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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의 집은 어느 날 불에 타버렸다.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말이 들어맞는 상황이었다. 이런 사연을 가진 채 건축주는 재건 설계를 의뢰했다. 고성 주택은 이를 복구하기 위해 진행한 프로젝트다. 집 짓기는 때로 우연히 시작된다.

 홍성용(건축사사무소 NCS lab 소장)
진행 남두진 기자
사진 김용순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강원 고성군
용도 단독주택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1,299.00㎡(392.95평)
건축면적 186.64㎡(56.46평)
연면적 172.72㎡(52.25평)
건폐율 14.37%
용적률 13.30%
설계 건축사사무소 NCS lab 02-2088-7202 www.ncsarchitect.com
시공 건축주 직영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징크 강판
벽 - 장벽돌
데크 - 이페목
내부마감
천장 - 석고보드 위 벽지, 석고보드 위 자작나무 합판
 벽 - 석고보드 위 벽지, 석고보드 위 자작나무 합판, 시멘트 몰탈 위 수성페인트
 바닥 - 자기질 타일, 대리석 타일, 강마루, 노출콘크리트 위 에폭시
단열재
지붕 - THK250 비드법 가등급 단열재
외단열 - THK150 비드법 가등급 단열재
내단열 - THK250 비드법 가등급 단열재
창호 투명 로이 삼중유리
현관 우드플러스 다드미6A(올드파인)
주방기구 제작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건물 짓다 화병 걸려요’라는 이야기는 모든 건축주에게서 자주 듣는다. 전문가로서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건설업계의 비전문성과 숙련되지 않은 이들의 난립이 아쉽다. 그러나 이런 현실 속에서도 집 짓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어쩌면 그 과정이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움이 될 때, 기쁨은 오히려 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부부 건축주는 첫 만남에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아무래도 집 짓기가 가진 고통과 어려움을 잘 아는 듯했다. 나는 개인 주택을 설계할 때마다 건축주에게 제안했던 방식을 이번에도 사용하기로 했다.
 
“직접 건축하세요, 저는 측면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즐거운 집 짓기는 이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건축주 부부의 생활공간은 주방과 식당, 거실을 일체화해 모든 동선을 간결하게 유도했다.
대청 마당을 사이에 두고 생활공간 맞은편에 배치한 별채. 기도실과 침실은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상황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주변과 어우러진 겸손한 주택
집짓기 전, 먼저 땅을 만나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땅을 따라 낮게 깔린 집들은 한적한 전원 풍경을 만든다. 서쪽을 바라보니 멀리 설악산 울산바위가 보인다. 이를 보겠다고 조용한 마을에 층을 올리는 계획은 너무 이기적이리라 판단했다. 이에 설계 방향은 마을 풍경과 어우러지는 모습으로 바꿔 설정했다. 그렇게 건축주에게 단층 주택을 제안한 후 배치를 고민했다.
 
아파트 생활을 접고 시골마을로 온 노부부는 한옥살이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방송이나 매스컴에서도 한옥은 세련된 건축 양식으로 비친다. 하지만 나는 한옥 전문가는 아니다. 그래서 노부부에게는 예들 들면 대청마루에서 느낀 대들보의 공간감, 창을 열면 한 눈 가득 들어오는 풍경, 간결한 형태와 작은 중정 등 한옥에서 느꼈던 공감을 주택에 담아내겠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계획에 노부부도 반가워했다.
 
공간은 붉은 벽돌의 수평 바닥과 긴 지붕의 처마 선 사이에 생활이 스며드는 형태로 만들었다. 땅과 하늘은 하나로 이어지고 사람은 그 사이에서 머문다. 삶과 자연 그리고 신이 주신 세상에 대해 겸손한 태도를 가진 건축주처럼 집도 이곳에 겸손하도록 노력했다.

바람이 지나는 대청 마당 사잇길. 생활공간과 별채는 지붕을 통해 연결된 모습으로 단절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별도로 마련한 채광 마당. 주택은 여유를 담은 공간 계획으로 단조롭지 않은 시선과 분위기를 가진다.

최소 공간으로 활용도는 높게
노부부는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공간을 요구했다. 이에 주택은 ‘따로 또 같이’를 구현한 공간 3개로 구성됐다. 주를 이루는 생활공간과 가끔 방문하는 자녀나 손님을 위한 별채 그리고 창고다. 명확하게 공간을 구성하니 ‘어떻게 하면 관리를 유용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점도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생활공간과 별채는 대청 마당을 중심으로 양쪽에 분리해 앉혔다. 그리고 한 지붕으로 엮어 동떨어진 느낌이 들지 않도록 계획했다. 창고는 생활공간 앞쪽에 마련해 보조 공간으로서 편의를 더했다.
 
생활공간과 별채는 모두 주방과 거실, 침실, 화장실로 단출하게 구성했다. 특히, 별채는 기도실을 별도로 마련한 후 나란히 배치한 침실 사이에 양문 미닫이 도어를 설치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상황에 따라 문을 열고 닫으며 확장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치다. 별채 외부에는 한낮의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목재 수직 덧창을 마련했다. 이로써 미와 기능을 둘 다 갖춘 형태를 구현할 수 있었다.

06/07 별채 앞쪽에 설치한 목재 수직 덧창은 툇마루 위에서 열고 닫으며 유동적인 프레임으로 연출할 수 있다.

신뢰를 형성해 과정의 즐거움으로
나는 수시로 건축주에게 사진과 영상을 보내면서 프로세스를 공유하고 의논했다. 또한 70대의 베테랑 현장 소장을 소개한 후, 땅을 파고 기초를 다지는 실질적 진행을 맡겼다. 바닥과 벽이 완성되고 지붕이 드러날 즈음 노부부의 일상은 온통 공사 현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노부부는 오히려 건강해졌다. 매일 삶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의욕을 가지는 듯했다. 젊은 시절 열정적인 활동을 했던 건축주는 마치 그때의 열정 세포가 살아난 듯했다. 자재 선정과 시공 하나하나에도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시공 기간은 예상보다 2개월 정도 지연됐다. 하지만 건축주는 본인이 직접 시공에 참여했기에 이에 대한 합당함을 이해했다. 스트레스도 없었다. 믿음과 신뢰는 통상 건축 과정에서 의심과 불신을 넘어설 때 힘을 발휘한다.
 
그렇게 8개월이 흘러 집 짓기를 마쳤다. 완성 과정을 경험한 건축주로부터 매일 감동하고 감탄한다며 가끔 연락이 온다.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창조하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 건축가로서 타인의 행복과 성취감을 지원해 주는 역할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주택은 평지붕과 외경사 지붕을 조합해 부지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계획했다. 붉은 벽돌과 목재, 콘크리트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다채로운 시각 효과를 도모했다.
홍성용(건축사사무소 NCS lab 소장)
홍성용 소장은 건축 공학 박사를 취득한 후 건축사사무소 NCS lab 개소해 대표로 있다. 건축을 매개로 통섭적인 시각을 통해 타 분야와 연구 및 디자인 전략을 수행한다. 또, 건축설계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마케팅 콘셉트 개발 등 다양한 업무를 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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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시작된 집짓기 고성 주택 ‘으뜸 바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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