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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평군 강하면 항금리에 자리한 35평 단층 목구조 황토집. 외관은 ‘ㄱ’자 모양이면서 ‘ㅡ’자 중간 부분을 박공 모양으로 돌출시켜 놓아 앞에서 바라보면 거북이가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있는 형상이다. 내부는 대들보와 서까래를 노출하고 벽면에 한지를 발라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벽체는 24센티미터 나무 기둥을 세운 후 안팎에 100톤 진공 압축으로 제작한 순수 황토벽돌로 쌓았다. 바닥은 기초 위에 단열재를 깔고 보일러를 설치한 후 콩자갈을 덮은 후 황토미장으로 마감했다.






■건축정보


·위 치 : 경기 양평군 강하면 항금리

·부 지 면 적 : 187평

·건 축 면 적 : 35평

·건 축 형 태 : 목구조 황토주택

·외벽마감재 : 황토벽돌(300×200×150㎜)

·내벽마감재 : 황토벽돌+한지벽지, 닥나무 벽지

·지 붕 재 : 유럽식 황토기와

·천 장 재 : 루바+벽지

·바 닥 재 : 콩자갈 위 황토미장

·창 호 재 : 우드 새시+나왕 세살창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보일러, 온돌, 벽난로

·식 수 공 급 : 150m 지하 암반수

설계·시공 : (주)행인흙건축 031-338-0983

www.hangin.co.kr




양평군 강하면 항금리 끝자락 나지막한 야산 언저리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황토집. 여행과 낚시를 즐기면서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 안정옥(57) 씨가 남편 정형기(56) 씨와 함께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요량으로 마련한 보금자리이다.

안정옥 씨는 나이가 들자, 몸 자체가 전원생활을 갈망하고 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그 즈음 조카의 대학 졸업식장에서 많은 젊은이를 보고는 전원으로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젊어서는 자연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지만, 오십을 넘으면서 답답한 도시생활에 몸도 마음도 지쳐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을 위해 나이 든 사람들이 도시를 비워줘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 전원행을 결심했습니다.”



안 씨는 가급적 손쉬운 방법으로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싶었다. 농가를 구입하여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 빠르고 경제적일 것 같았다. 시골을 다니면서 마땅한 농가를 찾아보았다. 사람이 살지 않는 농가는 많았으나, 리모델링을 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고.



“사람이 살지 않는 농가는 대체로 폐가(廢家) 수준이어서 리모델링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괜히 급한 마음에 서둘렀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생기는 것보다 좀 늦더라도 집을 제대로 짓기로 했습니다.”




전혀 다른 도시를 찾아



“매일 들러야 되는 곳, 가끔 들러야 되는 곳 / 아주 드물게 들러도 되는 곳, 사이에 낀 무엇처럼 그곳이 그곳인 / 삼주를 건너 갑자기, 떠밀리어 낯선 도시의 변두리에서 오지 않는 / 차를 기다린다 가볍게. 조금은 낭창거리며 휘둘러보고 우러러보는데…” 안정옥의 시 <전혀 다른 도시>中에서



안정옥 씨는 전국 방방곡곡 안 다녀 본 데가 없을 정도로 여행을 많이 했다. 그에게 있어서 여행은 삶이었고 본능이 아니었나 싶다. 자연을 노래하는 시가 유독 많은 것도 자연 회귀 본능에서 우러난 것이 아닐까.


이렇게 본다면, 그의 전원행은 이미 예정돼 있던 셈이다. 여행을 핑계삼아 자연을 즐겼고, 언젠가는 돌아갈 정착지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의 부지는 몇 해 전부터 그가 자주 여행 삼아 다녔던 곳이다. 전원주택을 짓기로 하고는 망설임 없이 이곳을 다시 찾았는데, 이미 그는 오래 전부터 마음 속으로 이곳을 정착지로 정해 놓았던 셈이다.


서울에서 멀지 않으면서 자연 환경이 좋은 양평군 강하면 항금리에서 전원생활하기로 하고는, 부지를 찾기 위해 일대를 샅샅이 훑었다. 부지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지만, 이곳은 팔당상수원보호구역 Ⅰ권역에 속하는 곳이어서, 주민등록상으로 6개월 이상 거주해야만 토지 매입이 가능했다. 그는 주소를 양평으로 옮겨 놓고, 8개월을 기다린 후에야, 187평의 임야를 평당 50만 원에 구입했다.


집은 오래 전부터 흙집을 짓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틈틈이 인터넷과 관련 책자를 보며 흙집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면서 전문 시공사를 물색했다. 흙집 전문 시공사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많지 않았다. 그 중에서 마음이 가는 업체는 (주)행인흙건축(대표 이동일)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주)행인흙건축이 지은 사례를 보자 일차적으로 마음이 끌렸고, 이동일 사장과 상담한 후 마음을 굳혔다.


“시공사를 만나면, 부르는 건축비에서 얼마나 깎아야 하나를 내심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주)행인흙건축의 이동일 사장과 상담을 하면서, 그러한 걱정을 했다는 게 부끄러웠습니다.”


설계를 협의를 할 때 △부부만 살 집이므로 주방과 방은 작게 하고 대신 서재를 크게 해줄 것 △화장실을 두 개 설치할 것 △구들방을 마련할 것 등을 주문했다. 시공사는 이를 반영하여 1차 설계를 하고, 다시 건축주와 면밀하게 살피면서 몇 차례 수정을 거친 후 본 설계도를 완성했다. 공사는 2005년 6월부터 시작하여 9월 초 완공을 보았다.



거북이를 닮은 집


“알 수 없다 산을 누가 이처럼 극적으로 비틀어놓았나 맞은편의 줄기들 / 아무렇게나 늘어선 것은 아니다 잔뜩 굽어 길게 띠모양으로 이어졌다 / 어떤 힘이 그걸 갖는가 땅의 가장자리에 치우쳐져 있는 저, 저, 배부름…” 안정옥의 <웃는 산>中에서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앞으로 천이 흐르는 나지막한 산언저리에 앉혀진 집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외관은 ‘ㄱ’자 모양이면서 ‘一’자 중간 부분을 박공 모양으로 돌출시켜 놓았는데, 앞에서 바라보면 거북이가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있는 형상이다.


현관이 거북이의 머리 부분이라면, 거북이의 오른 쪽 앞발은 안방이고, 왼쪽 앞발은 구들방, 오른 쪽 뒷발은 사랑채와 누마루, 왼쪽 뒷발은 주방, 그리고 널찍한 배 부분은 거실에 해당한다. 진입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현관문을 북쪽으로 냈지만, 안방은 동북향, 구들방은 서북향, 거실은 동서향, 주방은 남향, 사랑채와 누마루는 동남향으로 배치하고, 크고 작은 창을 여러 개 내어 조망과 일조량을 고려하여 설계했다.


내부 평면은 그리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구성했는데, 부부가 거처하기에 적합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거실은 대들보(36.9×23.1×515㎝)와 서까래(직경 12㎝)를 노출한 오량천장에 벽면에 한지를 발라 중후하면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살렸다. 누마루는 서까래를 노출한 삼량천장으로 시공하고, 주방은 루바 평천장, 안방과 구들방은 석고보드 2중 평천장으로 시공한 후 벽면과 천장을 한지로 발라 전반적으로 따뜻하면서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벽체구조는, 24센티미터 목조기둥을 세운 후 100톤 진공 압축으로 제작한 순수 황토벽돌(300×200×150㎜)로 외벽을 쌓고, 같은 방법으로 제작한 황토벽돌(200×95×60㎜)을 안쪽으로 덧붙여 쌓았다. 황토벽돌을 이중으로 쌓은 것은 나무기둥과 흙벽돌 사이 이음부가 벌어질 것을 감안하여 단열을 보강하기 위함이다.


바닥은 기초 위에 단열재(80㎜ 스티로폼)를 깔고 엑셀 배관 난방을 설치한 후, 콩자갈을 4센티미터 두께로 덮은 후 황토미장(4㎝)으로 마감했다. 구들방은 기초 위에 흙벽돌을 깔고 엑셀 배관 난방을 설치한 후 황토미장으로 마감했는데, 구들난방뿐만 아니라 일반난방도 가능하게 하여 활용도를 높였다.


기둥, 보, 서까래 등 각종 구조재는 뉴질랜드산 소나무를 사용했고, 창호는 바깥에는 225밀리미터 우드 새시를 설치하고 안쪽에 나왕 세살창을 설치했다. 입면이 단조롭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방에 돌출한 맞배지붕엔 유럽식 황토기와를 얹었다. 그밖에 아직 미완성이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앞마당 입구에 장승을 세우고, 누마루 옆에 작은 연못까지 설치하여 정갈하고 소담스럽게 꾸며놓았다.




산 너머에게 물었다


“…소나무 하나 삐뚤게 서서, 나의 적나라한 기둥 / 그 모습을 잘라 마룻대를 삼았다 기둥 아래에 / 곡주도 뿌려 가며 중얼중얼 댔다 누군가 물었다 / …<중략>… / 아직 덜 된 집을 쳐다보다가 넘지 못할 산의 무릎에 척, 걸친 나의 산 너머를 보게 되었다 / 곡주를 뿌리며 잘 살게 해 달라고 했던 것 같다 / 산 주인에게 무릎에 걸친 나를 살펴 달고 눈 먼, 산 너머 그 무엇도 없애 달라고 말했다” 안정옥의 <산 너머에게 물었다>中에서



사람은 집을 짓고, 집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집의 분위기와 환경에 따라 그 집에서 사는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안정옥 씨는 황토집에서 살면서부터 생활 패턴이 바뀌었다고 한다. 아파트에서 살 때는 극심한 불면증 때문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는데, 이곳에서 살면서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됐다고.


“이곳으로 온 후, 밤 10시만 되면 잠이 쏟아지고 아침 6시가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지더라고요. 그것도 아주 가뿐한 기분으로 말이죠. 아침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면, 마당까지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는 것을 보곤 하는데, 그럴 때면 여기가 혹 신선이 사는 무릉도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안정옥 씨는 집 짓고 난 후, 소위 막노동에 대한 편견이 바뀐 것도 큰 수확이란다.


“집 짓는 사람들은 거칠 것으로 생각했는데,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 집 한 채 짓는 데, 많은 공정과 많은 사람의 노고가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부분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느끼고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는 나이가 들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다면 누구에게나 전원에서 살라고 권유한다. 전원에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기에 도심의 아파트를 팔면 경제적 여유는 충분하다고. 전원에서 살면 소일거리도 많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한다.田





글·사진 박창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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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 또 하나의 자연을 담은, 양평 35평 단층 목구조 황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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