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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 김용식·오애경 부부는 귀농 15년 만에 꿈에 그리던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마련했다. 농가주택의 편의성과 도시주택의 미관을 접목시킨 이 집은 남향인 거실 입면을 마당 쪽으로 돌출시켜 시야를 1면에서 3면으로 확대하고, 하프라운드 고창을 내어 바깥의 햇살을 거실 후면 깊숙이 끌어들였다. 또 거실 후면에 5평 남짓한 사랑방을 들이고 4짝 미닫이문을 달아 필요시에는 거실과 공간을 트게 했고, 부부 전용공간에는 침실과 욕실 사이에 드레스-룸을 앉혀 안방의 독립적 기능을 높였다.



예부터 나가는 물은 있으되 흘러들어오는 물은 없다 해서 안을 ‘포’자를 쓴 경기도 포천(抱川). 지명대로 물의 근원이 비롯된 곳이 많아서인지 포천 땅을 가로질러 영북면 방향으로 내달리는 길섶 곳곳에는 계곡의 청량한 바람과 맑은 물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꽃이 피고 잎이 나는 듯싶더니 전원의 풍경은 어느새 싱그러운 녹음으로 충만하다. 자수성가한 40대 목장주가 땅을 일구듯 성심으로 지어 올렸다는 집을 찾아가는 길은 그렇게 봄의 끝자락에서 경쾌한 여름의 정취를 자아내고 있었다.


한길의 소음을 벗어나 좁은 비포장도로를 따라 5분 남짓 들어서자 멀리 명성산 정상에서 굽이쳐 흘러내린 산자락에 휘감긴 아늑한 지세의 분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정겨운 농촌 풍경 한가운데 푸른 초원 위에 다소곳이 들어앉은 하얀 집 한 채가 유독 시선을 사로잡는데, 바로 건축주 김용식(48세)·오애경(46세) 부부가 귀농 15년 만에 마련한 전원 속 아늑한 보금자리다.



푸른 초원 위 그림 같은 집


밀짚모자를 한껏 눌러쓴 김용식 씨는 긴 호스로 물을 끌어다 마당 잔디밭에 물을 주느라 여념이 없다. 길 건너 지척에 위치한 목장에서 오전 내내 일하다 이제야 숨을 돌린다는 그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마당을 오가며 한시도 쉬지 않고 몸을 놀린다. 잡풀 하나 없이 마당 전체를 고르게 뒤덮은 짙푸른 잔디는 얼핏 보기에도 들인 품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잔디를 직접 가꾼 건축주는 “시원스레 보기에도 좋고, 좀 자라면 뜯어서 소도 먹이니 일석이조죠” 라며 호기롭게 웃는다.


진입로 변에서 바라보면 말 그대로 푸른 초원 위에 자리한 그림 같은 집이다. 명성산 줄기의 짙은 녹음을 배경으로 싱그러운 초록의 잔디가 펼쳐진 너른 부지 위에 화사한 빛의 시멘트 사이딩으로 마감한 이 집은 인근을 지나는 사람들로부터 ‘누가 사는 집인가’ 라는 궁금증을 자아낼 만큼 수려한 경관 속에서 도드라져 보인다. 단층 구조에 ‘-’자 형으로 비교적 단조로운 입면이지만 푸근하고 인자한 지세와 집터를 감싸 도는 능선의 후박한 곡선과 잘 어우러져 담백한 미감을 자아낸다.



군더더기 없는 동선과 공간 구획


부부의 안내로 현관에 들어서자 밝은 색 벽지에 가운데를 월넛으로 포인트를 준 12평 규모의 거실이 탁 트인 개방감을 준다. 남향인 거실 전면 부는 마당 쪽으로 입면을 돌출시켜 시야를 1면에서 3면으로 확대하고, 하프라운드 고창을 내어 바깥의 햇살을 거실 후면 깊숙이 끌어들였다.


거실의 높은 천장고를 이용해 후면의 경사지붕 밑에는 다락공간을 두었는데, 자주 쓰는 공간은 아닌 듯 접이식 간이 나무 계단을 설치했다. 거실 후면에는 5평 남짓한 사랑방을 들이고 4짝 미닫이문을 달아 필요시에는 거실과 공간을 트도록 해놓았다. 오른편에 난 여닫이문을 여니 부부의 전용공간이 나오는데 침실과 욕실 사이에 드레스-룸을 앉혀 안방의 독립적 기능을 높였다.


공간과 동선이 군더더기 없이 구획되어 있는 이 집은 목조주택 전문 시공업체인 (주)한길건축 최경수 사장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건축주 부부와 한길건축 사장 부부의 인연이 상당히 이채로운데 (주)한길건축 이사이자 최 사장의 부인인 한명희 씨가 이용식 씨의 대학동창이다.


사전에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최 사장 부부를 만난 건축주 부부는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알게 됐고, 훗날 비슷한 시기에 같은 고민을 안고 포천으로 내려온 최 사장 부부와 격의 없는 친구 사이가 됐다. 시공업체 사장과 건축주 부부의 원만한 관계를 바탕으로 시공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2개월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마침내 집이 완성됐다.


최 사장은 목장을 운영하는 건축주를 고려해 농가주택의 편의성을 갖추면서도 도시주택의 미관까지 겸비한 40평 단층 목조주택을 앉혔다. 외벽은 2″×6″, 내벽은 2″×4″ 구조재로 뼈대를 짜고 16인치 간격으로 샛기둥을 세워 그 사이에 단열재인 글라스 울을 넣고 OSB합판을 댄 후 외벽은 시멘트 사이딩으로 마감을 했다. 그리고 내벽과 천장은 OSB합판을 댄 후 12밀리미터 석고보드에 화이트 톤의 벽지와 원목 루바로 화사하게 마감했다.


외관은 단층 구조의 단순한 입면을 보완하기 위해 거실을 마당 쪽으로 뽑아내고 거실 부의 박공지붕을 바깥으로 돌출시켜 입체감을 연출했다.

또한 대가족의 장남인 건축주를 감안해 가족이 모여도 부대낌이 없도록 주생활공간인 거실을 넓게 빼고 천장고를 4.5미터로 잡아 집 안 가득 청량감을 더했다. 여기에 거실과 덱의 단을 낮게 낮추고 거실 전면창을 넓게 내어 마당의 탁 트인 전경을 최대한 끌어들였다.



사람 냄새 짙어지는 집


귀농 15년 만에 꿈에 그리던 전원주택을 마련한 건축주 부부는 새 집에서의 생활에 대해 큰 만족감을 표했다. 단열과 자연 채광이 뛰어나 지난겨울에는 낮에 보일러를 가동시키면 더워서 답답함을 느낄 정도였다고. 또 너른 마당과 거실은 일가친척이 모두 모이는 집안 대소사에 십분 활용돼 집안의 장남으로서 가슴 뿌듯했다고 한다. 여기에 일손을 따로 들이지 않고 부부의 힘만으로 목장을 운영하는 터라 고된 하루 일과를 끝낸 후 맞는 평화롭고 아늑한 저녁은 전원 속에 들어앉은 이 집이 부부에게 선사한 삶의 가장 큰 기쁨이다.


“이제는 누가 수억 원을 쥐어줘도 도시에 나가서 살 생각이 없어요. 지금도 의정부만 나가면 목이 메고 눈이 아픈 걸요. 남들은 외딴 곳에 떨어져 외롭지 않냐고 하지만 오히려 쉬러 오는 친구들과 친척들 덕에 집 안 곳곳 사람 냄새는 더 짙어졌어요.”



한가롭고 평안한 여생을 위해


건축주 부부는 최근 인생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15년 간 제 살 같이 아끼며 가꿔 온 목장을 매각할 생각으로 여기저기 적임자를 물색하는 중이다. 아들에게 가업을 잇게 해 2대가 함께 목장을 운영하며 아들 내외와 지척에서 오순도순 살아갈 날을 손꼽았지만, 늘 그렇듯 자식의 마음이 부모가 원하는 대로 따라주지는 않는 법이다. 부부는 최근 도회지에서 기반을 잡고 싶어하는 아들의 뜻을 존중해 오래전부터 마음에 품어 두었던 욕심을 내려놓았다. 농장을 매각한 후에는 600평 남짓한 텃밭을 일구며 젊어서의 고생을 보상받듯 한가롭고 평안한 여생을 보낼 생각이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의 땀과 노력으로 이만큼의 성공을 일궈낸 이들 부부에게는 충분히 누릴 만한 가치가 있는 행복한 삶인 듯 싶다. 田





글·사진 송희정 기자



건축비 내역

토목공사 300만 원

건축공사 1억 원

정화조공사 150만 원

지하수 150만 원

주차장, 창고 400만 원

심야난방 650만 원

덱공사 350만 원

합 계 1억 2000만 원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자일리

·부 지 면 적 : 450평

·대 지 면 적 : 200평

·건 축 면 적 : 40평

·연 면 적 : 40평

·건 축 형 태 : 단층 목조주택(외벽 2″×6″, 내벽 2″×4″)

·외벽마감재 : 시멘트 사이딩

·단 열 재 : 글라스 울

·지 붕 재 : 사각 아스팔트 슁글

·천 장 재 : 거실-원목 루바, 방-벽지

·바 닥 재 : 거실-온돌마루, 방-우드륨

·창 호 재 : LG 하이샤시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보일러

·식 수 공 급 : 지하수

·시 공 기 간 : 2003년 6월~2003년 7월

·건 축 비 : 평당 300만 원

■설계·시공 : (주)한길건축 031-533-3030 www.housing11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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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과 미감을 모두 살린 포천 40평 단층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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