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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시작할 때, 첫 단계를 보통 ‘기획 단계’라고 하는데, 주거건축은 보통 설계와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건축주들이 건축에 대한 전문 지식이 많지 않아 기획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건축주는 ‘어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할 것인가?’ 하는 정도의 계획만 세우고, 주택 전문 건축사나 시공회사와 함께 기획과 설계를 시작한다. 오히려 그 편이 일의 진척도 빠르고 쉽게 개념을 정립할 수 있다.

무엇에 대한 3요소’는 외우고 정의하는 것을 즐겨하고, 논문 등에 반드시 들어가는 도입부 제목의 단골 메뉴다. 필자도 주거 건축의 3요소를 제시해 보았다.
① 인적 요소 : 건축주, 설계자/감리자, 시공자
② 물적 요소 : 건축 예산, 자재
③ 기술적 요소 : 도면의 이해, 구조 및 공법의 이해, 인적/물적 자원 관리, 공정 관리 등
여기에서는 기술적 요소 중 ‘도면의 이해’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건축도면의 이해

건축기술자나 건축주가 도면을 이해할 능력을 갖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일반 건축물은 도면의 치수나 기호와 선 등을 판독하여 공사를 할 정도의 이해력만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주택의 경우에는 단순히 건축도면을 읽어 내는 것은, 이제 한글을 깨우치는 유치원생 정도의 능력 밖에 없다고 보아야 한다. ‘아니 건축 설계는 건축사가 하는 것이고, 현장 기술자나 시공업자는 건축도면을 읽고 그대로 공사만 잘하면 되는 것 아니냐?’ 하고 반문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주택설계를 하다 보면, 비록 건축 전문가인 건축사가 설계를 했는데도 건축주가 이것저것 요구를 많이 한다. 결국 수정에 수정을 거치고, 그것도 모자라 시공 중에도 변경을 수없이 한다. 물론 그 원인 가운데에는 건축사가 주택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설계를 한 경우도 있다.

다음 도면을 자세히 보면 주인 침실에 드레스-룸이 딸려 있지 않고 화장실과 침실로 되어 있다. 그리고 삼면의 창과 후정(後庭)으로 나가는 문이 있어서 나름대로 전원 느낌이 강하게 묻어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그리 크지 않은 주인 침실의 화장실문과 우측 창문으로 인하여 옷장 하나 둘 벽이 없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이 도면도 건축 전문가인 건축사가 설계를 했지만, 주택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여 생긴 사례다. 건축가는 나름대로 전문 분야가 있는데, 만약 주택 전문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도면대로 시공하면 공사 도중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택을 시공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건축도면을 글자 읽듯이 읽어내는 능력만으로는 전문가라고 할 수 없다. 적어도 평면 구성이 가지는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즉 소설책을 읽을 때, 그 스토리를 파악하면서 즐거움을 얻듯이 건축도면의 스토리를 이해해야 한다. 또 때때로 나름대로 해석하고 비판하는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건축주는 건축은 종합예술이라며 좋은 말로 시작을 한다. 그러나 막상 일을 하면 설계비와 시공비를 깎으면서 작품이라 생각하고 일해 달라고 한다. 그러한 도면과 예산으로 시공하는 업자의 경우,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빠른 계산을 하여 세칭 ‘노가다’ 근성으로 일하곤 한다.

교향악 연주회에 가보면 약 20~30명의 구성원이 지휘자의 지휘봉 끝에 맞추어 각기 다른 악기로 어우러지는 소리를 낸다. 한 곡을 연주하는 동안 큰북은 불과 몇 번만 북채를 휘두르는 반면 피아노는 독주도 하고 합주도 하며 그 곡의 많은 부분을 연주한다. 건축과 비교하면 피아노는 골조공사 같은 경우이고, 북은 잠시 치고 빠지는 싱크대나 타일공사쯤으로 비교할 수 있다.
소위 종합예술이라는 음악과 건축의 가장 큰 공통점은 작곡가(건축가)와 악보(설계도), 지휘자(시공책임자), 관객(건축주, 이웃)이 있다는 점이다. 반면 가장 큰 차이점은 세 가지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음악은 악단 단원 모두 악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만, 건축 시공 중 타일이라든가 각 공정의 기술자들은 도면 자체를 이해할 이유도 없고, 또 도면을 보지도 않는 공정이 매우 많다.

둘째, 타일공은 좀 예외이겠지만 스틸 프레이머 몇 년만 하면 자신이 건축을 하는 사람이라고 자부심을 갖고, 때로는 설계까지 한다. 술판을 벌일라치면 어디에 어떤 건물은 직접 설계에서 시공까지 했다고 영웅담을 늘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음악은 피아니스트가 지휘를 하지 않고, 바이올리니스트가 작곡을 하는 예는 드물다. 물론 스틸 프레이머의 설계 능력보다 훨씬 큰 작곡 능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셋째, 관객이 거의 모든 음악을 예술이고 작품이라 생각하지만, 그렇게 설계 시공한 주택을 건축주와 이웃 사람들은 종합예술작품이라고 하지 않는다. 비록 작곡가가 곡을 쓸 때나 건축주가 설계를 의뢰할 때, 모두 예술과 종합예술 내지는 작품으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스틸하우스 설계의 가장 빠른 접근은 주택으로 이해하면서 접근하되, 스틸하우스만이 갖는 몇 가지 구조적 특성과 마감재 시공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옥상 슬래브 방수는 일반적으로 철근콘크리트조보다 많은 시공 정밀도와 비용 지불을 필요로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
본 연재에서는 건축 계획적 측면(주거건축의 이해 측면)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다음 호에서 스틸하우스만이 갖는 설계 특성 등에 대하여 언급하고, 엔지니어링 특성은 스틸하우스 시공 편에서 다루고자 한다.

주거건축의 이해

우리나라 주거건축의 형태는 아파트, 다가구/다세대 주택, 오피스텔, 단독주택(도시형/전원형) 등이 있다. 건축주 대부분은 아파트로 대표되는 공동주택 생활에 익숙해져 있어서 전원주택 설계 시에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단독주택 시장의 특성을 보면 고객의 의뢰(Order Base Contract)를 받아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원주택은 사회적 환경(교육, 의료, 쇼핑, 교통 등 주변환경)이 좋지 않은 반면, 깨끗한 공기와 물로 대표되는 자연 환경은 아파트 등에 비하여 매우 좋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건축주는 어느 정도 재력을 소유하고 자녀 교육을 거의 끝마친 연령대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건축주의 취향과 요구 조건은 까다로운 편인데, 노후생활을 편안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웰빙형 주택을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건축설계의 방향에서 절대적인 키를 잡고 있는 건축주의 주택에 대한 시각도 대략 3단계 정도를 거치면서 변하고 있다.

1단계-가수요자

막연히 전원에 대한 동경 내지는 집을 짓고자 땅을 사 놓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예쁜 집을 카메라에 담는 가수요자 단계다. 잡지에서 본, ‘외관이 예쁜 언덕 위의 하얀 집’을 생각한다. 이때는 대부분이 평면구성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외관과 평당 공사비, 스틸하우스로 지을까? 목조주택으로 지을까? 등에 치중하는 경우다.

2단계-실수요자

실수요자 단계에서는 구체적으로 건축설계를 의뢰하고 컨설팅을 받으며 건축 평면의 중요성을 인지한다. 한편 뻐꾸기 창이 있는 뾰쪽지붕의 선호도도 낮아진다. 이때 설계자나 건축주 모두 집은 단순히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 안에서 살면서 정원과 주변환경 등을 느끼고 체험하도록 설계에 담고, 그 집 안의 이야기를 풀어서 담아내야 한다.

3단계-체험

집을 짓고 살면서 집을 느끼고 유지보수하는 체험적 단계다. 가끔 아! 그때 왜 그렇게 설계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많이 하는 단계다.

단독주택 설계에서 공간 이해

단독주택의 공간은 현관문 안쪽만 내 주거공간인 아파트하고는 전혀 다르다. 주택을 둘러싼 자연환경과 이웃으로 표현되는 동네, 애완견과 함께 살아가는 마당, 텃밭, 정원 등의 외부 공간과 거실과 방이 있는 내부공간 그리고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현관이나 덱 같은 전이공간으로 구성을 한다. 또 내부공간은 거실, 주방, 식당, 복도, 화장실과 같은 가족 공용공간과 침실, 내부 화장실과 같은 사적공간 및 보일러실, 다용도실 같은 서비스 공간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가끔 필자를 찾아오는 예비 건축주에게 ‘집은 몇 평 정도로 계획하고 계십니까?’ 라고 질문을 하면, 대부분 ‘방 3개에 거실은 크게 하되 대략 35평 정도의 2층집이면 좋겠다’고 말한다. 각종 전시회나 홍보물 또는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가 스틸하우스는 벽체의 두께가 얇고, 또한 아파트 30평형의 경우 전용면적은 25.7평밖에 되지 않아도 방 3개가 나오는 데 비해 단독주택은 35평이면 이보다 훨씬 넓은 공간이 나온다고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필자는 ‘단독주택은 아파트보다 공간이 훨씬 좁게 나온다’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아파트와 달리 단독주택은 ①보일러실(심야전기 사용 시, 2.1×3.3) : 2.1평 ②현관(방풍실 기능, 1.8×2.1) : 1.14평 ③다용도실(1.8×2.4) : 1.31평 ④계단(2.1×3.6-2개 층) : 4.6평 ⑤창고(1.5×1.5) : 약1평 ⑥복도(1.2×5) : 2평 ⑦2층 집인 경우, 화장실 1개 추가 1.3평 ⑧그리고 대부분 아파트보다는 주방이 큰데, 이를 고려치 않더라도 아파트에 비해 13평 정도가 커야 그 비슷한 기능을 갖는다. 다만 1층으로 집을 지을 경우 계단 부분과 화장실 1개를 줄이더라도 아파트에 비해 8평 정도는 더 있어야 한다.
지금부터 각 공간의 기능의 변화와 설계 시 고려 사항에 대하여 살펴보자.

첫째, 손님을 맞고, 식사도 하고, 잠 자던 ‘안방’ 기능이 식당과 거실, 침실로 나누어져 사실상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아직도 건축주가 잠을 자는 침실을 ‘안방’이라고 칭하며, 전망 좋은 밝은 곳으로 우선 배치하려고 한다. 실상 잠은 어두울수록 깊은 잠을 잘 수 있다.
둘째, 주인 침실(Master Bedroom)에 드레스-룸과 별개의 크고 안락한 화장실을 함께 설치하여 그 기능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셋째, 주방 기능을 강화하고 공간이 커지는 요인은 냉장고의 대형화(1.1×1.1)와 김치냉장고의 공간을 설계 시 반영해야 한다. 홈오토메이션 설치를 원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쿡탑을 개방화시키는 경우나 아일랜드식 주방 설계도 심심찮게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붙어 있는 식당에서는 주부의 손님맞이와 담소하기, 간단한 사무 등을 겸하는 공간으로 제2의 거실이 되기도 한다.

넷째, 주택의 공간 중요도에서 거실, 주방/식당과 더불어 화장실이 중요한 공간으로 부상했다. 조망이나 일조권이 좋지 않은 북서쪽의 좁은 화장실에서 정원이 보이고 해가 잘 드는 곳으로 욕실을 옮겨와서 좀더 오랜 시간 편안히 욕조에 몸을 담글 수 있는 위치에 그야말로 레스트-룸(Restroom)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는 아파트와 달리 재력이 있고 나이가 많은 건축주들이 단독주택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필자가 설계한 경기도의 어느 주택은 건축주의 라이프 스타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례이다. 처음 설계를 할 때도 그랬고, 완성을 했을 때도 건축주는 설계에 대하여 상당히 만족스러워 했고, 필자가 사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여 1년에 한두 번은 들러서 차도 마신다. 작년에 방문했을 때 건축주(부인)가 “집을 다시 설계해서 지었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했다. 사연인즉 이렇다.

이 집은 전형적인 복도형 주택으로 거실의 위치와 주방/식당이 떨어져 있는 형태의 평면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거실에서 있다가 무슨 냄새가 심하게 나서 급히 주방으로 달려가 보면 사골국을 끓이던 냄비를 태우고, 또 뭐 하다 뭐 태우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냄비를 얼마나 태워 먹은 줄 알아요? 그거 태워먹을 때마다 설계를 한 최 소장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라고 말했다.

또 한번은 이런 경우도 있다. 분당신도시를 기획하면서 한국토지공사와 건교부에서 시범주택단지를 만들기로 하고,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유명한 건축가들을 공모 형식을 빌어 건축설계를 맡겼다. 그렇게 지은 주택들은 건축가의 허가를 받지 않으면 개보수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했다. 한 사람이 소위 작품이라는 주택들 가운데 한 채를 매입했다.

주택의 리모델링 의뢰가 들어와 방문해서 살펴본 뒤 건축주에게 “이 집은 정말 엄청난 기운을 갖고 있어서 사람 주눅이 들어서 살기가 어렵겠네요” 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건축주는 “바로 그렇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아예 다 부수고 다시 짓고 싶어요” 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설계를 한 건축가를 고려하여 리모델링을 결정하고 초안을 만들어 해당 구청과 협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저것 걸리는 게 많아 세월만 흘렀고, 이에 지친 건축주는 결국 집을 다시 팔았다. ‘집을 설계하고 짓는 것은 사람이지만, 정작 그 집이 사람을 다시 만든다’는 아주 평범한 주거건축의 바탕을 잘 설명해 주는 사례다.
아직도 많은 건축주들은 필자에게 집을 작품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달라고 한다. 하지만 주택은 작품이기 이전에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고 생활 그 자체임을 이런 저런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단독주택 설계에서의 외부공간과 정원

주택의 기능에 이어 외부공간에 대하여 좀더 설명을 하고자 한다. 흔히 차를 타고 교외로 나가 보면 이곳저곳에 산재해 있는 전원주택을 많이 볼 수 있다. 조금만 눈여겨보면 그 집을 둘러싸고 있는 경사면을 따라 나름대로 자연적인 느낌이 나도록 석축도 쌓고 좋은 돌들을 부의 상징처럼 친환경의 상징처럼 여기저기에 놓은 것을 알 수가 있다.
사실 그 돌들이란 게 자연석이라기보다는 거의 대부분 발파석(일종의 가공)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 사이사이에 영산홍, 자산홍, 진달래 철쭉들을 심어 놓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서 그곳은 썰렁한 기운만 남고 열심히 가꾸던 기운이 떨어지면 잡풀이 자라는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필자는 정원에 돌을 많이 쓰기보다는 잔디를 많이 심고 석축보다는 골프장의 구릉처럼 마운딩(조경을 위한 흙 돋움)을 권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잔디 깎는 기계가 돌아다니기 좋고 그 푸르름과 포근함이 한층 부드러운 정원을 만들기 때문이다. 또 많은 집의 덱에 약 1미터씩의 난간을 설치하여 정원과 구분한다. 그보다는 덱의 높이를 조이스트 한 장 높이(약 18cm) 정도로 하고 난간을 없애면 마당의 잔디가 덱 끝에 물결치듯이 걸려있고, 때론 덱 가운데에 나무를 심어 놓으면 정원과 덱이 일체가 되어 때론 정원이 더 넓어 보이는 효과까지 연출한다.

그리고 만물이 활력을 찾는 봄부터 늦여름까지 전원주택의 정원은 항상 아름답지만 낙엽이 지고 겨울이 되면서 정원은 쌓인 낙엽과 메마른 가지로 을씨년스런 풍경을 연출한다. 따라서 정원을 기획할 때, 항상 겨울철 이 집의 모습은 어떨까? 또 집의 외장재의 색상도 가능하면 겨울을 고려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田


최길찬<신영건축사 사무소 대표 / 신영건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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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하우스 교실] 누구나 지을 수 있는 집, 스틸하우스-스틸하우스 기획 및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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