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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풍동 민마루 주택단지에 ‘아트 205 스튜디오’ 라는 둥지를 튼 34살 동갑내기 이영호·김경화 부부. 그래픽 디자이너인 이들 부부를 민마루에 안주케 한 것은, 도시의 불안정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에서였다. 이 집은 ‘민마루Ⅱ’라는 작품으로 ′04 한국목조건축대전 주거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자연 경사면과 대지의 형태에 따라 배치를 하고, 산의 흐름에 따라 채나눔을 했다. 인접한 주택과 프라이버시 확보를 위해 작업실동을 동쪽에 위치시켰다. 이렇게 하여 작지만 개인적인 중정(中庭)과 누(樓)의 하부와 같은 공간으로 꾸몄다.






한때 전원주택하면 공기 맑고 물 좋은 전원에서 노후생활을 즐기려고 지은 집 정도로만 여겼다. 요즘은 주5일 근무제의 확대 시행과 웰빙(Well-Being : 참살이) 바람을 타고 다채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작은 평형대의 주말·레저형 전원주택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상주용 전원주택이 부쩍 늘어났다. 특히 컴퓨터의 보급과 인터넷 망의 발달로, 20∼40대 프리랜서들은 전원주택을 웰빙의 종착역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예나 지금이나 한가지 공통점은 도시의 팽팽한 긴장감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의 쾌적하고 여유로운 삶을 꿈꾼다는 것이다.







2003년 12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풍동 민마루 주택단지에 ‘아트 205 스튜디오’라는 둥지를 튼 34살 동갑내기 이영호·김경화 부부가 그러하다. 그래픽 디자이너인 이들 부부를 민마루에 안주케 한 것은, 도시의 불안정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에서였다. 서울 중구 필동이나 고양시 일산구에서의 오피스텔 생활은 애지중지하는 딸 예인(3세)이나 애완견(골든 리트리버)에게도 적합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상징을 통한 정신 세계를 추구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보니, 수많은 모습을 지닌 채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자연은 늘 그리움의 대상으로 다가왔다.



그러던 차에 도시의 유익함과 편리함 그리고 전원의 아름다움과 건강함을 두루 갖춘 민마루를 알게 됐다. 2000년에 MBC건축박람회의 디렉토리-북과 홍보물을 제작했는데, 그때 박람회에서 민마루의 지주(地主)를 만나 평당 180만 원에 90평을 구입한 것이다.







자연을 향해 끼를 맘껏 발산하는 프리랜서 전원주택



민마루는 예전 일산 풍2리의 자연촌락 명이다. 지명 유래 가운데 하나는, 마을 앞의 흙 대부분이 붉은데, 비만 오면 씻겨 내려 땅이 걸쭉하고 미끄러운 마루턱이 돼서 민마루라 불렸다고 한다. 땅이 얼마나 걸었던지 시집올 때 신발에 뭍은 흙이 첫아기를 낳도록 붙어 있을 정도였단다. 지금도 눈비가 온 날이나 언 땅이 녹은 날이면 집 곳곳이 흙투성이라는 건축주 이영호 씨.







“들락날락하다 보면 집에 흙을 묻히는 건 당연합니다. 그렇다고 덱(Deck)에서부터 신발을 벗을 순 없잖아요. 간혹 주위에서 눈비 올 때 불편하다며 본채와 별채를 잇는 공간만이라도 지붕을 덮으라고 하는데, 그런 불편함까지 해소하고 산다면 답은 아파트 밖에 없습니다. 전원에선 거기에 맞는 삶이 따로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집을 모시고 살기 위해 전원으로 오진 않았으니까요.”



야전잠바를 걸친 듯 전원생활을 즐긴다는 건축주만큼이나 ‘아트 205 스튜디오’는 여느 전원주택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주)가와종합건축사무소(대표 최삼영)에서 ‘민마루Ⅱ’라는 작품으로 ′04 한국목조건축대전 주거 부문 본상을 수상한 전원주택이라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심사를 맡았던 김진희 소장<목조건축디자인센터>은 “두 개로 채나눔 된 단순한 상자를 피로티로 띄워 경사진 대지에 대응하고 있다. 목조와 철골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구조는 목조의 구법적 특성 또는 한계를 극복하고 가볍고 투명한 벽면을 가능하게 했다”고 평했다.



이영호·김경화 부부는 민마루에서 우연히 만난 최삼영 소장에게 “아기와 개 그리고 디자인 작업 의뢰인을 고려해 작업실이 분리되고, 시원스럽게 트인 집을 원한다”고 주문했다. 협소한 부지 안에서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보았기에 반신반의(半信半疑)로 건넨 말이었으나, 최 소장은 그것을 현실화시켰다.







먼저 자연 경사면을 살려서 주거동인 본채와 작업동인 별채를 덱을 이용해 하나로 엮어냈다. 중정(中庭)을 사이에 둔 커다란 두 덩어리가 목구조재에 홈을 파서 시원스럽게 낸 유리창으로 호응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덱을 통해 성큼 다가서는 듯한 형상이다. 집 안팎이 밀접한 공유 관계에 있기에 가능했다.







편리하면 더 이상 전원이 아니다, 기꺼이 노동을 즐겨라



진입로에서 바라볼 때, 작업동인 별채가 동적인 공간이라면 그 뒤에 자리한 본채는 프라이버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본채(2층)와 별채는 창문틀이 구조재 역할을 하면서 그 자체가 마감재이기에 안팎으로 훤히 드러나 보이는 게 특징이다. 유리가 많아 개방감은 물론, 채광이 풍부하고 환기도 잘 된다. 또한 철근콘크리트조와 철골조 그리고 경량목구조 등 다양한 구조재가 어우러져 현대적이면서도 한옥의 운치를 풍긴다. 길게 늘어선 목기둥이 지붕을 떠받친 것하며, 처마 밑을 툇마루처럼 두른 덱이 그러하다. 본채 2층 거실 처마 밑에는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연노랑 발을 달아 놓았다. 건축주는 영화 〈스캔들>의 인상 깊었던 장면을 보고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레벨 차가 9센티미터 남짓한 평지붕은 컬러 강판으로 마감했다. 남서쪽이 숲과 마주해 배수를 위한 낙엽 청소가 필수인데, 주로 여름철을 전후로 해서 본채 2층 천창의 차양막을 치고 벗길 때 한다.



이영호·김경화 부부는 당초 본채도 별채와 마찬가지로 루(樓)처럼 앉히려고 했다. 그러나 건축비를 충당하고자 본채 1층은 철근콘크리트조 반지하로 앉혀서 임대를 주고, 2층에서 1년여를 생활했다. 본채는 거실에서 주방, 욕실, 안방으로 이어지도록 복도식으로 배열했다. 기존 아파트의 실내구조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인데, 동선이 길면 그만큼 많이 걸어야 하지만 오히려 재밌단다.







자연의 시계에 맞춰 사는 여유로운 삶



디자인 작업으로 예인이를 돌보기 어렵자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부터는 1층에서 생활하고 있다. 목구조인 2층에서 살다가 1층으로 내려오니 철근콘크리트라 그런지 머리가 무겁단다. 그래서 여름부터 지금까지 산자락과 나란히 한 창문을 열고 지내는데, 통풍을 위해 아예 캐노피도 설치하지 않았다. 어두운 가운데서도 별채 유리창에 반사된 아침햇살이 1층 거실로 들어오는 게 신기하다고 한다. 가벽을 통해 거실하고 맞붙은 방을 헐고 다이닝리빙룸으로 꾸밀 계획으로 있다.



별채는 목구조를 이용해 띄우려고 했으나, 그렇게 하면 굵은 기둥이 너무 많이 들어가 하부 공간이 답답해 보일 것 같아 철골조로 대신했다. 덕분에 제법 널찍한 공간이 생겨서 족히 서너 명이 드러누워 쉬워도 될 널평상까지 마련했다.



본채와 달리 작업동인 별채에는 온돌을 들이지 않았다. 올겨울 난로를 설치하면서 연통 구멍을 내려고 복층유리를 떼려다가 그만 포기했다. 구조재 역할을 하는 창문틀이 자리를 잡으면서 복층유리를 꽉 조였기 때문이다. 삼면으로 확 트인 창을 통해 전원 풍경이 펼쳐지고 풍부한 햇살이 들이치므로 작업 환경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한다.







이영호·김경화 부부는 전원에서는 벽에 걸린 시계가 아닌 자연의 흐름에 맞춰 생활하게 된단다. 같은 디자인작업인데도 오피스텔에서는 시계바늘에 쫓겨 지냈는데, 전원에선 한결 여유롭다고.



“장작 패는 일은 물론 비누에서부터 간단한 가구(家具)까지 직접 만들어 사용합니다. 예인이의 의자와 책상도 만들어 준 것인데, 기성 제품과는 달리 해를 거듭할수록 멋을 더합니다. 시집갈 때 가져가서 엄마아빠가 만들어 줬다고 하면, 남자 친구도 예인이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는지 알 거예요.”



간단한 가구라고 하기엔 작업동을 장식한 의자며 테이블, 수납장 등은 예사롭지 않다. 이내 식상해지고 마는 기성화 된 도시의 번들거림은 손때가 묻을수록 더욱 정감이 가는 전원의 투박함에는 비하지 못할 것이다.



꽉 막힌 도시의 콘크리트 숲에서 벗어나, 확 트인 전원에서 살고픈 욕망. 그래픽디자이너인 이영호·김경화 부부에게서 그 욕망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엿보았다. 열린 자연 속에서는 관념이라는 정신세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을, 그 근원이 소유든 존재든지 간에……. 田







■ 설계·건축사 인터뷰



자연을 향해 활짝 열린 집



최삼영<(주)가와종합건축사무소 대표>



민마루Ⅱ는 자연 경사면과 대지의 형태에 따라 배치를 하고, 산의 흐름에 따라 채 나눔을 했다. 협소한 대지에서의 채 나눔은 주거동과 작업실동을 분리하려는 목적에서였다. 인접한 주택과 프라이버시 확보를 위해 작업실동을 동쪽에 위치시켰다. 이렇게 하여 작지만 개인적인 중정(中庭)과 누(樓)의 하부와 같은 공간으로 꾸몄다. 약간 남측으로 치우친 작업실동은 거실에서의 조망과 진입도로에서의 입면 분할로 주택의 다양한 얼굴을 접하게 했다. 주거동 2층과 작업실동은 덱에 연결된 높지 않은 계단을 통해 진입할 수 있다.







이 건물의 주 용도는 주택이다. 그래서 외부에 접한 동쪽과 서쪽 면은 모두 컬러 강판으로 마감했으나, 딴채로 나눈 사잇공간과 내부는 목재를 사용해 이분법을 따르고 있다.



각 공간은 독립적이면서도 덱에 의해 공유되는데, 서로 막혔던(Solids) 뚫렸던(Voids) 사잇공간의 형태로 모호한 경계를 형성한다. 각 공간은 모두 사잇공간을 향해 열렸는데, 사잇공간은 또 외부로 열린 동선의 절점이자, 주택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마당이 된다.



뚫린 공간은 민마루Ⅱ에서 직접 외기에 접하는 부분일 뿐만 아니라, 외부로 열린 입면으로 인해 만들어진다. 이것은 전통 목구조 형태의 변형으로 부재의 간략화로 가능했으며, 자유로운 입면 구성의 방법이 됐다. 그로 인해 이 주택의 외형은 낯가림이 적다. 이색적인 서구의 목조주택과 달라서라기보다는 입면 구성이 여느 다른 건축물과 그다지 많은 차이를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글·사진 윤홍로 기자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풍동



·대지면적 : 90평(298.00㎡)



·건축면적 : 34평(111.87㎡), 건폐율 37.54%



·연 면 적 : 56.4평(186.36㎡), 용적률 62.54%



·건축구조 : 2층 철근콘크리트조 + 철골조 + 경량목구조



·외부마감 : T.24 더글라스 합판, T.22 복층유리, 컬러 강판



·내부마감 : T.9.5 석고보드 위 벽지마감, 온돌마루,



        T.9미송합판 위 수성페인트







■설계·시공 : (주)가와종합건축사무소 02-3143-0057



        www.kawadesi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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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채와 별채로 채나눔 한 경기도 고양시 56평 ‘민마루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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