라는 공간은 최고의 정신적 안식처로 제공되어 영적인 만족감을 추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공간이다. 이런 공간이 생활공간에 함께 있다는 것은 일상적인 생활로부터 휴식을 제공받고, 긴장 이완과 기분전환과 안식의 끝없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긴장을 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정원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정원이 가진 장점이다. 두꺼운 책을 읽어가며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몸으로 전달되는 자연의 생명력을 느끼면 된다.

치유정원이 필요한 시대
앞으로 어떻게 치유정원 공간을 만들고 어떤 소재들을 사용할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에 앞서 이오가 생각하는 치유정원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정원에 담긴 자연요소를 통해서 사람의 정신적, 심리적 그리고 육체적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지속 가능한 과정(경험)이 일어나는 공간이 정원이다. 결국은 스스로 영적인 상태를 돌보며 성숙해 나가는 일상생활 공간인 동시에 자연 공간이다.
 
두 번째는 이런 자연 공간을 인간의 직접적인 개입을 줄이고 자연의 질서와 원리가 정원에서 작동되도록 존중해 주는 정원 생활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우리는 자연의 일부인 동시에 자연과 하께 공생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연은 지배하거나 직접적인 개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잘 돌보며 지켜주어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세 번째는 이러한 치유정원을 만들어나간다는 것은 우리 삶의 공동체를 회복과 완성을 위해 준비하고 실현하는 과정이다. 단순히 사람의 몸을 건강하게 하는데 머물지 말고 모두가 함께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함께 생각하고 생활하는 공간이 치유정원이다.
 
마지막으로 치유의 정원을 이해하고 경험한 치유 정원사가 필요하다. 정원은 문화생활이고 동시에 일상에서 누리는 재미난 놀이 공간이다. 이런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고 안내해 줄 수 있는 정원사(정원 활동가)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시대가 언제 마무리될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희망을 놓지 않고 오늘도 자연이라는 공간에서 위로받고 기쁨을 맛보며 서로를 바라봐 주며 정원이라는 공간을 대하면 좋겠다. 어느 시대보다도 치유가 필요한 요즘 자연과 정원이라는 공간에서 참 안식처를 경험해 보자.

이오(푸르네 대표 정원사)

현장에서 27년간 정원 디자인과 시공, 문화 활동을 이어왔고, 최근에는 마을 정원을 통해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다. 현재 푸르네 대표 정원사 겸 원예치료사로 활동하고 있고 산림청정책자문위원, 한국원치료복지협회이사, 한국정원협회이사를 겸하고 있다. 저서로 정원사용설명서, 건축가의정원 정원사의건축, 엄마정원 아이정원, 가든&가든이 있다.

allday31@naver.com 유튜브: 정원친구 이오 youtube.com/user/ipurunei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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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의 정원 이야기 13 치유 정원 만들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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