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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관한 단상

내 친구는 일흔이 되면 집을 짓겠단다.

은하수처럼 잔잔하게

물 위에 뜬 하얀 집을 짓겠단다.

평생을 일했으니 그만한 위로와 휴식이 필요하단다.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기슭에서 고향처럼 오래 살고 싶은 집,

남은 인생이야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위엄도 있고 단조로움도 있고 부러움도 덧입혀

까마득히 높게 올려다 보이는 풍경風磬을 달고 싶단다.

집이란 밥 먹고 적당히 일하면서 즐기는 공간이라지만

시간을 쌓아가며 영원 속으로 늙어가는 곳이 아니던가?

누구도 기둥과 지붕과 벽과 창을 넘지 못하고

어느 날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영혼의 겉옷이 아니던가?

그래서 남은 자식에게 유언을 하듯 집을 짓고 싶단다.

겉옷 한 자락이나마 지상에 걸쳐두고 싶단다.


*시작 노트 _ 영혼의 거처를 지으며
누구나 한 번쯤 자기 집을 짓고 싶어 한다. 스스로 설계도면을 스케치하고 장차 살아갈 내 집을 상상으로나마 지어본다. 십여 년 전부터 월간 전원주택라이프에서 펜션 영역을 취재하면서 내 집의 꿈은 대리만족이라는 차원에서 잠시 채워졌다. 집에 대한 나름의 안목도 생겨나고 경제적 가치를 뛰어넘어 집의 가치를 향유하는 여유도 갖게 되었다. 아마도 이 무렵부터 ‘시로 짓는 집’에 관한 소박한 관심이 떠오른 것 같다. 이 관심은 나만의 꿈이기도 하고 누군가와 공유할 만한 꿈이기도 하다. 다만 시로 짓는 집이니 마음으로 시를 음미한다면 음미하는 분마다 자신의 집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집인지는 필자도 모른다. 그러나 언어의 건축자재로 마음껏 지어 올리는 이 집이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영혼의 거처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앞으로 열두 채의 집을 지어갈 터인데, 당신의 마음을 편히 누일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시의 출처 _ 이 시는 시집 《소금창고에서》 (김창범 시집, 2017) 인용하였음.


ABOUT

필자는 동국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계간 <창작과 비평> 1972, 겨울호에 ‘산’ 외 7편의 시를 게재하여 시인으로 등단했다. 첫 시집으로《봄의 소리》(1981, 창비시선)을 출간하고 35년이 지나서 두 번째 시집《소금창고에서》(2017, 인간과문학사)를 내었다. 필자는 본지의 펜션 컨설턴트로 활동했고 이 분야의 전문서적으로 “펜션으로 성공하기(2003, 전우문화사)”를 발간했다. 2000년에 목사로 안수 받고 북한선교 분야에서 사역하고 있다.“예수의 품성을 가진 크리스천(2005, 국제제자훈련원)”,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라(2007, 언약)”, “북한의 고통 10가지(2012, 미가)”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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