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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전원주택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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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고향에 집을 짓다, 남해 ‘꿈의 현상소’

‘만들다’와 ‘짓다’의 의미를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집을 짓는다는 일에는 혼과 정성과 추억과 얼이 들어가야 한다. 적어도 우리의 삶을 담아내는 주택은, 만드는 집이 아니라 지어진 집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삶을 담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모든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과거의 추억만으로 초가집을 지을 수는 없다. 경제적인 여건과 사용성, 건축 생애 주기 비용 등 주어진 여건을 고려하고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건축을 시작해 본다.

글 윤인준 건축사 | 사진 이레건축사사무소

HOUSE NOTE
DATA
위치 경남 남해군 설천면 문의리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보전관리지역, 자연취락지구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
대지면적 1,004.00㎡(303.71평)
건축면적 132.69㎡(40.14평)
건폐율 13.22%
연면적 153.31㎡(46.37평)
1층 105.18㎡(31.82평)
2층 48.13㎡(14.55평)
용적률 15.27%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본타일
외벽 - 본타일
내부마감 천장 - LG Z:IN 천장지
내벽 - 석고보드 9.8t 2ply, 친환경 벽지
바닥 - LG Z:IN 장판지
단열재 비드법 보온판 100T
계단실 디딤판 - 화강석
창호 LG Z:IN
현관 LG Z:IN

설계 윤인준 건축사 (이레건축사사무소)
051-939-2699
시공 건축주 직영

18세 영글지 않은 나의 ‘삶’ 속에 건축이란 놈이 똬리를 튼다. 건축을 시작한 지 어언 40년이 지났다. 한순간도 이놈은 나의 삶 속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건축 나이 불혹에 이르러서야 막연한 무게감으로 짓누르던 답답한 마음에 희미한 탈출구가 보인다. ‘남을 위한 건축이 아니라 내 집을 손수 지어 보자!’ 힘이 솟는다. 답답하게 짓누르던 가슴이 확 트인다.
고향을 찾는다. 어린 시절 자연을 벗 삼아 노닐던 아련한 기억 한 토막을 붙잡아 본다. 추운 겨울 바닷바람을 등지고 앉은 조그만 초가집 양지 마루에 할머니와 함께 앉아 고구마를 먹다 말고 따뜻한 햇살에 아랫도리를 까고 이를 잡는다. 봄 햇살이 따가워진다. 꽃이 만발한 마당을 벗 삼아 처마 밑에 제비가 집을 짓고 지저귄다. 제비 새끼가 둥지를 떠날 즈음 대청에 누워 열린 장지문을 통해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낮잠이 꿀맛이다. 서늘해진 바람이 불어온다. 늦가을 저녁노을을 배경 삼아 어머님의 가을걷이가 시작된다. 어머니의 긴 한숨 소리가 들린다.

어릴 적 추억을 담다_적어도 인간의 생활을 담는 주택 건축 설계를 함에 있어서 긴 시간 속에 주기성을 가진 자연환경만큼은 정확히 알고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다행히 본 부지는 필자에게 어릴 적 추억과 체험으로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 동쪽의 앞산과 서쪽의 뒷산은 비교적 높은 편이라 겨울 해가 일찍 뜨고 일찍 넘어간다. 따라서 겨울 아침 낮고 깊은 각도의 햇살을 마루를 지나서 안방으로 받아들여 1층이 따뜻하다. 여기에 어머니를 위한 공간을 배치했다. 석양은 기능적으로 차단(화장실)했으며 일교차에 의한 바람길을 열어두고, 그 끝자락 양지쪽에 대청을 계획해 공간적으로 산과 바다를 연결하는 통로를 뒀다. 또한 ‘설천雪川’이라는 지명에서 보듯이 예부터 뒷산에 눈이 오면 겨우내 녹지 않는 겨울 계절풍이 매섭다. 그래서 조망을 가리지 않는 높이의 방풍림을 식재하고 북쪽 트인 공간에 펜션을 배치했다.

입체감을 더하는 다양한 형태미_간단한 수직 동선을 통해 박스를 쌓아 올리는 형태를 구성했고, 부지 여건상 단위 블록을 평면적으로 펼칠 수 없는 한계를 단면상 레벨 차와 평면상 각도를 주어 극복해 객체는 독립시키고, 입면적으로 일체감을 주었다. 마감재료와 색채는 최대한 단순하게 했으며 선과 면, 각을 중시하여 디자인함으로써 마감재의 영향을 통제하고 절제된 강조색을 주어 재미를 더했다. 4면이 트인 공간으로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입체감을 느끼도록 형태를 구성해 도로를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다양한 형태미를 제공하도록 계획했다.

*
‘집은 완공되었다.’
얼마 전 할머니 대신에 어머님하고 마루에 앉아 고구마를 먹었다. 언제부턴가 사라졌던 제비가 집 안에 집을 짓고 새끼를 친다. 집 주위 온천지가 꽃밭이다. 창문에 비친 저녁노을이 환상적이다. 지나가던 국영방송 PD가 취재해 방송도 탔다. 많이 부족하지만 여기저기 자랑도 한다. 나에게 이 집은 ‘꿈의 현상소’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나만의 착각이 아닌지? 언젠가 이 집의 주인은 자식이 되든 나를 모르는 타인이 되든 바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 감정을 느끼고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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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전원주택라이프] 전원주택_남해 철근콘크리트주택_이레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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