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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 기천리에 자리한 전원주택을 찾았다. 현대 한옥으로 완성도를 높인 3세대 주거공간으로 3남매를 둔 건축주 부부와 노모 5인 가족이 생활하는 집이다. 수원시 광교산자락에서 태어난 건축주는 평생 흙을 떠난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늘 흙을 밟고 나무를 가꾸면서 살기를 바랐고, 이미 오래 전부터 전원생활을 준비해 왔다고 한다.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삼각형 모양의 부지를 마련했는데, 몇 년이 지나자 주변으로 공장이 들어서고 송전탑이 지나는 등 살기 좋지 않은 곳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다른 부지를 찾던 중 우연히 신록이 우거진 5월 지금의 부지를 지나가게 됐는데, 저수지 옆으로 산과 들이 어우러진 풍광이 너무 아름다웠다. 다행스럽게 현지에 매물이 있었고, 임야와 전답을 합쳐 3000여 평의 땅을 곧장 구입했다고.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의 일이다. 이후 틈틈이 땅을 일구면서 아이들 교육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전원생활을 준비했다.

처마 선이 아름다운 퓨전 한옥
집은 자연친화적인 생태주택을 짓고 싶어했다.
“환경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집을 짓고 싶었습니다. 처음엔 초가흙집을 생각했는데 유지 관리가 어렵고 더욱이 복층 구조는 힘들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목구조 황토주택을 짓기로 했습니다.”
건축주는 시공도 직접 할까 했지만, 제대로 지어야 한다는 생각에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했다. 시공사를 선택하는 데만 무려 3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구상했던 집의 구조와 가장 유사하게 짓는 시공사를 찾다 보니 오랜 시간이 걸렸단다. 그렇게 해서 만난 시공사는 ‘행인흙건축’이다. 하지만 첫 만남에서는 내키지 않았다. 그후 3년 뒤에 다시 만났고, 지은 집을 여러 곳을 보고 난 뒤 마음에 들어 시공을 맡기기로 했다. 행인흙건축의 이동일 대표가 홈페이지를 통해 시공 과정에 대한 부분과 시공한 집의 잘된 부분과 잘못된 부분을 낱낱이 공개하는 진솔함에 마음에 끌렸기 때문이다.

집의 기본 설계와 공간 배치는 건축주가 직접 했고, 시공사는 이를 최대한 반영했다. 건축주가 요구한 것 중 2층 발코니는 한옥 구조에서는 까다로운 면이 있어 당초 앞쪽에 계획했던 것을 뒤쪽으로 설계 변경했다. 건축은 2004년 봄에 시작하여 그해 여름에 완공했다.
집은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에 위치한 ‘하늘에 이르는 산’이라는 ‘건달산(乾達山)’ 서쪽 아래에 앉혔다. 웅장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지는 집은 얼핏 보면 사찰을 보는 듯하다.

집은 시스템 옹벽 블록기초를 한 뒤 민도리 형식의 한옥 목구조로 지었다. 뼈대가 되는 구조재는 햄록(Hemlock)을 사용했고, 벽체는 30센티미터 흙벽돌(대+소) 이중 쌓기를 했다.
한옥인 만큼 전통 가옥에서 감상할 수 있는 디테일이 잘 표현되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용마루와 팔작지붕, 처마 끝에서 느껴지는 전통 이미지는 창호의 문양으로 이어져 단정하면서 생동감 있는 율동미로 배어난다. 단아한 단층 한옥을 현대인의 생활에 맞는 복층 한옥으로 새롭게 구성했고, 겹처마 팔작지붕 형태의 처마 선은 아름다우면서 기품을 더한다. 본채 건물의 지붕은 팔작지붕 형태를 취하고, 창고 개념의 부속사와 솟을대문은 맞배지붕 형태를 취하고 있다. 흙벽돌 기와 담 또한 현대 한옥과 어울려 완결성을 빚어낸다. 비로부터 벽체를 보호하기 위해 길게 뽑은 처마는 서까래와 부연이 있는 겹처마로 구성, 전통미를 그대로 살렸다.

전통미와 기능성 살린 실내공간
내부는 한옥 분위기를 살리면서 공간 구성은 현대적 요소를 따랐다. 현관으로 들어서면 우측으로 노모가 쓰는 안방과 아들 방을 나란히 두고, 다소 긴 거실 끝에 딸 방과 주방이 있다. 안방은 이용의 편의를 위해 현대적인 기능을 갖춘 욕실을 두었고, 한지로 온화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거실은 한쪽 벽면 전체에 세살창문을 달아 전통 가옥의 감각을 연출함과 동시에 현대식 주거 평면을 접목시켜 넓게 구성했다. 특히 거실 전면창은 2중창으로, 바깥으로 미닫이 새시를 설치하고, 안쪽에는 유리 사이에 한지를 끼어 넣은 목창을 달아 기능성과 전통미를 살렸다. 한지를 통해 들어오는 은은한 햇살은 한옥의 운치를 자아내고, 한쪽 모퉁이에 벽난로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기둥과 보, 서까래 등 각종 구조체를 그대로 노출시켰고, 벽은 한지벽지로 마감하고 바닥에는 우물 모양으로 마루를 깔았다.

주방과 식당은 하나의 공간으로 묶어서 설계 시공했다. 주부의 일손이 편하도록 별도로 보조 탁자를 두었고, 주방 옆으로 다용도실을 두어 수납공간이 부족하지 않도록 했다. 싱크대 앞으로 창을 크게 내어 주부가 일하는 중에도 자연을 감상하게끔 한 것은 세심한 배려 차원이다.
2층은 다도(茶道)방과 욕실이 딸린 부부침실, 명상실로 구성돼 있는데, 계단을 중심으로 우측은 다도방이고 좌측에 부부침실과 명상실이 있다. 한지 벽지와 장판으로 전통한옥의 느낌을 살린 부부침실은 좁은 편이지만 잠자는 공간으로는 충분하다. 특히 자연을 감상하도록 욕실의 변기 정면에도 커다란 통 고정창을 설치한 것이 이채롭다. 명상실 또한 큰 통창을 내어 자연을 바라보며 명상의 세계에 빠져들게 했다. 다도방은 한실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전통 창을 달고, 한지벽지를 바르고, 천장은 루바로 마감했다. 창을 열면 주변 산과 마을 전경이 눈 가득히 들어와 조망도 일품이다.

사계절 변화를 몸소 느끼는 행복
건축주 부부는 사계절 자연의 변화를 매일매일 느낄 수 있는 전원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다보니 마음도 여유로워졌다고 한다.
“전원에서 생활하다 보니 자연적으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벽형 인간이 되더군요. 그리고 복잡한 도시에서 생활할 때와 달리 길에 시간을 뺏기지 않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 좋고요. 비 오면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낙수(落水) 소리를 감상하고, 해질녘 일몰과 밤에 휘영찬란한 달빛 구경하는 것도 좋고, 채소 씨를 뿌려 놓고 하루하루 달라지는 것을 보면 신기하고, 수확할 땐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 건축주는 이곳에 수목원을 만들 생각이란다. 현재 주변에 살구나무, 능수벗나무, 곰설(해송)나무, 수양벗나무, 왕벗나무, 산벗나무, 모과나무, 모감주나무, 주목, 복자기, 매화, 돌배, 호두, 자두, 감, 가래, 구상나무 등 60여 종의 조경수를 심어놓았는데, 앞으로 보다 많은 나무를 심고 가꿀 것이란다. 田

글 박창배 기자 / 사진 조영옥 기자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 기천리
·부지면적 : 약 3200평
·대지면적 : 약 200평
·연 면 적 : 총 56평(1층 40평, 2층 16평, 부속사 창고 4평)
·건축구조 : 시스템 옹벽 블록기초+한옥목구조(민도리 형식)
- 구조재 햄록
·지붕모양 : 겹처마(서까래와 부연) / 팔작지붕
·지 붕 재 : 개량형 한식기와(시멘트 가압기와)
·벽 체 : 30cm(흙벽돌 대+소 이중 쌓기)
·창호, 문 : 이중 창(외부 우드 새시, 내부 목창-홍송),
홍송 문, 옛날 대문
·마감사양 : 한지 벽지, 한지 장판, 거실-정 마루
·급 수 : 지하수
·난방형태 : 심야전기 보일러, 벽난로

■ 시 공 : 행인흙건축(031-338-0983, www.hangin.co.kr)

■ 시공사 인터뷰

현대 흙집으로 새롭게 구성한 한옥
이 집은 한옥의 민도리(기둥과 도리, 보로만 구성된 뼈대집의 형태) 형식으로 처마는 서까래와 부연이 있는 겹처마로 구성되어 현대 한옥으로의 기품을 더했다. 본채 건물의 지붕은 팔작지붕 형태를 취하고, 창고 개념의 부속사와 출입 대문의 솟을대문은 맞배지붕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중 흙벽돌 기와 담과 어울려 현대 한옥의 완결성을 빚어낸 집이라고 할 수 있다. 단아한 단층형 한옥의 기품을 현대인의 생활에 맞는 복층형 한옥, 현대 흙집으로 새롭게 구성해 낸 현대 한옥의 새로운 원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외형에서 나타나는 집의 웅장함이나 내부 마감의 고급화로 일반인이 보기에 거리감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일반 전원주택 건축비보다는 물론 비용이 더 들지만 전통 한옥보다는 훨씬 저렴한 형태의 현대 한옥이다.
서구풍의 고급주택을 선호하는 분들은 양반 가옥의 기품이 깃든 현대 한옥으로서의 흙집을 한 번 쯤 검토해 볼만한 유형이다. 한옥은 불편하다는 현대인의 편견을 극복하고, 흙집도 다양한 형태의 현대식 주거 건물이라는 점을 현실화 한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동일<행인흙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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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와 전통의 조화를 갖춘, 경기 화성 56평 복층 황토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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