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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농부를 위한

           하우스 짓기


가끔 처음 농사짓는 분들에게서 하우스 짓기와 관련한 질문을 받습니다.
모든 것이 경험자들이야 별것 아닌 것 같은데도 초보에게는 늘 어렵습니다.
어떤 분은 하우스비닐의 유해성을 말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분들은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는 작물은 물과 온도로만 길러서 진정한 유기농업이 아니라고 합니다. 당연히 논란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시설하우스는 분명 투자입니다.
특히 새로이 농사를 시작하는 분들의 경우 높아진 땅값 때문에 넓은 농토를 마련하기 어렵고, 작은 땅에서 집약적 농사를 지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집약적으로 땅을 관리하고 생산력을 높이기에 좋은 방법이 시설이라 생각하지요.
또한 친환경농업의 경우 제초나 해충방제 등에서 아무래도 집약적이고 집중적인 관리를 하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길입니다.

 

하우스는 업자에게 맡기면 보통 평당 5만 원 정도 합니다.
직접 지으면 거의 절반 이하의 가격이면 됩니다.
하지만 한 번 지으면 장기간 사용하게 되니 투자에 대한 분명한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농사짓기 시작한 첫해부터 비닐하우스를 지었나 봅니다.
늦가을에 집은 지어놨는데 집 밖에는 부대시설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집 안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는 것들은 눈이 오면 눈을 맞고, 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 했지요.
그렇다고 당장 창고를 짓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가능한 자금은 있는 대로 끌어다 집 짓는 데 썼고
또 뭔 비용을 마련하기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이듬해 봄에 생각다 못해 조그맣게 비닐하우스라도 만들어 급한 대로 비라도 피하고
쌈채라도 심어 먹을 공간을 마련하려 비닐하우스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아랫집 선배가 쓰던 파이프 몇 개를 가져다 시작은 했지만 처음 짓는 것이라 어렵기만 했지요.

 

결국 전기드릴에 손가락까지 심하게 다쳐가며 겨우 완성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비닐하우스엔 별별 것들이 다 들어가고 고추모종도 기르고 상추, 쑥갓, 청경채 등 몇 가지 쌈채도 심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저의 비닐하우스 짓기는 거의 매년 되풀이되고 있지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주위에 시설원예농가들이 좀 있어서
쉽게 배워 큰돈 들이지 않고 직접 지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시골 살면 모든 것을 다 손수 하는 팔방미인이 되어야 하지만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비닐하우스 하나 정도는 지을 수 있어야 될 듯합니다.
비닐하우스는 모든 자연 조건을 고려하여 시작합니다.
눈, 비, 바람, 온도...

 

- 북쪽 지방은 눈이 많으니 하우스 파이프의 간격을 좁게 합니다.
표준하우스는 파이프 간격이 60센티미터.
수평이 맞지 않으면 눈이 왔을 때 한쪽으로 쏠리며 쓰러져 버립니다.
그래서 땅을 가능하면 수평으로 고르고
좌우 수평을 맞춘 다음 중력에서 수직으로 파이프를 세웁니다.
이상기후가 일상화된 요즘은 어느 지역이나 눈 피해를 장담하기가 어렵지요.

 

- 하우스를 짓기 전 물길을 제대로 잡아야 합니다.
장마 때 물이 들어와 고생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특히 밭이 아니라 논에 하우스를 지으면
물은 잘 빠지지도 않고 장화를 신고 다녀야 할 만큼 고생을 하지요.
고생으로 끝나면 그것도 다행.
물 순 받는다고 하는데 작물이 물에 잠겨 질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람 - 봄에 바람 부는 날 하우스는 전체가 날아갈 듯 흔들거립니다.
심하게 바람 부는 날,
날아갈 듯 뽑혀 올라오는 파이프를 붙잡고
통사정한 적도 있습니다.
보강재로 돼지꼬리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보다 1미터쯤 되는 일자 말뚝을 사선으로 박아
고정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또한 비닐 위를 끈과 끈 묶기 필름으로 감싸주는 것도 중요하지요.
바람 우습게 보다가 비닐 날아가고
통째로 뽑혀 뒤집어진 하우스도 봤습니다.

 

온도 - 한여름 하우스 안의 온도는 보통 40도를 넘나듭니다.
옆에 개폐기를 높게 올릴수록 온도를 낮출 수 있지요.
추운 날에 하우스 안팎의 온도 차이는 불과 1도나 될까 합니다.
추위를 막는 데는 비닐 한 겹으로는 역부족이지요.
그렇다고 기름을 때고 농사짓는 것은 거의 타산도 맞지 않고 환경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저는 피하고 있지요.田

 

김태수

강원도 춘천 새낭골에 거주하는 김태수 님은 귀농 7년 차 농부입니다. 춘천에서 감자 고추 토마토 등을 친환경으로 재배하고 있으며 얼마전 <<연봉 5천이 부럽지 않은 귀농>>이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016-242-6128 www.se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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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에서 띄운 편지-초보 농부를 위한 하우스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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