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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온 나라가 아파트 열풍에 휩싸여 있다. 정부는 아파트 값을 잡기 위해 정책을 총 동원하고, 정치권은 아파트 값 폭등에 대한 책임 공방에 열을 올린다.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전문가들을 동원 백가쟁명百家爭鳴으로 아파트 대책에 대한 의견을 쏟아낸다. 집 없는 서민들은 며칠 새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뛰어오른 아파트 값에 발을 동동 구르고, 아파트 소유자들은 이 기회를 어떻게 살려야 할지 밤잠을 설친다.

그야말로 온 나라가 아파트 때문에 난리다. 몇 달 사이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것일까? 며칠 새 아파트 값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씩 올라가다니…….

이런 상황에서는 일할 맛이 날 리 없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서 저축해도 언제 모을지 모르는 그 엄청난 금액이 며칠 사이에 굴러들어 오는 세상에 누가 열심히 일하겠는가. 집 한 칸 장만하기 위해 그동안 한 푼 두 푼 모은 사람들의 실망감은 또 어떻겠는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도대체 아파트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드는지… 그 답답하고 삭막한 콘크리트 덩어리 속에서의 생활이 그렇게 좋은가.

이 난리(?) 속에 전원에서 토끼와 새, 닭을 기르고 한창 피어나는 국화꽃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해본다. '과연, 이 많은 아파트들은 나중에 어떻게 될까?'

아파트 공화국의 실태

요즘 사람들은 아파트를 너무 좋아한다.
그 때문인지 아파트를 엄청나게 짓는다. 해마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아파트가 지어진다. 이젠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는다. 도시야 땅도 없을뿐더러 비싸서 그렇다지만, 그 넓고 넓은 농촌 들판에까지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을 보면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한가롭고 경치 좋은 농촌에 나 홀로 선 아파트를 보면 '아파트가 그렇게 좋은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최근 아파트를 둘러싸고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 많이 벌어진다. 아파트 동 입구에 비밀번호 키를 설치한 것은 일반화된 지 오래고, 특정 아파트 단지 정문에는 건장한 청년들이 정보기관처럼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 마치 중요 기관을 방문할 때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니 어디 친구나 친척집인들 편히 찾아갈 수 있을지… 참, 인심 고약하게 변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특정 아파트를 두고 '코뮤니티 밸류'니 '코뮤니티 프라이스', '브랜드 프라이스'라는 희한한 용어까지 등장했다. 특정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그들만의 가치나 값을 형성하는 아파트의 등장은 바람직하지 못한 풍토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아파트 열풍과 초고층 아파트를 보면서 걱정(?)되는 일이 있다. '과연, 이 많고 많은 아파트들이 나중에 어떻게 될까?'

지금 당장은 그런 염려를 안 해도 될 것처럼 보인다. 그보다는 오히려 어떻게 하면 아파트 값을 내려볼까 하는 것을 염려해야 한다. 그래서 온갖 정책을 다 동원해 아파트 값을 때려잡는 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그 이름도 생소한 개발이익환수금, 재건축개발부담금, 기반시설부담금… 여기에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등. 아파트를 못 짓게 하려고 온갖 아이디어를 다 동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열풍은 쉽게 식지 않고 오히려 난리가 난 것이다.

심각한 가구 수와 인구의 감소 현상

지금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인구와 가구 수의 감소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학교 문제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진학 문제는 심각했다. 고등학교 졸업생에 비해 대학이 턱없이 부족해 늘 대학 진학을 걱정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상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학생이 없어서 정원을 못 채워 경영난을 겪는다는 대학들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부 차원에서 각 도에 국립대학 하나만 운영하기 위해 통폐합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현상이 무엇을 말해 주는가? 사실 이러한 문제를 예견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특히 정책을 조정하고 다루는 당국자들에게는 아주 쉬운 일이었다. 물론 예측했는데 학교 설립자들이나 운영자들이 자신들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치부했을지도 모른다. 바로 그때 당국자들이 우후죽순처럼 설립하는 대학을 통제해야 했다.

그렇다면 아파트를 그렇게 선호하는 사람들이나, 아파트 사업이 호황이라고 계속 짓기만 하는 건설회사가 그런 어려움에 처한 학교 운영자들과 무엇이 다를까? 또 지금 당국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급변하는 사회와 아파트

앞으로 인구와 가구 수의 감소 현상은 어떤 형태로 나타날까?
그동안은 먹고살기에 급급했다. 자녀들을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가르치는 데 모든 초점을 맞추었다. 어떻게 하면 남보다 더 나은 환경과 밝은 미래를 만들어 줄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아이들이 줄고 있다. 아예 아이들을 낳지 않으려는 풍조도 생겼다. 심지어 싱글족까지 등장해 가구 수도 줄고 있다.

진학이 힘들 정도로 학교가 부족하지 않기에 입시전쟁도 사라지고 있다. 학원까지 굳이 쫓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앞으로는 온라인 교육이 더 활성화되고 학습지 선생님이 학생들을 방문해 가르친다. 웬만한 물건은 인터넷으로 구매하고 택배회사에서 다 갔다 준다. 심지어 원격 진료까지 가능해진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좋은 학원이나 편의시설이 많아 살기 좋다고 특정 지역으로 몰려갈 필요도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은 자신만을 중심으로 생활하게 만든다. 예전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아이들에게 매달리지 않는다. 이렇듯 자신이 더 중요함을 인식하는 경향이 커진다. 적당히 일하고 취미생활이나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는 데 관심이 많아진다. 좀더 윤택한 삶을 즐기는 방향으로 모든 것이 바뀐다. 게다가 주5일 근무제가 정착돼 즐기고 놀 수 있는 여유 시간이 많아진다. 또한 의식과 생활 수준의 발달로 세컨드 하우스(Second House : 도시에는 간단한 생활만 가능한 집을 마련하고 전원 등에서 건강과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집)가 일반화될 것이다. 더욱이 인터넷의 발달로 재택근무가 늘고 은행 업무 등 웬만한 일은 집에 앉아서 모두 해결한다. 이것은 거리나 지역을 초월하는 개념이 되어 굳이 도시로 몰릴 필요도 없을 뿐더러 특정 지역에 대한 인기 몰이도 없는 세상으로 만든다.

사실 이러한 생활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지금 우리가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다. 단지 온라인 교육이나 주5일 근무제, 세컨드하우스 등이 아직은 일반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아니 지금 어른들이나 익숙지 않아 깨닫지 못할 뿐 요즘 젊은이들은 이미 그런 세상을 즐기고 있다. 그러므로 이런 젊은이들의 세상이 될 때는 지금과는 완전히 판도가 다른 세상이 될 것은 자명하다. 불과 몇 년 후면 그런 시대가 도래한다.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유비쿼터스 시대다. 사실 이 유비쿼터스도 아직 일반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멀리서도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다 행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은 우리의 주거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 분명하다.
먼 여행지에서도 집의 보안, 관리 등 대부분의 업무를 볼 수 있는 이 시스템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굳이 복잡하고 꽉 막힌 도시에서 살 필요가 없게 된다. 실제로 건축설계를 비롯한 건축업계에서 이 부분에 대한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도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코앞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아직 컴맹세대만 익숙지 않을 뿐이다.
바로 이러한 변화와 급변하는 시대를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 시대에는 우리의 주거 문화, 특히 도시와 교통, 생활편의 시설이 좋다는 특정 지역의 아파트로만 몰려가는 상황에 대해 심사숙고하게 한다.

아파트, 이젠 특단의 대책이 필요

이러한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모든 일에는 시기가 중요하다. 시기를 놓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 앞에서 언급한 학교 문제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지금은 온 나라가 아파트 열기로 가득하다. 모두가 도시로, 강남으로, 초고층 아파트로, 주상복합아파트로 가지 않으면 난리가 날 것처럼 생각한다. 웬만한 지방 사람들도 도시에 한두 채의 아파트나 원룸을 갖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도시에 있는 자녀들을 위해 그리고 투자 목적으로 그런 사람도 상당 수 있다.

사람들은 그럴 수도 있다. 우선 당장 아파트 값이 비싸니 너도나도 그런 기류를 타려는 것은 당연하다. 일반인들이야 먼 미래를 예측할 능력도 없고 당장 아이들 교육이 급하다. 그러므로 비싼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파트의 미래를 심각하게 생각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옛말에 유의해야 한다. 학교 문제처럼 지금의 아파트 인기가 떨어져 모두 아파트를 떠날 때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 정책 당국자, 지나치게 아파트에만 매달리는 건설회사 그리고 건축 전문가들은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 당장은 현실성이 없어 보이지만 '강남불패'니 '대마불사'라 해서 특정 지역의 대형 초고층 아파트로 몰려드는 아파트 맹신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상 시나리오-골칫덩이로 변한 아파트

내가 이런 주택에서 살고 싶었던 것은 순전히 나 때문이다. 원래부터 아파트라는 것은 싫언젠가 이런 시대가 올 것이다.
젊은이들 대부분은 어릴 때부터 지겹게 살던 아파트에 싫증을 느껴 모두 아파트를 떠나고, 그 넓은 아파트에는 노부부나 독거노인들만 남는다. 유학이나 외국 여행 등 외국 생활을 경험해 본 젊은이들은 외국처럼 경치 좋고 공기 맑고 한가로운 곳에 자리한 주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 인구와 가구 수의 감소, 온라인과 유비쿼터스 등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아파트 값은 폭락하고 아무리 싸게 내 놓아도 살 사람이 없어 파산 직전에 처한 입주자가 한둘이 아니다. 여기에 많은 아파트들이 급변한 시대와 맞지 않는 구조와 설비로 엄청난 관리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아파트 관리사무소마저 폐쇄된다. 엘리베이터가 고장나도 고치지 못해 30층이 넘는 초고층에 사는 사람들은 아예 밖으로 나올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런 아파트는 20년이 넘어 낡고 최근의 첨단 가재 도구와 어울리지 않아 쓰기도 불편해 재건축을 추진한다. 그러나 환경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 과거보다 더 강화된 건축 관련법을 맞추기 어렵고, 특히 아파트 분양은 상상도 못해 사업성이 없어 재건축을 포기하고 만다.

여기에 대해 정부도 속수무책이다. 폐허가 된 아파트 단지가 수백에 달해 국가 예산으로 관리할 수도 파괴하기도 어렵고 빈터를 활용할 마땅한 대책도 없다. 모두들 도시를 떠나기에 지금처럼 아파트로 재건축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고 백화점이나 판매시설 등 마땅한 용도의 건물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농촌이나 경치 좋은 곳에 지은 소위 레저형 아파트나 전원주택에 대한 인기가 폭발해 농촌에는 농사지을 땅이 부족하게 된다.

현 시대에 맞는 웰빙 주택을 개발하라

지금으로서는 전혀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그야말로 웃기는 가상 시나리오다. 아니 지금은 전혀 이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또 일반인들은 모른다. 미래의 경제나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그저 강남이 좋다고 하니 제비 따라 강남 가고, 고층 아파트가 인기가 있다니 우르르 그곳으로 몰려다닐 뿐이다. 사실 초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환기가 안된다. 또 방마다 에어컨을 틀어도 더위가 여전한데도 집값이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미래를 예측하고 경제나 사회 분위기가 어떻게 변할지 판단할 수 있는 각종 데이터나 자료도 있고, 그것을 분석할 유능한 인재들이 있다. 또 앞으로 변하게 될 사회에 대비해 국민들을 계도해야 할 책임도 있다. 보다 더 윤택하고 쾌적한 국민들의 삶을 위해 미래의 주거 문화도 선도해야 한다.

특히 웰빙, 웰빙이라고 설쳐대는 요즘보다 더한 웰빙 세상이 될 미래에 어떤 주거가 국민들에게 웰빙 주택이 될지, 그 대안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최근 아파트가 급등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그런 대안이나 좋은 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단계별로 주택이 있어야 하는데 고급 단계의 주택이 부족하다 보니 아파트 값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신혼시절에는 소형주택에 살다가 자녀가 자라면 다음 단계 주택인 중형주택으로 옮겨가려 할 것이고, 그 다음 단계에는 더 좋은 주택을 원하게 된다. 아파트 값 상승으로 이러한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고 그것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그러한 염려가 없다고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사회의 변화는 엄청나다. 또한 건축 전문가들도 그러한 정책을 뒷받침해 줄 웰빙 건축을 개발하고 선도하기 위해 좋은 아이디어를 개발해야 한다. 그야말로 국민이나 소비자들에게 보다 좋은 주거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고 또 사회 변화에 맞는 집이 어떤 집인지 빨리 찾아내 모든 정책을 거기에 맞춰야 한다. 단순히 아파트 값만을 잡기 위한 임시 처방적 대책이 아닌 장기적이고 그야말로 사회의 흐름에 대처할 수 있는 특단의 '웰빙주택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아파트가 인기 있고 선호도도 높다고 마구잡이식으로 아파트만 짓게 놔둬서는 안 된다. 당장 아파트 값의 폭등 현상을 잡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 아니라 먼 미래, 아니 몇 십 년 후에 일어날 상황을 예측하는 지혜를 짜낼 때 비로소 국민에게 보다 안정된 주거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각종 취미생활을 즐기며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전원주택은 사회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좋은 대안이라고 본다. 田


김인환<건축사, TAS건축사사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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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에세이/열한 번째 이야기] 아파트 열풍을 바라보며..과연, 이 많은 아파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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