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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나 사회적 침해로부터 보호를 받으려고 지은 주택에다 부와 지위를 입혔던 때가 있다. 영국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빅토리아시대로, 산업혁명으로 축적한 엄청난 부는 건축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시기 주택의 특징은 입면이 아름다운 고딕 양식에다 평면을 세분화한 것이다.

전북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 저수지를 바라보는 미륵산 자락에 자리한 연면적 56평의 복층 경량 목조주택. 바로 올리브-그린 색상의 시멘트 사이딩을 한 벽체의 선과 아스팔트 슁글을 얹은 지붕의 물매를 공간마다 달리하여 아름답게 꾸민 빅토리아 양식의 주택이다. 신전(神殿)의 중심처럼 현관에서부터 거실 전면까지 튀어나온 기둥이 지붕을 떠받치는 포티코(Portico), 곡선을 그리듯이 다면으로 돌출시킨 벽체 위에 장식한 페디먼트(Pediment) 등이 그러하다. 이 모두 미적으로 눈을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는 눈비로부터 출입구나 벽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건축정보

·위 치 : 전북 익산군 금마면 기양리

·부 지 면 적 : 240평

·건 축 면 적 : 56평(1층 32.3평, 2층 23.6평), 덱 11평

·건 축 형 태 : 경량 목조주택(외벽 2″×6″, 내벽 2″×4″)

·외벽마감재 : 시멘트 사이딩(일부 찬넬 사이딩)

·내벽마감재 : 실크벽지, MDF 위 백색도장

·지 붕 재 : 이중 그림자 아스팔트 슁글(30년 보증)

·천 장 재 : MDF 위 백색도장

·바 닥 재 : 강화마루

·창 호 재 : 시스템 창호

·단 열 재 : 인슐레이션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보일러(건식온돌 시스템)

·식 수 공 급 : 지하수

설계·시공 : 가원목조주택 042-538-0444
www.gwood.co.kr





이주택은 쉰 살 동갑내기인 김태영(원광대 신경외과 교수)·최미숙 부부와 쌍둥이 수영·수진(23) 양, 아들 성락(21) 군의 보금자리다. 이들 가족은 몸과 마음을 포근하게 하는 이곳에다 전원주택을 짓기까지 10여 년을 기다렸다. 도시와 아파트의 편리함에 익숙한 자녀들이 전원으로의 이주를 반대했을 법한데, 오히려 최미숙 씨가 반대를 했다고.


“아이들은 아빠가 미국에서 교환교수로 있을 때 그곳에서 생활했고, 또 캐나다에서 대학을 다녔기에 전원풍의 서구식 단독주택에 익숙했지요. 10년 전쯤인가 아이들이 먼저 전원주택을 짓자는 말도 꺼냈으니까요. 우리 부부 역시 전원으로 이주하고 싶었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데 힘들 것 같아 반대했지요. 그러다가 아이들이 운전을 배우면서 가족 모두가 바라던 전원에서의 삶을 택했지요. 이곳에서 석 달 남짓 생활했는데, 요즈음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좀더 일찍 왔을 걸… 하는 후회가 들어요.”


이들은 음악가족으로 수영 양은 피아노를, 수진 양은 바이올린을 대학원에서 전공하고, 최미숙 씨는 플루트를, 성락 군은 첼로를 즐긴다. 익산시 영등동의 아파트에서 살 때에는 방 하나를 음악실로 꾸몄다. 방음 장치를 했다지만,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옆집과 아래윗집이 다닥다닥 붙은 구조다 보니 악기를 연주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더욱이 음악을 전공하는 수영·수진 양은 이웃의 눈치를 살피느라 가슴을 졸였을 것이다. 이 주택을 설계할 때, 제일 먼저 그랜드피아노가 놓일 거실 겸 음악실을 요구했다고 하니 당시의 어려움을 짐작할 만하다.


김태영·최미숙 부부는 3년 전에 전원주택단지로 조성한 240평 부지를 매입했다. 이 단지는 금마 미륵사지를 끼고 함라·함열로 가는 도로에서 미륵산 등산로로 접어드는 마을 우측 안쪽에 자리한다. 토박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등산로 어귀는 사람이나 자동차의 왕래로 다소 번잡한 반면, 이곳 주택지는 조용하고 아늑하다.


집터가 자리한 주변 지형은 미륵산을 등지고 호수를 내려다보며, 앞이 훤히 트이고 좌우로 산이 긴밀하게 에워싸고 있다. 풍수에서 말하는 ‘배산임수형 자궁터’로 뒤의 미륵산이 몸통이라면 양옆의 산은 다리에, 앞에 있는 저수지는 자궁에 해당한다. 자궁은 풍요로운 삶(생산)과 세파에 찌든 때를 씻어낸다(청결)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 때문일까? 최미숙 씨는 집이 어머니 뱃속처럼 포근하고 주변 풍경이 아름답다고.


“입지를 정하면서 풍수를 보았는데, 여기는 익산에서도 이름 난 배산임수형 자궁터로 불렸지요. 좌향은 대개 완전한 남향을 선호하지만, 형국을 살펴서 미륵산의 능선을 따라 집을 살짝 남서쪽으로 틀어서 앉혔지요. 물론 상주용 전원주택이기에 풍수나 자연환경 못지 않게 익산시와의 접근성도 고려했지요. 이곳에서 원광대학교까지는 승용차로 넉넉잡고 20분 거리여서, 복잡한 도시를 관통하던 때에 비하면 날아다니는 셈이죠.”



집 짓고 시공업체와 호형호제


이 주택은 대전에 위치한 ‘가원목조주택(대표 이인성)’에서 설계·시공을 했다. 최미숙 씨는 시공한 주택들이 각기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데다가, 무엇보다 건축주들의 칭찬이 자자하여 믿고 맡겼다고.


“집을 짓기 전에 가족과 함께 전원주택라이프에 실렸던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의 목조주택을 방문했지요. 남편은 의사지만 취미로 사진을 하기에 미적 감각을 지녔는데, 그 집을 보고는 만족스러워했지요. 저나 아이들도 마찬가지였고요. 방문한 날, 그 집의 가족이 모두 모였는데, 가원목조주택에 대한 칭찬이 대단했어요.”


대개 집을 지은 후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건축주는 시공업체와 등을 돌리곤 한다. 그렇기에 이들 부부는 곤지암의 목조주택을 방문했을 때, 건축주와 시공업체가 저렇게까지 가까이 지내나 의아했다고.


“계약을 하면서 이인성 사장이 집을 지으면 십 년은 늙는다는데, 반대로 십 년은 젊게 해주겠다고 하더군요. 속으로는 제발 신경 안 쓰고 편안하게 지을 수만 있으면 했지요. 우리 집이 정말 그렇게 지어졌지요. 곤지암의 건축주처럼 우리 부부는 이 사장과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으니까요.”


이 주택은 가족, 특히 수영·수진 양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지었다. 전원으로 이주하겠다고 하자, 4년간 외국에서 지낼 때 눈여겨보았던 주택의 모양새를 떠올리며 자료 수집을 한 것이다. 건축 구조는 자연스럽게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보편화된 경량 목조주택으로 정해졌다.


기초공사는 줄기초 후 흙을 메우고 매트기초를 한 다음 인조석으로 마감했다. 구조재는 외벽은 2″×6″, 내벽은 2″×4″, 장선은 2″×10″을 사용했다. 이인성 사장은 40센티미터 간격으로 배치한 샛기둥 사이에 인슐레이션을 채우기 전 참숯을 깔았다고.


“샛기둥의 하단과 배관이 지나는 곳에다 참숯을 깔았지요. 벌레를 퇴치하고, 지반에서 올라오는 습기나 악취를 제거하기 위해서죠. 4년 전에 10여 년간 방치된 나대지에다 집을 지으면서 터득한 노하우인데, 그곳은 벌레 천국으로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해도 소용이 없었지요. 결국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한옥의 기초 양식을 응용해 참숯을 뿌렸더니 들끓던 벌레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더군요. 그때부터 집을 짓을 때, 구조재를 보호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을 위해 참숯을 사용하기 시작했지요.”


56평인 이 주택의 평면 배치를 보면 1층에 거실(음악실)과 침실, 주방·식당, 욕실, 다용도실이 있고, 2층에 거실(가족실)과 안방, 두 개의 침실이 있다. 최미숙 씨는 가족 수에 맞추어 방을 드리다 보니 집이 넓어졌다고.


“전원주택을 짓는다고 하자, 주위에서 아이들을 출가시키고 둘만 살면 여러 가지로 힘들다며 크게 짓지 말라고 했지요. 저는 생각이 달랐어요. 전원에서 살다 보면 독립한 아이들이 손자손녀들을 데리고 나들이 삼아 찾아올 때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싶었죠. 아이들도 모두 원했고요.”


전원주택도 아파트의 평면과 마찬가지로 거실(Living), 식당(Dining), 주방(Kitchen) 공간을 한 덩어리(L·D·K)로 묶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주택은 김태영 씨의 의견을 반영해 거실을 식당·주방과 독립시켜 배치했다.


“아파트에 살 때는 거실과 식당·주방이 확 트여서 시원스러웠지만, 남편은 음식을 만드는 냄새나 소리가 그대로 전달되는 걸 싫어했지요. 저대로 음식을 만들면서 음악을 듣고 싶어도 거실의 텔레비전 소리와 한데 섞여서 불편했고요. 지금은 거실과 식당·주방이 대각선으로 뚝 떨어져 있어서 맘대로 음악도 듣고, 다른 채널의 텔레비전도 보고… 저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아요.”


이 주택은 거실 부분은 벽체를 전면으로 뽑아 다면형으로 구성하고 층을 구분해 1층은 음악실로, 2층은 가족실로 사용하고 있다. 1층 거실은 설계 시 그랜드피아노를 놓일 자리를 확보하고, 흡음을 고려해 천장을 층단 팔각 반자형으로 꾸몄다. 전망이 빼어난 2층 거실에는 원형 테이블과 붙박이 책장을 배치해 담소를 나누거나 독서를 하기에 적합하다. 두 공간은 동선이 지나는 부분의 천장을 없앰(Void)으로써 독립성과 개방성을 지니고 있다.


주방은 동선을 구분 짓는 내벽에 맞추어 가구를 ‘ㄷ’자로 배치하고, 뒤쪽 보조주방 사이에 미닫이문을 내 냄새를 차단했다. 주방과 식당은 아치형 몰딩재를 사용해 공간을 구분했다. 모서리에 선반을 내어 화려하게 장식한 식당은 바비큐 그릴이 있는 측면 덱으로 통한다. 잔디 정원과 낮은 덱이 조응하는 이곳은 외부로부터 시선을 차단한 프라이버시 공간으로 후정(後庭)에 가까워 보인다.


1층 침실과 2층 안방도 거실과 마찬가지로 다면형으로 구성하여 전면으로 돌출시키고, 시멘트 사이딩 중간에 찬넬 사이딩으로 변화를 주었다. 드레스-룸이 딸린 안방은 박공지붕의 선을 살린 천장에다 서까래를 노출시켰으며, 침대 높이에 맞추어 삼면에 창을 냄으로써 풍부한 햇살과 풍경을 끌어들였다. 수영·수진 양의 방은 붙박이 진열장과 벽면의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눈길을 끈다. 수영 양은 바비 인형 콜렉터로 나중에 인형 박물관을 갖는 게 꿈이다. 집을 지을 때에 한쪽 벽면 가득 수납공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는데, 지금 그 자리에는 세계 각국의 민속의상을 입은 바비 인형으로 가득하다. 해외 배낭여행을 즐긴다는 수진 양의 방 역시 여러 나라의 접시며 소품들로 채워져 있다. 또한 측면에 자리한 성락 군의 방은 산세를 바라보며 호연지기를 키우도록 발코니를 냈다.
이 주택의 정원 한쪽에는 창고를 겸한 팔각정이, 2층 통로 위에는 다락방이 자리한다. 최미숙 씨는 아파트와 달리 전원주택에서는 다락방과 창고는 꼭 필요하다고.


“아파트에서는 앞뒤 베란다를 다 다용도실로 사용할 수 있지만, 전원주택에서는 그 공간이 평수에 포함돼 다른 공간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미관을 해치므로 창고가 필요하지요. 그런 이유로 가원목조주택에다 집을 다 짓고 창고를 만들겠다고 하자, 이인성 사장이 오히려 창고가 미관을 해칠 수 있다며, 창고 위에다 전망을 굽어보는 팔각정을 앉혀 주었지요.”



전원에서의 건강하고 여유로 삶


집에 대한 이들 부부의 자신감은 정원에 여실히 나타나 있다. 낮은 울타리를 따라 듬성듬성 키 작은 나무를 심어 놓아 주택의 입면을 외부에 그대로 드러냈다. 또한 경사 완만한 정원에는 잔디를 깔고, 맷돌과 침목으로 대문에서 현관에 이르는 답로를 만들어 여유로움과 정감을 느끼게 한다.


“간결한 정원을 원했기에 중간중간 집을 가리는 소나무를 심지 않았어요. 정원보다는 집이 우선이니까요. 주변의 소나무 숲이 다 우리 집 정원이잖아요. 단지 철따라 꽃이 피는 관목과 초화(草花)류를 심고, 집 뒤에다 재미 삼아 감, 유자, 대추, 매실 등의 과실수를 두 그루씩 심었지요. 소일거리도 있어야 하겠기에 텃밭을 10평 만들었는데, 벌써 간단한 야채들을 식탁에 올리고 있지요.”


닫힌 공간인 도심의 철근콘크리트 아파트에서, 열린 공간인 전원의 단독주택으로 이주한 이들에게서 느끼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여유롭고 건강한 삶인데, 이들 가족에게서도 그러한 느낌을 받았다. 더욱이 가족 모두 전원주택을 짓고자 10년을 기다려 왔음인지, 여기에 행복이라는 두 글자가 더해진 듯하다.田




윤홍로 기자 / 사진 최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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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양식의 자신감 표출, 익산 56평 복층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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