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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을 자극하는 정원

정원을 만들다 보면 시각적인 것에 치중하게 된다. 따라서 여러 가지 색감을 사용해서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자극을 주는 것이 좋다.
특히 꽃의 색감뿐만 아니라 잎의 색감도 섬세하게 구분해서 심는 것이 좋다. 다른 종류의 풀이나 나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녹색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파밭의 녹색과 상추밭의 녹색은 다르게 보인다. 파와 상추를 함께 심어 보자. 서로 다른 점을 찾아내고 구분하는 것은 좋은 자연공부의 시작이 된다. 게다가 파의 독특한 냄새가 상추에 붙은 해충을 쫓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풀과 나무의 형태도 좋은 관찰 대상이 된다. 뾰족하게 위로 자라는 것, 옆으로 자라는 것, 뾰족한 잎을 가진 것, 둥근 잎을 가진 것들이 그것이다. 풀도 '대비'가 되도록 심는다.
예를 들어 둥글고 넓은 잎을 가진 옥잠화(Hosta plantaginea)를 바위 옆에 심는다. 돌과 옥잠화가 대비를 이루기 시작한다. 옥잠화 앞에는 보다 작고 진한 색을 띠는 잎을 가진 아주가(Ajuga reptance) 몇 포기를 심는다. 바위 뒤에는 기다란 잎을 가진 맥문동(Liriope platyphylla)을 심는다. 이렇게 오밀조밀하게 바위 주변에 작은 군락을 만들어 식물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설명해 줄 수 있다.
어린이정원을 만들 때는 시각에만 집중하지 말고 미각과 촉각, 후각, 청각을 생각해야 한다. 어린이들이 오감을 동원해서 주위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도록 만들어 보자. 살갗을 기분 좋게 자극하는 바람의 느낌과 그 소리, 팔랑거리는 나비의 모습, 풍경소리, 향기 나는 식물, 방울토마토, 딸기, 한련화를 담아보자. 단, 유도화나 능소화 처럼 독을 가진 식물은 피해야 한다.

식물에 이름표를 달아주자
작은 식물들을 모은 모듬정원을 만들어 주는 것도 어린이들의 학습 효과에 도움이 된다. 어린이를 위한 작은 정원은 한쪽 가장자리에 만들거나 구획을 해서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각각의 작은 정원에는 이름을 단 명패를 달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원뿐만이 아니라, 식물 하나에도 작은 명찰을 달면 어린이들은 매일 그것을 살펴보고 자라는 모습에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된다. 정원 식물에는 직접 따서 먹을 수 있거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다양한 허브식물이 적당하다. 정원 식물 심기가 끝났다면, 작고 예쁜 울타리를 만들고 모래놀이를 할 모래상자를 만들어 주는 것도 좋다. 이때 사용하는 목재는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해 방부목 대신 중금속이 없는 천연 방부 도료를 사용해야 한다.

맨발정원
맨발로 뛰놀 수 있는 정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맨발로 종일 놀아도 다치지 않도록 위험 요소를 모두 제거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맨발로 촉감을 느끼게끔 바닥에 여러 가지 재료를 깔아 보는 것이다. 모래와 콩자갈에서부터 밤돌, 호박돌 등을 깔아 보자. 그리고 발을 씻을 수 있는 작은 연못을 겸한 수돗가를 만들어 준다.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난여름 정원을 게으르게 돌보다가 정원을 갉아먹은 해충을 발견하고 농약을 사용할지 말지 고민한 적이 있다. 이미 반 이상의 이파리를 먹어치운 벌레들을 해치우기 위해 강력한 제초제나 농약을 사용해서 한번에 없앨 무지막지한 생각했다. 하지만 작은 꽃들 위를 날고 있는 벌새를 발견하는 순간 생각은 한순간에 바뀌었다. 만약 내가 농약을 사용한다면 벌새도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가정에서 농약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천연 퇴비를 사용해 정원을 보다 건강하게 만들 것을 홍보하고 있다. 유기정원(Organic Gardening)에 대한 폭발적인 인기가 그것이다. 물론 정원은 만들고 감상하는 대상이 아니라 만들어 나가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장소라는 인식이 있다는 것을 이제 막 시작하는 우리의 정원문화가 배워야 할 점이기도 하다.

학습장 - 텃밭 꾸미기
어린이들이 씨를 뿌리고 열매를 수확하는 체험을 하는 작은 텃밭을 만들어 보자. 어른들의 생각에는 잔디밭에서 어린이들이 잘 놀 수 있다고 하겠지만 잔디밭은 그저 푸른 녹색의 사막일 뿐이다. 잘 가꿔진 정원의 식물들을 보는 것도 자연을 체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직접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며 식물을 가꾸는 것이야말로 어린이들에게 더욱 값진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씨를 뿌린 날짜와 싹이 처음 나온 날, 매일 자라나는 식물을 보며 일지를 쓰게 한다면 작은 식물 하나라도 귀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이러한 텃밭이야말로 어린이들의 산 학습장이라고 하겠다.田

이진규<네이처조경디자인 대표>(02)569-9427, www.flower-wol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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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Garden]어린이를 위한 정원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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