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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농사일을 좋아했던 정해원 씨는 짬나는 대로 텃밭을 일굴 요량으로 전원주택을 마련했다. 집은 경량 목구조(2″×6″, 2″×4″)로 외벽엔 시멘트 하디 사이딩을 두르고, 박공지붕엔 아스팔트 이중 그림자 슁글을 얹고, 바닥은 콘크리트 기초 후 동판을 깔고 원목(오크와이드) 장판으로 마감했다. 내부는 나무의 질감과 실크벽지의 따스함이 어우러지게 인테리어를 했고, 외부의 자연환경을 실내에서도 충분히 즐기도록 거실의 양쪽에 통유리로 창을 냈다.




■건축정보


·위 치 : 경기 가평군 하면 하판리

·부 지 면 적 : 1500평

·대 지 면 적 : 300평

·건 축 면 적 : 35평

·연 면 적 : 52평(1층 32평, 2층 20평)

·건 축 형 태 : 복층 목조주택(2″×6″, 2″×4″)

·외벽마감재 : 시멘트 하드 사이딩

·내벽마감재 : 루바+실크벽지

·지 붕 재 : 아스팔트슁글

·바 닥 재 : 온돌마루

·창 호 재 : 시스템 창호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보일러

·식 수 공 급 : 130m 지하 암반수

·건 축 비 용 : 평당 430만 원

설계·시공 : 코람하우징 031-773-0587
www.ikoram.com




경기도 가평군 하판리에 자리한 53평 복층 목조주택. 잣나무 숲이 울창한 연인산 중턱에 앉혀진 주택 앞마당에서 바라보면 하늘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앞으로는 조그마한 시골마을과 운악산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정해원(45)·조영순(41) 부부와 아들 영훈(중2), 영욱(초3) 4인 가족이 마련한 주말주택이다. 성장기를 시골에서 보낸 정해원 씨는 이 주택에 향수를 담아냈다고.


“중·고 학창시절, 농사일이 마냥 즐거웠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방과 후 일을 하느라 해가 뉘엿뉘엿 지는 줄도 몰랐으니까요.”


정해원 씨는 도시에서 살면서 시골에서 농사짓던 일들을 잊을 수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전원에 집을 짓고 농사일을 하며 살고 싶었다. 그날을 고대하며 맘에 드는 전원주택을 보면 사진을 찍었고, 본지에 게재된 전원주택의 외관은 물론 거실, 주방, 욕실, 덱 등을 스크랩했다. 그러는 동안 어느 정도 자금이 모이자, 전원주택 부지를 찾아 전국을 샅샅이 훑고 다녔다. 그렇게 부지를 물색한 지 3년이 지났을 무렵, 같은 아파트 동에 살면서 호형호제하는 이웃사촌을 따라 경기도 가평군 하면으로 놀러갔다가 현재의 땅을 찾았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이 마을에 들어선 순간, 여기다 싶었습니다. 산 속에 푹 파묻힌 하늘 아래 첫 동네로 푸근하게 다가왔으니까요. 더욱이 이 땅은 울창한 산으로 둘러싸인 데다 개울이 흐르고, 버드나무 군락을 비롯해 온갖 식물들이 자라는 야생지나 다름없었습니다.”


정해원 씨는 2003년 7월, 땅주인을 수소문해 맹지(盲地)인 밭 1500평을 평당 8만 원에 구입했다. 땅주인에게는 건축이 가능하도록 진입로를 내는데 필요한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아 줄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개흙투성이 맹지에 집을 짓다


부지 마련 후 막상 집을 지으려고 하자 고난의 연속이었다. 늪지에 버드나무 숲까지……. 농로에 여덟 필지가 걸쳐 있었는데, 원래의 땅주인은 6개월 가량 그 땅의 주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토지사용승낙서를 받거나 일부는 구입했다. 그후 300평을 대지로 전용하고 부지 조성에 들어갔다. 그 일은 토목회사를 운영하는 정해원 씨가 직영으로 했다.


석축에 필요한 돌은 부지 옆에 붙은 버려진 밭에서 조달했다. 그 땅의 주인에게, 땅을 가꿔 줄 테니 대신 돌을 가져다 사용하게 해달라고 했다. 불모지를 옥토로 가꿔 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쓸모 없는 땅을 샀다며 이구동성으로 한마디씩 했던 마을 주민들은 부지 조성이 끝나자,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며 감탄했다.


시공은 이웃사촌의 소개로 코람하우징에게 의뢰했다. 정해원 씨는 자신이 전원에 지을 목조주택에 대한 호기심으로 2002년 목조건축학교를 수료한 바 있다. 코람하우징에서 지은 주택을 몇 채 방문했는데, 당시 학교에서 배운 원리 원칙에 따라 시공했기에 모든 걸 믿고 맡겼다. 외관과 평면은 부부가 상의하며 밑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시공사와 수차례 협의를 거듭한 끝에 설계도를 완성했다.


2004년 7월 1일 시작한 공사는 9개월 가량 걸려 이듬해 3월 완공을 보았다. 코람하우징 이정태 사장(49세)은 집 짓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뜯고 다시 지었고, 마음에 드는 자재가 국내에 없으면 외국에서 수입해 왔다. 건축주 부부가 주말주택이라 입주 시점보다는 완성도 높은 집을 원했기에 가능했다. 물론 공기 지연으로 추가 발생한 비용에 대해서는 코람하우징에서 떠맡았다.


집을 지으면 10년은 늙는다지만, 이들 부부는 집 지으면서 며칠 걸러 파티를 열 정도로 재밌었단다.


“우리 집은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지었습니다. 우리나 시공사나 계약에서 마감까지 인상 한 번 쓰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동안 스크랩한 것을 보여 주며 이렇게 지어달라고 하자, 코람하우징 이 사장은 그 집에 찾아가서 요모조모 살핀 후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주었습니다. 그만큼 우리 집은 꼼꼼하게 지었습니다.”



집 안 곳곳 자연빛을 끌어들여


이 주택의 배치는 조망권을 고려해 북서향으로 앉혔다. 주 출입구는 개울이 흐르는 서쪽으로 내고, 내부로 들어가는 현관은 북쪽에 설치했다. 잣나무 숲이 울창한 남동쪽에는 창고를 길쭉하게 설치해 멀리서 보면 ‘ㄱ’자 형상을 한 주택이다. 조망을 고려해 1층 현관과 거실, 마스터-룸, 2층 가족실과 객실을 전면에 배치했다. 1층 주방과 화장실, 2층 아이방은 햇살이 잘 드는 후면에 배치했다. 그리고 1층 현관 전면에서 주방이 있는 후면까지 덱을 널찍하게 냈으며, 현관 위 2층에는 발코니를 설치하여 포치 기능을 겸하도록 했다.


외벽은 시멘트 하디 사이딩으로 마감하고, 박공지붕엔 아스팔트 이중 그림자 슁글을 얹었다. 바닥은 콘크리트 기초 후 동판을 깔고 원목(오크와이드) 장판으로 마감했다.

외벽은 2″×6″, 내벽은 2″×4″ 경량 목구조재로 골조를 세우고, 벽체 사이에 인슐레이션을 채운 후 안팎으로 OSB 합판을 댔다. 그리고 단열과 방음을 위해 내·외벽에 석고보드를 댔다.


내부는 나무의 질감과 실크벽지로 따스한 느낌이 들도록 연출했다. 거실은 2층 지붕의 박공 라인까지 천장고를 높이고, 전면과 우측면 창은 통유리로 크게 설치해 외부의 자연환경을 실내로 최대한 끌어들였다. 거실과 욕실의 천장은 편백 루바로 마감하여 실내로 들어서면 은은한 나무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풀벌레 소리는 천상의 소리


정해원 씨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이곳을 찾아 밤 11시까지 일을 한다.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힘은 커녕 마냥 행복하기만 하단다.


“좋은 환경에서 맑은 공기를 마셔서 그런지 아무리 일을 해도 피로하거나 힘든 줄 모르겠어요. 이곳에 집을 지은 후 한 달에 2킬로그램씩 체중이 줄어 이제는 불룩했던 배도 들어가 몸도 마음도 가뿐해졌어요.”


이 주택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집 지을 때 아예 텔레비전 놓을 자리를 만들지 말라고 주문했다. 이곳에서는 그저 세상일이랑 잊고 자연과 더불어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연이 주는 축복은 한도 끝도 없습니다. 봄에는 새소리와 화려한 꽃, 여름에는 빗소리, 가을에는 풀벌레들의 하모니가 일품입니다. 굳이 텔레비전이나 전축 같은 기계를 놓을 이유가 없습니다.”


아이들 학교 문제만 아니면 지금이라도 아예 전원에 눌러 살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는 정해원·조영순 부부. 기회가 닿는다면 앞으로 자그마한 집을 다시 짓고 싶다고. 집 짓는 일이 재밌기도 하거니와 가족 간 화목에도 좋기 때문이란다.田



글·사진 박창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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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과 천상의 소리 가득한 가평 53평 복층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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