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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도 사연이 있을까? 물론 집도 사연을 가진다. 달리 말하면 집은 사연이 있기에 지어지는 것이다. 크고 작고, 세련되고 촌스럽고 하는 것을 떠나, 집은 늘 진솔한 삶의 표현이다. 고향마을의 이웃집 동무로 지내다 신랑각시의 연을 맺은 김경석·허현미 부부는 연애시절 길에서 마주한 한 폭의 그림 같은 집 앞에서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결혼해서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면, 꼭 저 같은 예쁜 집을 짓고 행복하게 살자고. 그리고 그로부터 강산이 한 번 바뀌었을 때, 부부는 지중해의 풍경 속에 들어앉아 있을 법한 아름답고 이국적인 집을 지었다. 금광저수지의 물빛이 아련한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사흥리 동막마을의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자리한 50평 복층 스틸하우스. 부부가 서로에게 약속한 꿈 속 어여쁜 보금자리다.



■건축정보


·위 치 : 안성시 금광면 사흥리


·부 지 면 적 : 1360평(대지 330평, 농지 370평, 임야 660평)

·건 축 면 적 : 27평

·연 면 적 : 50평(1층 27평, 2층 23평)

·건 축 형 태 : 2층 스틸하우스

·외벽마감재 : 드라이비트

·내벽마감재 : 핸디코트, 실크벽지(어른방 - 황토 모르타르)

·지 붕 재 : 샌드위치 패널

·천 장 재 : 핸디코트, 실크벽지

·바 닥 재 : 강화마루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난 방 형 태 : 기름보일러 + 태양열

·식 수 공 급 : 지하수

·시 공 기 간 : 2005년 4월~6월

·건 축 비 : 1억 5000만 원(토목비 1000만 원 별도)

설계·시공 : 현건축 031-673-4791




금광저수지를 아늑하게 휘감은 산자락 품에 깃들어 있는 동막마을. 김경석(36세)·허현미(37세) 부부의 집은 길이 끝나 가는 산기슭의 좀 높은 자리, 비탈진 중턱 위에 자리하고 있다. 야트막한 산줄기에 둘러싸였으면서도 전면이 시원스레 트여 있어 굽어보는 산세의 풍광이 일품이다.


집의 입면은 장방형의 밋밋한 몸체와 평지붕으로 일면 단조롭게 보이지만, 우윳빛 드라이비트로 마감한 화사한 벽면에다 2층 발코니 난간과 캐노피를 밝은 코발트빛으로 처리, 색의 대비를 통한 시각 효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가족을 위한 꿈의 궁전


외관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눈에 익다 싶어 이들 부부에게 물어 보니 지중해를 배경으로 촬영한 모 이온음료의 TV광고 속 이미지를 컨셉으로 해서 지은 집이란다. 하얀 바탕에 파란색이 어우러진 맑고 순수한 이미지. 사람들이 보통 재산 목록 1호인 집을 중후하고 기품 있게 꾸미는데 반해, 이들 부부는 평소 좋아하는 이미지를 집 안팎 곳곳에 심어 놓고, 그들만의 아기자기한 궁전으로 형상화했다.


“좋은 집이란 집주인의 사랑을 받는 집이지, 남들 보기에 좋은 집은 아닐 겁니다. 아내는 평소 입버릇처럼 하얀 바탕에 파란색으로 장식한 집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죠. 이 집은 아내가 평소 상상해 온 머릿속 집 그림을 현실에다 그대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한마디로 우리 가족들만을 위한 꿈의 궁전이라고 할까요.”


이들 부부는 결혼 15년째를 맞는 금년 6월에 집을 완성했다. 집을 지어야겠다고 결심한 게 올해 1월이었으니, 불과 5개월 만에 집 한 채를 완성한 셈이다. 통상 집 짓는 데 걸리는 시간이 부지 물색부터 준공까지 평균 1~2년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들 부부는 흔히 일컫는 ‘단기 속성 코스’를 밟은 셈이다. 건축 관련 지식도 경험도 없는 초짜 건축주인 이들 부부에게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했을까? 이에 대해 부부는 ‘인연의 힘이었다’고 말한다.


“원래 경기도 이천시의 34평 아파트에 살았는데 다니던 회사가 평택으로 이전하는 바람에 집을 회사 근처로 옮겨야 할 상황에 처했어요. 아내와 고민하던 중 집을 사느니 차라리 이참에 집을 짓자고 합의를 봤죠. 결정 후 뭐부터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던 차에 퇴근길 도로변에 내 걸린 현건축의 현수막을 봤어요. 무작정 들어가서 ‘집 지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고 물었죠. 그랬더니 본인을 사장이라고 소개한 이가 ‘가진 게 얼마요?’ 하고 묻더군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현건축 권 사장과의 인연은.”



인연으로 엮인 집


회사생활을 통해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접해 봤던 건축주는 단 한 차례의 만남을 통해 현건축 권진옥 사장의 진가를 알아봤다고. 건축에 문외한이라 권 사장의 말을 100퍼센트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솔직하고 담백한 성품에 맘이 이끌렸다. 건축주는 아내와 의논을 한 끝에 만남이 있은 바로 다음날 시공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권 사장의 소개로 현재의 집터를 만났다


부지를 처음 본 날 건축주는 ‘땅이 주인을 부른다’는 말을 실감했다고 한다. 구릉 위에 위치한 볼품 없는 땅이었지만, 이곳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산자락에 둘러싸였으면서도 막히지 않은 전망 좋은 부지였다. 여기에 대지까지의 진입로가 지적도상 도로여서 별도의 사용승낙을 받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었다. 좌향이 북동향인 게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남으로 창을 많이 내면 충분히 채광을 도모할 수 있다는 권 사장의 의견을 따랐다.


애초 건축주가 원했던 부지 면적은 100평~200평 정도. 하지만 매매 협상에 나선 지주는 자신의 필지와 맞닿아 있는 친인척 소유의 필지까지 함께 구입할 것을 요구했다. 1300여 평에 이르는 막대한 토지 매입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건축주는 매입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때 등장한 ‘구원투수’가 바로 권 사장이다. 가족의 삶터를 회사가 위치한 안성으로 옮길 맘이 있었던 권 사장은 건축주에게 부지를 함께 매입할 것을 제안했고, 자금 마련에 고심하던 건축주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시공자와 건축주가 이웃사촌 사이로 맺어지게 될 터였다.


“조만간 권 사장의 집도 앉혀질 텐데 제가 농담으로 그랬어요. 우리 집보다 잘 지으면 가만히 안 있겠다고요. 그랬더니 권 사장이 그러더군요. 평생 AS는 보장해 줄 테니 눈감아 달라고. 시공자와 이웃사촌이 되는 일은 유쾌한 일입니다. 권 사장도 저를 친동생같이 생각하고, 저 또한 권 사장을 형님같이 여기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죠.”



밖으로 향하는 안, 실내 덱


집은 연면적 50평의 복층 스틸하우스 구조로 지어졌다. 코발트빛으로 도장한 현관문을 들어서면 우선 눈에 띄는 게 중실에 놓인 간이세면대다. 이사 온 뒤로 인근 개울과 야산이 주 놀이터가 된 개구쟁이 명진(12세)이와 효진(9세)이가 자주 손을 씻도록 설치한 것이다. 투명한 유리로 된 중문을 들어서면 시원스레 뻗은 복도실이 나온다. 1층은 복도실을 가운데 두고 좌측으로 운동실과 욕실이, 우측으로 아이방과 어른방이 나란히 앉혀졌다.


1층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가장 특이한 공간은 바로 실내 덱이다. 아이방과 어른방 사이에 3평 남짓 규모로 앉혀진 이곳은, 탁 트인 전면으로 바깥 조망이 가능한 야외 덱이자, 2층 바닥이 포치 역할을 하는 외부 출입구면서, 삼면이 내벽에 둘러싸인 아늑한 가족실 역할까지 겸하는 매우 독특한 공간이다.


실내 덱과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곳에는 뒷마당으로 통하는 출입문이 자리한다. 실내 덱의 파티오 도어(Patio Door)와 후문을 함께 열어 두면 산 능선을 타고 이는 시원한 바람이 온 집 안을 휘저어 삼복 더위에도 봄가을의 청량한 기운을 만끽할 수 있다.


2층은 공용공간과 부부 전용공간으로 꾸몄다. 주방과 식당, 거실, 서재가 일자형 동선으로 연결돼 있는데, 거실과 서재 사이에 월넛과 알루미늄으로 짠 파티션을 설치, 공간을 분리했다. 서재에 놓인 파티션과 책장, 책상의 가구가 이채로운데, 이는 모두 전직 가구 디자이너였던 권 사장이 건축주를 위해 직접 짠 것이다. 이뿐 아니라 각 실의 붙박이장과 주방가구 등도 모두 권 사장의 손길을 거쳐 완성됐다.


거실 전면에 앉혀진 2층 발코니는 코발트빛 도장을 한 스틸 난간을 설치하고, 역시 같은 계통의 청색 강화유리로 제작한 캐노피를 얹어 개성 있는 공간으로 연출했다. 새벽녘 금광저수지의 물안개가 능선을 타고 밀려올 때면 마치 지리산 자락의 콘도에 와 있는 듯한 신비함과 황홀함을 만끽할 수 있다.


“애초 원했던 사항들이 모두 설계에 반영되었습니다. 입원 치료 중인 장인어른이 퇴원하시면 우리가 모셔야 하니 어른방이 필요했고, 운동과 영화감상을 할 수 있는 여가공간이 있으면 했죠. 각 세대가 독립된 생활이 가능하게끔 해달라고도 요구했고요. 실은 구체적으로 요구하기보다는 알아서 해달라고 한 게 더 많아 시공하는 입장에선 애로점이 많았을 겁니다. 그래도 우리 생각을 어떻게 읽었는지 집 안 구석구석 한 군데도 버릴 데 없이 시공돼서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새 집으로 이사한 지, 이제 한달 남짓. 아직은 낯설고 신기한 게 더 많은 생활이다. 그리고 몸도 마음도 한참 부산할 때다. 집 전면에 주차장을 앉히는 큰 공사가 남아 있고, 남은 농지와 임야를 어떤 방도로 활용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그래도 부부는 요즘 두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이곳으로 이사한 일이 얼마나 잘한 결정인지 새삼 깨닫곤 한다.


“아파트에서는 집에서 뛰지 말라고 회초리를 들 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곳에선 그럴 일이 없죠. 집 안에서 우당탕 뛰며 숨바꼭질을 하고,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는다고 옷을 몽땅 적셔 와도 그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얼마 전에는 자전거를 사줬더니 이제는 숫제 저녁 먹을 때가 아니면 집에 들어오지 않아요. 컴퓨터를 껴안고 지내는 모습만 보다 자연 속에서 뛰노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마음이 흡족한지 몰라요."



부부는 그 옛날 그림 같은 집 앞에서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할 때만 해도 자신들의 소원이 이렇게 빨리 이뤄질지는 몰랐다고 한다. 옆집 살던 동무끼리 부부의 연을 맺고, 한눈팔지 않고 착실하게 일한 결과로 마련한 가족들의 소중한 둥지, 부부의 약속대로 이제는 행복하게 살 일만 남았을 터이다. 田



송희정 기자 / 사진 조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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