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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저곳에서 흙집에 대한 얘기가 참 많다. 건강 때문이겠다. 지구도 건강해지고 사람도 건강해지는 그런 방법의 하나로 흙집을 얘기하는 그런 때이다. 죽어 가는 지구를 살려내고, 그 속에 사는 사람을 살려내고, 사람들 간의 관계를 살려내는 흙집은 죽임집이 아니라 ‘살림집’이다.

실제로 실험을 하면 시멘트집에서는 실험쥐들이 서로 싸우다가 얼마 못 가서 죽는데 비하여, 흙집에서는 아주 오래도록 잘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습도 조절이나 탈취, 공기 정화 능력 등이 아주 좋아서 흙집에 들어가면 기분이 참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림1>에서 가장 오른쪽의 것은 일반 물에서 자란 양파의 모습인데 뿌리의 생육이 왕성하다. 또한 가장 왼쪽의 것은 흙물에서 자란 양파인데 뿌리와 줄기의 생육이 왕성한데 비하여, 가운데 시멘트 물에서 자란 양파는 썩어서 부풀어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시멘트 모형집과 흙모형집을 만들어 쥐가 어디를 더 선호하는가 하는 실험을 <그림2>처럼 하였다. 쥐들이 흙집으로 이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흙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또한 시멘트 모형집과 흙 모형집을 만들어 <그림3>처럼 쥐들을 키워 보면, <그림4>처럼 생육에 현저한 격차를 보인다.



흙집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


흙집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먼저 좋은 흙을 사용해야한다. 우리나라는 흙이 좋아서 웬만한 흙은 모두 좋은 효과가 있다. 주위에 가까이 있고 구하기 쉬운 흙이 가장 좋은 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흙은 굽지 않아야 한다. 일단 구우면 흙의 많은 특성을 잃어버리므로 굽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흙을 구우면(Fusing), 흙의 결합을 이루는 구조가 변하여 흙이 아닌 전혀 새로운 물질로 변한다. 참고로 시멘트도 흙과 석회석을 원료로 하여 만드는데, 높은 온도로 구워서 만들어 흙이 아닌 새로운 물질이 되는 원리와 유사하다.


그리고 시멘트나 화학수지를 섞어 쓰지 않는 게 좋다. 흙에 시멘트를 섞어 쓰면(Cementation), 시멘트끼리 결합하여 처음에는 강도가 높고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 결합이 흙을 둘러싸 흙 고유의 특성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든다. 또한 장기적인 강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화학수지를 흙과 섞어 쓰면(Impervious-ness) 화학수지의 작용으로 균열이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으나, 이 화학수지가 흙을 둘러싸 흙의 특성을 발휘할 수 없게 함으로써 무늬만 흙인 상태가 된다. 또한 화학수지에서 VOCs 등 유해물질이 방출됨으로써, 차라리 흙을 안 쓰는 것만 못하게 된다.

자연에서 흙을 가져와서 집을 짓고 살다가 집을 허물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그런 흙이 좋은 흙집 재료이다. 다시 그 흙에 배추를 심어 재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흙집 재료이다.

이러한 재료로 여러 가지 공법으로 흙집을 지을 수 있다.



●흙벽돌 공법(Adobe)

흙으로 벽돌을 만들어서 쓰는 재래식 흙벽돌 공법이다. 나무틀을 원하는 벽돌 크기로 만들어 놓고 거기에다 흙을 다져 넣은 후 틀을 빼고, 성형된 흙을 말려서 벽돌로 사용한다.



●흙막쌓기 공법(Bogue)

흙을 손으로 호박돌 만한 크기로 만들어서 차곡차곡 쌓는 방법이다. 흙이 마르기 전에 쌓으므로 아랫단의 흙이 완전히 마른 다음에 윗단의 흙을 쌓아야 하므로, 하루 작업 높이는 40∼50센티미터 정도이다.


●흙자루 공법(Roll Bag)

자루에다 흙을 넣어서 쌓는 흙자루 공법이다. 이때 자루는 다양한 형태와 크기가 가능하다.



●심벽 공법(Plaster)

외를 엮거나 바탕틀을 만들고, 그 위에 흙을 바르는 심벽 공법이다. 전통 건축물에 많이 사용하는 공법으로 바탕을 나무로 짜고 그 위에 흙을 발라서 마무리한다. 경우에 따라서 회반죽 바름을 하기도 한다.



●볏단 공법(Straw Bale)

볏단을 쌓은 후 그 위에 흙을 바르는 볏단 공법이다. 볏단을 쌓아서 벽체를 만들고 그 위에 흙을 발라서 마무리한다. 볏단으로 인해 단열이 잘 되며, 흙은 볏단을 물이나 불로부터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공사 기간이 짧고 공사비가 저렴하나, 볏단이 가을에 집중적으로 나오므로 미리 준비해야 한다.



●흙다짐 공법(Pise)

아예 흙을 다져서 큰 벽을 만드는 흙다짐 공법이다. 거푸집을 짠 후, 그 안에 흙을 넣고 공이나 다짐기로 다져서 벽체를 만드는 것이며, 튼튼하고 아름다운 벽체를 구성할 수 있으나 공사 기간이 긴 게 단점이다.




습기에 강하고 강도 높은 현대 흙 재료



요즈음에는 비에도 강하고 강도도 뛰어난 흙 재료들이 개발되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러한 재료들은 흙의 단점으로 꼽혀 온 강도가 낮고, 비에 약한 문제점들을 해결했다. 시멘트나 화학수지를 사용하지 않고 높은 강도와 강한 내수성을 갖추어서, 건물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고강도 흙벽돌, 고강도 흙 모르타르, 고강도 흙 미장재, 흙 뿜칠재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큰 집이라면 전문가에게 맡겨야겠지만, 작은 흙집이라면 직접 짓는 것이 좋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정성으로 집이 무엇인지, 내가 왜 지으려고 하는지 새록새록 다가오게 될 것이다. 독일에서 한 가족이 주말과 휴가를 이용해서 흙집을 몇 년에 걸쳐 짓는 것을 보면서, 천지만물인 우주를 왜 집을 의미하는 우(宇)자와 주(宙)자로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현재의 집을 흙집처럼 바꾸자


지금 사는 집을 흙집처럼 바꾸는 방법은 없는가 하는 질문을 받곤 한다. 흙은 약 1센티미터 이상만 바르면, 흙이 가지는 웬만한 특성을 다 발휘하므로 좋은 흙으로 발라 주면 된다.
시중에 여러 가지 흙 재료가 나와 있다. 손쉽게 좋은 재료를 판단하는 방법은 흙 재료에다 라이터 불을 대 보면 비닐 타는 듯한 역한 냄새가 나는 것은 화학수지가 섞인 것이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실내 오염 물질이 다량 포함돼 있어서, 이런 재료는 차라리 사용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또한 물을 뿌려 보아서 시멘트 냄새가 나는 것도 좋지 않다. 더운 여름날 흙 마당에 물을 뿌렸을 때 나는 그런 흙 냄새가 나는 것이 좋은 재료다.


지금 세계 여러 나라에서 흙집에 대한 관심이 높다. 유럽 같은 경우는 2050년경 대부분의 집을 흙으로 지을 것을 염두에 두고 연구하고 있고, 미국은 건강주택으로써 흙집을 활발하게 짓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30퍼센트 15억의 인구가 흙집에서 살고 있다.


국내에서도 재래식 흙집뿐만 아니라 미래형 흙집에 대한 연구가 있고, 선진 제국을 넘어서는 연구성과의 축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좋은 흙이 많다. 이태리 대리석이나 호주의 구운 벽돌 같이, 우리의 흙을, 또 그 흙을 다루는 기술을 세계적인 것으로 만든다면, 우리의 최대 자원으로 부각시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처참하게 파괴되어 가는 지구 환경을 보존하고, 인류의 참다운 발전을 구현하는 길 위에 흙이 자리하고 있다.田




황혜주<국립목포대학교 건설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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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 이야기] 죽임집이 아닌 세상 살림집, 흙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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