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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전원주택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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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사원

글 민규암 건축가 | 사진 김재윤 작가
자료제공 대한건축사협회

HOUSE NOTE
위치 경기 가평군 가평읍 복장리 3필지
용도지역 보전관리지역
주용도 단독주택
구조 철근콘크리트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콘크리트 블럭
대지면적 925.00㎡(279.81평)
건축면적 183.84㎡(55.61평)
연면적 362.48㎡(109.65평)
건폐율 19.87%
용적률 39.19%
층수 지상 4층
최고높이 15.39m
설계·시공 민규암 토마건축사사무소 02-782-0553

건축은 보이지 않는 것에서 시작되어 보이는 것으로 구현되었다가 다시 보이지 않는 것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설계자의 생각은 건축을 만들고 건축은 다시 방문자에게 기억을 남긴다. 우리의 옛 절들은 대개 깊은 산속에 있었다. 절을 오른다는 것은 산 밑 일주문을 시작으로 여러 문을 지나고, 또다시 여러 전각을 만나는 긴 여정이었다. 그런데 이 여정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그것은 이 길이 우리의 기억 속에 남기 위해 수백 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고안된 장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정교한 장치 속에서 흥미로움과 놀라움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간다. 한국인으로서, 그리고 건축사로서 이것을 현대건축으로 구현하는 것이 항상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 건축 프로그램은 여러 채의 단독주택을 짓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 처음 이 땅과 만났을 때 우리의 옛 절 같은 공간을 만들어 놓고 싶었다. 그래서 이 단독주택들이 단지 살기 위한 공간이기보다 인간이 주변과 반응하면서 기억을 만들어 가는 건축적 장치가 되어주길 원했다. ‘기억의 사원’은 깊은 산속에 있다. 하단의 집부터 꼭대기의 집까지 수십 미터의 고저 차를 갖고 있는 대지이다. 집을 짓기 위해 먼저 땅의 일부를 깎고 평탄하게 만들기도 하고, 일부는 경사면을 그대로 두면서 여러 장소를 만들었다. 이 장소에 일곱 동, 열두 채의 집을 다양한 높낮이를 갖고 앉히게 되었다.

이 집들을 따라서 약 백여 미터의 길이 만들어진다. 이 길은 건물과 건물 간의 관계 속에서 좁아지기도 하고 넓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북한강의 시야를 감추기도 하고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공간적 개방감과 폐쇄감의 변화와 함께 여러 건물의 다양한 배치를 통해서 방문자는 방향을 바꾸어 나간다. 그 방향의 전환은 방문자가 최초에 만나는 원통형 철구조물, 동선상의 여러 연못, 여러 부속 구조물과 가벽, 그리고 공중에 들어 올린 철교를 거치면서 방문자의 기억 속에서 연속적으로 소설처럼 펼쳐진다.

한편 이 길 위의 주택들은 외부와는 고립되어 비밀스럽게 설계되었다. 일단 주택의 내부로 들어선 이후에는 외부의 시선에 방해받지 않으면서 독립된 영역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외부의 경험이 내부에서도 축소되었으나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게 설계됐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길을 따라 걷게 된다면, 그리고 지루하지 않다면 기억의 사원은 하나의 건축물로서 우리들의 기억 속에 비로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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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전원주택라이프] 전원주택_가평 철근콘크리트주택_토마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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