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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수


2009년 4월 17일(금요일, 황당하다. 옥수수가 새파랗게 올라왔는데 서리도 내리고 얼음도 얼었다. 그리고 낮에는 무지허게 덥다.)

아침.
잠은 일찍 깼는데 어젯밤 집에 온 손님들과 마신 술이 안 깬다.
잠은 깨고 몸은 늘어지는데 6시 정각에 전화.
꼭대기 집 할머님.
물 없어 밥 못 먹을 테니 국에 밥 한술 뜨고 가라신다.
아무리 사양해도 안 된다.
현관문을 나서니 서리가 온통 하얗다.
하우스에 일찍 심어 파랗게 싹이 올라온 옥수수가 걱정된다.
꼭대기 집 할머님네 들러 밥 한 그릇 얻어먹고
중칠이 아저씨네 고추밭 만들어 주러 갔다.

작은 트랙터 몰고 갔더니 급경사라 큰 트랙터라야 한단다.
다시 큰 트랙터 끌러갔더니 원웅이 아빠가 논쟁기로 작업기를 달아 놨다.
아무리 동네머슴이라지만 젊은 사람들 부려먹는데 너무한다 싶다.
아저씨 한 분이 날 받아서 논쟁기 달아 갈아줄 때는 안 한다고 하더니
다른 작업기 달아놓으니 결국 원웅이 아빠에게 논쟁기질 해달라고 했는가 보다.
시간도 없는데 참 난감하다.
그냥 돌아올까 하다가 어차피 할 일, 작업기 교체작업.
트랙터 작업기 교체가 장난이 아니다.
혼자 낑낑거리고 매달려 겨우 논쟁기에서 로터리로 교체.
아침부터 땀을 뺐다.
고추밭 휭 허니 갈아주고 하우스에서 고양이 세수만 하고는 학교에 갔다.

아홉시 조금 넘었는데도 빈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출석.
멀리 속초에서 양양에서 그리고 양구, 인제, 횡성 등 다 오셨다.
가장 가까운 춘천 사람들이 지각이다.
교육을 대충하지도 않는다. 시간 꽉꽉 채워서 한다.
나이 드신 분들이 졸지도 않고 잘 버틴다.
내는 졸았다.
웬 잠이 그리도 쏟아지는지 정신을 못 차렸다.
학교 다닐 때는 잘 졸지도 않았는데
이제야 공부시간마다 졸던 친구들이 이해가 된다.
짜식들, 밤에는 뭐 하구… 나처럼 술 마신 것도 아닐 텐데….

저녁이 다 되어서야 돌아왔다.
그리고 우물에 달려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250만 원씩 들여서 우물을 새로 파는 게 억울하다.
8년 만에 우물을 또 파?
그리고 고장 날 때마다 우물을 또 파?
이건 아닌 것 같다.
어차피 사용도 못 하고 폐쇄를 해야 한다면
마지막 시도라도 해봐야지…. 부러질 때 부러지더라도!
우물 깊숙이 넣은 파이프를 당겨 올렸다.
부러지면 정말 꽈당이다. 조심 조심!
힘을 한참 쓰니 안 올라올 것 같았던 파이프가 갑자기 쑤~~~욱!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포기하고 갔던 것인데 이리 기쁠 수가!!!
다시 한번을 더 안 올라오고 버티더니 결국 올라왔다.
아~오늘 돈 벌었다!!!



오늘의 교훈

- 전문가라고 다 믿지는 말자! 그들도 꽝 칠 때가 있다.
선무당이 사람 잡을 때도 있는 거다.

- 지하수위가 낮은 우물에 제트모터라도 넣을 때는 조심하자!
눈물을 머금고 새로 우물 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 암반수라고 좋아하지 말자! 너무 깊은 물은 사고 칠 때가 있다.
물맛도 건수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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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에서 띄운 편지 - 열다섯 번째 이야기] 이 기쁜 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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