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대부분은 전원주택지를 마련하면 구조 선택에서 설계, 시공에 이르는 과정을 서둘러 진행한다. 꿈에 그리던 전원행을 하루라도 앞당기고자 하는 맘이야 십분 이해한다. 문제는 전 재산을 투자하다시피 하며 건축일을 서둘러 진행하다 보면, 간혹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른다는 점이다. 그래서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던가.
전원주택지를 마련한 후, 4년간 땅과 충분한 교감을 나누고서야 비로소 가족의 보금자리를 앉힌 사람이 있다. 다양한 소재와 형태의 리빙도어를 생산 판매하는 청구데코라인 대표 송교덕(44세) 씨다. 건축주는 올해 1월 26일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 팔현리, 천마산줄기에 둘러싸인 채 멀찍이 팔현계곡을 굽어보는 남향받이 터에 연면적 99평의 3층 철근콘크리트로 부인 윤광숙(43세) 씨와 아들 재욱(19세), 딸 다혜(15)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집의 규모는 차치하고, 철근콘크리트 구조물로 여러 개의 박공지붕과 팔각지붕에다 곡선미를 살린 벽체를 전면으로 돌출시킨 점이 특이하다.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 팔현리
·부 지 면 적 : 403평
·대 지 면 적 : 280평
·건 축 면 적 : 63평
·연 면 적 : 99평(1층 63평, 2층 28평, 지하 8평)
·건 축 형 태 : 3층 철근콘크리트 주택
·외벽마감재 : 적벽돌+대리석
·내벽마감재 : 천연 벽지
·지 붕 재 : 유기기와
·천 장 재 : 실크벽지
·바 닥 재 : 원목마루, 대리석(거실)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보일러
·식 수 공 급 : 지하수
·시 공 기 간 : 2004년 8월 3일∼12월 말
시 공 : 가가종합건설
(031-595-8271, 011-9039-8272)
E-mail :8272gaga@hanmail.net
송교덕·윤광숙 부부는 남양주시 팔현리에서 전원생활을 하기 전에는, 서울시 성북구 동소문동에서 청구리빙도어 상설전시장과 사무실, 살림집을 갖춘 빌딩을 짓고 살았다. 한편 건축주는 1시간 남짓 거리인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 공장까지 10여 년간 출퇴근했다. 그에 따른 불편함도 있었지만, 늘 메마른 도시의 빌딩 숲을 떠나 공기 맑고 경관 좋은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지우지 않았다. 하지만 자녀들 교육문제로 전원행을 쉽사리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4년 전, 아들 재욱 군이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미국 유학을 고집했다. 학군이 달라 원하는 고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할 바에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겠다고. 아들의 소신이 너무나 뚜렷해 그 뜻을 받아들였는데, 현재 미국의 유수한 대학에서 장학생으로 있다.
재욱 군이 미국 유학길에 오르자, 건축주 부부는 전원행을 차근차근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먼저 교통, 환경, 편리성 등을 염두에 두고 전원주택지 선정에 들어갔다. 그 즈음 건축주는 공장에서 10여 분 거리인 팔현계곡에 식사 차 들렀다가 맘에 편안히 와 닿는 땅을 알게 됐다.
“비탈진 산골짜기에 층층으로 된 다랑이 밭 403평을 평당 40만 원에 구입한 게 4년 전의 일입니다. 지금은 전원주택이 한두 채씩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마을을 형성하고 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개발이 전혀 안 됐습니다. 이곳은 자동차전용도로를 통해 30분 안에 서울에 닿을 수 있고, 저수지 상류인데다 자연녹지지역이라 오염원이 들어설 수 없으며, 또 사방이 온통 저수지 보안림이라 나무 한 그루도 훼손할 수 없고, 팔현계곡 어귀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 각종 생활 편의시설이 들어차 있습니다. 심지어 자장면 한 그릇도 배달시켜 먹을 정돕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남양주시와 구리시는 경기도에서는 A학군에 속해 서울의 웬만한 학군보다도 낫기에 딸 다혜의 교육문제까지도 해결됐습니다.”
그후 건축주는 4년간 다랑이 밭을 오가며 이곳에 가족을 위한 제2의 보금자리를 어떻게 앉힐까 여러모로 궁리를 거듭했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를 가꾸면서 땅과 교감을 했다. 지은 지 6개월 밖에 안 되는 집 치고 정원을 너무 잘 가꿨다 싶었는데, 부지를 매입한 후부터 주말농장을 찾듯이 가꾼 게 아름다운 정원이 된 것이다. 건축주는 스스로를 반목수라고.
“건축 관련 업계에 15년 이상 종사하면서 매년 각종 건축박람회에 참가했어요. 전원주택 시공사와 부스를 맞대다 보니 어깨너머로 보고들은 게 많지요. 또 직영으로 동소문동 빌딩을 포함해 남양주시에 제1공장을, 포천시에 제2공장을 짓다 보니 반목수가 다 됐을 정도니까요. 모두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지은 박스 형태의 건물인데, 그렇다고 전원주택마저 박스 형태로 지을 순 없잖아요. 그래서 다양한 입면 구성이 가능한 스틸하우스 설계를 뽑아 세 차례 수정을 거쳐서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지은 거예요. 그렇게 해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는데, 전혀 다른 구조의 설계도면으로 집을 짓다 보니 시공을 맡은 가가종합건설 권동희 사장은 모르면 몰라도 혼쭐났을 거예요.”
건축주와 시공사가 호형호제해
건축주는 스틸하우스 전문 설계업체를 방문해 전원주택은 아파트와 달라야 하므로 각 공간을 널찍널찍하게 구획하고, 외관을 볼륨 있게 뽑아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사업상 손님 방문이 잦기에 1층은 부부 전용 공간으로 꾸미되 한쪽을 손님 접대를 위한 공간으로 분리할 것과 2층은 자녀들의 독립생활 공간으로 배치해 줄 것을 요구했다.
건축주는 처음에는 직영으로 집을 지으려고 했다. 그런데 스틸하우스 도면을 갖고 철근콘크리트로 지으려다 보니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자, 가가종합건설의 권동희 사장을 찾았다. 권 사장은 난공사임을 뻔히 알면서도 젊은 혈기 하나만 믿고 도전했다고 한다.
“작년 8월 3일 공사를 시작해서 12월 말에 준공검사를 받았는데, 공사하는 5개월 동안 머리 꽤나 빠졌을 겁니다. 철근콘크리트의 두께만도 40∼45센티미터인데, 그 걸로 다양한 형태의 지붕선하며 들쭉날쭉한 돌출부가 많아 구조계산을 하면서 짓느라 한시도 손을 뗄 수 없었어요. 어려운 고비 때마다 건축주가 나를 믿고 모든 재산을 맡겼다고 생각하면서 젊은 혈기로 넘겨냈지요. 결과에 흡족해 하는 건축주 부부를 보니 보람도 있었고요.”
건축주는 청구데코라인 공장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부득이 공장을 근린생활시설로 바꾸는 과정에서 권 사장을 알게 됐는데 누구보다 신뢰할 만했다고.
“나도 건축을 해봤지만 집 짓고 나면 건축주와 시공사하고 원수가 되는 게 다반사지요. 건축을 의뢰하기 전에 가가종합건설에서 지은 집을 대여섯 군데 방문했어요. 건축주들이 한결같이 권 사장과 유대 관계가 좋다는 걸 알았지요. 그때 저 사람이면 일을 맡길 수 있겠다는 신뢰감이 들었고요. 집 짓고 난 후에 나의 생각이 맞았다는 걸 알았지요. 건축주는 많은 걸 요구하고, 시공사는 정해진 금액에 맞추려다 보니 작은 앙금들이 쌓여 끝날 때는 서로 얼굴을 붉히기 마련이지요. 권 사장이 그러한 문제를 원만하게 처리하는 걸 보면, 건축에 노하우가 있다고 봅니다.”
친환경 건축 자재 백화점 방불케 하는 마감재
이 집은 1층 바닥면적이 63평으로 여느 집의 연면적과 맞먹는데도 방은 안방과 서재 겸 손님방이 전부다. 대신에 거실과 주방 그리고 손님맞이 공간인 팔각정을 넓게 구획했다. 무엇보다 안방과 드레스-룸 겸 파우더-룸을 사이에 두고 월풀 욕조를 갖춘 안방만한 욕실을 독립시켜 배치한 점과 파티를 위한 팔각정이 눈길을 끈다. 건축주는 전원생활을 하다 보면 서구처럼 파티 문화가 자리잡을 것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반면 2층은 고스란히 자녀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특징은 아들과 딸의 공간을 독립시키고, 각 공간마다 서재와 침실, 드레스-룸을 배치했다는 점이다.
가가종합건설에서는 계약 전, 건축주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각자의 취향을 파악한 후 내·외장재를 선택했다. 이 집은 철근콘크리트 구조지만 내부에는 캐나다산 천연 목재를 많이 사용했으며, 벽면에는 참숯가루를 바른 후 천연 실크벽지로 마감했다. 또한 모든 바닥에는 열전도율이 높고 건강에 좋은 맥반석을 깐 후에 각 실의 성격에 맞추어 원목마루와 황옥대리석 등의 천연 자재로 마감했다.
거실의 경우 무늬목으로 이미테이션 대들보와 서까래를 노출시키고, 루바로 마감하여 자연친화적으로 꾸몄다. 또 서로 맞닿은 거실과 주방 공간에 차별을 두고자 바닥에는 원목마루와 황옥 대리석을 라운드 형태로 잘라서 깔았다. 창호는 1층 거실에서는 소파에 앉은 높이에서, 2층은 복도에서 삼면의 경관을 바라보도록 큼지막하게 냈다. 한편 거실 동쪽에는 아홉 개의 작은 채광창을 내어 기능성에다 미관성까지 겸하도록 했다. 주방은 홈-바 개념으로 꾸몄는데, 주부가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공간인 만큼 시력 보호를 위해 곳곳에 삼파장등을 매입했다.
팔각정은 주방과 거실에서 가까워 시선을 분리하기 위해 미닫이문을 냈다. 팔각정의 높이는 4.3미터로 목재를 이용해 평천장으로 꾸미고 아트 철물로 마감했으며, 서로 모르는 손님이 섞일 때를 염두에 두고 현관과 별도로 외부 파티 공간인 덱이나 연못 옆 테라스로 향하는 문을 냈다.
서재 겸 손님방으로 사용하는 작은 방은 따뜻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꾸몄다. 평소 음악 감상을 즐기는 부인 윤광숙 씨가 좋아하는 공간으로 벽면에 스피커를 매입하고 문에 방음처리를 했다. 각 실의 문들은 전통 목공예를 하는 가가종합건설의 김영채 실장이 현장에서 제작한 것들이다.
2층은 거실을 사이에 두고 아들 재욱 군과 딸 다혜 양의 공간으로 나눴다. 인테리어는 아들 공간은 청년기에 맞추어 강렬하면서도 모던하게, 딸 공간은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소녀에게 어울리는 포근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방마다 다락방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박공지붕에다 이미테이션 서까래를 노출시켰다. 공간이 좁은 드레스-룸은 홀딩 도어를 달아 활용도를 높였다.
건축주 부부는 요즈음 아침이 즐겁다고 한다. 인공적이긴 하지만 연못으로 흘러드는 청아한 물소리를 들으며 정원 곳곳에 심어 놓은 초목들과 눈을 맞춘 후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간밤 내린 비에 텃밭에 심어 놓은 푸성귀들이 성큼 자란 것을 볼 때마다 자연의 오묘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단다. 田
글 윤홍로 기자 / 사진 송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