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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흥덕지구 개발로 조상 대대로 400여 년간 살아 온 고향을 등지고 양지 서경마을에 목구조 한옥을 지은 이태열 씨. 풍수지리에 따라 멀리 남쪽의 안산을 바라보도록 좌향을 잡아 45평 복층 한옥을 앉혔다. 벽체는 보와 도리를 기둥 위에서 맞추어 각각의 머리를 파내서 엇갈리게 끼우는 전통 사개맞춤 공법에 따랐으며, 황토벽돌은 큰 것과 작은 것을 30센티미터 2중으로 쌓고, 내벽에는 2센티미터 두께로 황토 미장을 했다. 외형은 전통 가옥이면서, 실내는 세대 구성원들의 독립성과 편의성을 고려해 현대적으로 공간을 배치했다. 피륙에 날실과 씨실이 한데 어우러져 수놓듯, 전통 가옥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복층 한옥이다.



영동고속도로 양지 I.C에서 5분 남짓한 용인시 양지면 양지리 서경마을에 자리한 45평 복층 목구조 한옥이다. 개량형 한식기와를 얹은 납도리 겹처마 팔작집으로, 건축주 이태열(57세)·이영숙(53) 부부의 고향을 그리는 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수도권 외곽지역은 신도시다, 택지지구다 하여 개발이 한창이다. 그로 인해 고향 땅을 수용당한 채 외지로 떠나는 사람의 애환은, 개발에 따른 반사 이익의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신갈 I.C와 연결되는 용인시 기흥읍 영덕리 일대의 흥덕지구에서 조상 대대로 400여 년간 살아 온 이태열 씨가 그러하다. 그는 안마당을 중심으로 초가지붕의 행랑채와 기와지붕의 안채가 어우러진 ‘ㅁ’자형 한옥에서 나고 자랐다. 결혼 후에는 그 앞으로 분가해 세 딸을 낳고 30여 년을 살았다. 그러다 3년 전, 흥덕지구 개발로 뿌리내리고 살던 터전을 옮겨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때부터 고향인 신갈 주변의 땅을 찾아다녔다. 맘에 드는 몇몇 전원주택단지가 있었으나 땅값이 비쌀 뿐만 아니라 서구식 목구조나 스틸하우스로만 지어야 한다는 건축 제약으로 포기하고 말았다.


“나와 마찬가지로 집사람도 나무와 흙으로만 지은 경기도 이천의 한옥에서 나고 자랐어요. 흙집은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듯하며 몸에 좋다는 거야 잘 알려졌잖아요. 한 동네에서 살던 사람들은 대개 아파트로 뿔뿔이 옮겨갔는데, 우리는 답답해서 영 내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고향 근처에서 집 짓고 살겠다고 맘먹었는데 뜻대로 안 돼 결국 이곳에다 한옥을 짓게 된 거죠.”


그렇다고 이태열 씨가 서경마을 부지를 덜컥 산 것은 아니다. 그동안 보았던 몇몇 전원주택단지와 자연 환경, 생활 편의시설, 교통 여건 등의 입지 조건을 비교한 후, 이곳이 적격지라 여겨지자 세 차례에 걸쳐 지관(地官)과 함께 부지를 둘러보고서야 240평을 평당 90만 원에 매입했을 정도로 꼼꼼함을 보였다.


서경마을의 입지 조건을 살펴보면, 정남향에 완만한 숲으로 둘러싸였고 전면은 시원스럽게 트여 한적하면서 편안한 느낌을 준다. 건축주가 운영하는 용인시 남사면의 (주)장업시스템과는 20여 분 거리이고, 생활 편의시설을 갖춘 양지면 소재지는 400여 미터 거리에 불과하다. 또한 마을 앞 42번 국도로는 세 딸의 생활 근거지인 용인과 수원 방면 버스들이 10분 간격으로 다닌다.


입지에 이은 부지 선정은 풍수지리설에 따랐다. 집이 앉혀진 좌향은 남동향으로, 멀리 남쪽으로는 안산을 바라보고, 북쪽으로 제법 높직한 산이 솟아 있으며 그 좌우로 나지막한 능선이 부드럽게 흐르고 있어 외풍을 막아 주는 안온한 형상이다.



삶의 숨결을 담아낸 단아한 집


이태열 씨는 땅을 매입한 후, 직영으로 기존 석축을 허물고 6000만 원을 들여 콘크리트 옹벽을 쳤다. 필지를 분할하기 위해 쌓은 석축이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비스듬해서 불필요하게 많은 땅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좌향을 현관과 남쪽 양지리조트 방면의 안산(案山) 정상하고 마주 보도록 정하고는, 양지 I.C 초입에 자리한 행인흙건축에 설계와 시공을 의뢰했다. 외곬으로 전통 가옥을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시켜 온 행인흙건축 이동일 대표의 장인정신이나, 건축주의 생각과 숨결을 담아내는 시공 능력 그리고 현장과 시공사의 거리가 5분밖에 안 된다는 게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


그렇게 해서 45평(1층 32평, 2층 13평) 복층 한옥형 황토집 건축은 2004년 9월부터 시작해 12월 동지 전에 완공을 보았다. 다음은 건축주가 행인흙건축에 설계 의뢰 시 주문한 내용이다.


“전에 살던 집은 황토에다 짚을 섞어 만든 벽돌을 3개월 가량 건조시킨 후 지었어요. 살기에는 편했는데 오늘날 집 모양새 치고는 볼품 없었죠. 그래서 기왕 짓는 집이니 제대로 짓자며, 행인흙건축에다 복층 한옥형으로 팔작지붕에 비가 들이쳐도 벽면을 보호하고 모양새 있게 겹처마를 길게 뽑아 달라고 했어요. 처마 끝 서까래 위에 짧은 서까래를 덧대고 안 대고 그 차이에 따라 집의 운치가 달라지거든요. 대청 격인 거실 전면에는 쪽마루를 돌리라고 했고요.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옹벽이 높아 원래 구상대로 토담에 기와를 얹고 솟을대문을 세우지 못한 거예요. 어쩔 수 없이 낮은 목재로 펜스를 둘렀는데, 그 둘레에 구상나무를 심으면 나름대로 괜찮을 듯도 해요.”


이 집의 바닥은 80센티미터 단열재를 깔고 엑셀 배관을 한 후에 콩자갈을 깔고 4센티미터 황토 미장을 했다. 벽체는 보와 도리를 기둥 위에서 맞춰지도록 각각의 머리를 파내서 엇갈리게 끼우는 전통 사개맞춤 공법에 따랐으며, 황토벽돌은 큰 것과 작은 것을 30센티미터 2중으로 쌓고, 내벽에는 2센티미터 두께로 황토 미장을 했다. 거실은 서까래를 노출시키고 루바로 마감한 이미테이션 박공형 오량천장이고, 나머지 공간은 석고보드를 2중으로 덧댄 평천장이다. 지붕 마감은 덧지붕으로 지붕의 본을 뜨고 OSB 구조합판을 댄 다음 방수시트를 깔고 개량형 한식기와를 얹었다.



전통 가옥을 현대적으로 재구성


대리석으로 바닥을 마감한 현관으로 들어서면, 격자형 문살의 미닫이문과 2층으로 계단실 입구의 미닫이문이 서로 마주한다. 1층은 이곳을 기준으로 좌측에는 거실과 안방을, 우측에는 주방 겸 식당과 다용도실, 화장실, 욕실, 작은방 순으로 배치했다. 한편 공적 공간인 거실과 독립공간인 작은방하고 공간을 분리시키기 위해 장식을 겸한 가벽을 설치했다. 또 위생과 청결을 고려해 물이 많이 튀는 욕실과 화장실을 독립시켰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곳이 안방으로, 한쪽 벽면에 붙박이 황토침대를 만들고 콩기름을 먹인 한지 장판을 깔아 개별 난방이 가능하도록 꾸몄다.


2층 계단실 입구는 미닫이문을 달아, 닫혔을 때에는 어디로 통하는지 모른다. 딸들이 사용하는 공간이므로 한갓지게 한 것이다. 이곳은 거실과 방, 화장실로 공간을 구획했다. 거실의 경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중간에 미닫이문을 달아 산을 바라보도록 발코니를 낸 곳은 가족실 또는 초등학교 미술 교사인 큰딸의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침대가 놓인 방에는 1층의 지붕 밑 공간을 활용해 수납실을 들였다.


이렇듯 외형은 전통 가옥이면서, 실내는 세대 구성원들의 독립성과 편의성을 고려해 현대적으로 각각의 공간을 배치했다. 한편 1층 5평의 다용도실이 큰 틀에서 툭 튀어나왔는데, 풍수에 따라 좌향을 정하다 보니 우측에 자투리땅이 생겨 덧시공을 했기 때문이다.



자연의 운치를 실내로 끌어들여


“황토집에는 띠살문이나 벽과 천장에 한지를 발라야 제격이죠. 띠살문은 굵은 살을 상중하 5, 7, 5로 배열해야 잘 어울려요. 방바닥에는 한지 장판에 콩기름을 먹였는데, 여타 장판하고는 느낌부터 다르죠.”


이영숙 씨는 거실 띠살문 창호지 한 귀퉁이에다 가을에 따서 말린 꽃잎으로 수놓았다. 시집오기 전, 경기도 이천의 친정에서부터 추석을 전후에 해마다 해오던 일이라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띠살문과 창호지가 기능창과 유리에 밀려나면서 커튼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우리네 전통 가옥에서 창과 문에 발라 둔 한지는 안팎의 반투명한 그림자로 맛깔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낮에는 강한 햇살을 적당히 차단함으로써 안정감을 갖게 한다.

거실에는 예전 집안의 대소사를 치렀던 대청처럼 원목 쪽마루를 깔았다. 텔레비전과 장식장이 놓인 거실 벽면에는 푸른색 계열의 한지를 발라 아트-월처럼 꾸몄는데, 전체 이미지하고는 어울리지 않아 올 여름을 난 후 다른 색으로 바꿀 계획으로 있다.


한옥은 장독대가 있어야 운치를 더한다. 이 집에는 오래 된 장독이 즐비한데, 흥덕지구 개발로 고향을 등지고 아파트로 이주한 사람들이 시어머니로부터 대물림해 온 장독을 건축주 부부가 단독주택으로 간다고 하자 준 것이다. 올해는 아파트로 이주한 친구들이 이곳에서 장을 담가먹기로 했다고 한다.


이태열·이영숙 부부는 툇마루에 앉아 지금은 사라진 고향집을 떠올렸다. 기왓골을 타고 처마에서 떨어지던 낙숫물소리가 봄비 그치자 멎더니, 이는 바람에 장독대 옆에 심어 놓은 소나무에서 송아 가루가 나부껴 어느새 그윽한 향이 집 안 가득 퍼졌다. 田



글·사진 윤홍로 기자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양지리

·부 지 면 적 : 240평

·건 축 면 적 : 37평

·연 면 적 : 45평(1층-32평, 2층-13평)

·건 축 형 태 : 목구조 한옥(납도리 뼈대, 겹처마)

·외벽마감재 : 황토벽돌 줄눈마감

·내벽마감재 : 황토벽돌 줄눈마감, 황토 모르타르 위 한지 벽지

·지 붕 재 : 개량형 한식 기와

·천 장 재 : 한지, 노출 서까래 루바(거실)

·바 닥 재 : 한지 장판, 원목 쪽마루(거실)

·창 호 재 : 전통 창호(띠살문에 한지 바름)

·난 방 형 태 : 기름보일러

·시 공 기 간 : 2004년 9월~2004년 12월


■설계·시공 : (주)행인흙건축 031-338-0983 www.hang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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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삶의 향기 넘실대는 용인 45평 복층 목구조 황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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