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보기
 

인천시 강화읍 대산리에 자리한 목구조 황토집. 정무용·홍정숙 부부가 10년에 걸쳐 마련한 집이다. 산과 바다 자연 병풍으로 둘러싸인 말 그대로 그림 같은 집이다. 벽체는 원목 기둥을 세운 후 순수 황토벽돌을 쌓고 황토 모르타르로 안팎을 미장하고, 지붕에는 황금 갈색 이중 아스팔트 슁글을 얹었다. 바닥은 재래식 방법으로 구들장을 놓고 그 위에 보일러 시공을 한 후 강화마루를 깔았다. 내부는 거실을 중심으로 각 공간을 구획하고, 건축주가 직접 찍은 사진과 고물상에서 구입한 다리미, 호롱불, 도자기 그리고 수공예 곤충과 솟대 등으로 오밀조밀하게 꾸몄다.




건축정보

·위 치 : 인천시 강화읍 대산리

·부 지 면 적 : 576평

·연 면 적 : 1층 35평, 2층 다락방 6평

·건 축 형 태 : 목구조 황토주택

·외벽마감재 : 황토모르타르

·내벽마감재 : 순수 황토벽돌(300×180×160㎜)+한지벽지

·지 붕 재 : 아스팔트 슁글

·천 장 재 : 루바+한지벽지

·바 닥 재 : 강화마루

·창 호 재 : 전통살창 무늬의 하이새시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보일러, 온돌, 벽난로

·식 수 공 급 : 지하수

·건 축 비 용 : 총 1억 3200만 원 정도

설계·시공 : 일하는 사람들 032-937-7393
www.mogsoo.co.kr




집대문에서 현관에 이르기까지 20미터 가량 이어지는 징검다리길, 못을 쓰지 않고 나무를 깎아 끼워 맞춘 정교한 사개맞춤, 꽃무늬가 가득 수놓인 화사한 꽃창살… 등 인천시 강화읍 대산리에 자리한 목구조 황토집은 친근하면서 은은한 멋을 풍긴다. 이 집은 교사 부부인 정무용(62)·홍정숙(56) 씨가 노후를 위해 새롭게 마련한 보금자리이다.

어릴 적부터 자연을 동경하며 살았다는 정무용 씨. 그는 취미 삼아 사진을 배울 겸 사진 동호회를 따라 산과 강, 바다를 찾아다니며 카메라 앵글에 자연을 담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그럴수록 전원에 대한 그리움은 커져만 갔고, 어느 시점에 이르자 각박한 도시생활은 답답할 뿐 아니라 가슴을 옥죄는 느낌까지 들어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고. 그 무렵 강화가 인천광역시에 편입된다는 뉴스는 그의 귀를 번뜩이게 했다.
그는 곧장 강화로 전근 신청을 했다. 다행히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95년에 강화읍 화도초등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그후부터 마땅한 부지를 물색하며 전원생활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집 짓는 현장이 있으면 눈여겨보았고, 인터넷을 통해 부지 매입에서 건축에 이르는 온갖 자료를 수집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났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2년마다 학교를 옮겨야 하는 교원 방침에 따라 97년에는 강화읍 대월초등학교로 전근했다. 그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인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전원주택 부지를 찾는다는 소문을 퍼뜨린 것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던가. 전략은 주효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학부모가 괜찮은 땅이 있다며 소개했는데, 그 땅을 보고 첫 눈에 반했다고.


“북향이지만 햇빛 잘 들고 바다가 보이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근저당이 설정돼 있어 께름했는데, 법무사가 돈만 갚으면 상관없다는 얘기를 들은 후 안심하고 땅을 구입했습니다.”


그는 2000년 3월 마음에 쏙 드는 밭 576평을 평당 17만 원에 구입하고는 세상을 가진 듯이 기뻐했다. 그러나 전원주택을 마련한다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다


부지는 마련했지만, 막상 집을 짓지 못했다. 그동안 모은 자금을 부지 구입에 몽땅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그는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부지 내에 버섯 재배장으로 쓰던 컨테이너 박스에 기거하면서 농사짓는 법이나 가지치기를 배우는 등 소박한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배추, 무, 상추, 토마토, 고추, 더덕, 도라지 등의 온갖 작물과 조경수와 과실수를 가꾸며 부지를 일궜다.


전원생활을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던 사이 또 몇 년이 흘렀다. 그는 평생을 몸담았던 교직생활을 뒤로하고 정년퇴임을 맞았다. 아쉬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정든 교직원과 학생들과 헤어진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고, 퇴직금으로 집을 짓는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었다.


퇴직금과 그간 저축해 놓은 돈을 합쳐 집을 짓기로 했다. 자금이 여유 있는 편이 아니어서 비교적 저렴한 샌드위치 패널로 지으려고 했다. 그러자 지인들이 이렇게 좋은 환경에 왜, 조립식 주택을 지으려고 하냐며 한사코 말렸다. 결국 주변 환경과 어울리면서 건강에도 좋은 황토집을 짓기로 마음을 바꿨다.


시공은 황토집 전문 시공사인 ‘일하는 사람들’에 맡겼는데, 유명성(39세) 사장과는 첫 상담에서 마음이 끌렸다고.


“유 사장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집에 대한 궁금증이 눈 녹듯 했습니다. 첫 상담에서 마음을 굳히고 이튿날 바로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유 사장은 평생 동안 A/S를 보장한다는 내용까지 계약서에 포함시키며 성실 시공을 약속했습니다.”


시공사와 계약 후, 그는 ‘일하는 사람들’에서 시공한 집 세 곳을 보았다. 그 중 ‘세심제’란 당호를 가진 집이 마음에 쏙 들어 그와 같이 지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설계할 때, 부부만 사니깐 방은 두 개로 하고, 거실과 주방을 일체화시켜 넓게 하고, 다락방을 넣을 것과 방 하나는 구들방으로 만들 것을 주문했다. 먼저 건축주가 생각한 평면도를 그렸고, 시공사는 건축주가 그린 평면도를 참고해 상세 도면을 만든 후 협의를 거쳐 착공에 들어갔다. 공사는 2005년 5월 첫 삽을 뜨기 시작해 9월 완공을 보았다. 건축주는 옆에서 공사 기간 내내 잔일을 도우면서, 집 짓는 일련의 과정을 사진으로 남겼다.



햇살 가득한 숲 속의 집


집은 새소리, 낙엽소리, 바람소리 가득한 숲 속에 가지런히 앉혔다. 네 발 달린 짐승이 막 산으로 뛰어올라갈 태세를 취한 듯하다. 숲이 울창한 산 속에 자리하지만 집 안 곳곳에는 따스한 햇살이 넘쳐난다.


배치를 보면, 서쪽 진입로 방향으로 대문을 내고 숲이 울창한 남쪽으로 거실과 안방, 서재, 다락방을 배치했으며, 주방과 다용도실, 욕실은 집의 뒷면에 배치했다. 벽체 구조는 원목 기둥을 세운 후 순수 황토벽돌(300×180×160㎜)을 쌓고 안팎을 황토로 모르타르로 미장했다. 황토 모르타르는 구워 갈아 만든 황토가루(70%)에 조개껍질(10%)과 모레(20%)를 썩어 해초(도박)를 끓여 만든 물에 버무려 만들었다. 이 같은 방법으로 황토 모르타르를 제작하면 시공 후 황토가 말라도 갈라지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다. 지붕은 서까래 위에 미송 루바를 덮고 단열재로 샌드위치 패널(75t)을 깐 다음 42밀리미터 두께의 각재를 세우고, 그 위에 OSB(12t)를 덮은 후 방수 시트를 깔고 황금 갈색 돌출 이중 아스팔트 슁글을 얹었다. 여기서 특이한 부분은 목재 각재를 덧씌운 부분인데, 이는 여름철에 복사열을 방출시켜 환기를 원활하게 하여 뜨거운 공기가 내부에 유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기둥(240×240㎜), 보(150×420×6000㎜), 도리(210×210㎜), 서까래(60×120㎜) 등의 각종 구조재는 북미산 햄록을 깎아 사용했다.


바닥은 재래식 방법으로 구들장을 깐 다음, 그 위에 황토로 5센티미터 초벌 미장 후 5센티미터 두께로 자갈을 깔고 엑셀 배관을 설치한 후 5센티미터로 자갈을 깐 후 5센티미터 두께로 황토 모르타르로 마감했다. 바닥공사에서 특이한 점은 자갈을 두 번 깐 부분인데, 이는 최초 부분의 자갈은 황토로 미장한 부분이 갈라지더라도 구들의 열이 배관에 직접 닫지 않도록 하는 차원이고, 뒷부분의 자갈은 배관의 온도가 오래 지속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내부는 거실을 중심으로 각 공간을 구획하고, 건축주가 직접 찍은 사진과 고물상에서 구입한 다리미, 호롱불, 아기자기한 도자기 등의 골동품, 수공예품의 곤충과 솟대 등으로 오밀조밀하게 꾸몄다.


거실은 바닥에서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나는 박공천장까지 6.7미터나 될 정도로 시원스럽게 처리하고, 전면창을 통유리로 설치하고 고창과 전면창 좌우로 작은 보조창을 여러 개 설치하여 집 안으로 맑은 햇살과 자연을 최대한 끌어들였다. 거실과 일자형으로 배치한 주방은 화이트 톤의 싱크대로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주방 옆에 빨래방을 두고 집 뒤쪽의 덱과 통하는 문을 설치하여 편의성을 살렸다. 찜질방을 겸하는 안방은, 수납공간을 겸하는 옷방을 별도로 두고 허브향이 가득한 종이반자에 한지벽지로 벽면을 마감하고, 꽃무늬가 있는 전통 창을 설치하여 고풍스럽게 연출했다. 이 외에 창은 꽃무늬 한지 세살창으로 설치하고, 바닥에는 강화마루를 깔았다.



자연에서 얻은 새로운 행복



『“사랑해요”/속삭이는 두 사람의 마음을 모아/황토빛으로 지어가는 작은 황토집에는//“사랑해요”/늘 그리움으로 가득한 두 사람의 희망이/들새소리, 물새소리 가득 담아/개망초 흰빛이 들판에 가득한 것처럼/순박한 처녀같은 황토지에 가득하지요…<이하 생략>』



홍정숙 씨의 후배 교사인 김경옥 씨가 이들 부부에게 집들이 선물로 선사한 <그림같은 집 위에 사랑을 싣고>란 제목의 시의 일부분이다.
정무용·홍정숙 부부는 전원생활의 대가로 주말부부 신세가 됐다. 부인 홍정숙 씨는 인천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터라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이곳에서 생활하지만, 주중에는 인천에서 지낸다. 그는 얼굴 피부로 골머리를 앓는 부인을 위해 소나무 껍질 등의 물을 한 솥 끓여 놓고 주말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것 또한 색다른 즐거움이라며 마냥 행복해 한다.


“6년에 걸쳐 계획 없이 전원생활을 준비했는데, 결과적으로 알차게 된 것 같아 남부러울 게 없을 정도로 행복합니다. 도회지에 살 때는, 안약을 늘 구비하고 다닐 정도로 눈병을 자주 앓았는데, 이곳에 온 후 거짓말처럼 씻은 듯이 낳았고, 안사람 역시 얼굴 피부가 안 좋아 종종 피부과 신세를 져도 별 차도를 보지 못했는데,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차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 조경을 보다 알차게 가꿀 계획이다. 해송 50그루와 매실나무 10그루를 심고 잔디밭에다 감나무 조경을 할 계획이다. 그리고 자신과 부인의 수목장용으로 소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아울러 예비 건축주들에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준비해 나갈 것을 당부한다. 땅은 미리 구입해 놓고, 천천히 집 지을 준비를 하면 무리 없이 전원생활을 실현할 수 있을 거라며…….田




글·사진 박창배 기자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산과 바다 자연 병풍으로 둘러싸인 강화 41평 복층 목구조 황토집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