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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풍경 속에 어울리는 집 목가(木家)









경기도 양평군에는 크고 작은 갤러리를 비롯해 다양한 볼거리가 많다. 북한강과 함께 드라마 <전원일기>의 촬영지였던 두물머리, 다산문화의 거리, 용문산 등 이 있어 주말이면 늘 차량으로 붐벼난다. 그 중에도 서종면은 갤러리 서종을 비롯해 길가의 미술학원 하나까지 모양이 특이해 ‘문화 예술의 마을’이란 명칭이 잘 어울린다.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한지 10년째인 김청광·김영순 부부는 같은 마을에 사는 다양한 예술인과 손님을 만나는 시간이 늘 즐겁다고 한다. 정감 있는 모양의 귀틀집에 반해 한번 찾은 손님이 되찾아와 단골이 되는 ‘목가(木家)’를 찾아보았다.







휑한 논은 고단했던 지난 계절을 잠시 잊은 채 편안한 심호흡을 하는 듯하다. 군데군데 누워 있는 누런 볏짚들만이 여유로운 풍경을 더하고 있다. 몇 분간의 고즈넉한 논길을 걷다 보면 아담한 귀틀집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1995년에 문을 연 목가로, 야트막한 야산을 배경 삼아 북한강을 마주보고 있다. 황토로 마감한 ‘ㄷ’자 형태의 귀틀집은 주변 풍경과 잘 어우러져 시골의 정감 있는 모습을 더한다.



10년째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청광·김영순 부부는 고라니와 살모사가 가끔 나온다며 청정지역임을 자랑한다. 강산이 한 번쯤은 바뀌었을 만큼의 세월을 나며 빛이 바랜 창가에 앉으니, 맑은 하늘과 드넓은 전원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고라니 한 마리가 불쑥 나타나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제비가 집을 지어놓고 날아가



조용한 농촌마을에 무슨 전원카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목가’는 평범한 마을 안에 자리하고 있다. 전면을 통유리로 마감하거나, 세련된 느낌의 외장재로 마감한 카페는 아니지만 황토와 통나무를 사용해 지은 귀틀집은 주변 풍경과 더없이 잘 어울린다.



순수한 옛 맛을 살리며 주변과 가장 잘 어울리는 집이 어떤 게 있을까 고민하다, 전통가옥 건축 전문가인 윤태서 씨에게 의뢰를 했다. 봉주르를 비롯해 주변의 크고 작은 한옥의 보수공사와 개축을 진행하며, 전통적인 분위기의 인테리어 시공을 한 그는 당시 귀틀집을 구상하고 있었고, 그 내용을 고스란히 ‘목가’로 옮겨 왔다.







1994년 가을부터 6개월간의 공사기간을 거친 ‘목가’는 제비가 날아들 만큼 자연과 친숙한 공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카페 내부에서 올려다 본 서까래 주변에는 세 개의 제비집이 있다. 지금은 제비가 살진 않지만, 몇 해 전만 해도 제비가 창문을 통해 수시로 들락날락하면서 새끼들에게 먹을 것을 날라다 주고, 가끔 손님들이 앉은 테이블에 실례를 하기도 했다고. 손님들이 놀라하면서도 가까이 보기 어려운 제비를 직접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지금은 기다려도 찾아오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아마도 내년 봄에 박씨를 물고 오지 않을까 슬쩍 기대를 해보게 된다.





 





코쿨로 정감 어린 분위기 더해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벽난로에 나무를 지펴주면서 추위를 녹이라고 말하는 김청광 씨의 손길이 더없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또한 몇 개월 만에 찾아온 손님들에게도 따뜻한 벽난로 쪽 자리를 권하며, 부엌에서 고구마를 한아름 가져와 구워주는 김영순 씨는 시골 외할머니의 넉넉한 인심을 떠올리게 한다. 고구마 구워 먹는 재미를 주는 이곳 벽난로는 ‘코쿨’이라고 불리는 전통 흙벽난로이다. 강원도 산간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이 벽난로는 그 생김새가 사람의 콧구멍과 비슷하다 하여 ‘코굴’이라 불렀던 데에서 유래한다. 땔감은 주로 소나무나 참나무를 쓰는데 코쿨의 주재료인 황토와 땔감나무의 독특한 향이 어우러져 피로감을 말끔히 씻어주는 역할을 한다.







코쿨은 주로 방의 안쪽에 만들어 외풍을 막아주며 실내를 훈훈하게 해줄 뿐 아니라 운치 있는 조명 역할까지도 훌륭히 해낸다. ‘목가’에서는 넓은 나무를 벽난로 위에 두어 선반과 장식 효과를 겸하고 있다. 코쿨 위를 와당(瓦當)으로 장식해 전통미를 강조했고, 아궁이 주변을 돌로 마감해 안정감을 살렸다. 시골집 처마 밑에서나 보았음직한 제비집의 향토적인 느낌은 코쿨과 어울려 더욱 정감 어린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목가’의 가장 큰 특징은 출입구의 문턱이 없는 것이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의 쉬운 이동을 위해 거리의 턱을 없애자는 운동이 아직도 진행중이지만, 목가에서는 처음부터 그러한 문턱을 만들지 않았다. 실제로 휠체어를 타고 이곳을 찾은 한 손님은 출입구부터 다른 곳과 달라 아주 섬세하고 인상적인 서비스를 받았다는 방문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팔자에도 없는 별장지기가 됐죠



김청광·김영순 부부는 서울 인근에 세 자녀를 위한 아파트를 마련해 주고,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이들이 다 자라면 전원에서 생활을 하리라 마음먹었던 부부는 ‘목가’를 오픈하면서 상업적이지 않고, 교외의 명소로 가꾸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팔자에도 없는 별장을 하나 갖게 된 것 같아요. 좋은 사람들 만나서 사는 얘기도 들으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게다가 덤으로 용돈도 생기니… 세상에 이렇게 좋은 직업이 어디 있겠습니까.”



김청광 씨의 카페 예찬론이다. 여기에 덧붙여 부인 김영순 씨도 만족스러운 생활에 대해 한마디 남긴다.





 




“나이가 들면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나 봐요. 시골에서 사는 게 보는 것만큼 그렇게 여유롭지 않지만, 맑은 공기 마시며 자연의 여유로움을 맘껏 누릴 수 있는 전원생활을 다들 원하는 거 같아요. 우리도 그렇게 해서 이곳으로 내려왔고, 일이 없으면 전원생활이 무료하겠지만, 손님을 맞는 재미도 있으니 커다란 복을 받은 셈이죠.”



화려하지는 않지만 자연을 느끼려고 찾아 온 손님들에게 수익을 떠나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하려는 부부의 진심을 알아준 것일까. 단골손님 수가 꽤 된다고 귀띔한다. 취재 차 들른 날에도 몇 개월 만에 찾아온 손님을 며칠 만에 다시 보듯 반가이 맞는 안주인의 인사에서 더없는 정감이 느껴졌다.



안양의 한 단골손님은 그동안 직접 모은 엘피판 100여 장과 오디오를 선물해 왔고, 컴퓨터가 없다고 하자 직접 컴퓨터를 들고 온 손님까지 있었다고 하니, 이들 부부의 마음 씀씀이가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김청광·김영순 부부는 전원카페를 하면서부터 텔레비전을 멀리 하고, 고즈넉한 전원 풍경을 감상하면서 고전음악과 함께 손에 책을 드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한다. 도심을 떠나 전원에서 한가한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바람이 그것이 아닐까 싶다. 주중에는 주말보다 한가한 시간이 많아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 좋다고 한다. 취재를 하는 동안에도 김청광 씨는 바깥일을 둘러보느라 연신 카페를 들락거리며 이야기를 하고, 김영순 씨도 오전 내내 김장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지만, 마음만은 서울 생활보다 넉넉함을 느낀다. 두 부부는 아들딸들이 20년 후쯤에는 지금의 ‘목가’를 계속 이어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들도 지금의 부모님 나이가 된다면, 전원에서 지내고 싶어하는 비슷한 생각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고. 田







글·사진 조영옥 기자







찾아가는 길



6번 국도 이용 - 양수대교 지난 첫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 - 서종면 방향으로 직진 - 서종중학교 지나 첫번째 오른쪽 (입간판 따라)골목으로 약 300미터 직진



문의 031-77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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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카페] 자연 풍경 속에 어울리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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