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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한 아파트 숲을 벗어나 너른 마당이 있는 도심 속 전원주택. 이는 도시인이 가장 동경하는 주택 형태의 하나다. 교외 전원주택과 달리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이 직장이나 학교, 교통 등 일상생활을 큰 변화 없이 유지하면서 전원생활의 여유로움까지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는 복잡하고 다원화된 사회의 개인 간, 집단 간 이해관계의 갈등과 상충이 빚어낸 새로운 경향일지 모른다.
 
김진호(건축사사무소 시움 대표)
진행 사진 남상인 기자

HOUSE NOTE
DATA
위치 인천 서구 청동로
지역/구역 자연녹지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406㎡(122.81평)
건축면적 116.98㎡(35.38평)
건폐율 28.81%
연면적
281.20㎡(85.06평)
1층 116.98㎡(35.38평)
2층 96.91㎡(29.31평)
3층 67.31㎡(20.36평)
용적률 69.26%
설계기간 2021년 3월~6월
공사기간 2021년 9월~2022년 6월
설계 건축사사무소 시움 070-7789-4302 www.ciumarchitects.com
시공 주왕종합건설㈜ 032-322-0405 www.juwang.co.kr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컬러강판
벽 - 점토벽돌
데크 - 고흥석 버너구이
내부마감
천장 - 친환경 도장
벽 - 친환경 도장
바닥 - 포세린타일, 원목마루
단열재
지붕 - 경질우레탄보드 2종 1호
외단열 - 경질우레탄보드 2종 1호
창호 시스템 창호(㈜선우시스)
현관문 직구 제품
조명 직구 제품
주방기구 그리다
위생기구 대림, 아메리칸 스텐다드
난방기 가스보일러(경동나비엔)

건물 외벽 전체를 4만여 장의 점토벽돌로 쌓아 올린 청라 골프장 주택. 모던하고 중후한 멋을 자아낸다. 도로와 인접한 건물의 사적 영역을 외부의 시선과 관심으로부터 차단하기 위해 가벽을 둘렀다. 보이드와 비워쌓기로 한껏 멋을 낸 가벽을 통해 빛과 바람이 안팎으로 흐른다. 가벽은 외부의 시선과 관심을 차단하기도 하지만 안팎을 이어주는 역할도 한다.

친환경 라이프를 추구하는 도시인의 경향이 주택시장에 반영되면서 신도시를 주축으로 단독주택 공급이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인천 청라지구 주택 ‘레브니어 Revenir’는 이런 추세를 반영한 도심 속 전원주택이다. 불어로 ‘돌아오다’라는 뜻을 가진 레브니어는 삶의 무게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언제든지 돌아와 쉴 수 있는 쉼터이자 재충전의 공간을 의미한다. 주택은 골프장 내 주거 단지 조성지구의 단독주택 용지에 자리한다. 사계절 집에서 그린필드를 감상할 수 있는 풍경 맛집으로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네 가족의 개성 있는 보금자리다. 신도시 도심과 바로 인접해 있어 전원생활의 여유로움뿐만 아니라 도시 편의성을 모두 누릴 수 있다.

가벽이 외부의 시선을 막아주는 현관을 들어서면 전실과 복도로 이어지는 전이공간이 나타난다. 바닥을 거실과 같은 회색 대형 타일로 마감해 일체감을 줬다.

일체형 거실과 주방에 단 차이를 두어 경계를 명확히 하고, 기능적 분리를 했다.
거실 앞뒤(남북)를 개방해 넓은 확장성과 공간감을 준다. 현관의 연못과 뒤편의 골프장이 일직선으로 이어진다.

설계 과정-전원 풍경을 품은 도심 속 두 마당집
두 자녀를 둔 50대의 평범한 건축주 부부는 직장, 학교와 가까운 도심 속 전원주택을 꿈꿔오던 중 우연한 기회에 청라지구 골프장 내 주거 단지와 인연을 맺었다. 부부가 고른 땅은 단독주택 필지로 북쪽으로 골프장 그린필드가 막힘없이 펼쳐진다. 전원주택라이프 2021년 6월호에 게재됐던 같은 지구 내 주택 ‘청라 쉴만한 물가’를 보고 본 설계사무소에 설계를 의뢰했다고 한다.
 
이들의 바람은 단순하고 명료했다. 집안 어디에서든 각기 다른 자연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고,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특성을 담아낸 그런 집이었다. 설계의 시작은 골프장을 조망할 수 있는 북쪽과 진입 도로변 남쪽의 연결 구도를 건물 내부에서 설정하는 일이었다. 또한, 더없이 화목한 가족이지만 각자가 원하는 공간 콘셉트에 맞춰 실의 위치와 마감재를 달리 선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다.

일체형으로 계획한 거실과 주방을 경계 짓는 계단. 이곳을 거쳐 2, 3층으로 연결된다. 거실과 1, 2층 계단을 고급스럽고 깔끔한 대리석으로 마감해 일체감을 줬다.
1층 거실 천장 일부를 개방하고, 외벽으로 유리창을 설치해 개방성과 확장성을 극대화했다. 반대편 외벽도 유리창으로 마감해 거실 공간은 실제보다 훨씬 커 보인다. 개방 천장의 보이드를 최소화 한 대신 2층 안방의 공간 활용도는 높였다.

배치계획 - ‘를 적용, 세장형 대지의 특성 살린 배치
남북으로 세장한 비례의 대지 120여 평은 결코 작지 않은 면적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남쪽 진입 마당과 북쪽의 안마당으로 크게 두 영역을 설정했다. 동시에 이를 연결하는 선상線上에 거실을 마련하고 이를 축으로 공간을 배치했다. 서쪽을 제외한 3면이 열려있는 대지는 채광과 조망을 확보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지만 대신, 주변의 시선과 관심을 선택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특별한 대안이 필요했다. ‘레이어 Layer’ 개념을 콘셉트로 선택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켜’의 의미인 레이어는 외부로 확장된 가벽假壁이라고 할 수 있다.
 
가벽은 집의 형태를 이루고 외부 시선을 선택적으로 차단한다. 이와 함께 외부공간의 위요감圍繞感을 조성해 건물 내외부를 완충하는 전이공간의 역할을 한다. 진입부에서 현관으로 접근하는 전면에 설치한 수공간도 동쪽의 외벽을 확장해 만든 사이 공간으로 남쪽의 풍부한 빛을 건물 내부로 깊숙하게 투영한다.

북쪽 골프장과 접한 2층 안방. 자칫 골퍼가 친 공이 ‘오비’(Out of Bounce)라도 나면 유리창을 강타할 듯 그린이 지척에 있다. 방에서 바라본 골프장 녹색 잔디와 벙커가 아주 시원스럽다.
도로에 접한 2층 방 창밖으로 가벽을 쌓아 외부로부터 시선을 차단했다. 비워쌓기로 내부의 시선은 내보내고 밖 시선은 차단했다.
도로에 접한 2층 방 침실과 목욕실.
도로에 접한 2층 창밖에 설치한 가벽.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고 빛을 담아내기 위해 비워쌓기를 했다.

평면계획-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한 공간
레브니어는 개인 공간의 비중이 무엇보다 큰 주택이다. 1층에는 공용공간인 거실과 주방을 2, 3층에는 방마다 화장실과 드레스룸, 외부공간(베란다)을 개별적으로 갖춰, 사적인 공간들로 계획했다. 중심공간인 1층 거실은 북쪽의 골프장 풍경을 온전히 담아냈다. 또한, 2층까지 개방한 남쪽 커튼월을 통해 풍부한 채광을 확보하면서도 내부 공간을 수평적, 수직적으로 확장했다. 또한 거실과 주방을 대면 배치해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적당한 위계를 주어 입체적인 공간으로 꾸몄다.
 
2층은 계단을 중심으로 골프장 조망을 선호하는 부부의 방과 악기 연주가 취미인 아들 방으로 분리했다. 외부 시선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2층의 확장된 가벽에는 비워쌓기와 ‘보이드 void’를 벽면에 적절하게 적용했다. 이제 막 대학생이 된 딸의 3층 공간은 클래식한 콘셉트로 연출하고 이곳까지 오르는 수고를 보상해 줄 널따란 전망 베란다를 두어 광활한 골프장과 멋진 청라의 노을 풍경을 맘껏 누릴 수 있게 했다.

골프장 그린이 한눈에 들어오는 3층 방 모습. 창밖으로 비워쌓기 한 가벽이 있다.
흰색조로 마감한 목욕실 벽면과 욕조가 산뜻하고 깔끔해 보인다. 금색의 수전과 샤워기가 흰색과 대비를 이뤄 더욱 돋보이며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입면계획-풍경 속에 스며드는 단아하고 모던함의 조화
건물은 불필요한 장식을 최소화했다.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고 세월의 흔적을 곱게 담을 수 있는 무채색 벽돌로만 마감해 주변 풍경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했다. 내부의 다양한 공간에서 외부 풍경을 각자의 방식으로 바라보는 개구부는 베란다, 가벽과 더불어 전체 입면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검은색 박석을 촘촘히 깔은 3층 베란다. 이곳에서 바라본 골프장 모습이 자못 시원스럽다.
골프장이 있는 건물 북면 가벽. 옆집과 물리적 경계를 설정하고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가벽을 설치했다.

마무리-행복한 가족이 쌓아 갈 추억과 역사의 공간
단독주택 레브니어는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현대사회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고 공유하는 공간구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공간에서 쌓아갈 미래의 추억과 역사를 미리 상상해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설계 과정부터 준공까지 한결같은 신뢰를 보여준 건축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인천 청라지구 한 골프장 내 단독주택지 전경. 가늘고 긴 형태의 주택지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청라 주택 사방으로 녹색의 그린 필드가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청라 골프장 주택 정면 모습. 도로에 바로 접한 주택의 사적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쌓은 가벽의 비워쌓기 치장이 멋스럽다. 기능과 미를 동시에 추구했다.
푸른 잔디가 깔린 공유지에서 바라본 청라 주택 동쪽 전경. 우측이 골프장을 조망할 수 있는 안마당이다.
현관 바로 옆 수공간은 집 안으로 빛을 투영해 내부 공간을 더욱 풍요롭게 꾸며준다. 양쪽을 개방한 거실 안팎으로 빛이 흐른다.
벽돌로 치장한 평평한 외벽과 가벽의 비워쌓기는 건물의 미적 감각과 품위를 한껏 끌어올린다.
김진호(건축사사무소 시움 대표/건축사)
가와건축과 노바건축에서 쌓은 탄탄한 실력으로 아뜰리에를 열고 활발히 활동 중인 실력파 건축사다. 공공건축물의 기획과 설계에 대한 조정, 자문하는 서울시 공공건축가(2019~2021)와 부천대학교 건축공학 겸임교수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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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풍경 담아낸 개성 있는 공간 청라 주택 ‘레브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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