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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어린 자녀를 둔 건축주 부부가 찾아온 것은 20211월 초였다. 처음부터 목조주택을 염두에 두고 설계자를 물색하던 중 지인 소개로 나를 알게 됐다고 한다. 첫 미팅 때 두 분이 꼼꼼하게 질문하며 목조주택에 대해 이런저런 내용을 물어보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조금 깐깐하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여러 차례 미팅을 이어 나가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인 후에는 아주 편한 사이가 됐다.
 
진행 노철중 기자
최재철(제이초이디자인 소장)
사진 함영인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 양평군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건축구조 경량 목구조
대지면적 406.61(123)
건축면적 125.43(37.94)
연면적
165.18(49.97)
지하 42.25(12.78)
1122.93(37.19)
건폐율 30.84%
용적률 30.23%
설계기간 20223~ 9
시공기간 202212~ 20235
설계
제이초이 디자인
allaboutwood@daum.net
www.jchoidesign.net
시공
두다enc 031-5175-1988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리얼징크
외벽 - 벽돌타일
데크 - 석재타일
내부마감
천장 - 페인트(벤자민무어)
내벽 - 천연벽지(나무앤케어)
바닥 - 원목마루
계단실
디딤판 - 집성목판재
난간 - 환봉
단열재
지붕 - 그라스울단열재
외벽 - 비드법단열재
내벽 - 그라스울단열재
중단열 - 그라스울단열재
창호 유로 레하우
현관문 유로 레하우
조명 램프랜드
위생기구 TOTO
난방기구 가스보일러

반듯하지 않은 대지 모양을 잘 활용해 앞뒤 마당 공간이 나오도록 건물을 배치했다. 높은 옹벽으로 인해 쓸모없는 공간이 될 뻔한 건물 뒤쪽 공간도 쓸모 있게 변신했다.

건축주의 의견을 최대한 설계에 반영하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 건축주 부부도 자신들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표현해 주었고, 그 의견을 잘 반영해서 공간 하나하나에 실현시키려고 했다. 그렇게 잘 진행되고 있던 설계는 한차례 위기를 맞았다. 건축주 가족은 서울에 있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양평 집이 완성되면 완전한 이주를 생각해 2층 집을 계획하고 설계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당분간 완전 이주가 어렵게 되었고 그로 인해 설계 중단이라는 사태가 발생했다. 설계 미팅이 다시 시작되기 까지는 몇 개월이 더 지났다. 서울 아파트 처분이 어렵게 되고 자금 확보가 힘들어지면서 처음 계획했던 건축비 예산이 줄어들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했다. 예산이 축소된 건축주에게 “건축비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는 면적을 줄이고 층수를 낮추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최초 계획을 흔들어서 2층을 단층으로, 면적을 30% 정도 축소해서 다시 설계를 진행했다.

주방 내부는 박공지붕대로 천장을 오픈해서 단층집답지 않은 역동적인 공간이 만들어졌다.
주방과 다이닝룸에서는 가족간의 소통을 위해 큰 창을 배치해 앞마당과 건너편 가족실이 잘 보이도록 배려했다.

건축주 삶 공간에 반영하기
건축가로서 설계를 진행하기 전에 건축주에게 반드시 요구하는 사항이 한 가지 있다. 37가지 항목의 설문지를 단답형이 아닌 서술형으로 작성해달라는 것이다. 이를 요구하는 이유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을 정리해 글로 써내지 못하면 실제로도 설계에 반영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건축가의 역할은 건축주의 삶의 이야기를 공간으로 대신 표현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평 집 건축주 부부는 많은 대화를 통해 설문지를 충실하게 작성해 주었다. 계획 설계는 철저하게 설문지 내용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남편은 자동차를 아끼고 좋아해서 지하에 차고를 좀 넓게 계획해 주기를 원했고 그 외에 것들에 대해서는 아내에게 거의 일임하다시피 했다. 아내는 정말 꼼꼼하게 원하는 목록들을 설문지에 작성했고 많은 질문도 동시에 적어 주었다. 건축주의 요구 사항들에 대해 최대한 근사치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바로 건축가다. “편안한 집, 자연과 어우러진 집, 튀지 않는 집, 집이 너무 주인공 같지 않은 집, 마당과 정원이 어울려지는 집....” 이는 모두 건축주가 생각하는 집의 모습이었다. 양평 주택의 설계 콘셉트는 바로 이 점에서부터 시작됐다.

가족실에서 앞마당과 뒤뜰로 자유롭게 출입하며 주변과 소통할 수 있도록 대형 미서기창과 여닫이 유리문을 설치했다.
가족실과 앞마당 사이에는 툇마루를 설치해 앞마당을 감상할 수 있게 했고, 여름철 직사광선을 피해 충분한 그늘이 만들어지도록 긴 처마를 계획했다.
옆집과의 프라이버시와 앞마당 조망을 위해 처음부터 창문 계획에 신경을 썼다. 면적은 협소하지만 적절한 높이의 오픈 천장이 있어 공간감을 더한다.

스플릿플로어로 웅장한 실내 공간 확보
부지는 단독주택 단지로 개발되어 필지가 분할되어 있었다. 대지 북쪽으로는 개발되지 않을 것 같은 자연스러운 경사의 작은 숲이 있었다. 집이 지어지면 이 작은 숲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뒷마당과 창호 계획을 세웠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숲은 사라지고 거의 3m가 넘는 보강토 옹벽이 세워졌다. 주변 집들이 2층으로 지어져 있어 단층으로 지어진다면 상대적으로 프라이버시가 취약해지는 부분도 신경이 쓰였다. 남쪽에는 단지 내 도로가 있는데 부지보다 1.8m 정도 레벨이 낮았다. 부지의 레벨 차이는 거의 없는 평지였다. 단지는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소 삭막해 보이기까지 했다.
 
2층 주택에서 단층으로 계획이 변경되면서 주변 집들로부터 프라이버시를 어떻게 확보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북쪽 경계를 따라 세워진 3m가 넘는 보강토 옹벽은 단층집이 지어졌을 때 자칫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었다. 집이 너무 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건축주의 의견은 있었지만 평범하게 1층 계획을 했다가는 너무 단조로운 집이 될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은 도로와 부지의 레벨 차이가 1.8m로 적당한 높이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높이 차이를 이용해서 지하주차장을 2.8m 높이로 계획했고, 대지와 지하주차장 위 1층 바닥면까지 1m 레벨 차이를 이용해 스플릿플로어 Split floor로 계획했다.
<스플릿 플로어(Split Floor)는  층과 층 사이를 나눠 하나의 층을 더 만든다 해서 Split Floor(Level)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Half Level, Half Floor라고도 하며 국내에서는 스킵(skip) 플로어라는 말을 사용한다. 스킵플로어보다는 스플릿 플로어가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주차장 쪽 매스는 도로와 직각으로 배치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다른 공간들을 계획하기 위해 집은 자연스럽게 ‘ㄱ’자 배치가 되었다. 주방과 식당 공간을 스플릿플로어 상단에 배치했고, 침실과 거실은 하단에 배치해서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내부 공간에 변화를 주었다. 결과적으로 1층 집에서는 흔히 경험할 수 없는 웅장한 실내 공간이 탄생할 수 있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될 주방과 식당 공간이 대지 레벨보다 1m 높이에 있다 보니 내부에서 정원을 아주 잘 볼 수 있게 됐다. 넓은 평야 같은 부지에 조성한 단지는 주변 경관이 썩 좋지 않았다.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지는 집이면 좋겠다는 건축주의 의견을 반영하기가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1m 레벨차이를 잘 활용했더니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집은 안 되었지만 부지 안에서 마당과 집이 너무 잘 어우러지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복도에서 바라본 주방. 스플릿플로어는 실내 공간에서 머무는 재미를 선사한다.
다이닝룸에서 바라본 아이방. 북쪽에 배치되어 어둡고 답답한 공간이 될 수 있어 방문 옆에 유리창을 설치했다. 주방에 있는 엄마와도 소통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역동적 공간 만든 오픈 박공천장
‘ㄱ’자 배치를 통해 평면 상 수평과 수직의 두 매스가 서로 만나게 됐다. 아이들을 위한 다락 공간에 대한 요청이 있어서 어느 곳에 배치시킬지 고민하다가 수직 매스 뒤쪽으로 결정했다. 수직 매스는 대지보다 1m 높게 위치해 있어서 지붕 경사도를 더 주고 박공으로 계획한다면 다락공간도 충분히 나오고 마치 2층과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수직 매스는 전체적인 집의 볼륨감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됐다.
 
수평 매스는 침실과 화장실이 있기 때문에 지붕 경사도를 낮춘 박공지붕으로 계획했다. 하지만 지붕 경사도를 그대로 살려 오픈 천장 형태로 계획해 실내 공간에 공간감을 불어 넣어주었다. 단층이지만 오픈 박공천장을 노출시키면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고 조금 더 역동적인 실내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다락으로 가는 계단 아래와 높은 천장으로 인해 자연스레 만들어진 벽 속 공간을 수납장과 창고로 활용했다.
다락은 오픈시켜 층고는 낮지만 충분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마당으로 향하는 시선 계획
부부와 어린 딸 두 명, 총 네 식구를 위한 침실 3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공용 공간은 최대한 정원과 연결시키려고 했다. 인접대지의 2층 주택과 높은 옹벽으로 인해 조망권 확보가 여의치 않았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집안에서의 시선이 가능하면 정원 쪽으로 향할 수 있도록 각 실을 배치하고 창문을 계획했다. 침실 이외의 공용 공간에서는 가능하면 마당과 정원으로 연결되어 식구들이 집안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배려했다.
 
주방과 식당은 타일 바닥이 깔린 테라스로 연결되어 날씨가 좋은 날이면 바람과 햇빛을 쏘이며 야외에서 바비큐나 간단한 식사를 할 수도 있다. 안방과 아이들 방 사이에 배치되어 있는 가족실에서는 앞뒤 마당으로 쉽게 드나들 수도, 나무와 식물들을 관망할 수도 있도록 남쪽과 북쪽에 커다란 창을 설치했다.
 
거실 남쪽 면에는 네 식구가 둘러앉아도 넉넉할 정도의 커다란 툇마루를 설치해 앞마당 조망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툇마루에 너무 많은 직사광선이 쏟아지지 않도록 그 위쪽 지붕 처마는 1m 가량 더 뽑아냈다.
 
집 짓기의 성공 비결은 신뢰라고 생각한다. 건축주, 시공사, 건축가는 각각의 역할이 있고 그 역할에 충실히 소임을 다하면 된다. ‘갑’과 ‘을’로 서로를 나누어 군림하기보다는 파트너십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그리고 소통해야 한다. 소통은 커뮤니케이션, 즉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일방적인 통보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상호 간 신뢰에 금이 가도록 한다. 양평 주택은 건축주, 시공사, 건축가 모두가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서로 소통하며 믿어주며 충실히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의 역할을 다해 나온 결과물이다.

두 매스에 레벨차이를 주어 내외부 공간에 변화를 줄 수 있었다.
마당에서 본 전경. 집이 너무 튀지 않게 대지와 잘 어우러져있다.
도로와 대지의 레벨차이를 활용해 지하주차장을 만들고 주방과 사적인 공간은 스플릿플로어로 계획했다.

최재철_제이초이디자인 소장
건축디자이너 최재철 소장은 영국 대학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및 목재산업경영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영국 건축회사 선임디자이너로 일하며 주택, 학교, 호텔, 리조트 이외에 다수의 목조 공동주택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1996년 이후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건축분야 일을 해온 전문지식을 가지고 건축 설계, 인테리어 디자인, 컨설팅, 기술 통역,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북에 4층 규모의 경사지 주택을 목조로 지어 거주하며 건축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집 짓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101>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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