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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온전한 세계다. 생물학적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신체의 연장이자 정신의 안식처이며, 궁극적으로는 집주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공간으로 구현하는 것이 주택의 역할이다. 비대면 시대에 이러한 의미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집 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외부 세계와 맺어오던 많은 관계가 주택이 제공하는 기능으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이승환, 전보림(㈜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소장)
진행 백홍기 기자
사진 노경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 파주시
지역/지구 생산관리지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331.00㎡(100.12평)
건축면적 65.37㎡(19.77평)
건폐율 19.75%
연면적
125.69㎡(38.02평)
1층 65.37㎡(19.77평)
2층 60.32㎡(18.25평)
다락 12.17㎡(3.68평)
용적률 37.97%
설계기간 2018년 12월~2019년 12월
공사기간 2019년 12월~2020년 7월
설계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070-8221-5143 www.idrarchitects.com
시공 무일건설 02-3789-1140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티타늄징크 / 벽 - 화산석 벽돌 / 데크 - 이빼목 내부마감 천장 - 석고보드 / 감 위 친환경 페인트(벤자민무어) / 벽 - 석고보드 마감 위 친환경 페인트(벤자민무어) / 바닥 - 오크내추럴브러쉬 원목마루 / *홈시어터룸 - 컬러 에코보드 단열재 지붕 - 경질우레탄 폼보드 / 외단열 - 경질우레탄폼보드 계단실 디딤판 - 오크 원목 / 계단 - 오크 집성목 / 난간 - 오크 원목 창호 911(슬라이딩), TT 시스템창호 현관 스무스 그레이(AEVO) 주요조명 휴 간접등(필립스) 주방가구 이케아

북서측에 면한 현관.
현관 맞은편에 놓인 정원을 향한 문

서패동 꺾인 집’은 영화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젊은 부부와 그들의 고양이 두 마리를 위한 주택이다. 분양받은 전원주택지 면적은 100평에 건폐율이 20%이다. 2층 규모로 집을 지으려고 해도 필요한 공간을 40평 안에 해결해야 했다. 더구나 직업상 최고 수준의 홈시어터 룸을 그 안에 구성하려다 보니 나머지 공간은 그야말로 최소 규모가 되었다. 게다가 땅은 애매하게 한쪽 귀퉁이가 뾰족한 모양이라 건물 배치의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주택 배치는 부정형 대지에 대응하는 동시에 빙 둘려서 싸인 정원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한쪽에 치우치면서 대지경계선을 따라 살짝 꺾이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러한 배치에 따라 비대칭으로 분할된 북서쪽 면에 주차 공간과 현관을 마련해 두 곳의 외부 공간 성격을 명확히 구분했다.

거실과 주방 그리고 작업을 위한 작은방이 놓인 1층은 최소 치수에 의해 많은 부분이 정의되는 동시에 수납을 위한 여러 장치들이 집중된다.
주방은 상부장을 과감히 제외해 더욱 개방감이 있다.
거실 한쪽에는 통창을 설치했지만 외부 담장을 통해 프라이버시를 확보했다.
거실과 식당은 낮은 가벽을 설치해 영역을 구분하면서 소통은 끊어지지 않도록 했다.

7개 면 가진 다이내믹한 지붕
한 방향으로 긴 비례를 가진 주택은 수평보다 수직적인 관계를 엮어내는 방식으로 내부 공간을 구성했다. 침실 상부 다락과 천장이 높은 홈시어터를 집 양 끝에 놓으면서 가운데 위치한 계단실은 지붕을 기울여 살짝 낮은 천장을 가지도록 계획했다. 홈시어터 쪽에서는 공간 대칭을 위해 지붕의 꼭짓점을 중앙에 배치했다. 다락은 공간 확보를 위해 다락이 있는 방향으로 치우쳐 놓았다.
 
이로 인해 주택 양쪽 입면에서 박공지붕이 서로 다른 형상으로 드러난다.
 
양 끝과 가운데, 세 부분의 단면 기준점을 연결하면서 종 방향을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천장은 내부 공간 필요에 대응하면서 결과적으로 어떤 횡단면도 서로 같지 않은 지붕 단면 형상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단면 형상은 삼각형 메쉬로 정의된 지붕면으로 구현된다. 빛 각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일곱 개의 지붕면은 집의 간결한 조형적 바탕에 고유한 개성을 부여한다.
 
다소 밋밋한 매스는 개구부 주변에 저마다 살짝 다르게 뒤틀린 철판을 설치해 나름 표정을 가진다. 기울어진 여러 면으로 구성된 지붕의 조형 방식과 모티프를 공유하기 위한 전략이다.

2층의 홈시어터는 이 집에서 최소 치수가 적용되지 않은 거의 유일한 공간이다.
침실 영역 내의 세면실.
홈시어터와 침실 영역을 잇는 2층 복도는 공간적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집의 중심이자 수납이 이루어지는 실용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복도 중간에 놓인 다락 입구에는 덧문을 두어 필요에 따라 침실 영역을 차단하는 문이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복도 천장은 지붕의 형태를 그대로 내부로 가져와 간접조명과 어우러진다.
침실은 침대 없이 바닥 슬래브를 높여 침구를 놓을 수 있는 단을 만들었고, 잠을 자는 것만을 위해 마련된 최소의 공간이다. 침구가 놓인 단의 하부에 해당하는 1층의 거실 천장은 단 높이만큼 들어 올려 밀도 높은 공간에 기대치 않았던 여유를 마련하고자 했다.

정교한 공간 구성과 배치계획
내부는 자투리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여러 가지 디테일을 적용했다. 거실과 주방 그리고 작업을 위한 작은방을 배치한 1층은 최소 치수에 의해 많은 부분을 정의하는 동시에 수납을 위한 여러 장치에 집중했다. 홈시어터와 침실 영역을 잇는 2층 복도는 제한 조건이 많은 상황에서도 공간적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집의 중심이자 수납이 이루어지는 실용적인 공간으로써 자리매김한다. 복도 천장은 지붕 형태를 그대로 내부로 가져와 간접조명과 어우러지면서 조각적인 빛의 면을 연출한다.
 
안락한 수면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인 침실은 침대 없이 바닥 슬래브를 높여 침구를 놓을 수 있는 단을 만들었다. 침실의 단을 높이면서 그 하부에 있는 1층 거실 천장을 그만큼 위로 올려 밀도 높은 공간에 기대치 않았던 여유를 마련하고자 했다. 다락 입구에는 덧문을 두어 필요에 따라 침실 영역을 차단하는 문이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홈시어터는 이 주택에서 최소 치수를 적용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공간이다. 내부에 설치한 창에는 빛을 차단하는 슬라이딩 덧창을 설치하고, 짙은 회색 흡음 보드로 내부를 마감했다.
 
주택은 무한정의 공간 일부를 잘라내 내 것으로 만든 것이기에 명백한 확장의 한계를 가진다. 그래서 한정된 공간에 자족적 세계를 최대한 밀도 있게 구축하는 것은 건축가에게 또 하나의 큰 도전이다. 서패동 꺾인 집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안온한 그들만의 집으로 완성했다.

동쪽에서 바라본 거실 내부.
주택 외부와 담장 그리고 데크는 짙은 톤 재료를 사용해 묵직한 느낌을 자아낸다.
다소 밋밋한 매스는 개구부 주변의 저마다 살짝 다르게 뒤틀린 철판에 의해 나름의 표정을 가진다. 기울어진 여러 면들로 구성된 지붕의 조형 방식과 모티프를 공유하기 위한 전략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단면 형상은 삼각형 메시로 정의된 지붕면으로 구현된다.
도로에 면한 남서측 입면.
이승환, 전보림(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이승환, 전보림은 서울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각각 M.A.R.U.와 아뜰리에17에서 실무를 익혔다. 이후 영국으로 이주해 런던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2014년 귀국해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2017년 신진건축사대상 대상, 건축문화대상 우수상, 2019년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했다. 사용자와 일상을 매개하는 배경으로서 건축의 역할에 관심 가지고 있으며, 2020년 공공건축과 건축설계 현실에 관한 내용을 담은 단행본 그래도 건축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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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칭 속에 담아낸 공간 마술 서패동 꺾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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