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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명기의 집 여행

벌목한 나무로 7천2백만원 들여 손수 지은 39평 목조주택

일정량의 목재가 준비된 뒤에는 건평 30평과 창고 9평, 모두 39평인 농가주택을 짓겠다고 신고했다. 농민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농협에 들려 농가주택 대출자금 1천6백만원도 신청했다. 이자는 년 6.5%, 5년거치 20년상환으로 부담이 적은 편이었다. 설계는 제재소에 있는 외국 책자에서 본 집의 모양을 본뜨기로 했다.


집을 신축하기로 마음먹고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소위 말하는 전원주택을 구경했다. 전원주택 박람회도 다녀보고 잡지도 보고, 또 전문업자를 선정해 견적을 받아보기도 했다. 좀 마음에 든다 싶은 목조주택이나 스틸하우스는 평당2백30~3백50만원 정도가 보편적인 금액이었다. 시골 사람으로써는 부담스런 금액이다. 수중에 가지고 있는 현금이라고 해야 고작 5천6백만원정도. 좀 잘 지어 보기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듣자하니 직접 지은 사람들도 있다지만 경험이 없다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달리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자연히 손수 짓는 방법에 대해 생각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뒷산에 있는 나무를 베어 자금을 마련해 볼까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나무 가격을 알아본 결과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었다. 목상들이 제시한 가격은 일정 규격당 1백~1백50원이었다. 그러나 그 것을 소비자 입장에서 사려면 6백원정도. 사는데는 비쌌지만 팔기로는 헐값이었다. 현금이 궁했지만 너무 헐값이란 생각에 선뜻 팔겠다는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집을 직접 지어보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은 바로 이 무렵이다. 그리고 별도로 목재를 사지 않고 벌목한 나무로 집을 지으면 어떨까하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뒷산에 널려있는 나무를 활용하면 재료비가 절감될 것이며 또 농가주택을 지으면 전용부담금과 대체조성비 부담이 없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조용복씨의 고향은 청평유원지 근처인 가평군 외서면 상천리. 이곳에 답 1천6백평, 전 2천평, 임야 2만여평을 소유하고 있다. 결국 97년 11월 벌목허가를 내고 나무 베었다. 벌목한 나무는 트랙터로 가평에 있는 제재소까지 운반했다. 방충 방습을 바로 하지 않으면 장마철 청태와 벌레가 든다는 사실을 알고 방충 방습제를 직접 칠했다. 일정량의 목재가 준비된 뒤에는 건평 30평과 창고 9평, 모두 39평인 농가주택을 짓겠다고 신고했다. 농민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농협에 들려 농가주택 대출자금 1천6백만원도 신청했다. 이자는 년 6.5%, 5년거치 20년상환으로 부담이 적은 편이었다.

설계는 제재소에 있던 외국 책자에서 본 집의 모양을 본뜨기로 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이 책자는 복사가 되지 않았다. 복사기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데도 검게 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도용을 막기 위해 복사가 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지 않았나 싶다. 제재소에선 분실 가능성 때문에 결코 책을 빌려줄 수는 없다고 했다. 할 수 없이 동네에서 미술에 소질 있는 사람을 불러들여 그대로 보고 그리도록 했다. 다른 설계도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멋있는 집이 있는 풍경 사진이었다.

건축업자에게 그린 그림을 보여주며 이렇게 짓겠다고 하니 업자는 아연실색했다. 설계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외관만 조금 보이는 풍경 사진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만도 무엇에 홀린 것처럼 꼭 그집처럼 지어야겠다는 일념뿐이었다.

결국 많은 우여곡절 끝에 착공을 하게 됐는데 이때가 98년 4월이었다. 그리고 석달만인 6월에 집을 다 지었다. 총공사비는 7천2백만원. 평당 1백80만원 꼴인 셈이다.구조는 방 3개, 거실과 주방, 욕실, 그리고 다락방식의 간이 2층도 올렸다. 벽체는 OSB에 내벽은 석고보드 위에 도배처리 했고, 외벽은 석고보드 위에 로그사이딩으로 마감했다. 벽면공사때는 모닥불을 피워가며 밤을 새워 부부가 피곤한 줄도 모르고 일을 했다. 거실 정면에는 통유리를 사용했다. 난방은 기름보일러와 화목보일러로 겸용을 했으나 거의 화목보일러만 사용한다.

집을 짓고 나니 중학생인 원근이 초등학생인 은정이가 제일 좋아한다. 당초 직접 집을 짓겠다고 했을 때 당치않은 생각이라며 말렸던 동네사람들도 부러운 눈길을 보낸다. 조용복씨는 직접 집을 지으면서 많은 고생은 했지만 적잖은 돈을 절약할 수 있었다. 만약 일반 주택으로 지었다면 전용부담금과 대체조성비, 설계사무소 전용허가 대행비 등을 포함해 약 6백여만원이 추가로 들었을 것이다. 그 리고 건축업자에게 맡겼을 때 평당 3백만원 정도였을 것을 감안하면 4천5백만원 정도가 더 추가됐을 것이고, 결국 약 5천만원 정도를 절약한 셈이 됐다.

조용복씨는 현재 흑염소와 사슴을 키우고 있는데 2만평 규모의 산에서 방목을 한다. 배합사료 대신 자연산 그대로의 먹이를 먹기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겨울철에도 잣나무 껍질을 발효시켜 배합사료 대신 먹이려고 개발에 여념이 없다. 그만큼 연구하고 부지런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집을 직접 지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연구 정신과 부지런함이 배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글 진명기 / 사진 류재청

글쓴이 진명기씨는 공인중개사로 전원주택 돌의 대표이다. 20여년간 전원주택만 컨설팅해 오고 있으며 천리안과 하이텔에 전원주택 관련사이트 ‘DOL’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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