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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시멘트 사이딩에다 아스팔트 슁글로 마감한 주택이 논 한복판에 다소곳하게 앉혀진 모습이 이채롭다. 터가 계단식 논자리라 연약지반과 장마철 물 넘침에 역점을 두고, 기초를 지면보다 60센티미터 정도 올렸다. 터가 평지다 보니 집이 높으면 부자연스럽고, 나이 들면 오르내리기 불편하다는 생각에 단층으로 앉혔다. 채광과 전망을 고려하여 서재 외에 세 개의 방을 동쪽과 남쪽으로 배치했고, 프라이버시를 강조하여 공용공간인 거실에서 각 방의 문이 보이지 않도록 엇갈리게 배치했다. 정원에는 잔디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나무와 꽃을 심어 볼거리가 많다. 전원과 집 그리고 정원이 함께 어우러져 쾌적함과 편리함 그리고 아름다움이 흐른다.



■건축정보


·위 치 : 경상남도 마산시 진북면 인곡리

·부 지 면 적 : 516평

·대 지 면 적 : 216평

·연 면 적 : 59.7평

·건 축 구 조 : 단층 스틸하우스

·실 내 구 조 : 방 3, 서재, 거실, 주방, 다용도실, 보일러실, 차고

·외벽마감재 : 시멘트 사이딩

·내벽마감재 : 실크벽지

·지 붕 재 : 아스팔트 슁글(이중그림자)

·천 장 재 : 실크벽지

·바 닥 재 : 강화마루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단 열 재 : 인슐레이션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보일러

·식 수 공 급 : 지하수

·시 공 기 간 : 2004년 8월 ~ 2005년 1월

·건 축 비 : 평당 400만 원

설계·시공 : 예진스틸하우스 055-746-4959
www.yejinhouse.com





신태기(59세)·조정애(55세) 부부는 2004년 6월 초, 경남 마산시 진북면 인곡리에 59.7평 단층 스틸하우스를 짓고 이주했다. 산자락이나 마을 안에 들어선 주택들만 보아서일까. 흰색 시멘트 사이딩에다 아스팔트 슁글로 마감한 주택이 논 한복판에 다소곳하게 앉혀진 모습이 이채롭다.


이들 부부는 이곳으로 이주하기 전, 마산시 문화동의 단독주택에서 살았다. 도심이라지만 언덕배기에 앉혀진 집이라, 한때는 한적했으며 멀리 바다가 바라보였다. 그러나 개발의 여파로 하루가 다르게 고층 아파트들이 집 앞까지 밀물처럼 몰려왔다. 바다를 밀어 낸 콘크리트 숲에서는 자동차 경적소리만 요란했다. 결국 보다 나은 삶의 환경을 찾아서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삼대에 걸쳐 농학(農學)에 매진하는 농학자 집안이다 보니, 전원행은 자연스러운 귀착점이었다. 신태기 씨는 부친에 이어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후 원예 기술 연구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그의 막내아들도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에 재학 중이다. 한편 큰딸은 미학 박사 과정에 있고, 둘째딸은 출판사에서 근무하고, 셋째딸은 일러스트레이터로 발돋움하고자 석사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듯 자녀들이 모두 성장하여 제 길을 가고 있기에, 이들 부부는 굳이 갑갑한 도심 속 콘크리트 더미에 갇혀 지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9대째 뿌리내리고 살아 온 마산을 떠나기란 쉽지 않았기에, 주로 마산 외곽의 땅을 찾아다녔다.


“마산에서 전원주택지를 찾는 데에는 지리적으로 한계가 있었어요. 동쪽은 도심이고, 북쪽은 산이 병풍처럼 막아서고, 남쪽은 바다고… 서쪽 빼고는 갈 데가 없었지요. 산자락에 붙은 땅도 여럿 봤지만, 좋다 싶으면 음택(陰宅 : 묏자리)이었지요. 결국 찾아낸 곳이, 논으로 둘러싸인 이 땅이지요. 한쪽 면이라도 숲이었으면 하고 바랐는데, 욕심대로 안 되더군요.”


그렇게 해서 진북면 인곡리의 도로와 우측면이 접한 논 516평을 평당 16만 원에 구입하여, 그 가운데 216평을 대지로 전용했다. 이 지역은 벼농사와 함께 화훼 특화산업이 활발히 추진되는 곳이다. 또한 마산까지 20여 분이면 닿기에 도심의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목포-부산 간 2번 국도와, 거제-부산 간 14번 국도가 교차하여 교통 여건도 좋은 편이다.



건축주의 꼼꼼함이 공기 앞당겨


신태기 씨는 전에 살던 단층 슬래브집을 2층집으로 증축했고, 일과 관련하여 농기계를 보관하는 창고나 온실 등을 여러 채 지은 바 있다. 그러한 경험은 스틸하우스 선택으로 이어졌다. 이 주택을 설계·시공한 ‘예진스틸하우스’ 전희수 대표의 말이다.


“건축주가 처음부터 스틸하우스에 대하여 너무나 잘 알았고, 설계나 인테리어 등 요구 사항이 분명하여 일이 한결 편했어요. 집을 짓다 보면, 건축주가 욕심이 생겨 중간에 구조 변경을 하는 예가 적잖거든요. 이 주택은 건축주가 워낙 꼼꼼하여 설계 협의를 하는 데만 꼬박 한 달 걸렸지요. 그만큼 사전 준비가 철저했기에 토목에서 기초, 골조, 설비, 외장,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3개월 만에 논스톱으로 진행했어요.”


토목공사는 2004년 3월 초에 시작했는데, 계단식 논자리라 연약지반과 장마철 물 넘침에 역점을 두었다. 논흙을 40센티미터쯤 걷어 내자, 이곳에서 어떻게 논농사를 지었나 싶을 정도로 돌이 많이 나왔다. 그렇게 연약지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다음은 우기(雨期) 물 넘침인데, 여기에 대비하여 기초를 지면보다 60센티미터 정도 높였다. 이 작업은 구조체 침하에 대비하여 버림 콘크리트를 한 후에, 50센티미터 줄기초, 돌로 되메우기, 30센티 줄기초, 흙 채우기, 바닥 콘크리트 순으로 마무리했다.


골조 역시 신태기 씨가 요구한 일곱 가지 사항에 따라 척척 진행됐다. △지형에 관계없이 정남향으로 집을 앉힐 것 △차고가 집 안으로 들어오게 할 것 △각 실의 구획을 1층으로 하되, 차고 위에다 반 층 정도 높여 서재를 드릴 것 △부엌과 거실을 트고, 한옥의 대청처럼 남쪽에서 공기가 유입되어 북쪽으로 빠져나가게 할 것 △서재를 제외하고, 방을 3개 드릴 것 △거실에서 모든 방의 문이 보이지 않게 할 것 △보일러실을 집 안으로 넣을 것 등이다.


“60평이면 보통 2층집으로 짓곤 하죠. 그런데 터가 평지다 보니 집이 높으면 부자연스럽고, 나이 들면 오르내리기 불편할 같아서 단층으로 앉혔죠. 방은 서재를 제외하고, 기본적으로 침실 하나에다 집사람만의 작업실, 아이들이 왔을 때 맘 편히 쉬어갈 게스트-룸, 이렇게 셋이 필요했지요.”



각 실의 프라이버시 강조


이 주택은 주 출입구인 현관이 북쪽에 있다. 기초를 지면보다 60센티미터 높이다 보니, 대문에서 현관을 잇는 진입로를 방부목으로 경사지게 만들었다. 현관문을 열면 좌측으로 차고로 통하는 문과 서재로 오르는 계단이 나온다. 차고는 지대가 낮고, 문이 자동으로 개폐될 때의 진동 발생 우려가 있어 철근콘크리트 골조로 했다.


서재는 한옥의 누마루를 드린 사랑채를 떠올리게 한다. 천장에는 이미테이션 서까래로 마감하고 모서리에 벽난로를 설치하여 현대미와 전통미를 적절히 조화시켰다. 차고에서 실내로 진입하는 부분의 높이를 살려서 붙박이용 침대를 드렸다. 또한 계단실과 북쪽 벽면에는 붙박이장을 짜서, 선친 때부터 수집해 온 원예 관련 서적 및 사진, 비디오 테이프 등을 진열했다. 동쪽과 남쪽 벽면에는 전망과 채광을 겸한 넓은 창을 냈다.


현관에서는 프라이버시를 고려하여 각 실의 방문이 보이지 않도록 했다.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 복도를 사이에 두고 재봉틀이 놓인 조정애 씨의 작업실과 게스트-룸하고, 화장실과 보일러실이 마주한다. 두 개의 방에는 의자나 침대에 걸터앉은 상태에서 밖을 내다보도록 창을 냈다.


거실과 주방을 한 공간에 배치하고 식탁과 보조 테이블을 이용하여 분리했다. 주방 가구는 거실이나 복도에서 싱크-볼과 싱크대가 보이지 않도록 ‘ㄷ’자형으로 배치했다. 주방에서는 동선이 북쪽의 다용도실로 통해 장독대가 있는 서쪽의 후정(後庭)으로 이어진다. 한편 주방에서 일할 때는 보일러실 사이에 놓인 벽면을 바라보아야 하는데, 이를 감안하여 남쪽의 중정(中庭)을 향해 세 개의 고정창을 냈다. 아트-월로 꾸민 거실 북쪽 벽에는 고정창을, 남쪽 벽에는 중정 덱으로 통하는 미닫이 전망창을 설치했다. 천장은 반자형인데, 전등을 매입시키기 위해 한 겹을 덧댔다.


안방은 현관에서 멀리 떨어진 데다, 남쪽으로 전면 일부를 돌출시키고 가벽을 설치하여 출입구를 가렸다. 모든 공간과 마찬가지로 사생활 보호를 극대화한 것이다. 또한 욕실을 비롯하여 드레스-룸과 파우더-룸을 드려 편리성을 강조했다.
전체적인 특징은, 채광과 전망을 고려하여 세 개의 방을 동쪽과 남쪽으로 배치했고, 프라이버시를 강조하기 위해 공용공간인 거실에서 방문이 보이지 않도록 엇갈리게 한 것이다. 또한 공간 배치상 한계성을 드러낸 곳에는 가벽이나 계단실을 이용하여 시선을 차단했다.


한편 각 방의 창마다 제라늄을 심은 플라워 바스켓을 매달아 놓은 게 눈길을 끈다. 창이 밀폐된 상태고 방충망이 달려 있어 물을 주려면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야 할 법하다. 하지만 외벽에 시멘트 사이딩을 붙이기 전, 점적식관수(点滴式灌水 : 방울물주기)를 하게끔 호스를 매입했기에 사다리가 필요 없다.

입주하기 전 밤에 왔을 때 개구리소리에 놀랐다는 신태기 씨.


“사방이 논이라, 여기저기서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에 집사람이 걱정하더군요. 개구리소리도 하루 이틀이지 이렇게 시끄러운데서 어떻게 사냐고요. 그런데 문을 닫자, 개구리 소리가 하나도 안 들리더라고요. 그만큼 방음이 잘 됐다는 것인데, 곧 단열 효과도 높다는 거였지요. 남들이 욕할지 모르지만, 아닌 게 아니라 지난 겨울에 거의 속옷바람으로 지냈을 정도니까요.”



전원주택의 화룡점정 정원


이 주택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정원이다. 거실 앞 넓은 덱이 자리한 중정의 경우, 작업실과 게스트-룸을 전면으로 돌출시켜 길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서쪽에는 텃밭과 논 그리고 산만 있고, 남쪽에는 나무를 식재하여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다.


신태기 씨가 원예를 연구하다 보니, 정원에 남다른 애착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보통 현관은 동쪽이나 남쪽의 주봉(主峰)을 향해 내는데, 정원을 돋보이게 하려고 북쪽으로 냈다.


“건물 앞에 답석(踏石)을 놓았는데, 시각적인 동선 역할을 할 뿐이지 주 진입로는 아니죠. 외부인의 주 출입구는 북쪽의 현관인데, 그 걸 남쪽에 냈다면 정원이 양분되어 시각적인 효과는 줄어들었을 거예요.”


정원을 주택 쪽으로 약간씩 높여 변화를 주고자, 15톤 덤프트럭 8대 분량의 마사를 부었다고 한다. 푸른 융단처럼 깔린 잔디는 캔터키 블루 그라스로, 2004년 9월 파종을 했는데 8주만에 올라와 겨울을 푸른 상태로 났다고.


“사계절 잔디인데, 물을 엄청 많이 먹지요. 외출할 때를 대비하여 타이머가 달린 스프링클러를 네 군데 설치했지요. 1주일에 두 번씩 2센티미터 높이로 깎고, 여름철 고온에서는 누렇게 변하므로 물을 자주 줘서 시원하게 만들지요.”


정원에는 잔디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나무와 꽃을 심어 볼거리가 많다. 울타리에 심은 장미과 상록소교목인 홍가시나무를 비롯하여, 꽃이 피면 작은 꽃 하나가 웬만한 허브 동산과 맞먹을 만큼 향이 진해 만리향이라 불리는 금목서가 눈길을 끈다. 금목서는 70년 된 나무로 옛집에서 가져 온 것이다. 300평의 텃밭도 볼거리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배, 매실, 사과, 감, 포도, 체리 등의 과실수와 쪽파, 대파, 상추, 결구상추, 20일무(홍당무), 당근, 풋고추, 오이, 참외, 토마토, 부추 등에 이르기까지.... 보통 사람이라면 가짓수가 워낙 많아 관리를 못할 것이다. 신태기 씨는 매일 아침 한 시간 정도 하나하나 눈을 맞추며 관리를 하고 있다. 이곳으로 이주한 후, 농사꾼 본연의 자세로 돌아왔다고.


"마산에 살 때는 농사꾼이지만, 지금이 보리를 타작할 때인지 모내기를 할 때인지 피부로 못 느꼈지요. 여기에서는 달력을 안봐도 세월 가는 게 느껴져요. 밤꽃이 피었으니 곧 무더위가 오겠다.. 뭐 그런 농사 계절 감각이 살아나다 보니 농사꾼 본연의 자세로 돌아왔다고 할까요."



주택이 잠만 자는, 일종의 새둥지 같다면 삭막할 것이다. 그렇기에 정원과 텃밭을 전원주택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고 하는 것일까. 田





윤홍로 기자 / 사진 박창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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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집 그리고 정원이 조화로운 마산 59.7평 단층 스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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