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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를 위한 주택이지만 ‘좋은 집’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가 건축가를 찾아왔다. 재래시장의 현대화를 위해 급변하는 주변 환경 속에서, 건축주 가족들은 주상복합시설의 일부로 대지를 편입시켜 달라는 끊임없는 권유에 시달려 왔었다. 거대한 자본과 보편성의 힘을 뿌리치고 가족만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건축주 가족에게 건축가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조력은 그들의 바람대로 ‘작지만 좋은 집’을 계획하는 일이었다.
    
황정현, 현창용(건축사사무소 H2L)
진행 이수민 기자
사진 김성철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서울 중구 신당동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지역지구 준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
건축용도 공동주택
건축규모 지하 1층, 지상 9층
대지면적 290.04㎡(87.73평)
건축면적 159.88㎡(48.36평)
연면적 1,109.74㎡(335.6평)
건폐율 55.12%
용적률 331.92%
설계기간 2018년 2월~2019년 4월
공사기간 2019년 6월~2021년 4월
설계 건축사사무소H2L 황정현 + 공주대학교 현창용 https://architectsh2l.com/
시공 씨앤오건설㈜ www.cnoenc.com

2018년 겨울, 오래도록 소유하고 있었던 두 개의 필지를 모아 임대를 위한 공동주택과 거주를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던 한 가족이 건축가를 찾았다. 들여다보니, 가족의 땅은 한 재래시장 재정비 촉진지구에 면하여 수백 세대 규모의 주상복합시설 계획부지에 인접해 있었다. 이는 공동 개발을 통해 대형 재건축 프로젝트의 일부로 편입시킬 수 있었음을 의미했고, 자연스레 왜 별도의 주택을 기획하게 되었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돌아온 답은 건축가가 이 프로젝트에 깊은 애정을 갖게 하는 힘이 있었다.

“비록 임대를 위한 주택이지만, ‘좋은 집’으로 존재하고 싶습니다.”

공동주택과 거주를 위함 보금자리를 한 데 모아 지은 ‘모아 쌓은 집’의 주 출입구.
주차장.
엘리베이터 홀과 계단실.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9층 규모로 엘리베이터를 갖췄다.
콘크리트와 철제 난간으로 심플하게 계획한 계단실.

작지만 좋은 집
재래시장의 현대화를 위해 급변하는 주변 환경 속에서, 가족 역시 인접한 주상복합시설의 일부로 대지를 편입시켜 달라는 끊임없는 권유에 시달려 왔었다. 거대한 자본과 보편성의 힘을 뿌리치고 가족만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건축주 가족에게 건축가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조력은 그들의 바람대로 ‘작지만 좋은 집’을 계획하는 일이었다.
    
대지의 조건은 1인 주거공간 약 12세대, 2인 이상이 거주할 수 있는 소형 주거공간 6세대, 그리고 근린생활시설 일부와 가족의 보금자리를 허락하고 있었다. 단일 공간으로 구성된 1인 주거공간과 침실이 분리되어 제공되는 소형 주택을 각각 4개 유닛, 3개 유닛으로 모아 중층에 쌓아올렸다. 지상층과 가장 가까운 곳에 근린생활시설을 배치해 임대 효율을 높이고, 가족의 보금자리는 최상층에 자리하게 했다. 이러한 공간의 구성까지는 여느 소규모 공동주택과 다르지 않으나, 건축가는 그 과정에서 두 가지 차별화된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는 소형 주택이라 하여 동일하게 복제, 병치되는 구성은 피할 것, 둘째는 사용자와 구성원 모두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의 모든 건축적 수준을 높일 것.

6층에 자리하는 주거 D 타입 공간.
8층은 건축주가 사는 공간이다. 고층에서 누릴 수 있는 전경을 만끽하기 위해 창을 크게 냈다.

섬세한 건축적 계획과 대응
첫 번째 원칙을 위해 중층의 임대용 주거 유닛들은 제각기 다른 요소들로 채워져 있다. 테라스가 있는 유닛, 다양하게 절개된 입면을 가진 유닛, 여유 있는 내부 수납공간을 가진 유닛, 알파 룸이 제공되는 유닛, 노출콘크리트 벽면이 연출되는 유닛 등으로 임차인의 선택의 폭을 고려했다. 또한 이러한 다양한 조건들은 임대시장에서 다양한 관점의 가격 책정 근거로 작용함으로써 작지만 획일화되지 않은 공간구성이 가능하게 하였다. 또한 두 번째 원칙을 위해 공용으로 사용되는 아주 사소한 부분부터 중요한 부분까지 섬세한 건축적 대응을 시도했다.
    
각 층별로 보일러실과 실외기 실 등 가구 내부로 편입될 시 공간을 차지할 뿐 아니라 소음과 관리 수요의 원인이 되는 공간을 공용부로 빼 내어 각 가구의 효용과 쾌적을 도모했다. 또한 자칫 버려질 수 있는 옥상 부를 실내화, 공용화, 정원화 하였는데, 사용성을 위해 승강기가 최상층에 마련된 옥상정원과 공동 세탁공간, 공용 테라스까지 운행되도록 하여 공용공간의 활성화를 꾀했다. 무엇보다 도심형 소규모 공동주거 건축물에서 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주차 부족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 지상에서 편리하게 관리, 사용할 수 있는 리프트식 기계식 주차를 도입해 주차면의 확보와 활용성 모두를 충족시키도록 계획하였다. 이 밖에도 화물의 보관, 우편함의 관리 및 사용, 쓰레기의 배출 등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건축적, 공간적 대응을 위해 다양한 계획을 실천했다.

8층 테라스. 데크로 마감해 맨발로 테라스를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건축주와 임대인이 공유하는 9층 공용 공간.
옥상도 공유하는 공간 중 하나다.

벽돌로 단순하게 쌓아올린 주택
이러한 ‘거주민-프랜들리’의 공간계획 개념을 외관의 정체성으로 풀어내기 위해, 가장 친숙하고 담백한 디자인과 재료를 선정했다. 다양한 구성으로 모아진 주택들은 각 유닛의 최적의 환경을 위한 자리에 배치되고, 이를 단순하게 쌓아 올렸다. 그 과정에서 크게 3개의 다발로 나누어진 볼륨을 그들이 각자 향하고 있는 주변 환경에 알맞게 열고 닫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외관의 콘셉트를 보강할 수 있는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디자인이 입면에 골고루 적용되어 단순하지만 지루하지 않는 얼굴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건축의 모습에 어울릴 만한 재료로서, 주택에 가장 친숙한 재료인 적벽돌과 콘크리트 노출을 조합하였는데, 태생적으로 ‘쌓아’구축하는 벽돌의 성질을 받아들이고 이를 자연스럽게 구현하기 위해 각 층별로 얇은 콘크리트 띠를 내밀어 벽돌을 받쳐 쌓았다.

건물에 서쪽에 위치하는 주차공간.
모아 쌓은 집은 임대를 위한 주택이지만,‘좋은 집’으로 존재하고 싶다는 건축주의 바람으로 지은 집이다.

서로를 의지하는 우리네 모습
벽돌을 쌓기 위해 건축의 구체가 내민 손이 마치 서로 손 내밀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주거 공동체의 모습과도 닮았고, 그 위에 한켜 한켜 쌓아 올려지면서도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는 적벽돌의 모습이 켜켜이 쌓여가는 우리네 삶의 모습과도 닮았기에, 또 그러한 삶을 응원하려는 건축가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공간 안에 그득 차 있기에, 어쩌면 이 집을 태어나게끔 했던 ‘작지만 좋은 집’이라는 한 문장은 꽤 그럴듯한 건축으로 완성되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북서 측에서 바라본 야경. 적벽돌의 켜켜이 쌓여있는 모습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주거 공동체의 모습과 닮았다.
황정현(건축사사무소H2L) + 현창용(공주대학교 건축학부)
황정현과 현창용은 중앙대학교에서 건축을 함께 수학하고, 이후 황정현은 정일건축과 정림건축을 거쳐 동대학원 도시건축연구실에서 다양한 스케일의 실무와 연구를 수행했고, 현창용은 간삼건축을 거쳐 동 대학원 건축공간이론연구실에서 공공건축물의 공간구조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5년에 건축사사무소 H2L을 함께 설립했다. 주요 작업으로는 모아 쌓은 집(공동주거), 두 마당집(단독주택), 마장동 협소주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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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작 임대주택 모아 쌓은 집 ‘Stack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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