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보기
 

더웠습니다.
'아~ 덥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막은 정말 더운 곳인가 봅니다.

올해 처음 사막이 고향인 멜론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유기재배로 농사를 지으며 유기재배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물이 무엇일까 고민을 했습니다.
자만심 같지만 고추든 감자든, 못생긴 토마토든 저희 생산물을 받아서 드셔본 분들이 맛있다고 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고춧가루나 감자로 요리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니라서 뭐가 좋은지를 잘 모른답니다.
특별히 뭔 짓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퇴비 만들어서 넣고 남들 키우는 대로 키웠습니다.
풀은 좀 많았고 벌레도 꽤나 달라붙기는 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니 유기재배를 한 것이 이유라면 이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아마 작물의 본래적 성격을 잘 드러내는 것일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지요.

그래서 고만고만한 차이를 보이는 감자나 토마토와 달리
저같이 무딘 사람도 일반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는 경우와
확연히 구분되는 작물이 무엇일까 고민을 했더랬습니다.
멜론이었습니다.
멜론은 고향이 사막입니다.
그래서 사막의 거친 토양처럼 비료분이 거의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관행 농법에서 가장 즐기며,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질소질 거름(요소)이 많으면 잘 안 되는 것이 멜론입니다.
비료분 확보가 어려운 유기재배에는 더 없이 호조건이지요.
그리고 당도가 높은데 유기재배는 모양이나 때깔은 별로지만 당도는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도보다 더 중요한 특유의 향! 이윽고 사막의 향기는 탄생했답니다.

하우스 문을 꼭꼭 닫고서 사막처럼 온도를 올렸습니다.
잠시만 들어가도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 송글 맺혀서 덥다 소리가 절로 났지요.
그런 숨 막히는 더위 속에서 일하다 보면 가끔 향기가 코끝에 스치기 시작합니다.

열매가 달리기도 전에 잎과 줄기에서 멜론의 향기가 났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와 흘러내리는 땀에 온몸이 절어가면서도
코끝에 느껴지는 향기를 맡으면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사막이 이럴까 상상이 되었지요.
그래서 올해 우리 멜론의 이름은 '사막의 향기'라 부르고 싶었습니다.

우리 멜론 이름은 '사막의 향기'라고 했더니
그 이국적 느낌이 좋았는지 아내는 반색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막의 향기는 턱턱 막히는 숨을 골라가며
눈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땀을 훔쳐내면서야 제대로 맡을 수 있는 향기였습니다.

저는 우리 멜론처럼 맛있는 멜론을 이전에는 먹은 적이 없습니다.
품종 자체가 당도가 높고 맛이 좋답니다.
춘천에서만 재배되고 공급되는 하니원이라는 품종입니다.
거기다 사막의 향기까지 덧붙이니
그 맛이야, 정말 맛있답니다(맛없으면 어쩌지?).

지난겨울 일본에 갔습니다.
멜론 가격이 궁금했더랬습니다.
일반 대형마트였는데 멜론 하나에 3,000엔.
당시 환율로 4만 5천 원.
맛은 모르지만, 아무리 물가가 높다고는 하지만 윽! 소리가 나더라구요.
유일하게 수박과 멜론의 가격이 뒤집혀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말이 실감되었습니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전원에서 띄운 편지 - 열일곱 번째 이야기] 사막의 향기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