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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찾았습니다.
시골에도 일자리가 가끔 나게 됩니다.
그리 높지 않은 월급에 힘든 일만 많지만
그래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몰라
여기저기 말을 돌렸습니다.

 


이력서가 한 장 왔습니다.
귀농하고 싶은데 마을 사무장 자리가 있으면 귀농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나이도 적지 아니한, 이러저러한 세상 풍파도 겪었을 듯한 40대 초반의 나이.
그래서 소개를 했지요.
마치 중매하는 심정으로.
첫인상은 그런대로 예의 바르고
귀농하고 싶어하는 의지도 있었습니다.

 


같이 만난 이웃마을 이장은 고심을 했습니다.
하지만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조만간 불러오자는 결심까지 갔지요.

 


그리고 아이들 수능시험 보는 날.
마을 노인회 선진지 견학 보내는 날.
이웃마을 이장은 혀를 찼습니다.
어젯밤부터 새벽까지 정말 난감했다고.
그 집 아이가 수능시험을 보러 가야 하는데
새벽까지 핸드폰에 집 전화까지 연신 전화벨이 울려대서
아이한테 미안했고 너무 황당했다고.

 


열어 준 핸드폰 창에는 같은 이름의 발신자가
아래로 연이어 죽 적혀있었지요.
바로 사무장 하고 싶다고 다녀간 그이.
왜 그랬는지 모르는데 술에 취해 욕하고 횡설수설하고 했다고.

 


저도 황당했지요.
제대로 모르면서 연결해 준 것이 미안했습니다.
수능시험 전날 잠을 설쳤을 그 집 딸아이한테도 미안했지요.

 


사람 찾아서 소개해 준다는 것이 참 어렵네요.
속으론 다시는 사람 소개 안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것이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기회를 막는 것이라면
한두 번의 아픔이 절대적이어서는 안 될 듯했습니다.


그래서 또 소개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좀 더 잘 아는 사람을.
아직 결과는 잘 모르겠습니다.


요즘 사람을 찾는 일이 주된 일이 되었습니다.
일에 맞게 적당한 사람을 찾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젊고 착한 이웃이 많아지기를 기대하며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며 삽니다.
"이러다 욕도 먹고 뺨도 맞을지 몰러"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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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에서 띄운 편지 - 열세 번째 이야기] 중매쟁이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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